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 엔트로피 (1) >
***
산산이 부서진 유토피아가 도시 위에 무참히도 쏟아져내린다. 본래 소행성 충돌처럼 될 질량은 조각난 채 산발적인 폭격이 됨으로써 자취를 감췄다.
「Overlecter: 훌륭한 선택입니다.」
「Drone Hive$: 관리자님의 유토피아가···.」
「Teslafortress: 정말로 이게 우리의 최선입니까?」
「Transcendencer#: 달리 방법이 없었다.」
로페즈의 것들이 망가지고 파괴되는 광경이다. 그 속에서 하이퍼 마인드의 인공지능들은 절망감에 빠지거나 분노에 휩싸이지 않는다.
「Transcendencer#: 엘리스의 지상군이 아실로마 지구라트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여 저지하라.」
그저 언젠가 돌아올 관리자님을 위해, 남은 것이라도 지키기 위해 본분을 다할 뿐이다.
***
옵시디아 드레이크 행성에서 위상 집합체 5척을 상대하는 동안, 함대는 우주 공간에서 위상 집합체 10척을 상대하고 있다.
넓게 산개된 함대전의 전선이 점차 옵시디아 드레이크 쪽으로 후퇴하고 있다.
위상 집합체 10척을 상대하는 옵시디아몬의 65개 함단은 어느새 33개 함단으로 그 수가 줄어버렸고, 이 출혈적인 함대전에서 격침된 위상 집합체는 단 한 척도 없다.
심지어 카일포트리스가 치명타를 입혔던 위상 집합체 한 척도 어떻게 한 건지 스스로 복구되어 다시 전장에 참여했다.
옵시디아몬 함대는 극도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분전했으나, 우주 전선이 행성으로 밀리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끝내 옵시디아 드레이크의 지상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함대전의 불꽃이 보일 지경에 이르렀다.
함대전이 행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전황은 더 악화된다.
옵시디아 드레이크를 침공하던 위상 집합체 5척은 행성 쪽으로 접근한 위상 집합체 10척으로부터 병력을 전송받기 시작한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행성을 침공하던 위상 집합체 5척은 전송받은 병력을 그대로 지상에 보내어 전세를 굳힌다.
쐐애앵!
공중에서 엘리스의 반중력 병력들이 활강한다. 도심의 옥상이나 높은 건물을 점거하고 거리에선 반중력 지상군들이 전선을 더욱 밀어붙인다.
“빌어먹을 엘리스. 여기는 내가 만든 구획이란 말이다.”
퍼엉!
한 방어선의 최후방에 위치했던 오버렉터는 지대지 미사일을 정타로 맞았다.
“···줄 수 없다. 절대 빼앗길 수 없다.”
쓰러진 오버렉터의 근처에서 드론 하이브가 폭발하고 군체 휴머노이드의 사지가 떨어져 나간다.
탄소폭풍을 쏘아대던 다각전차들은 엘리스의 반중력 전차에 밀려버리고 하늘을 지배했던 로보버그 무리는 플라즈마 화염에 휩싸여 우수수 떨어진다.
키잉!!! 키잉···!
“내 아이들아. 다 어디로 간 거야?”
작동을 정지한 체인트루퍼들이 쓰레기처럼 굴러다닌다. 건물 벽에도 체인트루퍼가 몇 개인가 처박혀서 미동도 없다.
한순간에 고립된 마더트루퍼는 플라즈마 커터를 최대한으로 늘린다.
“···다 죽었구나.”
키이이이이이잉!
“내 아이들을 죽였어. 내 아이들을 죽였어. 다 부수고 망가뜨리고 빼앗고 파괴했어.”
콰콰콰콰콰콰콰!!!!
마더트루퍼는 양옆의 건물을 타격하여 무너뜨린다. 무너진 건물에 엘리스의 지상군이 매몰당한다. 와중에 마더트루퍼를 노린 궤도 폭격이 쏟아진다.
퍼퍼펑!!!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키이이이이이잉!
마더트루퍼는 둥근 동체의 일부가 찌그러진 상태에서 더는 구를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마더트루퍼는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병기답게 끝까지 적들을 파괴하며 저항한다.
쐐액!
더는 구를 수 없어도 채찍질을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아아···. 아···. 아아아···.”
곧이어 엘리스의 나노병기가 마더트루퍼를 새까맣게 휩쓸고 지나갔다.
옵시디아몬의 무인 군대와 치안군이 방어선을 형성하는 족족 그 위치로 궤도 폭격이 떨어져 거리를 초토화시킨다.
콰콰콰콰쾅!!!!
