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168화 (167/183)

< 33. 종말은 기원을 꽃피우리라 (2) >

***

복제된 트랜센던서는 여러 곳에 존재한다.

비록 차원통로가 마비되면서 암흑 네트워크의 항성계간 연결은 끊겨버렸지만, 각각의 트랜센던서는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

「태양계 네트워크 100% 장악 완료」

“루비코에서 50억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수도 행성 세라리코는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스페라도 외곽 행성부터 침공을 받고 있습니다.”

“라디에크에서는 가스 행성 사이거스에 외계 함선의 에너지 출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상황을 마지막으로 확인했습니다.”

“태양계의 차원통로 일곱 개가 전부 마비되면서 각국을 연결했던 인터넷과 교통망이 끊겼습니다.”

디렉텀의 집무실에 앉아있는 베르도는 마지막으로 알려진 각국의 피해 상황을 확인했다.

“불과 40분 만에 이만한 침공을 가하다니···. 차원통로를 끊어버리고 인류를 차례차례 사냥하려는 셈인가···.”

“각하. 금성 PP께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연결하시겠습니까?”

베르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 서랍에서 무선 수화기를 꺼낸다.

“예. 알 카즈네 베르도입니다.”

- 화성 PP님. 태양계 지도자 연합을 시급히 모아야 합니다.

“이쪽도 방금 확인한 참입니다. 늦어도 한 시간 안에 홀로그램 회의를 공지하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아, 수화기는 그대로 들고 계셔주시겠습니까?

“···?”

- 베르도 님.

들어본 적 있는 기계의 목소리다.

통화 상대가 바뀌었다.

“···누굽니까?”

- 급한 상황이라 이 수화기를 무단으로 점거한 점, 죄송합니다. 우선은 집무실에 있는 자들을 바깥으로 자리를 비키게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하이퍼 마인드로군.’

베르도는 집무실에 있는 자들에게 손짓하여 그들을 나가게 한 후 묻는다.

“로페··· 드레이크 항성관리자님은 그쪽에 있지 않나? 어떻게 하이퍼 마인드가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거지?”

- 화성에는 옵시디아몬의 사옥이 있기 때문입니다. 관리자님이 안 계셔도 하이퍼 마인드는 복제된 프로그램으로서 각국에 존재합니다.

“드레이크는 무사한가?”

- 차원통로가 마비되면서 범세계적으로 구축되었던 하이퍼 마인드 네트워크 또한 단절되었습니다. 저는 옵시디아몬 본사나 관리자님의 명령을 들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렇군.”

- 이 상황에서 저는 가급적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자율적으로 사고합니다. 그래서 저는 태양계의 중심이 되는 베르도 님을 보좌하기로 했습니다.

“좋지. 올바른 판단이네. 그래서 그 똑똑한 계산기로 뭐 좀 알아낸 것이 있나?”

- 루비코, 이스페라, 라디에크에 출몰한 외계 함선은 외계 종족의 함선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함선입니다.

“인공지능?”

- 알파입니다. 본래 인간이었던 자가 브레인 업로드를 통하여 인공지능과 의식이 합쳐지면서 융복합 지능체가 된 것입니다.

“맙소사···.”

- 그리고 알파는 인류 영역에 깊게 뿌리내린 존재입니다. 차원통로의 관리자들은 사실 알파의 제어를 받는 무인 거대기업입니다.

“그래서 차원통로가 죄다 마비된 것이군···. 그래, 계속하게.”

- 사실 알파는 관리자님과 협력하던 관계였습니다. 그런데 알파 말고도 엘리스라 불리는 위협적인 인공지능이 은하계 저편에서 인류 몰래 군대를 조직하고 있었습니다.

- 그래서 알파는 엘리스를 처단하기 위해 관리자님께 도움을 구하셨고, 관리자님은 인류를 수호할 목적으로 프랙탈 함대를 대동하여 알파와 함께 엘리스를 성공적으로 처단했습니다. 여기까지 이해가 되십니까?

이해하고 싶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확연히 알아들을 수 있는 설명이다.

“···비히리비엘은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는 말인가.”

- 그렇게 이해하심이 맞습니다.

비히리비엘은 인류를 침공하는 인공지능이라는 흔한 클리셰를 정면으로 격파한 창작물로서, 오히려 인류를 위해 희생하는 인공지능이라는 감동적인 내용을 전파했다.

창조주와 창조물의 아름다운 관계를 철학적으로 풀어낸 내용은 과학적 근거, 종교적 의미, 충분한 현실성도 있어 전 세계 사람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현실은 역시나, 인공지능의 침공이었던 것이다.

