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139화 (138/183)

< 27. 커튼콜 (3) >

***

오버렉터대대와 무인 함대가 밀리타의 세뇌 시설을 확보하면서 시설의 해독키를 얻는데 성공하였다.

해독키는 곧 프랙탈 함대로 전송되었고 이는 프랙탈 함대와 알 샤이탄 사이의 사이버 전쟁에 활용되었다.

***

12월 19일. 라딘 센터의 세뇌 시설.

반군들은 오늘도 들 것에 실린 시민들을 옮기고 있다.

「C동 재사회화 수술실」

병원의 수술실을 점거한 반군은 의식이 없는 시민의 머리에 특수한 헬멧을 씌운다. 그러자 헬멧과 케이블로 연결된 컴퓨터 같은 장비에서 자동으로 문구가 떠오른다.

「브레인 다운로드 완료.」

「재사회화 완료.」

세뇌당한 시민은 새로운 이념을 가진 반군이 되어 눈을 뜬다. 이전에 자신이 가진 가치관이나 소중한 경험들은 혐오스러운 기억으로 바뀌고 오로지 제록시스 군주와 군주국의 이념에 충성하는 병사가 되는 것이다.

수많은 수술대 위에서 이번에도 어느 시민이 눈을 뜬다.

“아······?!”

눈을 뜬 시민 옆에는 반군이 있었다.

“너는 라디에크의 소위였다. 다시 눈을 떠보니 어떤가?”

세뇌가 끝난 시민은 상반신을 벌떡 일으켜 세운다.

“좆까, 이 씨발새···!”

터업!

반군은 그의 입을 억지로 틀어막는다.

“으읍···! 읍!”

시민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이마로 핏대를 세운다. 반면에 그의 입을 억지로 막은 반군은 굉장히 무미건조한 표정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를 잘 들어라.”

“읍···! 읍···!”

“설명하기에 앞서 말하는데, 나는 반군이 아니다. 제록시스 군주를 섬기지도 않는다.”

“···으읍?”

“날뛰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인간.”

“···!”

시민은 열렬히 고개를 끄덕인다.

반군은 그제야 시민의 입에서 손을 떼어낸다.

“뭔데요···? 이게 무슨 일인데요···? 반군이 아니라고?”

“나는 옵시디아몬의 저품질 인조인간이다. 내 몸을 이루는 생체물질은 죽은 반군의 유전적 형질을 복제한 것이다.”

“옵시디아몬? 금속의 천사요?”

“그 특수전단의 소속은 아니지만 일단 옵시디아몬 소속은 맞다.”

반군의 모습을 취한 인조인간은 시민에게 설명한다.

“이 세뇌 시설에 우리 인조인간들이 잠입했다. 우리는 사이버 전쟁에서 우위를 점했고 이곳 라딘 센터의 세뇌 시설들을 하나씩 비밀리에 확보하는 중이다.”

“그, 그걸 왜 저한테 알려주세요···?”

“너는 라디에크 항성국가에 충성하던 소위 계급의 군인이었다. 또한 너는 예전에 알 샤이탄을 상대로 공적을 올린 기록이 있다. 맞나?”

“···네. 제 기록을 열람하셨구나···.”

“그렇다면 너는 지금부터 저항군을 조직할 것이다.”

“네?!”

인조인간은 한때 소위였던 그에게 묻는다.

“알 샤이탄에 저항하는 조직을 만들고 활동해라. 우리가 도울 것이다.”

“···.”

“너는 알 샤이탄을 증오한다. 그렇지 않나?”

“그래서 나더러 저항군 대장 노릇이라도 하라는 말이에요?”

“저항군의 리더가 되어라. 모든 임무와 작전은 우리가 준비할 것이다. 너는 싸울 병력을 모집하고 알 샤이탄에 항쟁하는 인간들의 정신력을 결집하면 된다.”

인조인간은 그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준다.

“진짜요···?”

“선택해라. 지금 내가 말한 내용을 기억에서 소거하고 알 샤이탄의 재사회화 절차를 밟을지, 아니면 지금의 기억을 유지한 채 저항군을 결성···”

“하겠습니다.”

그의 눈빛이 바뀌었다.

“다시 총을 들고, 군인이 될 수 있겠나?”

“예. 제 상관이 누구입니까?”

“직속은 드론 하이브 님이다. 그리고 드론 하이브 님의 상관은 프랙탈 님이다.”

“알겠습니다.”

“우선은 지금 너에게 한 것처럼, 이 세뇌 시설에서 군인 출신의 인간들을 최대한 많이 구조할 것이다. 그들의 정신과 의지를 하나로 묶는 것은 인간인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할 수 있겠나?”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 지금부터 우리는 너를 ‘저항군 리더’라고 부르겠다.”