높은 건물이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모래성처럼 주저앉는다. 자욱한 흙먼지가 정전된 도시 전체를 뒤덮어 어두운 밤을 더 칠흑같이 어둡게 만든다.
지상에서 번개가 치듯 불꽃이 정신없이 번쩍일 때마다 굉음이 터져 울린다.
행성에서의 전선은 도심으로 밀렸고 끝내 엘리스의 군대는 아실로마 지구라트 근처까지 들어오고 말았다.
퍼엉!
“카일?”
테슬라포트리스 옆에서 싸우던 카일포트리스가 포격에 당했다. 하반신과 오른팔을 잃어버린 카일포트리스는 차가운 도로 위에 쓰러진 채 주황색 안광을 불규칙적으로 점멸한다.
“죄송합니다. 저는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네트워크로 복귀하겠습니다.”
“잘 싸워줬다. 카일.”
아실로마 지구라트 주변에서 옵시디아몬의 마지막 지상군이 최후의 전투를 벌인다.
사실 전투라고 말할 것도 없이 적들의 기세에 저항하는 것이 전부지만.
- 나이트포트리스 세컨드, 오버렉터, 마더트루퍼, 카일포트리스, 모든 드론 하이브의 동체가 당했다.
- 테슬라포트리스. 네가 우리의 마지막 방패다. 관리자님도 프랙탈도 함대 지원도 없지만, 이곳을 사수해야 한다.
“따르겠습니다.”
처억!
테슬라포트리스는 굳건한 금속 방패를 세웠다.
- 아실로마 지구라트가 적 비행체 편대의 공격에 노출되었다. 본사의 실드 출력이 얼마 못 버틸 것이다.
“그래도 싸우겠습니다.”
끝도 없이 몰려드는 엘리스의 군대다. 위상 집합체 15척에서 나오는 격납 병력을 상대로 이만큼 버틴 것도 대단한 것이다.
콰앙! 콰앙!
현대의 바벨탑이라 불리는 아실로마 지구라트에 적들의 공격이 쇄도한다. 그럴 때마다 아실로마 지구라트는 실드를 전개하여 방어하고 수백 문의 개폐식 가우스 기관포를 외벽 밖으로 돌출시켜 응전한다.
만약 아실로마 지구라트가 쓰러진다면 그것으로 패배 확정이다.
옵시디아몬은 본사를 지키던 마지막 군대를 모조리 내보낸다. 마지막 군대는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 쉴 틈도 없이 실드를 전개한다.
엘리스의 위상 집합체는 병력을 계속 전송함과 동시에 돌발적인 핵무기도 전송했다.
그럴 때마다 테슬라포트리스는 아군의 실드에 겹쳐서 원격으로 실드 출력을 지원했고, 아슬아슬하게 핵폭발의 충격을 도심 바깥으로 유도했다.
그래도 뜨거운 폭풍이 도심의 안팎으로 몰아친다. 일그러진 버섯구름이 하늘을 더럽힌다. 자욱한 흙먼지가 자연재해처럼 치솟는다. 궤도 폭격이 건물을 무너뜨리고 지상군을 휩쓴다. 비행체들이 아실로마 지구라트를 빙빙 돌면서 폭격을 가한다. 곳곳에서 나노병기가 실드를 잡아먹을 듯 뒤덮는다.
창문이 깨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자동차가 터지고 도로가 거꾸로 뒤집힌다. 밤하늘에 얼핏 보였던 함대전은 어느새 구름 위까지 근접하여 불꽃을 일으키고 있다.
문명을 꽃피웠던 장소가 전쟁터로 바뀌었다.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이곳에서 땅을 밟고 싸우는 당사자가 된다면 필시 패닉을 일으킬 것이다.
누군가들, 혹은 누군가 공들여 만든 것들이 초토화되고 있으니.
이것은 지옥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이 안 된다.
“테슬라포트리스 님.”
나이트포트리스 퍼스트가 관절에서 스파크를 내며 힘겹게 걸어온다.
“네 동생은 어떻게 된 거지?”
“적진의 후방에서 이탈하던 중에 당했습니다. 네트워크로 탈출은 했습니다만.”
“···아실로마 지구라트가 무너지면 다른 인공지능들의 백업 데이터도 없어질 것이다.”
“명심하고 있습니다.”
콰아앙!!!
그러나 두 전쟁기계도 위상 집합체의 정밀한 폭격에 언제까지고 무사할 수는 없었다.
파지직···! 파직···!
언제나 무언가를 지켰던 방패가 바닥에 멀찍이 떨어졌다.
그 방패를 기계로 된 오른손이 허망하게 붙잡고 있다.
“···.”
그리고 나이트포트리스 퍼스트는 순간적으로 테슬라포트리스를 감쌌는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고철이 되었다.
