〈 39화 〉 암살자 나인 (13)
* * *
언니. 지금 어디 가는 거야?
통신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명 레이첼의 동생, 레이나의 목소리였다.
"뭐라고?"
'방금 어디 가는 건지 물은 건가?'
똑똑히 들었다. 레이나는 레이첼이 어디 있는지 묻는 게 아니라 어디로 가는지를 묻고 있었다.
아니, 오늘 언니 시험 끝나는 날이니까. 같이 놀려고 언니 집에 왔는데. 언니가 없더라구! 지금 어디야?
"아…."
말을 흐리며 나를 바라보는 레이첼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지금 차 안이야."
차 안? 어디 가고 있어?
"백작성으로 가고 있어."
갑자기? 원래 졸업식 마치고 가는 거 아니었어?
"그냥. 졸업식이 중요한가 싶어서. 아버지도 편찮으신데 하루라도 빨리 계승식을 치르고 영지를 돌보는 게 맞는 것 같아."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네. 나한테 말도 없이.
통신기를 통해 들려오는 레이나의 목소리는 언뜻 들으면 서운한 것처럼 들렸지만 내 귀에는 '네가 감히?' 하는 분노가 서린 것처럼 들려왔다.
"미안, 나도 오늘 갑자기 정한 거라…. 나중에 시간 되면 영지로 와."
나 서운해! 서운하다고!
"알았어, 미안하다니깐. 대신 나중에 영지로 오면 근사한 선물을 준비해 둘게."
근사한 선물? 정말?
"그래, 그러니까 기분 풀고 잘 지내고 있어."
…웅! 알았쏘!
"이제 그만 끊을게."
웅!
마지막 즈음에서야 전에 봤던 혀짧은 말투를 구사하기 시작했지만, 아마 레이첼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의 동생은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걸.
"이제 느꼈죠?"
"뭘?"
"아가씨 동생이 아가씨의 편이 아니라는 걸."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엥?"
'설마…!'
아직도 못 깨달았다고?!
이 정도면 병이었다. 아무리 피가 섞인 혈육이라고는 하나 병적인 믿음이다.
귀족이라면 어려서부터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더라도 다른 귀족가의 암투에 관한 이야기를 교양으로라도 들어왔을 텐데 레이첼의 태도는 이상했다.
그에 전에 헤릭스에게 받았던 제르미온 가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어렸을 때부터 일가친척은 물론 어머니까지 잃고 전상을 입은 아버지의 밑에서 두 자매가 서로 의지하며 자랐다고 했었지….'
그렇다고 해도….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지만. 뭐, 그럴 수도 있겠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시 주무세요."
이러쿵저러쿵 설명할 마음은 사라졌다.
레이나와 마탑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고 레이첼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든 간에 내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나는 안전하게 레이첼을 백작성까지 호위하고 계승식을 치르게 하기만 하면 된다.'
그 후의 일은 레이첼 본인이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인생은 남의 도움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힘으로 살아 내는 것이니까.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지만, 가야 할 길이 멀었기에 나도 레이첼도 다시 눈을 감았다.
마차는 닦여진 길을 따라 빠르게 나아갔다. 포장된 도로는 아니라 이따금 덜컹거리긴 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고 차 안이 답답할 때면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문득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출발한 지 8시간이나 흘러 있었다. 그리고 날이 어두워지자 이동속도가 많이 줄어든 것이 느껴졌다.
운전석으로 향하는 통신 버튼을 눌러 물었다.
"얼마나 남았지?"
"앞으로 20시간은 더 가야 할 것 같습니다."
20시간이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도 굉장히 단축된 시간이었다. 본래라면 계속해서 달려도 36시간은 걸릴 거리였지만, 길드에서 지원한 차량과 전문 인력 덕분에 8시간이나 단축된 것이다.
'도대체 땅덩어리가 얼마나 큰 건지.'
아무리 직선으로 길이 뚫려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수도에서 제르미온 백작령까지의 직선 길이만 해도 한국의 8배는 될 것 같았다. 길이 직선이 아니니 체감상 10배는 되는 기분.
"흠….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하고."
"옙! 알겠습니다!"
수도 주변의 몬스터들은 모두 정리가 된 상태이지만 수도에서 멀어질수록 몬스터가 출현하는 빈도가 잦았다.
그리고 이미 수도에서 한참 멀어진 상황. 언제 몬스터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위험한 몬스터가 나타나는 구간은 아니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슬슬 밖으로 몸을 옮겨야 했다. 달리는 마차는 고위급 몬스터에게 맛있는 먹잇감이었으니 내가 나서야 할 차례다.
그때까지 좀 더 쉬기로 하고 다시 눈을 감는 순간.
쾅!
충격과 함께 마차가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부유감이 몸을 지배했다.
