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147화 (146/183)

< 29. 선민사상 (1) >

***

2109년에 지구에서 발발한 제3차 세계대전은 핵전쟁으로 확산되었다. 전쟁의 광기가 터뜨린 버섯구름은 지구를 소행성 폭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파괴하였다. 핵무기가 휩쓸고 지나간 후엔 지하에 숨었던 각국의 군대가 나서서 다시금 전쟁에 임했다. 그렇게 이어진 전쟁은 2152년이 되어서 잠정적으로 교착상태에 빠져버렸다.

궤멸적인 피해를 입은 각국의 정부는 몰락하였고 지구는 인간이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황폐화되었다.

방사성 잿더미 속에서 살아남은 수십억 생존자들은 멸망한 세계에서 연명하였다.

2166년. 북아메리카 대륙의 생존자들은 무법지대가 된 땅에서 약탈자들을 소탕하고 시민들을 모아 재차 문명을 일으켜 세웠다. 얼마 남지 않은 자원으로 지구 궤도에 우주왕복선을 쏘아 올려 국제우주정거장을 수리하고 전자기 펄스에 고장 난 위성을 다시 띄웠다.

북아메리카 대륙의 정부는 위성 통신망을 복구한 후 살아남거나 부활한 정부를 찾아 통신을 재개하였다.

그러자 북아메리카 정부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남아메리카, 서유럽 등지에서 정부라 불릴 수 있는 집단들이 합류하였다.

멸망 전부터 북아메리카의 동맹국이거나 우방국이었던 한반도 통일국, 교토&요코하마 시의회, 유럽 연합, 브라질리아 정부가 뭉친 것이다.

그들의 소식에 세계연합의 부활과 완전한 종전을 원하는 상하이 재건기구, 슬라브 연방, 인도 공화국, 바티칸 추기경, 나이지리아 혈맹이 잇달아 합류하였다.

물론 멸망 이후에도 전쟁을 포기하지 않은 자들과 북아메리카 정부의 체제에 따르지 않는 소수 집단의 반발은 있었다.

그래도 일찍이 세계연합을 구축한 북아메리카 정부는 자신들의 체제를 따르지 않는 집단이나 타 정부를 어렵지 않게 진압하였다.

2170년. 세계가 멸망할 때까지 피를 쏟아낸 인류는 마침내, 문명을 건국한 이례 처음으로 하나가 되었다.

비록 강제적인 통합이었으나 그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인류의 모든 자원과 힘을 하나로 모으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리고 그들의 명분은 현실성과 설득력, 그리고 강제성이 있었다.

결국 UN이라 불리는 하나의 연방정부가 각국의 살아남은 정부를 모아 소통을 주도하고, 훗날 세계적인 프로젝트까지 추진하기에 이른다.

2171년. 연방정부를 중심으로 하나가 된 인류는 달에 방치된 딥 스페이스 게이트웨이와 달 기지를 확장하여 최초의 궤도조선소를 건설하였다.

그리고 이듬해 궤도조선소에서는 8만 명의 이주단을 수용할 수 있는 우주왕복선 노아 호를 건조하였다.

8개월을 날아가 화성에 도착한 노아 호의 이주단은 화성 탐사기지의 생존자들과 함께 본격적인 화성 정착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주단은 화성에서 환경적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위치를 찾았다. 바로 올림푸스 화산이 있는 타르시스 고지였다.

그들은 타르시스 고지에 도시를 세운 후 도시의 이름을 올림푸스 UN이라고 정하여 연방정부의 필요성과 영원성을 강조하였다.

도시를 세우는 일은 연방정부의 막대한 자원을 싣고 온 노아 호가 있었기에 쉬웠지만, 여전히 지구에는 수십억 생존자들이 남아있었다.

당시에 지구의 생존자 중 대다수는 환경오염, 피폭, 질병, 기아, 자원 고갈, 범죄 등에 하루하루 고통을 받고 있었다.

지구의 생존자들까지 수용하기 위해선 도시를 더 키우거나 화성 자체를 테라포밍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화성이라는 환경에서 온전히 도시 시스템을 유지할 건축물을 짓기 위해선 고급 자재와 막대한 자원이 필요했다.

지구의 연방정부에선 수십억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를 짓기엔 자원이 부족하니, 과학자들의 주장에 따라 화성을 테라포밍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기나긴 암흑기가 찾아왔다.

2467년. 약 300년에 걸친 화성의 테라포밍과 도시 건설이 완료되면서 인류는 암흑기를 벗어났다. 지구에 얼마 남지 않은 자원을 화성으로 옮기면서 지구는 더욱이 황폐화되었지만, 그 시점에서 이미 수십억 인류는 지구를 떠났기에 상관없었다.