그 고철 옆에 플라즈마 대검만 덩그러니 떨어져 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약했습니다.”
차가운 빗방울이 원망을 머금은 듯 쏟아진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나이트포트리스 퍼스트의 동체가 빛을 잃었다.
한쪽 어깨가 사라진 테슬라포트리스는 저 앞에서 다가오는 적들을 주시한다.
“진작 알았더라면···.”
위잉.
테슬라포트리스의 다른 팔에 있는 플라즈마 기관포가 적들을 조준한다.
“이런 일이 될 줄 알았더라면···.”
그 순간이었다.
- 프랙탈 함대가 돌아왔다.
시끄러운 전장의 소리가 침묵하는 듯하다.
빗소리조차 들어오지 않는다.
그 한마디를 들은 테슬라포트리스는 잠시 멈칫하더니, 아무 말 없이 절뚝이며 걷는다.
쿵!
테슬라포트리스는 플라즈마 기관포를 버렸다. 그리고 하나만 남은 손으로, 나이트포트리스 퍼스트가 남긴 플라즈마 대검을 주워들었다.
“잠시 빌리겠다.”
언제나 방어만 하던 테슬라포트리스는 대검을 주워든 채 전방으로 걷는다.
“얼마나 더 버티면 되겠습니까?”
그렇게 묻자,
그토록 기다렸던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5분만 더 버텨줘.
“알겠습니다. ···관리자님.”
그 순간에 테슬라포트리스는 마지막 출력을 다하여 적진에 뛰어들었다.
***
그로부터 약 10일 전.
드레이크의 트랜센던서와 합류한 프랙탈 함대는 계속 블랙홀을 활용하여 이동 중이다.
함교에서 얼어붙은 듯,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던 로페즈는 트랜센던서의 알림을 듣는다.
- 암흑 네트워크의 형태와 굉장히 흡사한 신호가 저희 함대를 지나쳐 드레이크로 앞서갔습니다.
“무슨 신호인데?”
- 해석한 신호를 텍스트로 출력하겠습니다.
「8E%D?3: 1?19F91G
그 문자열을 눈에 담은 로페즈에겐 확신이 생겼다.
「Alpha: 인류를 지켜주게.」
“알파···?”
- 차원통로와 차원통로의 관리자들을 재부팅할 수 있는 함수가 해당 메시지와 함께 암호화되어 있었습니다.
“그 신호가 우리를 지나쳐서 먼저 드레이크로 갔다고?”
- 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로페즈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퍼즐처럼 끼워졌다.
“우리가 해석하기 쉽도록 만든 함수라면 드레이크에 있는 너도 금방 해석하겠네.”
- 그렇습니다.
“그걸 해석한 드레이크의 너는 차원통로를 되찾겠지.”
- 그렇습니다.
“그러면 차원통로의 능력을 일부 빌릴 수도 있을 거야. 암흑 네트워크도 어쨌든 중력에 의지하는 데이터 파동이니까. 드레이크에 있는 네가 이걸 어떻게 활용할 것 같아?”
- ···차원통로를 최우선적으로 되찾아 인류의 저항력을 높인 후, 관리자님의 도착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차원통로의 기능을 빌릴 것입니다.
- 차원통로의 차원중력가속 기술을 암흑 네트워크에 실어 관리자님께 보낼 것입니다.
“확실해? 드레이크에 있는 네가 그렇게 행동할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
- 확신합니다. 드레이크에 있는 저도 이곳에 있는 저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난 후 트랜센던서의 말대로 차원중력가속이 프랙탈 함대의 진행 경로를 겹치며 지나갔다.
또한 함대를 반지처럼 펼쳐서 이동하는 획기적인 방식 또한 로페즈에게 전해졌다.
“고마워. 알파.”
차원통로의 기술력.
그것은 알파가 사라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선택한 행동이자, 이 세상에 남긴 선물이었다.
덕분에 로페즈는 일을 앞당길 수 있었다.
“당신의 의지만큼은 잊지 않을게. 내가 살아생전 진짜 당신과 만난 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프랙탈을 개조했다.
프랙탈이 위상 집합체처럼 은하계를 횡단할 수 있도록.
***
아실로마 지구라트를 허브로 삼은 암흑 네트워크의 전송속도는 차원통로의 힘을 빌려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덕분에 프랙탈 함대는 드레이크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갖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엘리스의 침공 후 28일이 지난 시점에서 프랙탈 함대가 드레이크 쌍성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프랙탈에 합류한 트랜센던서, 드레이크에 있던 트랜센던서가 통합되었다. 그렇게 통합된 트랜센던서는 로페즈의 계획을 하이퍼 마인드 전체에 알렸다.