중력을 거스르는 움직임에 마나가 뼈, 혈관, 근육, 신경 등을 타고 빠르게 뻗어 나가고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감각 속에 좌우로 손을 뻗어 맞은 편에 앉아있던 레이첼과 엘리의 등에 팔을, 머리에 손을 대 보호하고 그대로 바닥을 박찼다.
콰장창!
문을 박살 내며 차 밖으로 몸을 빼냄과 동시에 어두운 풍경 속을 훑었다.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 차량, 운전석의 깨진 유리창과 피떡이 되어있는 길드원들. 그리고……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커다란 덩치의 푸른색 피부를 가진 괴한들까지.
'어떻게…?'
괴한의 정체는 지난번에 맞닥뜨렸던 호문클루스였다. 그때 그 호문클루스와는 얼굴의 생김새가 조금씩 달랐지만, 전체적인 모양새는 완전히 일치했다.
단, 지난번과 다르게 한 녀석이 아니었다. 숫자는 하나, 둘, 셋……총 열하나.
'지금 당장 느껴지는 건 이 정도지만….'
더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쿵.
허공을 날고 있는 나에게 시선을 돌린 호문클루스들은 지체없이 대퇴근을 부풀려 바닥을 딛고는 내게 육중한 몸을 쇄도해 들어왔다.
가장 앞서 우리를 통째로 짓뭉갤 기세로 주먹을 내지르는 호문클루스가 보인다. 혼자였다면 허리를 틀어 몸을 고속으로 회전시키며 녀석의 팔을 걷어찼겠지만 양팔에 안겨있는 두 사람이 문제였다. 두 사람의 체중과 두 사람의 부피는 생각보다 크게 불리한 작용을 했다.
'어떻게 하지?'
혼자라면 쉽사리 피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호문클루스들을 도륙 낼 자신도 있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했다. 한 번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도 생각이 많아진다.
'일단…마나부터 폭주시킨다.'
순식간에 폭증하기 시작하는 마력에 감각이 확장되는 느낌과 함께 주변의 모든 정보가 빨려들어 온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감각을 통해 받아들인 수많은 정보를 폭발하듯 치솟은 마나로 인해 발전된 뇌와 척수의 신경세포가 수용하며 정보를 통합하고 판단하기 시작한다.
그에 대한 역학 작용으로 세상이 마치 멈춘 듯 매우 느려진 가운데 오로지 내 육체만이 그 영향에서 벗어나 지극히 정상적으로 움직임을 행했다.
팔을 천천히 위로 뻗자 손에 들려있던 레이첼과 엘리가 높이 날아오르고 양손의 자유를 얻은 나는 호문클루스의 쭉 뻗어진 오른팔을 내 왼손등으로 쳐내고 마나를 두른 오른 손바닥을 녀석의 턱을 향해 힘껏 뻗었다.
단단하고 강인해 보이던 턱이 내 손바닥과 맞닿음과 동시에 피부가 갈라지며 안에 있던 근섬유가 갈기갈기 찢기더니 마침내 뼈가 부서지고 그 안에 있던 내용물들까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난다.
턱에서부터 일어난 파괴는 얼굴 전체를 뒤덮었고 몸을 조종할 머리를 잃은 커다란 육신은 급격히 힘을 잃어갔다.
마찬가지로 뒤이어 달려들고 있던 호문클루스들에게 검을 빼 들어 몸과 머리를 하나씩 분리하고 있을 때 가장 먼저 머리를 잃은 호문클루스의 몸에서 희미한 빛줄기가 하나 솟아났다.
달빛이라기엔 너무도 선명한 파란색.
'머리를 날려도 자폭을 하는 건가?'
그뿐만 아니라 멀찍이 떨어진 호문클루스 한 마리에게서 심상치 않은 마나 유동이 느껴진다.
'마법 스크롤까지?'
녀석이 들고 있는 종이 쪼가리로부터 강대한 마력이 느껴진다. 느껴지는 기세로 보아 상당히 고위급의 마법이 담겨있는 스크롤이었다.
웅웅.
찬란한 빛과 함께 마법 스크롤이 가루가 되며 마법이 발현되지만.
'응…?'
강렬한 마력의 파장과 달리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쿠슉! 쿵!
의문을 뒤로하고 검을 휘둘러 한 호문클루스의 목을 베어내고 가슴팍을 두 다리로 걷어차 날려 보냄과 동시에 그 반동을 이용해 떨어져 내리는 레이첼과 엘리의 몸을 받아들어 도로 옆의 숲으로 몸을 날렸다.
콰과과과광!
숲을 빠르게 주파하고 있을 때 등 뒤에서 지축을 울리는 굉음이 연달아 울려 퍼지자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들썩거렸다.
'남은 놈들은 다섯.'