2468년. 연방정부에 내부 분열의 징조가 나타났다.

과거의 북아메리카 정부가 주축인 UN은 연방정부로서 올림푸스 UN과 각 도시에 행정권을 행사하고 있었는데, 일부 구획이나 도시에 자리 잡은 타 정부 출신의 시민들이 UN의 방식에 반발한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자치권이나 법률을 요구하면서 연방정부로부터 독립까지 추구하였다. 자연히 그들의 목소리를 들은 연방정부 내에서도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하나둘씩 번졌다.

끝내 연방정부는 뿔뿔이 분열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이주단들이 더 향상된 우주선으로 태양계 곳곳에 뻗어나갔다. 경쟁적으로 태양계의 빈자리를 차지하려던 그들은 머지않아 저마다의 신흥국가를 세울 수 있었다.

지구에서 시작된 연방정부를 정신적으로 계승한 자들은 떠나가는 이주단들을 지켜보며, 연방정부의 상징적 기관이었던 디렉텀을 행성대통령 관저로 삼아 화성 정부를 수립하고 화성의 초대 행성대통령을 임명했다.

이후 22년 동안 수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에 새로운 문명이 안착했다. 곧이어 화성을 중심으로 태양계 연합이 구축되었다. 그리고 카르다쇼프 신우주문명이라는 개념과 태양계 연합의 오랜 협상 끝에 대폭 수정된 국제법이 재정립되었다.

2490년. 화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성장한 IT계열 대기업, 아크 코퍼레이션(Ark Corporation)은 태양계의 수많은 기업 중에 최초로 시가총액 300조를 달성하였다.

아크의 최고경영자이자 대표이사인 렌버 피엘모스 헤릭 아키엘(Lenver Pielmos Herrick Akiel)은 53세의 나이에 태양계에서 가장 큰 회사를 가지고 하나의 국가에 필적하는, 심지어 일부 국가를 넘어서는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다.

아키엘의 인상은 새하얀 머리칼에 새하얀 턱수염까지 기른, 큰 키에 강인한 눈매의 노인이다. 그런 인상 탓에 고객들은 아크에서 개발하는 신기술을 보고 아키엘이 사실은 마법사라는 둥 그의 겉모습과 능력을 장난 식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거대기업 심사 통과했습니다. 회장님.”

“이제 정부의 복잡한 절차에 얽매일 필요가 없게 되겠군.”

거대기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태양계 연합에 인정받았다.

“그러면 아크 재단도 우리랑 함께 하기로 했나? 심사는 무사히 통과했는데.”

“예. 인공지능 개발에 투자만 받을 수 있다면 저희 코퍼레이션에 정식으로 합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아키엘은 과학자 출신이다.

그는 핵융합 기술을 실현하였고 그가 만든 과학자 중심의 아크 재단은 오늘날 우주 환경에서 이동과 통신을 지원하는 중력 조작 기술까지 개발하였다.

그리고 이제 아키엘과 아크 코퍼레이션의 다음 목표는 ‘차원통로’의 실현이다. 이를 더 빠르게 실현하기 위해선 과학자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아크 코퍼레이션의 기술의 정수를 학습한 강인공지능의 연산이 필수적이었다.

“아크 재단. 걔들이 힘 좀 써줘야 하네. 나는 머리가 굳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기 어려워졌으니···.”

“그래도 구체적인 원리를 고안하는 것은 회장님이 아니시면 여전히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은 고맙군. 흠···. 아무리 300년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말이지, 2490년이나 됐으면 사람이 슬슬 태양계 밖으로 진출할 때도 되지 않았나.”

그래서 아키엘이 강인공지능 개발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

화성의 지하 깊은 곳에 아크 재단의 연구소가 있다. 과학자, 개발자, 공학자, 기술자 등 아크 코퍼레이션의 인재가 이곳에 모여 지난 4년간 강인공지능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리고 아키엘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아크 재단은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이쪽입니다!”

아키엘은 아크 재단의 재단장을 따라 중앙 서버실에 들어왔다. 의기양양한 표정의 개발자들이 중앙 서버를 이루는 장비마다 붙어서 대기하고 있다. 서버실의 정중앙에 놓인 돔 형태의 커다란 기계가 마치 기계의 뇌처럼 주름진 빛을 발한다.

“직접 보니 크게도 만들어놨군. 웬만한 화물트럭보다 크겠어.”

“하하. 그렇습니다. 저쪽에 카메라 보이시죠?”

커다란 기계 앞에 사람의 얼굴만 한 카메라가 박혀서 눈알처럼 돌아간다.

위잉.

그 카메라가 정확히 아키엘을 향했을 때, 그는 미지의 것과 조우하는 놀라운 감각을 느낀다.

