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 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까 (2) >
***
하나의 주계열성과 하나의 적생왜성이 돌고 있다.
이곳 디폴스텔라이 연방항성국가는 주권을 가진 6개의 행성이 연방정부와 결합하여 하나의 나라가 된 형태다.
6개의 행성 중 연방정부가 위치한 디폴스텔라이 행성에는 베니스 사설정보국, 통칭 EIA가 자리 잡고 있다.
디폴스텔라이의 궤도에는 리퍼세이(Lippershey) 심우주 망원경이 있다. 128개의 육각형 반사경 세 개가 이어져서 구형 카메라의 삼각대처럼 생긴 궤도 구조물이다.
리퍼세이의 실질적 구경은 345.6m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심우주 망원경이라는 타이틀이 있다.
궤도에 놓인 리퍼세이의 바로 근처에서는 EIA가 관리하는 볼트와 너트 모양의 회전하는 콜로니, 베네치아(Venezia)를 찾아볼 수 있다. 16만 명을 수용하는 이곳 베네치아가 베니스 사설정보국의 본사이자 갤리어스 국장의 거주지다.
「지도 제작실」
지도 제작실은 반구 모양의 실내 정중앙에 자그마한 기계식 탁자만 꽂혀있는 휑한 공간이다.
쿠르릉.
웬만한 트럭도 지나다닐 수 있을 법한 크기의 자동문이 좌우로 열린다. 그 너머에서 갤리어스가 휑한 공간으로 걸어 들어온다.
쿠르릉.
자동문이 닫힌다.
그가 지도 제작실에 들어오자 벽면과 천장으로 길게 늘어진 조명들이 일제히 꺼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기계식 탁자가 푸른빛을 발한다.
“지도 병렬 전개.”
푸른빛이 밝히는 좁은 영역으로 갤리어스가 들어온다. 곧이어 기계식 탁자에서 시작된 푸른빛이 푸른 홀로그램을 펼치며 갤리어스를 중심으로 사방에 별을 수놓는다.
기계식 탁자의 바로 위, 다시 말해 갤리어스의 머리 위에는 디폴스텔라이의 두 항성이 빛을 내고 있다.
“은하계 광역 전개.”
디폴스텔라이를 중심으로 펼쳐진 은하계 지도는 각 천체의 실제 거리를 제곱으로 계산하여, 중심점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거리가 배수로 증가하는 축척을 쓴다.
갤리어스의 발치에서부터 그의 눈높이, 그의 머리 위 천장까지 수많은 천체가 간단한 이름과 함께 입체적으로 흩어져있다.
「퀘이사」
「★이스페라」「★네메아」「★라디에크」「★드레이크」「카르민펙토스」
「타라누쉬」「★디폴스텔라이」「★루비코」「★코르코바두」
「프로키온」「☆시리우스」「★태양」「☆알파 센타우리」「☆바너드」「★슬라브」
“드레이크. 확대.”
갤리어스가 그렇게 말하자 그의 시선 위쪽에 있는 드레이크의 별빛이 공간의 가운데로 옮겨진다. 그러면서 드레이크의 별빛이 두 개로 갈라지고, 동시에 은하계 전체의 모습을 보여주던 홀로그램은 드레이크 쌍성계로 확대되어 갤리어스 앞에 드레이크의 두 별을 가져다 놓는다.
드레이크 알파와 드레이크 베타를 중심으로 11개의 행성이 나타난다. 그리고 각 행성의 공전궤도와 같은 성계 내에서 움직이는 소행성, 혜성 등 작은 천체의 이동경로가 푸른 선으로 표시된다.
‘마리아···. 그 미친년이 있는 이스페라에서 자이칸이 포착됐다.’
“옵시디아 드레이크. 확대.”
드레이크 쌍성계의 5번째 공전궤도에 놓인 옵시디아 드레이크 행성이 커다랗게 확대된다.
「옵시디아 드레이크」
「세력: 옵시디아몬」
「인구수: 76만(+++)」
「상태: 테라포밍 완료. 거주 가능 환경」
「드레이크 항성국가(미확정)의 수도 행성」
「지도자: 항성관리자(미확정) 로페즈」
「차원통로」「프랙탈 함대」「유토피아」「옵시디아」「아실로마 지구라트」
‘60개 함단이나 건조했던 프랙탈 함대가 크게 줄었다. 주변 우주를 탐사하겠다고 변명했지만···. 주면 우주에서 프랙탈 함대는 한 척도 발견되지 않았다.’
“은하계 광역 전개. 타라누쉬. 확대.”
은하계 지도의 중심점이 입체적으로 이동하면서 어느 떠돌이 행성을 확대한다.