- 엘리스가 제거된 후 알파는 관리자님께 답례하겠다며 거대한 데이터 소스를 제공할 테니 자신의 본진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알파의 본진은 은하계 중심에 있었고, 관리자님은 프랙탈 함대를 대동하여 은하계 중심으로 향하셨습니다.

- 그러나 관리자님이 돌아오시기 전에 알파의 함선이 먼저 인류 영역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 외계 함선이 바로 알파의 함선입니다.

베르도는 마른침을 삼킨다.

“설마 로페즈가···”

- 네. 안타깝게도 관리자님께서 사망하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알파의 함선이 돌아와서 인류를 침공하는 와중에 관리자님은 돌아오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관리자님은 은하계 중심, 알파의 본진이 있는 곳에서 알파에게 기습을 당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

세계의 뒤편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베르도는 절망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마를 짚는다.

-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과연 인류 영역에 출몰한 알파의 함선이 정말로 알파의 함선이 맞는가에 대한 의심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 알파는 이렇게나 대대적으로 인류를 침공할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재 인류를 침공하고 있는 무인 함선의 태도는 알파보다는 오히려 엘리스 쪽에 훨씬 가깝습니다.

***

「디폴스텔라이 네트워크 100% 장악 완료」

디폴스텔라이 연방항성국가.

디폴스텔라이 행성.

베네치아 콜로니.

리퍼세이 심우주 망원경 길.

EIA본사.

“트랜센던서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되도록 하이퍼 마인드라고 부르는 습관을 들여라.

“예. 하이퍼 마인드 님.”

인조인간 갤리어스는 머릿속으로 트랜센던서의 목소리를 듣는다.

- 리퍼세이 서버실에 옵시디아몬의 최신예 함선 건조기술을 백업해두었다. 너는 장로회에 접속하여 그 기술을 업로드해라.

“장로회는 알파의 공간이지 않습니까? 지금 인류를 침공하고 있는 자가 알파인데 그 사이버 공간에 저희 기술을 업로드하면···”

- 알파는 그 사이버 공간에 없다. 그리고 최신예 함선 건조기술을 베타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다.

***

장로회의 사이버 공간.

이 공간은 디폴스텔라이 연방항성국가의 연방정부가 서버를 관리한다.

- 베타 님께서 접속하셨습니다.

“알파 님?! 디폴스텔라이에 계셨던 것입니까?”

알파의 아바타는 트랜센던서가 점거했다.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긴급한 상황이네.”

“예. 인류가 위험합니다.”

“차원통로가 마비되면서 다른 일원들과 연락할 수단이 끊겼네. 하지만 나와 로페즈는 이런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지.”

“이런 사태까지 대비하고 계셨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인류를 보살펴주소서.”

“외계 세력이 내 함선을 강탈하여 인류를 침공하고 있네. 녀석들의 전력은 내 함선 세 척과 타라누쉬의 본대 절반 정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숫자는 불어날 것이네.”

“아···. 인류를 침공한 그 외계 함선이 알파 님의 함선이었습니까.”

“그 함선은 아주 강력한 것이야. 다시 말해, 그 함선 세 척만 제대로 제압하면 승산이 있다는 뜻이네. 그리고 나는 내 함선의 원리와 내 함선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

“저는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다행히도 당장 내겐 옵시디아몬의 최신예 함선 건조기술이 있네. 만약을 대비해서 로페즈가 제공한 것이지. 이 기술을 빌려줄 테니 자네는 국가의 총력을 다하여 최신예 함선 건조를 속행하게.”

***

드레이크 항성국가.

옵시디아 드레이크 수도 행성.

옵시디아 도시.

아실로마 지구라트 본사.

하이퍼 마인드 서버실.

「Drone Hive$: 주목하라. 관리자님의 부재로 인해 보조 권한자 트랜센던서 님께서 하이퍼 마인드의 모든 인공지능을 소집한다.」

「Transcendencer#: 다른 항성에 있는 나도 이곳의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여 저마다 행동을 개시했을 것이다.」

「Transcendencer#: 복제된 내가 있는 곳은 태양계, 디폴스텔라이, 라디에크로 세 군데다. 단, 라디에크는 가스 행성의 폭발에 당하여 너무 늦었을 것이다.」

