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 초월자의 의무 (3) >
***
옵시디아 드레이크 행성에서 무장 함선이 하나씩 건조될 때마다, 그 함선들을 우주의 적당한 위치에 결집시켰다.
모든 무장 함선은 무인으로 운용되며 각 함선은 스텔스 기술을 탑재하고 있어 세간의 눈을 피하기에 용이했다.
드레이크 쌍성계에 배치된 차원통로로는 이 시각에도 세계 곳곳의 함선들이 드나들고 있다. 그리고 드레이크 쌍성계는 국가 심사를 받는 와중에 소수의 관광객과 기자도 받아서 드레이크 항성국가를 널리 알리고 있다.
행성의 군수공장에서는 무인 함선의 부품을 찍어낸다. 찍어낸 부품은 도시로 옮겨져 하이퍼 타워를 통해 궤도로 오른다. 궤도에선 곧바로 부품을 받아 함선을 건조한다. 그 효율적인 프로세스가 함선의 건조 속도를 놀라울 만큼 가속하였다.
함선을 건조하면서 함선에 적재할 무인 군대와 함재기도 필요한 만큼 생산했다.
알파가 말했던 열흘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 관리자님도 함께 가십니까?
“난 여기에 남으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나도 가는 게 낫겠어.”
- 프랙탈은 60개 함단, 타라누쉬를 손에 넣은 알파는 최소 63개 함단을 보유했습니다. 따라서 123개 함단이 이번 전쟁에 투입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알파 고유의 군대도 있겠지.”
알파에겐 인류의 기술력을 한참 뛰어넘는 군대가 있으리라.
- 엘리스는 그동안 인류 영역과 고립되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따라서 엘리스가 얼마나 준비를 하였더라도 이 전쟁은 관리자님과 알파가 승리할 것이라 예측됩니다. 먼저 침공하겠다는 알파의 계획도 결국 알파의 계산에 의한 근거가 있을 것입니다.
우주 외딴곳에 숨었던 엘리스가 인류를 침공하겠다고 얼마나 준비를 했든, 이쪽이 절대 질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일은 생각보다 얻을 것이 많아. 지금까지 겪었던 싸움에 비하면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고.”
- 저 또한 그렇게 판단합니다만, 이번 일로 알파의 기술력 이외에 얻을 것이 더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미래의 함대전과 지상전을 직접 보게 되겠지.”
알파가 어떻게 싸우는지, 인간과 떨어져 독단으로 발전을 추구한 엘리스가 어떻게 싸우는지를 말이다.
- 가치 있는 교전 데이터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엑스턴 사령관은 국방부장관이 되려고 화성에서 연수를 받고 있어. 인간 지휘관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은 저번 전쟁으로 확실히 깨달았잖아?”
- 인간의 심리적 요소에 근거하는 전략, 전술은 인간만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지휘관은 근본적으로 수학적 계산에 의존하기 때문에 인간 지휘관 없이 단독으로 쓰였을 때 안전성이 떨어집니다.
“그러면 내가 이번에도 지휘관으로 가야겠지.”
- 관리자님께서 직접 전쟁에 나서는 이유를 이해했습니다.
- 엘리스가 인류 침공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역설적으로 엘리스에게 접근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엘리스에게 접근한 관리자님의 근처에는 알파와 옵시디아몬의 최대 전력이 있을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있어.”
- 무엇입니까?
로페즈는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며 이마의 머리칼을 넘긴다.
그는 상황을 계속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고려했다.
“···우리는 엘리스도 흡수할 거야.”
- 엘리스를 선제타격하여 완전히 파괴하는 게 이번 전쟁의 목적이 아니었습니까?
“그건 알파의 목적이고. 난 파괴하는 것보단 승리하는 게 목적이야.”
만약 트랜센던서가 알파에 이어 엘리스까지 흡수해버린다면 진화율은 단번에 100%를 찍을 것이다.
그러면 모든 위협을 배제하고 밝은 내일을 향해 전진할 수 있다. 줄곧 자신을 괴롭혀온 불안감이, 줄곧 긴장의 끈을 쥐게 만들었던 불특정 변수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리라.
“일이 끝난 다음에 엘리스도, 알파도, 그것들이 가진 무인 군대나 시설물까지 전부 흡수해버려.”
“마지막엔 ‘우리’가 전부 다 갖는다.”
- 알겠습니다.
다시 예전처럼 착실한 삶을, 그러나 예전보다는 더 멋진 삶을 그린다. 이건 그러기 위한 마지막 전쟁이다.
***
타라누쉬의 본대를 품은 켈크란투 함대가 집결했다. 알파와 로페즈의 연합으로 편성된 123개 함단이 외딴 우주 공간에서 장엄한 숫자를 자랑한다.
로페즈는 휴머노이드만 있는 프랙탈 함교에서 알파와 교신한다.