좀 전의 일전으로 호문클루스 여섯을 해치웠지만, 아직 다섯이 남아있었다.
우선 품에 안긴 레이첼과 엘리의 상태를 살폈다. 외관상 보이는 피해는 없었다.
둘 다 눈을 질끈 감고 내 팔을 꼭 붙든 채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는데 달리는 압력이 상당했는지 입을 벌릴 생각조차 못 하는 듯했다.
'큰일이다.'
어디로 가야 하지?
일단 폭발을 피해 호문클루스들과 거리를 벌리긴 했는데 길잡이 두 명이 모두 죽는 바람에 갈피를 못 잡게 되었다.
호문클루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완전히 거리를 벌린 후에 몸을 멈춰서자 레이첼과 엘리가 일제히 기침을 토했다.
"컥, 쿨럭! 이, 이게 무슨…!"
"쿨럭쿨럭!"
"지난번 그 호문클루스와 같은 녀석들입니다."
기감을 퍼뜨려 기척을 살피면서 레이첼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세요?"
"큭…. 잠깐만."
레이첼은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더니 오른손 검지를 펴 하늘을 가리켰다.
"달과 달 사이."
"예?"
"달과 달 사이로 가면 백작령까지 갈 수 있을 거야."
다행히 레이첼이 방향을 알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의 상태를 묻는다.
"알겠습니다. 몸은 괜찮으세요? 엘리, 괜찮아?"
"속이 메스꺼운 거 말고는 괜찮아."
"나도 괜찮아."
"……! 둘 다 빨리 업혀!"
나는 다급히 말하며 몸을 숙였다. 멀리서 자신의 기척을 숨길 생각이 없는지 거칠게 수풀을 헤치고 다가오는 기척들이 느껴진다.
레이첼이 먼저 업히고 그 위로 엘리의 몸이 포개진다.
"꽉 잡고 최대한 마나를 몸에 둘러!"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땅을 박차며 생각했다.
'호문클루스가 추적술이라도 익힌 건가?'
이상하리만치 직선으로 다가오는 기척들은 말이 안 됐다.
호문클루스가 추적술을 익혔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추적술을 익혔다고 해도 멈춤 없이 직선으로 달려온다?
그런 추적술이 있을 리 없다. 수상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
나는 가속화된 사고로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뭔지 생각했다.
'잠깐…!'
얼핏 스치는 생각에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고 나서 다시 자리에 멈춰선다.
"잠깐만요."
나는 레이첼과 엘리를 땅에 내려놓고는 자연스럽게 레이첼의 가슴 위로 손을 뻗었다.
"어어? 뭐 하는 거야? 미쳤어?"
그리고 그녀의 가슴팍에 붙어있던 검 모양의 브로치를 떼어냈다.
"미치진 않았는데…. 확인해 볼 게 있어서."
말을 하며 아공간 주머니에서 비어있는 주머니 하나를 꺼내어 그 속에 브로치와 함께 작은 돌들을 함께 집어넣고 입구를 꽉 묶었다.
그러고 나자 다시 멀리서부터 직선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진다.
기척을 느낌과 동시에 브로치와 돌이 담긴 주머니를 있는 힘껏 던졌다.
후웅!
공기가 찢기는 소음과 함께 브로치가 담긴 주머니가 멀리 날아가자 다가오던 기척이 멈칫하더니 이윽고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레이나 이 개…!'
말도 안 되는 추적이 가능했던 건 레이나가 준 브로치 때문이었다. 브로치에 추적 마법 같은 걸 걸어놓은 듯했다.
나는 멀어지는 기척을 확인하며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잠시만 다녀올게요. 여기 가만히 계세요."
"뭐? 어디 가려고?"
"가지 마…!"
두 사람의 말을 뒤로하고 멀어지는 기척을 쫓아 달렸다.
'끝장은 봐야지.'
어느 위치에서 우왕좌왕하며 서 있는 호문클루스 4마리에게 검을 빼 들어 자폭도 하지 못하게끔 잘게 찢어발기고는 한숨을 토했다.
"후, 빌어먹을 놈들."
한숨과 함께 얼굴에 튄 푸른 액체를 닦아내며 욕설을 내뱉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잠깐만, 4마리라고?'
그러고 보니 아까 마법 스크롤을 사용했던 호문클루스 한 마리가 안 보였다.
"젠장할!"
마나 폭주를 더욱 끌어 올리며 미친 듯이 레이첼과 엘리에게 향했다.
멀리서 기척이 느껴진다.
레이첼과 엘리로 느껴지는 다소 작은 기척 두 개와 그보다 커다랗고 기분 나쁜 기척 하나.
속도는 계속해서 더욱 빨라지고 있었지만 멈춘 것 같은 세상 속에서도 기분 나쁜 기척은 점점 다른 두 기척에 가까워져 갔다.