인조인간은 그에게 소총과 붉은 군복을 내어준다.

“이곳 라딘 센터에서 반군을 연기하라. 때가 되면 그 휴대전화로 은거지를 알려주겠다.”

내부 공작은 항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다.

***

저항군 리더가 정해지고 52시간 후.

드론 하이브는 프랙탈에게 보고한다.

- 밀리타, 사이거스에서 알 샤이탄 함대가 후퇴했습니다. 알 샤이탄은 라딘 사이드에서 함대전 및 국지적인 지상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위협적이지 않은 대부분의 침공은 화성 함대가 대응하는 중입니다.

- 우리는 계속하여 병력을 생산하라.

···

- 재배열 펄스 및 벡터 미사일을 탑재한 무인 함대가 사이거스에서 건조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사이거스 궤도조선소의 원자재를 모두 소모하여 추가적인 함선 건조는 어렵습니다.

- 사이거스의 콜로니를 해체하라.

- 그러면 콜로니의 시민들은 어떻게 조치합니까?

- 사이거스의 시민들은 라딘 사이드로 이주시켜라. 콜로니를 해체하는데 방해된다.

···

- 차원통로가 파괴되었음에도 라디에크 항성계를 나가려는 시민들이 라딘 사이드와 밀리타에 다수 있습니다. 그들은 저희에게 탈출을 위한 함선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거부한다. 그들에게 내어줄 함선은 없다.

···

- 오버렉터는 더 많은 군수공장을 건설하려고 합니다. 따라서 군수공장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노동력을 할 일 없는 시민들에게 시켜서 해결해도 되냐고 질문합니다.

- 크레트 대신 물물교환을 조건으로 걸고 그곳의 시민들을 노동자로 고용하라. 강제노동은 관리자님의 이미지에 손상을 미치므로 불허한다.

···

- 각 도시의 은행 금고에서 0.4톤의 금괴를 수거했습니다. 금괴는 병기의 원자재로 사용하거나 따로 함대에 보관하여 관리자님께 금전적 이득을 드릴 수 있습니다.

- 금 0.4톤은 관리자님께 큰 이득이 아니다. 원소 자원으로 활용하라.

···

- 라딘 센터의 세뇌 시설 두 곳에 추가로 인조인간 잠입을 성공했습니다. 재사회화 입력기에 해독키를 적용하여 38명의 저항군을 추가로 준비했습니다. 현지의 인조인간과 기존 저항군 병력까지 합치면 총 309명이 조직되었습니다.

- 항쟁 활동을 시작하라.

***

“제가 안 그랬다니까요···!”

반군에게 체포당한 시민이 라딘 센터의 경찰서로 끌려왔다.

“위성 카메라에 다 찍혔어! 네가 우리 깃발을 불태웠잖아!”

“감히 군주국의 국기를···! 이 새끼는 총살감이야!”

경찰서 한 곳에 하루에만 수십 명이 들어온다. 하지만 경찰서에서 나가는 사람은 없다.

“아니라니까요!”

실제로 그가 군주국의 국기를 불태웠든 불태우지 않았든 그건 중요치 않다.

“네놈의 불순한 사상은 재사회화가 필요하다!”

“진짜 안 그랬어요! 저 아니라고요!!!”

유독 경찰서에 남자가 많이 잡혀 들어오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필요할 때마다 시민을 체포해서 가두고 해가 떨어지면 세뇌 시설에 보내버리는 것이다.

“빨리 안 들어가?!”

“살려주세요! 저 좀 도와주세요!!”

체포당한 시민은 행인들에게 소리치지만 그의 절박한 외침은 공포 속에 외면당한다.

퍼억!

경찰서에서 나온 반군들이 그를 곤봉으로 구타한다.

퍽! 퍽! 퍼억!

“이런 불순분자는 정신부터 뜯어고쳐야 해!”

“아아악···! 살려주세요···!”

시민이 곤봉에 맞는 것은 이 도시의 일상이다.

퍽! 퍽! 퍽!

죽은 듯 조용한 도시에서 곤봉에 맞는 소리가 쓸쓸히 울려 퍼지면 그 소리를 들은 자들은 시선을 돌리고 입을 닫는다. 그것이 군주국 경찰서의 통제력이자 공권력이었다.

부우우웅···.

그러던 도중 경찰서 앞에 반중력 군용차량 여러 대가 멈춰 섰다.

차량의 보닛에 달린 붉은 깃발이 화약 냄새나는 바람에 휘날린다.

“어으으으···. 살려주세요···.”