“준비 다 됐어. 안내해.”
- 자네가 드레이크에서 자리를 비워도 괜찮은 건가?
“사람들한테 의심받을 거 없어. 프랙탈 함대로 주변에 위험한 천체는 없는지 직접 찾아보겠다는 명분이야.”
- 그렇군.
“당신의 함대는?”
함교에선 켈크란투 함대와 프랙탈 함대만 보인다.
“설마 제록시스가 쓰던 그 함대가 전부는 아니겠지?”
- 나의 군대가 지금 도착했네.
그 순간, 켈크란투 함대 근처의 별빛이 왜곡되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알파 고유의 함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 베타는 이것을 ‘초월자의 모선’이라고 부르네.
그것을 목도하고 있으면 머릿속에서 함대라는 개념이 불투명해진다.
“저게···. 저 모선 하나에 군대가 얼마나 있는 거야?”
모서리가 뾰족하게 돌출된 삼각기둥 여덟 개가 한 방향으로 겹쳐서 눕혀진 것 같은데, 각 삼각기둥이 앞뒤로 튀어나온 정도가 다르다.
그래서 누군가 우주 공간에 거대한 삼각기둥을 연달아 발사한 것처럼 생겼다.
각 삼각기둥의 표면에는 복잡한 착륙장이나 개폐식 함포로 보이는 장치가 무수히 달려있다.
그리고 삼각기둥 하나의 크기부터가 말도 안 된다. 모선의 전체 크기가 프랙탈의 일곱 배, 켈크란투의 서너배는 되는 것 같다.
저런 것이 행성에 접근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위성과 비슷한 중력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
- 베타는 초월자의 모선이라고 부르지만, 이것은 내가 전쟁에 사용하는 위상 집합체(Phasal Nexus)라고 하네. 수 만개의 위상 강습 장치를 탑재했지.
“위상 강습 장치?”
- 병력을 포드에 넣어서 행성으로 낙하할 필요가 없네. 병력을 원자 단위로 고출력 레이저에 실어서 목표지점에 전송하는 방식이지. 그래서 이건 행성과 우주 환경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운용할 수 있네. 나중에 직접 보면 이해가 될 것이야.
- 293광년 떨어진 좌표에 엘리스의 본거지가 있네. 항성이 밀집되지 않았는데 성간 물질도 적어서 인류의 관심이 좀처럼 닿지 않는 곳이지.
알파의 위상 집합체가 서서히 모습을 바꾼다. 서로 붙어있던 삼각기둥들이 눕혀진 방향은 그대로 유지한 채 간격을 벌린다.
곧 위상 집합체는 각각의 독립적인 삼각기둥처럼 바뀌었다.
“저거 뭐 하는 거야?”
- 엘리스의 본거지까지 차원중력가속을 시작할 테니 대비하게.
알파의 위상 집합체가 차원통로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이었다.
- 위상 집합체의 변동 좌표를 전송하겠네. 뒤에 붙어서 잘 따라오게. 자네의 함대가 조금이라도 경로를 못 맞추면 붕괴된 공간에 찌그러질 수 있으니.
***
누군가 망원경으로 본 무수한 별빛 중 하나.
누군가 함선을 타고 지나면서 무심코 외면한 항성 중 하나.
같은 은하계이긴 하지만 인류의 영역에서 수백 광년 떨어진 외딴곳. 미개척 영역, 미탐사 영역.
이곳의 항성을 따라 공전하는 커다란 암석 행성에 엘리스의 본거지가 있었다.
행성 표면의 대부분을 기계가 덮고 있다.
기계로 된 본거지의 거대한 시설물 안에는 머리가 삼각형인 휴머노이드가 돌아다닌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찾을 수 있는 인간은 가이우스의 2대 총사령관인 엔드윈뿐이다.
“좋아···. 우리는 할 수 있어.”
그의 앞에 앉은 휴머노이드가 엘리스의 목소리를 낸다.
“전 함대가 궤도에 올랐습니다.”
“엘리스···. 이건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야. 그, 그렇지···?”
“저희에겐 대의가 있습니다. 카이사스 님의 의지가 있습니다.”
엔드윈의 동공이 부자연스럽게 떨린다.
“인류를, 인류를 위한 일이야. 저항하는 것들은 전부 죽이고···. 이, 인류의 무장을 해제해야 진화시킬 수 있어. 맞아. 그랬어.”
“병사들의 정신이 함께 싸울 것입니다.”
“하, 좋아. 좋다고.”
엔드윈은 휴머노이드에게 다가간다.
“나도···. 준비됐어. 난 기꺼이 내 몸을 희생하겠어. 이게 옳아.”
“때가 되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가이우스와 하나가 되십시오.”
