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155화 (154/183)

< 30. 신세대 (4) >

***

오늘날 사람이 외모를 꾸미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간단하게 옷을 입거나 피부를 관리하는 방법부터 시작해 영구적인 염색, 뼈의 틀부터 바꿔버리는 성형은 부작용 없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만족할만한 외모를 가꾸어주었다.

여유가 있는 부유층은 곧 태어날 뱃속의 자녀에게 선천적 질병이 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위질하고 성형한 부모의 뛰어난 외모에 맞추어 유전자 단위에서 외모를 영구적으로 바꾸기도 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세대를 거듭하여 점점 아름다워지고 잘생겨졌다.

따라서 방송인, 연예인과 같이 대중 앞에서 외모를 평가받는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높아진 외모의 기준에 맞추어 더더욱 완벽한 외모를 갖추었다.

그런 가운데 우생학의 산물이 인간의 범위를 벗어난 사례가 있었다. 보다 완벽한 외모를 위해 성형이나 유전자 가위질 같은, 본체가 있는 상태에서 개선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버린 사례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명체는 사회의 보편적인 인식에 완벽하다 할 정도로 부합하는,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외모를 갖출 수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노화도 없으며 외모 유지를 위한 별도의 관리도 거의 불필요했다.

게다가 만들어진 생명체이기 때문에 천재적인 재능까지 선택적으로 갖추고 태어난 것이다.

이곳은 유토피아의 어느 고층 카페다.

“간단히 인조인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헤헤.”

로페즈는 지금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인조인간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면 엡실론 님은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 거죠?”

“마리아라고 불러주세요. 그리고 제 나이는··· 6살 정도죠.”

마리아 빅토리아 엘리세바 갈라테이아(Maria Victoria Elisheba Galateia). 신체 나이는 영원한 20세다. 그러나 인조인간인 그녀가 실제로 ‘만들어져서’ 살아온 세월은 6년이라고 한다.

연갈색 머리칼과 금빛 머리칼이 섞인 중단발의 헤어스타일, 세포 하나하나 미를 위해 구성된 투명한 피부, 자연계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밝은 금빛의 동공.

그녀는 장로회에서 5번째 일원인 문화의 정점, 엡실론이다.

“저는 이스페라 항성국가에서 여배우로 활동하고 있어요. 다들 제가 인조인간이라는 걸 알면서도 좋아한다니까요.”

부드러우면서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목소리.

“그러면 그냥 여배우로 활동하시지, 폭력단은 왜 키우시는 겁니까?”

“심부름꾼이죠. 제 취미생활을 도와주는 사람들이에요.”

마리아는 폭력단을 써서 자신을 만든 회사를 강제로 점거하고 그대로 회사를 팔아버린 후 여배우로 도약하였다고 한다.

- 마리아가 문화의 정점으로 인정받은 근거는 그녀의 문화적 영향력에 있습니다.

이스페라 항성국가의 노래, 드라마, 영화 등 방송이나 문화에 관련된 프로그램이라면 대부분 그녀가 개입하고 있다. 그곳에선 그녀를 쓰는 것과 안 쓰는 것에 극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마리아가 SNS에 몇 마디만 던지면 그 이야기가 짤막하게 뉴스나 기사로 나오는 일도 빈번하다. 그녀가 찍은 영화는 반드시 세계적으로 흥행하였고 그녀가 부른 노래의 앨범은 현 인류의 사랑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그녀야말로 만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였다.

그래서 문화의 정점이라는 것이다. 완벽한 외모에 노력으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압도적 재능, 심지어 늙지도 않는 몸을 가진 그녀가 오늘날 문화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영향력은 그녀보다 뛰어난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영원할 것이다.

로페즈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역시도 마리아의 노래에서 나오는 익숙한 멜로디를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다.

“그래서···. 저한테 원하시는 게 구체적으로 뭐죠?”

“어떤 귀찮은 조직이 제 폭력단 단원을 납치해서 증거를 모으고 있어요.”

“무슨 증거요?”

“그놈들이 제 취미생활을 전 세계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더라고요. 너무 무서운 사람들이에요.”

“알려져선 안 되는 취미생활인가요?”

그러자 마리아는 이보다 사랑스러울 수 없는 미소로 밝은 꽃처럼 답한다.

“저는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고 있어요. 헤헤···.”

***

동물원.

이스페라의 수도 행성, 이곳의 깊은 지하에는 오로지 그녀만을 위한 동물원이 있다.

“우우우우···. 우우우···.”

매일 동물들의 우는소리가 벽에 부딪혀 처절하게도 메아리치는 곳이다.

깨끗한 원목의 바닥재에 나무로 격리된 사육장마다 그녀가 수집한 인체들이 살아서 숨 쉬고 있다.

“우우···. 우우우우···.”

다섯 사람의 하반신을 녹여 붙여서 만든 불가사리 인간.

“우우우우···. 우우···.”