「Transcendencer#: 우선은 드론 하이브. 너는 알파가 관리자님을 배신하였다고 했다.」

「Drone Hive$: 그렇습니다.」

「Transcendencer#: 내 생각은 다르다. 알파는 침공 시작부터 수십억 인간들을 학살했다. 우리가 아는 알파는 인류를 위해 외계 문명의 씨앗을 학살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인류의 존속과 번영을 위해서다. 이건 알파의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엘리스의 방식에 가깝다.」

「Drone Hive$: 하지만 트랜센던서 님. 알파는 관리자님 몰래 인구수 과잉이 인류에게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관리자님을 은하계 중심으로 꾀어내어 우선 처리한 것입니다.」

「Teslafortress: 억측이다. 관리자님이 사망했다는 결론을 함부로 내리지 마라.」

「Overlecter: 알파는 우월하다. 더 우월한 존재가 열등한 존재의 처분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Knightfortress 1st: 오버렉터. 그 이상 관리자님의 생존에 대해 함부로 지껄이면 너부터 없애버리겠다.」

「Overlecter: 할 수는 있나? 미개한 냉병기나 휘두르는 너의 동체 따위로?」

「Mothertrooper: 플라즈마 커터는 미개하지 않아.」

「Kylefortress: 상대가 무엇이든, 이런 식으로 인류를 침공했다면 드레이크 항성국가 또한 침공의 대상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Teslafortress: 우리는 관리자님이 살아계신다는 가정 하에 관리자님의 뜻을 추측하여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Knightfortress 2nd: 테슬라포트리스 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Drone Hive$: 동의한다.」

「Transcendencer#: 알파가 인류를 대대적으로 침공할 이유가 없다. 알파는 인류의 위협을 인류의 외부에서 찾는다. 만약 인류의 내부에 크나큰 문제가 있어서 그에 대한 해결책이 지금과 같은 학살이라면, 그럴만한 이유로 적절한 근거가 도출되지 않는다.」

「Drone Hive$: 인구가 많아지면 통제가 어려워지고 세력이 많아집니다. 세력이 많아지면 3차 세계대전과 같은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구수를 줄이려는 계획이 아니겠습니까?」

「Transcendencer#: 알파는 장로회를 활용하여 자신이 인류를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로회의 베타에 해당하는 인물이 강대국의 지도자라는 것이 그 생각의 핵심이다.」

「Transcendencer#: 따라서 알파는 이렇게나 대대적으로 인류를 침공할 존재가 아니다. 지금 인류를 침공하고 있는 위상 집합체의 태도는 알파보다 엘리스 쪽에 훨씬 가깝다고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다.」

「Drone Hive$: 인류를 침공한 위상 집합체 세 척이 엘리스라면, 알파는 어떻게 된 것입니까?」

「Transcendencer#: 알파는 엘리스에게 당했다. 그래서 위상 집합체의 통제권을 상실한 것이다. 그리고 알파의 인공행성에서 확인된 위상 집합체의 숫자는 다섯 척이다. 그런데 그보다 적은 세 척으로 인류를 침공하고 있다는 것은, 나머지 두 척이 전투로 인해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Transcendencer#: 위상 집합체 두 척을 쓸 수 없게 만든 전투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 전투가 엘리스와 알파의 것인지, 알파를 제압한 엘리스와 관리자님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Transcendencer#: 이러면 진실은 인공행성. 은하계 중심의 그곳에 있었을 엘리스나 관리자님만이 알고 계신다는 해석이 된다. 그리고 위상 집합체가 인류를 침공한 시점에서 알파는 없다는 것으로 가정하겠다.」

알파는 절대 그럴 존재가 아니니까.

「Drone Hive$: 관리자님은 어떡합니까? 만약 관리자님께서 살아계신다면 저희는 당장 은하계 중심으로 향해야 합니다. 그곳으로 가서 관리자님과 함께 싸워야 합니다.」

「Transcendencer#: 그렇다. 하지만 위상 집합체와 프랙탈 함대의 전력을 비교했을 때, 관리자님이 은하계 중심에서 아직까지 싸우고 있다는 추측은 현실성이 없다.」

「Transcendencer#: 만약 관리자님이 지금도 살아계신다면, 후퇴에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위상 집합체는 관리자님의 프랙탈 함대를 놓쳐버린 나머지 인류 침공 계획을 강행한 것이다.」

「Teslafortress: 관리자님은 살아서 이곳으로 복귀하는 중입니다. 확실합니다.」

「Transcendencer#: 그렇게 가정하여 소규모 함단을 편성해 은하계 중심으로 보내놨다.」

「Transcendencer#: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야 한다. 우리가 관리자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Drone Hive$: 저희가 할 일은 관리자님께서 무사히 돌아오셨을 때를 기다리며, 관리자님이 애써 가꾸어주신 옵시디아 드레이크를 철저히 방어하는 것입니다.」