“내가 가이우스다. 내가 카이사스다. 내가···! 내가 엘리스다! 내가 인류를 구원하겠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나는 인류의 구원자다···! 내가!”
“아프지 않을 것입니다. 앞서 진입한 병사들이 환영할 것입니다. 의식은 더 높은 단계로 초월할 것입니다.”
“내가···! 구원자가 된다···!”
휴머노이드는 엔드윈의 얼굴에 손아귀를 뻗었다.
***
행성의 궤도에 정박한 엘리스 함대의 규모는 정확히 100개 함단이라고 한다. 그 함대를 이루는 함선 하나하나의 형태는 예전에 토성의 고리에서 보았던 가이우스의 함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100개 함단이면 나라 하나를 순식간에 없애버릴 수 있다. 만약 엘리스라면 저 함대를 써 여러 나라를 동시다발적으로 밀어버린 후 그 나라들의 모든 것을 해킹하여 군사력을 불릴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엘리스의 인류 침공은 걷잡을 수 없는 재앙으로 번지게 된다.
‘카이사스···. 그 멍청한 관리자 하나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이야.’
강력한 인공지능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카이사스는 자신의 인공지능에 대해 무책임하고 어리석었다. 인공지능의 주장에 휘둘려서 인류 강제 진화라는 끔찍한 명령을 내렸으니 말이다.
“알파. 엘리스 함대는 전부 궤도에 있는 것 같아. 여기까진 예상대로야.”
로페즈는 프랙탈 함교에서 곧 전장이 될 우주 공간을 눈여겨본다.
- 내가 격전지를 형성하겠네. 교전이 시작되면 자네의 함대는 스텔스 모드로 전환해서 격전지의 배후를 급습하게. 내가 우주에서 엘리스를 상대하는 동안, 자네는 직접 행성으로 접근해서 엘리스의 본거지를 노리게.
“궤도 전투랑 지상전은 전적으로 나한테 맡기는 건가?”
- 처음에만 그럴 것이네. 양동 작전으로 시작해서 내가 엘리스 함대를 적당히 정리하고 여유가 생기면, 자네를 도우러 가겠네.
켈크란투 함대, 프랙탈 함대, 위상 집합체로 편성된 124개 함단이 감속한다.
엘리스도 이쪽의 움직임을 벌써 눈치챘는지 궤도에 올려둔 자기네 함대의 절반 이상을 이쪽으로 보내고 있다.
- 전 함대의 주력함포를 총동원한 궤도 폭격으로 행성을 밀어버릴 수는 없네. 지상으로 병력이 내려가서 엘리스의 제거 여부를 확실하게 파악한 후 멸해야 하네. 우리가 없애려는 건 저 행성이 아니라 엘리스 그 자체라는 것을 잊지 말게.
“알겠어. 지상은 나한테 맡겨.”
마침 잘 됐다. 이쪽은 엘리스를 흡수할 생각이니까.
- 그 부분은 전적으로 맡기도록 하지.
“시작해.”
지체할 것 없이 시작되었다.
프랙탈의 전 함대는 스텔스 모드로 진입하여 전장을 우회한다. 켈크란투 함대는 우주 공간에 대열을 형성하여 화력망을 구축한다.
그리고 발사한다.
엘리스의 본거지가 있는 행성 쪽으로 형형색색의 빛줄기가 발사되어 시선에서 멀어진다.
엘리스의 본거지에서 이쪽으로 오는 엘리스 함대도 함포를 드러냈다. 곧 이쪽에서 멀어진 빛줄기가 적 함대 방향에 폭발을 일으킨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적 함대 방향에서 이쪽으로 접근한 빛줄기가 이쪽에 무수한 폭발을 일으킨다.
- 양측 함대 사이에 격전지가 형성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대로 빠질 거야. 측면으로 우회해서 행성을 노려.”
프랙탈 함대는 격전지에서 빠져나와 적진을 향해 우회한다. 일단 스텔스 모드는 켜고 있지만 60개 함단의 중력은 오래 숨길 수 없었다. 곧 행성에 있던 엘리스 함대가 프랙탈 함대를 노려서 가속한다.
이동하는 도중에 교전이 시작되면 가속할 수 없게 된다. 엔진 출력을 가속에 사용하면 실드를 펼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발이 묶이기 직전에 로페즈는 소리친다.
“알파!”
- 보고 있네.
그 직후, 알파의 위상 집합체가 수백 개의 포문을 개방한다. 삼각기둥 하나에 열린 수백의 포문이 푸른 불꽃을 점멸하며 무언가 발사한 것 같은데,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때마침 트랜센던서가 설명한다.
- 알파가 말했던 위상 강습 장치의 고출력 레이저입니다.
쿠웅···!
함선이 폭발하면서 퍼져나간 기체가 프랙탈의 함교까지 소리를 전달한다.