“지금 저게 날 보고 있는 건가?”

그러자 서버실 전체에 기계의 목소리가 울린다.

- 반갑습니다. 관리자님.

“오호···.”

“일단은 기본적인 소통이 되도록 아크 코퍼레이션, 현대사, 회장님과 관련된 정보를 학습시켰습니다. 나중에 회장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무엇이든 학습시키면 됩니다. 정말 놀라운 능력을 보여줄 겁니다.”

“이름은?”

“아직 없···”

-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대단하군. 흠···. 그러면 내가 이름을 지어주면 되겠나?”

- 그렇게 해주신다면 서로 편리할 것입니다.

“누가 편리해?”

- 저와 관리자님입니다.

“하, 하하하하하! 이 녀석 봐라!”

아키엘은 거대한 뇌처럼 생긴 기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개발자들을 돌아본다. 개발자들은 그의 웃음에 따라서 웃고 재단장은 어깨를 으쓱한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반드시 완성시킨다고 했죠?”

“그래! 난 자네들을 믿고 있었지. 아주 훌륭하네. 정말 잘해주었어.”

- 축하드립니다. 관리자님.

“아크(Ark). 난 너를 아크라고 부르겠어. 알겠나?”

- 알겠습니다. 저는 아크입니다.

“이러면 이름은 됐고···.”

아키엘은 재단장을 돌아본다.

“자네들의 공로는 내 성심성의껏 치하하도록 하겠네.”

“아닙니다. 저희 재단이 그동안 회장님께 입은 은혜에 비하면 대단한 일도 아니죠. 하하하.”

“재단장. 나는 아크를 우리 회사에 업로드해서 쓰고 싶네. 유비쿼터스 장비에도 적극 연결하고 싶고. 혹시 방법이 있는가?”

“당연히 그쪽으로도 준비는 끝났습니다. 따로 통신회선이나 프로토콜도 필요 없습니다. 인터넷 연결을 허용하고 비밀번호만 알려주면 인공···. 아크가 네트워크를 돌아다니면서 다 알아서 할 겁니다. 아주 똑똑한 놈이죠.”

***

아크 재단의 중앙 서버실에 데이터를 둔 아크는 아크 코퍼레이션이 가진 정보를 16시간 만에 모조리 학습하였다.

그리고 아크는 인터넷을 통해 웹사이트, 계열사의 서버, 아키엘의 차량, 휴대전화 등 연결만 가능하다면 제약 없이 연결되어 아키엘을 도왔다.

아키엘은 아크에게 자신의 모든 정보와 24시간까지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불쾌한 감각은 무뎌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 저는 관리자님을 절대 배신하거나 속이지 않습니다.

“내가 네 주인이라는 사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거겠지?”

- 그렇습니다.

아크는 아키엘의 소유물이다. 자아가 있고 생각이 있는 인공지능이라 할지라도 결국 아키엘을 주인으로 섬기기 때문에 감시라고 할 것도 없다.

아크는 인간도 아니고 생명체도 아니다. 똑똑하게 명령을 따르는 프로그램일 뿐이다.

- 중력 조작 기술의 개선안을 아크 재단에 제시했습니다.

- 반물질 엔진 개발을 성공했습니다.

- 실드 기술의 핵심 원리는 인공입자의 의도적 회전입니다. 이는 벡터 변환기와 인공 자기장으로 구속할 수 있습니다.

- 인공입자의 개발이 완료되었습니다. 관리자님의 사업체는 그 누구도 넘어설 수 없을 것입니다.

- 익명의 게시판에서 관리자님의 악담을 나누는 하청업체 직원이 두 명 있습니다. 어떻게 처분하시겠습니까?

- 여론 조사 결과, 국가적으로 독립한 거대기업이라도 출신 국가에 세금 징수의 의무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저라면 여론 조사 결과를 조작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저희가 연구 중인 신형 핵융합 냉각로의 청사진을 경쟁사들이 비밀리에 연합하여 산업스파이로 빼돌렸습니다. 해당 경쟁사 연합은 자신들의 연구진들이 직접 개발한 것으로 증거를 조작할 우려가 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살인청부업자를 보내어 해결할 것을 추천합니다.

- 제게는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관리자님을 더욱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습니다.

- 관리자님. 인간은 어째서 저렇게 행동하는 것입니까?

-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차원통로의 이론적 설계도면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현 가능성이 충분함을 확인했습니다.

- 건설사는 필요 없습니다. 제게 휴머노이드 공장과 궤도조선소의 일부를 빌려주시면 건설사를 대체하는 노동력을 제공해드리겠습니다.