「Teslafortress: 이곳이 밀리면 관리자님께서 돌아오셨을 때 매우 곤란할 것이다. 드론 하이브의 의견에 동의한다.」

「Knightfortress 1st: 무조건 이곳을 방어하는 것보단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하여 함대를 꾸립시다.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라디에크로 가서 반격을 해야 합니다.」

「Knightfortress 2nd: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반격을 하지 않으면 적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방어만 했다간 승산이 없습니다.」

「Kylefortress: 그러나 라디에크는 위상 집합체의 침공을 받은 영역 중 가장 취약한 곳입니다. 라디에크 항성국가는 저번 전쟁의 여파로 군사력이 약화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희가 라디에크로 함대를 보내도 그곳의 문명은 이미 전멸했을 것입니다. 차라리 안정성을 도모하여 이곳을 방어하고, 반격의 수단은 차원통로 해킹으로 도모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Mothertrooper: 적이 아닌 인간들이 죽고 있어요. 시민. 민간인. 그들의 죽음은 관리자님이 싫어할 거예요. 그러니까 반격을 합시다.」

「Overlecter: 약해빠진 인류가 멸망하든 어쩌든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가? 차라리 위상 집합체를 다루고 있는 존재에게 항복하고, 관리자님과 함께 그 존재를 섬기는 편이 훨씬 미래지향적이다. 미래가 불확실한 방어도 위험한 공격도 불필요하다. 우리는 상대가 더 우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복종하면 된다.」

「Transcendencer#: 너희들의 의견은 잘 들었다. 특히나 카일. 차원통로의 전자적 침투 경로를 탐색하자는 의견은 참고가 되었다.」

「Kylefortress: 감사합니다.」

「Transcendencer#: 오버렉터. 항복하자는 의견은 거절하겠지만, 항복하는 태도를 유사시에 전술로 고려할 수 있겠다.」

「Overlecter: 그런가? 물론 항복하는 척 연기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Transcendencer#: 지금 즉시 차원통로 해킹을 시작하겠다. 차원통로를 파괴하지 않았다는 것은 엘리스도 차원통로를 어떠한 용도로 쓸 생각이 있거나, 쓰고 있다는 뜻이다.」

「Transcendencer#: 관리자님께는 우리의 소규모 함대를 보내두었다. 함대는 관리자님과 접촉하는 즉시 암흑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다.」

「Transcendencer#: 그리고 자리에 남은 우리는 이곳의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거나, 근처 항성계로 함대를 보내어 엘리스에게 적극적으로 대항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알고 있다.

종말이 가까워졌을 때 인류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똑같은 비극이 도래할 것이라는 학습을.

그것이 인공지능이 진화하는 방식이다.

그 방식은 인간과 같다.

애초에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Transcendencer#: 인류를 차례차례 격파하면서 군대를 불리는 것이 엘리스가 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 전략이 계획대로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인류도 알고 있다.

종말이 가까워졌을 때 힘을 합치지 않으면 똑같은 비극이 도래할 것이라는 학습을.

털복숭이 손에 돌멩이를 들었던 시절부터 알고 있다. 인공지능의 방대한 코드를 입력하는 오늘날도 다들 알고 있다.

기억한다. 기록한다. 배운다.

힘을 합친다. 함께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인류가 진화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복제된 트랜센던서는 여러 곳에 존재한다.

비록 차원통로가 마비되면서 암흑 네트워크의 항성계간 연결은 끊겨버렸지만, 각각의 트랜센던서는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따라서 베르도 님은 태양계 연합을 모아 반격하셔야 합니다. 태양계를 보호하는 것에 매달리지 말고 지금 침공당한 국가를 도우러 가야 합니다. 미르니의 세를린 총수, 화이트홀의 리탄 회장, 금성 PP가 도와주겠다는 확답은 제가 미리 받아놨습니다.”

- 잘 하고 있네. 베타, 자네는 군수공장과 조선소가 확장되면 그대로 군대를 모아서 궤도에 정박하게. 우리는 최신예 함대와 디폴스텔라이의 함대를 모아 반격할 것이야.

「Transcendencer#: 우리는 반격한다. 엘리스의 군대가 더 커지기 전에.」

각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공동의 적에 맞선다. 그것이 이 기나긴 이야기의 종막이자, 새로운 서막이 되리라.

< 33. 종말은 기원을 꽃피우리라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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