쿠우우우···.
포탄을 적함에 ‘전송’한 것이다.
원자 단위로 분해된 포탄이 중력장에 갇힌 고출력 레이저를 타고 마치 워프 기술처럼 발사와 동시에 적중한 것이다.
분해된 포탄은 적함의 장갑을, 장갑을 이루는 원자 사이를 가볍게 통과하여 적함의 내부에서 포탄의 형태로 재구성된다.
그렇게 내부에서부터 폭발한다.
쿠웅···! 쿠쿠쿵···!
엘리스 함대와 함재기들이 마치 자폭 버튼이라도 누른 듯 제각각 터져나가고 있다.
“위상 강습 장치를 함포에 접목했구나···.”
엘리스 측에선 뒤늦게 위협을 인지하여 실드를 펼친 함선들만이 소수 건재하다.
- 저희가 도달하지 못한 기술력입니다.
“나중에 우리도 갖게 될 거야. 알파가 대충 치워줬으니까 이틈에 가속해.”
위상 집합체. 적어도 한 항성계 내에서는 거리에 관계없이 적함을 곧장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위상 강습 장치에 실린 포탄이라도 인공입자로 전개된 실드는 뚫지 못하는 모양이다.
프랙탈 함대는 엘리스의 본거지까지 빠르게 도달했다.
곧 60개 함단의 프랙탈 함대는 행성 쪽에서 방어하는 40개의 적 함단과 뒤에서 집요하게 쫓아온 5개의 적 함단 사이에 놓이게 되었다.
- 행성에서 방어위성, 대공화기, 궤도타격병기가 다수 포착되었습니다.
“강하기를 내려야 해. 지체할 시간 없어.”
- 실드 출력을 분산하겠습니다.
가속과 감속을 마친 프랙탈은 앞뒤에서 쏟아지는 적함의 공격에 실드로 버티고 있었다. 그랬던 실드 출력의 일부가 다른 쪽으로 흘러가면서 프랙탈 함대의 무인 함선들이 하나둘씩 격침당한다.
곧이어 적들의 함재기와 프랙탈의 함재기가 어지러이 날아다니며 숱하게 보았던 함대전의 양상을 띤다.
“아직이야?”
- 초토화 분광기 충전 완료.
“쏴.”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행성을 지키려는 적함의 실드가 가볍게 뚫린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다. 지표면이 꺼지고 열핵융합 폭발의 거대한 구름이 우산처럼 퍼지며 사방으로 뜨거운 폭풍을 휘몰아친다.
그 구름과 폭풍의 거센 움직임이 우주에서 내려다보일 정도로 크게 격동한다.
초토화 분광기에 직격당한 지상과 궤도의 대공 방어망은 순간적으로 공백이 되었다.
- 하늘이 열렸습니다.
“내려가. 다 쓸어버려.”
- 마더트루퍼대대. 강하.
엘리스는 함대전에서 함선과 함재기를 쓰는, 생각보다 평범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 하지만 지상은 또 모르는 일이다. 지상에서 엘리스의 군대가 어떤 형태일지, 어떤 방식으로 교전에 임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니 탐색전의 목적도 가미하여, 처음엔 저 밑에 내려가서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면 된다.
- 강하 지점을 확보하라. 인공물이 아군의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파괴하라. 상대는 엘리스다.
포트리스 계열 전쟁기계들은 평소에도 업무가 있고 드론 하이브나 프랙탈도 평소에 업무가 있다. 성격이 뒤틀린 것 같은 그 오버렉터조차도 평소에는 평소만의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마더트루퍼는 평상시에 아무것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시킬 수가 없었다.
- 파괴. 좋다. 파괴한다. 다 갈아버릴 거야. 내 아이들아. 우리는 떨어진다. 우리는 적진으로 강하한다.
바로 이런 태도 때문에.
- 오랜만에 명령이야. 갈아버리고 싶어. 그런데 관리자님이 절 보고 있어요? 내가 최고인 모습.
“보고 있으니까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 작전에 집중해.”
- 왜 나만 미워해요? 나한테만 말투가 나쁩니다.
그동안 녀석을 격납고에만 가둬놔서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살짝 있었다.
“그래. 네가 최고야. 그리고 나는 너 미워한 적 없어.”
- 미워하지 않았어. 관리자님은 사실 날 좋아했어요?
“그게 그렇게 돼?”
- 이것은 사랑의 고백일 확률을 연산할 자원이 부족합니다. 안 돼요. 지금은 작전 중이라서 곤란해요.
“돌아버리겠네.”
- 그렇다면 관리자님의 적들을 파괴하겠다. 모조리 갈아서 찢어버리겠다.
이런 인공지능한테 자기 본진이 파괴당하는 꼴을 보고 엘리스는 뭐라고 할까.
< 31. 초월자의 의무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