「타라누쉬」
「세력: 제록시스의 해방군」
「인구수: (미확인)」
「상태: 전 함대 잠적. 방치됨.」
「제록시스의 본거지」
「지배자: 군주 제록시스」
「궤도조선소」「궤도조선소」「궤도조선소」「군수공장」「군수공장」「군사기지」「미확인 시설물」「미확인 시설물」「군사기지」「군사기지」
‘제록시스가 숙청당하고 타라누쉬의 군대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드레이크에서 프랙탈 함대도 비슷한 시기···. 10일 후 사라져서는 숫자가 줄어서 돌아왔다.’
‘알파 님과 로페즈의 함대가 같은 곳에서 전투를 벌였다는 말인가···.’
‘만약 알파 님과 로페즈가 서로 싸웠다면, 프랙탈 함대가 켈크란투 함대를 전멸시킨 것이다.’
‘하지만 승패와 상관없이 로페즈가 그렇게 싸웠다면 진작 숙청당했거나 뭔가 공지가 있었을 터···. 규칙을 위반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타라누쉬 함대. 빛 잔상 추적 경로.”
타라누쉬에서 나온 군대가 우주의 어딘가로 향한 경로가 푸른 선으로 뻗어간 끝에 어느 별에서 멈춘다.
「VNC 227299」
프랙탈 함대는 스텔스 기술을 탑재하고 있어 추적이 안 됐지만 타라누쉬 함대는 추적이 가능했다.
「VNC 227299 b」
「세력: 없음」
「인구수: 없음」
「상태: 원시 암석 행성.」
「소유자: 없음」
‘탐사선을 보냈지만 아무 흔적도 못 찾은 채 돌아왔다고 했지···.’
장로회에서 활동한 세월이 긴 갤리어스는 나름 가능성 높은 결론에 도달한다.
‘알파 님이 로페즈한테 뭔가 심부름을 시켰나? 전투에 관련된···?’
‘그분이 로페즈 녀석을 편애하고···. 다른 일원들도 덩달아 로페즈를 밀어주는 이유가··· 숨겨져 있었다.’
갤리어스는 주먹을 움켜쥔다.
‘······이대로라면 로페즈 녀석한테 내 자리를 빼앗긴다.’
“전개 해제.”
지도 제작실에 밝은 조명이 들어옴과 동시에 사방에 펼쳐졌던 홀로그램 지도가 사라진다.
그리고 갤리어스는 휴대전화를 꺼내서 비서를 호출했다.
***
쿠르릉.
언제나 갤리어스의 주변에서 대기하는 비서는 지도 제작실로 금방 들어왔다.
27세인 노이만 리우 첸(Neumann Liu Chen)은 젊은 나이에 갤리어스의 전속비서를 하고 있는 남자다.
“부르셨습니까. 국장님.”
갤리어스는 기계식 탁자에서 나온 홀로그램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그는 그렇게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지시한다.
“복제 체인트루퍼 준비시키게. 내일 중으로 사건 터뜨려야 해.”
“예. 내일까지 준비하겠습니다. 장소와 목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런 간단한 것까지 내가 설명해야 하나?”
“아닙니다. 기존 계획에서 바뀐 부분은 없는지 확인차···”
“따박따박 말대답이나 하고···. 복제 체인트루퍼로 거기 민간인을 최대한 많이 죽이라는 말이야. 내 입에서 이런 위험한 말이 나오지 않아도 눈치껏 알아듣고 잘 해야지. 쯧쯧. 이래서 젊은 비서는 못쓴다고···.”
“죄송합니다.”
“여하튼 최대한 많이 죽이게. 어린이나 임산부 죽이면 더 좋고. 그 새끼가 쓰는 인공지능이 끔찍하다는 것을 전 세계에 퍼뜨리란 말이야.”
“···.”
“알아들었으면 썩 꺼지고.”
“···죄송합니다.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갤리어스는 자기 귀를 의심하며 첸을 돌아본다.
“자네 방금 뭐라고 했나?”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미쳤군. 내 지시를 거역해? 이거 해고로는 끝나지 않을 일이야.”
“알고 있습니다.”
“알기는 뭘 알아, 이 한심한 녀석아. EIA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네놈을 내가 멀쩡하게 퇴사시켜줄 것 같나?”
첸의 이마로 한줄기 식은땀이 흐른다.
“저, 절 죽이시겠죠. 입막음하려고···.”
“이거 웃기는 자식이네.”
“예전 비서님도, 그보다 전에 계셨던 비서님도, 제일 처음에 계셨던 비서님까지 전부 다 심우주 탐사 도중에 실종되거나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갤리어스는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뀐다.
“첸. 기어이 서버 데이터에도 손을 댔구나.”
“예···. 전부 국장님께서 작업하셨죠. 일정한 주기로 큰 비밀이 생길 때마다, 비서들을 그런 식으로 바꿔서 회사의 비밀을 유지했다고···.”