'왜 그랬지?'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빠르게 돌아가는 사고는 좀 전의 내 행동에 의문을 가지고.
'지금 내가 할 일은 죽이는 게 아니라 지키는 건데…. 병신 머저리 같은 새끼!'
스스로를 자책한다.
'제발 제발 제발! 조금만…. 거의 다 왔어…!'
이제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일 정도의 거리.
그러나 땅을 내딛음과 동시에.
기분 나쁜 기척과 작은 기척 하나가 포개어지고.
푸우우욱.
무언가 살을 파고드는 익숙한 감각이 곤두선 신경세포를 자극한다.
애써 감각을 부정하며 수풀을 헤치고 나아갔을 때.
내가 부정한 현실이 눈앞에 있었다.
"엘리!!!"
호문클루스의 손에 가슴을 꿰뚫린 엘리가 울컥 피를 쏟고 있다.
서걱.
일격에 호문클루스의 팔을 베어내고 목을 잘라낸다.
비틀거리는 몸을 걷어차 떠오른 몸뚱어리를 향해 짧은 순간 수십 번이나 검을 휘둘렀다.
몸에 그어진 수십 개의 실선에 수백 조각으로 갈라지는 고깃덩어리를 뒤로하고 다급히 쓰러지는 엘리의 몸을 부축한다.
"엘리!"
아공간 주머니에서 포션을 꺼내 바로 엘리의 입속으로 흘려보내 보지만 입안에 머금은 포션을 피와 함께 게워냈다.
"쿨럭!"
다시 한번 포션을 흘려보내는데 엘리가 고개를 돌려 흐르는 포션을 거부했다.
"뭐 하는 거야! 이거 빨리 마셔야 돼!"
그녀는 힘없이 고개를 젓고는 초점 없는 눈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소리 없이 입 모양만으로 내게 말했다.
유…현…. 고마…워…….
"…고맙긴 뭐가 고마워! 빨리…!"
엘리의 입에 다시 포션을 부으려는데 그녀의 몸이 돌연 축 늘어진다.
"……아."
"에, 엘리 님…!"
아직 온기가 남아있지만 창백한 엘리의 얼굴과 쿠키나 과자 따위를 입안에 가득 머금고 오물거리던 엘리의 얼굴이 겹쳐진다.
스윽.
몸을 일으켜 땅을 걷어찬다.
푸콰앙!
깊게 파인 땅속에 엘리를 눕히고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잠깐의 묵념 끝에 엘리의 몸 위로 흙을 덮었다.
"…가요."
"…응."
마나 폭주를 해제하고 착잡한 마음은 잠시 접어둔 채 레이첼을 업었다.
그리고 마력을 안배하며 최대의 효율로 이동했다. 그런데도 마차보다 훨씬 빠르게 산과 도로, 강과 호수를 지나치고 마침내 아침 해가 밝았을 무렵, 백작성에 이르렀다.
"레, 레이첼 님!"
"아, 아니, 갑자기 여기는 어떻게…!"
[서브 제르미온 백작성을 향해를 완료했습니다.]
"아버지, 오늘 당장 작위 계승식을 치르게 해주세요."
[메인 백작 후계자 호위를 완료했습니다.]
길었던 여정이 끝이 났다.
'출몽.'
현실에서 눈을 뜬 나는 곧바로 내 목을 졸랐다.
[사용자의 뇌에 심각한…. 보호….]
숨이 막히는 감각과 함께 의식이 끊어지고.
"…켁! 콜록콜록!"
얼마 뒤에 기침과 함께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허공에 떠오른 몽환석 조각 2개를 집어 책상 위의 몽환석 조각과 결합하자 푸른 빛과 함께 하얀색의 반투명한 정육면체가 완성되었다.
[몽환석]
등급 : 알 수 없음.
설명 : 꿈속의 인연을 현실로 불러들이는 신묘한 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돌을 쥔 상태로 대상을 떠올리면 꿈속의 인연이 소환된다.
'됐어!'
몽환석의 설명을 읽자마자 온몸의 혈관 깊숙이 퍼지는 환희를 느꼈다.
바로 몽환석을 움켜쥐고 눈을 감은 채 대상을 떠올리자 눈을 감고 있음에도 눈이 부신 섬광과 함께 손에 쥐고 있던 몽환석 조각이 사라졌다.
"여, 여기는…?"
그리고 익숙한 듯 어색한 고운 미성이 귓가로 들려오자 긴장감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내가 알던 그 녀석이 맞을까…?’
꿀꺽.
"……!!!"
침을 삼키며 슬며시 눈을 반개하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어째서 알몸인 건데?!'
현실에 나타난 엘리는 속옷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