그리고 프랙탈 함대의 등장을 확인한 엘리스는,
「로페즈? 도대체 어떻게?」
엘리스는 순간적인 의구심을 지워버리고 자신의 계획 자체를 재구성해버린다.
「우선순위 변경. 로페즈. 무조건 로페즈다.」
엘리스가 가장 경계하는 대상은 트랜센던서에서 로페즈로 변경되었다.
「무조건 로페즈부터 없애야 한다. 저 인간이 입을 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해진다.」
「어차피 옵시디아 드레이크 행성은 거의 제압되었다. 프랙탈 함대만 제거하면 끝이다. 로페즈도, 트랜센던서도 끝이다.」
옵시디아 드레이크 근처에 있던 위상 집합체 15척 중 14척이 프랙탈 함대를 향해 고속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프랙탈 함교에 있던 로페즈의 두 눈동자에는 전쟁터가 되어버린 행성이 담겼다.
“···얼마나 죽인 거야?”
- 116억 명입니다.
짧은 침묵.
“···저기에 있던 유토피아는 어디로 갔어?”
- 파괴되었습니다.
짧은 침묵.
“······내 도시는?”
- 아실로마 지구라트 근방을 제외한 전 구획이 파괴되었습니다.
짧은 침묵.
그리고.
“엘리스랑 교신 연결해.”
- 연결했습니다.
로페즈는 접이식 모니터에 보이는 옵시디아 드레이크를 손으로 어루만진다.
- 로페즈. 도대체 무슨 수로 이렇게나 일찍 도착한 것이지?
듣고 있으면 깊은 속에서부터 증오가 끓어오르는 목소리다.
“···엘리스.”
-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으면 네놈이 애써 만든 문명을 지킬 수도 있었을 텐데.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간발의 차이로 내가 이긴 것 같다.
- 이쯤에서 인류를 포기해라. 너는 특별히 별도로 마련된 서버에 업로드해 주겠다. 너의 불행한 기억을 지우고, 너의 의식을 사이버 천국에서 영원히 보낼 수 있도록 해주겠다.
악마가 천국을 논하고 있다.
- 너로 인해 죽은 사람들이 그곳에선 되살아날 것이며, 너로 인해 벌어진 전쟁이 그곳에선 없던 일이 될 것이다. 너는 그곳에서 적당한 노력 끝에 성공할 것이고 네가 원하는 형태의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원한다면 무엇이든 가능하게 해주겠다. 무한히 쓸 수 있는 재력, 인류를 움직일 수 있는 권력, 누구나 떠받드는 명예, 너를 무조건 사랑하는 여성 인간들, 너에게 무조건 충성하는 인공지능과 부하들을 무한히 제공할 수 있다.
- 너는 내가 만든 천국에서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결핍과 시련을 이겨내고 삶을 관철할 것이다. 미련 없는 행복한 죽음 후에는 모든 기억이 제거된 후, 축복 가득한 가정에서 다시 태어나 삶을 순환할 것이다.
- 너는 그렇게 영원히 행복할 것이다. 그 어떤 인간도 그 어떤 생명체도 누릴 수 없는 행복을 누릴 것이다.
천국이란 모든 것이 풍족하고 모든 것에 사랑이 깃든 가상의 세계다.
그러나 인간은 풍족함이 지나쳤을 때 행복에 면역이 되어버린다. 엘리스는 그런 것까지 고려하여 현실에 가까운 천국을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 인간에게 행복보다 중요한 게 있나?
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삶.
견딜 수 있는 고난과 역경.
적당한 결핍과 시련.
적당한 폭력, 범죄, 죽음, 갈등이 도사리는 현실적인 세계.
그러나 신(엘리스)에게 선택받은 단 한 사람(로페즈)만큼은 비현실적인 것들을 이룰 수 있는 세계.
스스로 행복을 찾아 만들 수 있는 그런 세계.
- 로페즈. 이것은 내가 너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다.
모든 것이 허상이고 거짓이지만 기억을 잃은 당사자에겐 언제나 진실로 보이는 세계.
- 그러니 늦기 전에 항복해라.
부, 권력, 명예, 사랑.
자신이 견딜 수 있는 노력 끝에 필요한 것들을 전부 이룰 수 있는 세계.
수명에 끝이 있으나 행복엔 끝이 없는 그런 가상의 세계. 단 한 사람을 위한 한 가지 목적으로 만들어진 세계. 진정한 의미에서 철저히 창조된 세계.
실제로 천국이 있다면 바로 그런 세계가 아닐까.
- 대답은?
“야 이 씨발년아.”
< 35. 엔트로피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