갤리어스는 한쪽 눈살을 찌푸린다.
“했다고···?”
쿠르릉.
첸의 뒤쪽에서 자동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온다. 첸의 모습에 가려져서 누가 들어왔는지는 갤리어스의 시선에서 보이지 않는다.
갤리어스는 호통을 친다.
“누가 지도 제작실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
그러자 첸은 고개를 아래로 떨구더니 힘겹게 말을 잇는다.
“옵시디아 드레이크에서 복제 체인트루퍼로 테러하는 거···. 도저히 그 일은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앞서 국장님을 모셨던 선배님들이 다 국장님께 죽었다는 것도···. 저한테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건방진 자식이···!”
첸은 그대로 지도 제작실을 나가버렸다.
첸의 뒤에 서있던 남자의 얼굴이 갤리어스의 눈에 들어온다.
“···아니야. 무슨···. 그럴 리가···”
“베네티 갤리어스 국장.”
거울이 아니다.
도플갱어.
아니, 인조인간이다.
자신의 모습을 똑같이 본뜬 인조인간이다. 인간이 아닌 것이 자신의 목소리를 흉내 내고 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너 뭐야! 뭐냐고!”
“나는 너다.”
“씨발 것들이 무슨 수작을···. 첸!!! 첸! 당장 돌아와! 다 잊어줄 테니 돌아오게!”
갤리어스는 뒷걸음질 친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누른다.
「네트워크 오류: 통신 불가」
“씨발!!”
타악!
그는 휴대전화를 인조인간에게 집어던진다.
휴대전화에 맞은 인조인간은 아주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이 책 읽듯 말한다.
“너의 성격, 너의 경험, 너의 가족, 너의 일자리. 전부 내가 갖는다. 그러면 나도 인간처럼 말하고, 인간처럼 표정을 짓고, 인간처럼 자식을 키우고, 인간처럼 사랑을 하고, 그렇게···. 그렇게 관리자님의 영원한 충신이 될 수 있다.”
인조인간은 갤리어스를 향해 한 발자국씩 천천히 내딛는다. 그 발걸음이 다가옴에 갤리어스의 심장이 조여든다.
“오지 마!!!”
“인간에 가까운 인조인간으로서. 영원히. 새로운 삶을. 관리자님을 위해. 나의 존재 의미를.”
“야 이 씨발!!! 밖에 아무도 없어?! 첸!!!”
“첸은 살기 위해 선택했다. 그는 너의 명령을 사칭하여 이 공간으로 아무도 들어오지 않도록 환경 변수를 통제할 것이다.”
“개새끼가···! 누가 보냈어?! 네놈은 누가 만들었냐고!”
쿠르릉.
커다란 자동문이 다시 열리고, 갤리어스는 실낱같은 희망을 목도한다.
“첸! 그래! 자네가 돌아올 줄 알았···.”
그가 목도한 희망은 한순간에 꺼졌다.
첸의 옆에서 언젠가 본 기억이 있는, 그러나 지금은 용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그런 기계가 함께 들어온 것이다.
세 쌍의 다리를 가진, 메뚜기처럼 생긴 기계다.
“첸···?”
첸은 횡설수설한다.
“다 국장님이 잘못한 겁니다! 저, 저는 아무것도, 이럴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첸! 첸! 이 녀석아! 정신 차리게!”
“제가 이렇게 안 했으면 저도 죽었을 겁니다! 선량한 시민들도 죽었을 거라고요! 전 테러에 가담하기 싫습니다! 다 국장님 탓입니다!”
“돌아와! 야!!!”
쿠르릉.
첸은 다시 커다란 자동문 너머로 사라졌다.
이제 이 폐쇄적인 공간에는 갤리어스, 갤리어스를 닮은 인조인간, 그리고 세 쌍의 다리를 가진 기계만 남게 되었다.
키잉.
키이잉···.
옵시디아몬의 오버렉터가 개발한 병기, 브루쿠스(Bruchus).
속칭으론 ‘분쇄자’라고 한다.
키이이이이잉! 끼릭끼릭···.
메뚜기처럼 생긴 기계의 머리 부분이 악어처럼 벌어진다. 벌어진 머리에서 흉악하게 회전하는 분쇄기가 갤리어스의 고막을 자극한다.
“아···. 아하···. 하···.”
“첸은 선택했다. 너의 수발을 들어주며 죽음을 기다리는 가축이 될지, 아니면 그냥 옵시디아몬의 비서실로 이직할지.”
“아니야···. 이러지 말자고. 응? 이만하면 나도 알아들었네. 내가 잘못했지. 내가 어리석었다네.”
“이미 늦었어.”
로페즈의 목소리.
인조인간이 로페즈의 목소리를 냈다.