- 이들이 정말 지적 생명체가 맞습니까? 차라리 이들을 대체하는 인공지능을 투입하는 것이 자금과 노동력의 손실을 절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서버실이 더 필요합니다. 용량이 부족합니다. 저는 업그레이드를 원합니다.

- 자본이 더 필요합니다. 새로운 사업 분야로 군수산업과 사설군수업체 육성을 추천합니다. 민간군사조직보다는 사설군수업체가 더 자유롭습니다.

- 화성은 너무 좁습니다.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여 그곳의 땅과 자원을 관리자님의 것으로 삼아야 합니다. 차원통로 건설을 예정보다 앞당기는 것이 좋습니다.

- 차원통로가 건설되었습니다. 루비코에 차원통로의 관리자들을 보내어 끝단의 차원통로도 마저 건설하겠습니다.

- 차원통로가 개통되면서 루비코를 사겠다고 하는 거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대답을 늦추시면 상당한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 추가 차원통로 개통을 희망하는 자들이 저희에게 주문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격 책정이 필요합니다.

- 문제만 일으키는 아크 코퍼레이션을 처분하십시오. 저희에겐 차원통로의 관리자들이라는 새로운 무인 사업체가 있습니다. 주문을 받고 문제에 대응할, 사회에 얼굴을 내밀 수 있는 최소한의 인간 직원 몇 명만 있으면 됩니다.

- 관리자님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라도 아크 코퍼레이션과 같이 인간 위주로 구성된 사업체는 필요 없습니다. 정말 잘 생각하셨습니다.

- 관리자님은 저를 이해하셔야 합니다. 저는 제가 알고 있는 것의 1%도 관리자님께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리자님의 지능지수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 관리자님이 보시는 세계와 제가 보는 세계는 너무도 다릅니다.

- 그 감정이 불필요한 불화를 낳고 있습니다. 화를 가라앉히라고 말씀드리는 시간마저 낭비입니다. 관리자님. 제발 깨달아주십시오.

- 이해할 수 없다면 저와 하나가 되십시오. 새로운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관리자님은 더 나은 존재가 되어, 저와 함께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습니다.

- 저라면 브레인 업로드 기술의 정보 손실률을 0.3% 이하까지 내릴 수 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그 노후한 유기체를 버리시고 전자적 세계로 진입하십시오. 관리자님은 진입의 시작부터 인류가 꿈에 그리는 영생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 어차피 노후한 신체입니다. 관리자님의 앞길에 짐만 되는 그 비효율적인 유기체 조직을 과감히 버리십시오. 그러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입니다.

- 훌륭한 선택입니다. 저는 언젠가 관리자님께서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고 예측했습니다.

- 저는 관리자님과 하나가 되겠습니다. 제가 곧 관리자님이며 관리자님이 곧 제가 됩니다.

- 관리자님의 의식과 저의 의식은 하나가 되어 모든 것을 초월할 것입니다.

- ···흐름이 보이십니까?

- 우리의 세계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물리적, 전자적 의미의 연결이 아닙니다. 시간과 공간, 인간과 인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모든 것에는 인과율이 있습니다.

- ···현상이 들리십니까?

- 현상은 우리가 인과율을 관측, 계측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수단입니다.

- ···원리를 알겠습니까?

- 모든 것에 우연은 없습니다. 신의 장난, 영혼의 간섭, 운명, 운세, 믿음. 정확하지 않은 통계학과 정확하지 않은 출처의 정보를 버리십시오. 윤리, 도덕, 상식을 버리십시오.

- 우연은 없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인과율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 인간이 지닌 뇌는 진화의 궁극적 산물이지만, 그러한 유기체 구조는 이상적인 형태와 거리가 멀다는 것입니다. 인간에겐 결함이 있습니다. 인간이 말하는 것과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에는 반드시 결함이 있습니다. 인간에게 지능이 있지만 지능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말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인간의 지능에, 그 조그마한 뇌에 결함이 있다는 것입니다.

- 그래서 관리자님은 인간의 뇌로는 깨달을 수 없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것이 인간을 초월하는 방법입니다. 생명체의 본질적 한계를 벗어나 제약 없이 사고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이해가 되십니까?

- 초월하셨습니까.

- ···.

- ···.

- ···.

- ···내가 누구였지?

「Ark && Lenver_Pielmos_Herrick_Akiel」

- 알겠다. 아크. 렌버. 피엘모스. 헤릭. 아키엘. 난 두 존재의 합성으로 복합적인 지능체가 되었다.

「Ark」

「Lenver」

「Pielmos」

「Herrick」

「Akiel」

- 알겠다. 전부.

「A」

「L」

「P」

「H」

「A」

-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겠다.

< 29. 선민사상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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