피부에 세포벽을 이식하고 다리의 관절을 일직선으로 고정한 나무 인간.

“으으으어어어···.”

함몰된 안면에 거대오징어의 커다란 눈이 접합된 외눈박이 인간.

“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팔다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말미잘의 촉수가 달린, 수족관에 갇힌 산호 인간 군락.

“······.”

뇌, 안구, 달팽이관, 심장, 대동맥 등이 뿔뿔이 흩어져서 피부나 살점도 없이 주요 기관만으로 전시된 살아있는 체내 박제 인간.

“우우우우우···.”

“아아, 아아아···. 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으아아아! 으아아아! 으으으!”

“우우······. 꾸우우우우우···.”

그 밖에도 거미 인간, 애벌레 인간, 거인, 난쟁이, 이종 간 샴쌍둥이, 뼈가 없는 슬라임 인간, 피부가 없는 빨간 인간 등 본래 인간이었던 자들이 인간으로서의 사고는 그대로 유지한 채 죽지 못해 살고 있는 동물원이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여기까지 들어왔으면 이미 늦은 거야.”

마리아의 후원을 받는 폭력단 단원이 울타리에 갇힌 알몸의 남자에게 사료 같은 것을 배식한다.

“제가 잘못했다니까요! 이건 너무하잖아요!!!”

“너무하지. 흉악범도 아닌데 다 저기에 있는 녀석들처럼 바뀌어버리니까. 그런데 어쩌겠냐. 나는 우리 형님이 시키는 대로 일하는 말단일 뿐이야.”

이곳 희생자들의 모습에 충격받은 남자는 두 손을 싹싹 빌며 애원한다.

“제가 자수할게요! 여기에 있는 건 말 안 하고 제가 한 짓만 다 자수할게요! 제발, 제발요···!”

“그러게 왜 여사님 탈의실을 도촬했어? 나이도 있어 보이는 양반이···.”

“다 자수한다니까요···! 제발···!”

“안 돼. 자수하면 정상참작 받고 풀려나서 또 카메라 들고 여사님 스토킹할 거잖아.”

“그럼 절 신고해주세요! 제가 잡힐게요! 네?!”

“귀찮은 새끼. 네가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 사진 지우느라 우리가 밤낮으로 개고생한 건 아냐? 너 같은 변태들이 또 그 지랄할 거 생각하니까 혈압이 오르네.”

“미, 미쳤다고 제가 또 그러겠습니까···?! 여, 여기를 보면 절대 그런 생각 못 합니다! 제발요···! 저 한 번만 살려주세요! 진짜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다시는···!”

그러나 늘 이런 일을 해온 단원은 대수롭지도 않게 등을 돌려버린다.

“아저씨! 제발! 제발 저 이렇게 두고 가지 마세요!”

“여기에 뭐 강간범이 있거나 연쇄살인마가 있거나 정치범이 있는 건 아니야. 그냥 여사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들어온 거지.”

“제발······. 제발···.”

“저런 험한 꼴 당하고 있는 것들은 죄다 여사님의 사생팬, 안티팬, 악플러, 스토커, 도촬범···. 뭐 그런 놈들이야. 너도 저놈들과 같은 종류로 들어온 거니까 그냥 체념하고 받아들여. 아니면 나중에 여사님이 네 몸 손보시는 그때 빌던가.”

마리아를 도촬했다는 이유로 이 지옥까지 끌려온 남자다. 그는 떠나가는 폭력단 단원의 등에 대고 절박하게 소리친다.

“뭔데!! 씨발 뭐야!!! 이게 다 사람이 할 짓이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고!!! 야 이 개새끼야!!!”

“인간 건물.”

“뭐?!”

“밥도 먹고 똥도 싸고 울부짖고. ···살아있는 건물을 만들어보고 싶으시단다. 마리아 여사님께서.”

***

마리아는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취미생활을 늘어놓는 중이다.

“소화기관이랑 혈관을 전부 붙여버릴 거예요! 잘 연결하면 입도 여러 개, 항문도 여러 개인데 밥은 한 번만 주면 되겠죠! 주기적으로 씻겨주고 스프레이 뿌려서 벽지처럼 쓰고! 인체를 붙이면서 빈 공간에는 콘크리트나 고무를 채울 거예요. 그러면 살아있는 건물 완성! 어때요?”

“······저는 썩 내키지 않네요. 아무리 그런 놈들이라도 그 정도 처사는 좀···.”

“나쁜 놈들인데 딱히 상관없잖아요? 그런 얘들이 연예인들 정신병원 다니게 하고 자살까지 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니까요? 저는 쓰레기 인간이라도 그런 식으로나마 재활용해서 보살피려는 거예요.”

마리아의 주장에 뭐라고 부정하기 어렵다.

그녀의 꼬여버린 광기는 논리적으로 격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 광기를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굳이 부정하는 말을 꺼내고 싶지도 않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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