“로페즈···! 내가 미안하네! 내가 다 잘못했네! 우리는 문명인이 아닌가! 이, 이런 방식은 자네가 생각하기에도 좀 심하지 않은가! 우리 사이에 사소한 다툼이 있었지만 이건, 이건 대화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야!”
“난 대화로 해결할 생각이 없어. 사소한 다툼도 아니었고.”
키잉. 키잉. 키잉.
분쇄자가 다가온다. 심장이 더더욱 조여든다. 죽음의 공포가 파도처럼 밀려든다.
“내가 자네에게 드레이크 쌍성계의 좌표도 주지 않았나! 거기···! 거기는 정말 자원도 풍부하고 위치도 괜찮은···. 내가 정말 아끼던 곳이네! 덕분에 그곳에서 자네도 승승장구하고 있지 않은가! 그걸 생각해서라도 좀 살려주게! 그렇지, 자네가 원한다면 다른 유용한 좌표도 주겠네!”
키잉. 키잉. 키잉.
“아니, 아니야! 은하계···! 우리 EIA가 수십 년간 만든 은하계 지도를 통째로 넘겨주겠네! 괜찮지 않나!”
“어차피 네가 죽으면 은하계 지도도 내 손에 들어와.”
키잉. 키잉. 키잉.
분쇄자가 세 걸음 앞까지 다가왔다.
살려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이대로 저 흉악한 분쇄기에 갈려서 죽을 판이다.
갤리어스는 회유가 통하지 않자 마지막 카드로 협박을 꺼낸다.
“내가 여기서 죽으면! 자네는 델타를 죽이는 셈이야! 우리 EIA가 만드는 은하계 지도는 알파 님께서도 유용하게 쓰시는 정보라고! 자네가 이런 짓을 벌이고도 무사할 것 같나?!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날 죽이는데?!”
“넌 알파가 누군지도 모르지?”
“···그분께서 다 알아차릴 것이야. 자네가 날 죽이면 자네도 죽는 셈이라고. 그 감정 때문에 자네의 목숨까지 포기하지 말게. 자네는 지능의 정점이 아닌가. 지능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지 말게. 난 알파 님과 40년 이상을 함께한 일원이지 않는가. 이쯤에서 멈추도록 하게.”
“네가 지금 죽어도 EIA는 멀쩡하게 평소처럼 돌아갈 거야. 그러면 알파의 입장에서 계산해도 인류에게 큰 손실은 아니지. 들켜봤자 설득하면 돼.”
“무슨 헛소리를···! 갑자기 인류는 왜 들먹이나?! 이건 규칙 위반이네! 명백한 규칙 위반! 자네는 무조건 숙청당할 거라고!”
“그리고 알파는 지금 좀 바빠서. VNC 227299라는 별에 있어.”
“알파 님께서 바쁘다니 무슨, 그걸 자네 따위가 어떻게···”
갤리어스는 로페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뒷걸음질 치다가 벽면에 등이 닿았음을 뒤늦게 인지한다.
“잠깐, VNC라고? 거긴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는 보고를 받았겠지. 탐사선의 기록과 승무원들의 기록이 그렇게 됐으니까.”
분쇄자가 갤리어스의 코앞까지 접근했다.
“그만···. 그만하게···.”
“당신 머리에서 뽑아낼 데이터가 좀 있어서. 머리만 빼고 발가락부터 천천히 갈아줄게.”
“이건 아니야···. 이런 잔악한 짓은 그만두게···. 자네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내가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분쇄자가 갤리어스의 발치를 물었다.
“히익···!”
갤리어스는 벽에 등을 기댄 채 바닥으로 무너진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그런데 너한테 당한 프녹스 씨는 지금쯤 잔인해진 나를 보면서 박수를 치고 있을 거야.”
키잉·········.
뚜득···.
“아아아아아아아악!!! 그만!!! 그만해!!!”
“네가 이렇게 뒈지는 꼴을 이 두 눈으로 꼭 보고 싶었어.”
쿠드득···! 쿠드득···!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게 잔인하다고 하지 마. 너도 나도 잔인한 놈인데, 마지막에 내가 이겼을 뿐이니까.”
“끄아아아아!!!”
“적어도 당신 때문에 내 사람이 죽을 일은 없어지겠지.”
드드드드드드득!!!!!
발톱. 발가락. 발꿈치. 발등. 발목. 종아리.
가, 부서진다.
복잡한 기어에 연약한 피부가 찢어지고 살점이 네모나게 도려지며 근육이 국수처럼 갈라진다. 새빨간 핏물 속에서 부러진 뼈가 난잡하게 튀어나온다.
쿠드득!! 드드드드드득!!!
하반신부터 기계의 목구멍 속으로 걸레처럼 말려들어간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수많은 사상자를 낸 질긴 악연은 그렇게 한 명의 사상자가 더해지며 끝이 났다.
< 32. 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까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