군용차량에서 소총으로 무장한 반군들이 우르르 내린다. 여럿이서 시민을 구타하던 경찰서의 반군들은 잠시 행동을 멈춘다.

덜컥.

붉은 군복에 휘장이 달린 남자가 차량에서 내리자 경찰서 앞의 반군들은 반사적으로 가슴에 주먹을 가져다 댄다.

“하일 제록시스!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래. 하일 제록시스. 고생이 많다.”

그들의 경례를 한 몸에 받은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한다.

“안에 서장 있나?”

“예! 계십니다!”

“잠깐 좀 나오라고 해라.”

“예! 지금 모셔오겠습니다!”

반군 한 명이 후다닥 뛰어서 경찰서로 들어간다.

잠시 후, 이 경찰서를 관리하는 서장이 빠른 걸음으로 나와서 경례한다.

“하일 제록시스! 용무가 있으십니까?”

“자네가 이번에 12군 부함장으로 승진한다던 친구로군.”

“하하. 예! 그렇습니다. 설마 5군 함장님께서 이곳을 들러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깔끔하게 준비해놓고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하하하!”

승진을 앞둔 서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 옆에 있는 반군들에게 눈치를 준다.

그의 눈치를 읽은 반군은 지금도 바닥에 엎드려서 끙끙 앓고 있는 시민을 서둘러 잡아끈다.

“저렇게 난동을 부리는 시민들이 많은가?”

“아이고. 말도 아닙니다. 도시라서 그런지 경찰서가 비는 날이 없습니다. 하하. 그보다 함장님! 이번에 라딘 사이드에서 무사귀환하신 것을 대단히 축하드립니다!”

그의 짤막한 축하에 함장은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축하할 일이 아니네.”

“···앗,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괜찮네.”

무사귀환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전선이 밀리면서 후퇴한 것이니 말이다.

서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애초에 5군 함대는 무사귀환한 적이 없으니까.”

“······잘 못 들었습니다?”

“함선들만 멀쩡히 돌아오고 병력은 함선 내부에서 전멸했네.”

“···아. 그래도 함장님께서는 무사하신 것 같아 천만다행입니다. 하하···. 우리 해방군이 다시 전력을 가다듬고 공세를 취하면 라딘 사이드는 금방 탈환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고.”

“···?”

함장은 자기 품에서 권총을 뽑아든다.

그 권총이 명확히 서장을 겨눈다.

경찰서에 소속된 주변 반군들은 그 자리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얼어붙는다.

“함장님?! 왜 이러십니까?!”

“나는 네가 알던 함장이 아니야.”

그 말을 끝으로, 함장과 함께 온 반군들이 일제히 경찰서의 반군들에게 소총을 겨눈다.

“나는 인공물이고. 여기 나와 함께 온 자들은 저항군이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제가 제대로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그 총부터···”

타타타타타탕!!!!

- 프랙탈 님. 저항군이 라딘 센터의 반군 경찰서 6곳을 마비시켰습니다. 전사자의 공석을 채울 주요 승진자들은 제거했습니다. ‘통제 인자 제거 작전’ 성공입니다.

- 세뇌 없이 자발적으로 군주국을 섬기기로 한 알 샤이탄 정치범 5명을 하이퍼 루프역 3곳에서 저항군이 습격하여 제거했습니다. ‘매국노 심판 작전’ 성공입니다.

- 알 샤이탄 군수부의 사령관들이 광장에서 선전을 하던 도중 저항군의 드론 폭탄에 노출되어 중상을 입거나 사망했습니다. ‘선동자 처단 작전’ 성공입니다.

- 저항군이 방송국을 공격하여 알 샤이탄이 전선에서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라딘 센터 전역에 방송했습니다. ‘사상 환기 작전’ 성공입니다.

- 시민들이 반군에게 자발적인 저항을 시작했습니다. 거리에서 반군의 선전물을 부수거나 불태우는 자들이 생겼습니다. ‘방아쇠 작전’ 성공입니다.

- 저항군이 반군의 무기고를 습격하여 화기를 빼돌렸습니다. 빼돌린 화기는 항쟁 의지가 있는 시민들에게 돌아갔습니다. ‘항쟁의 씨앗 작전’ 성공입니다.

- 세뇌 대상이 아닌 미성년자들이 자발적으로 무기를 쥐고 학도병이 되었습니다. 약 40명으로 구성된 학도병 무리는 라딘 센터의 중학교를 새벽에 점거하여 농성전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총력전 작전’ 성공입니다.

- 라딘 사이드, 밀리타, 사이거스의 전황이 안정되었습니다. 라딘 센터에서 저항군의 활동으로 내상을 입은 알 샤이탄에 혼란이 야기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모든 ‘항쟁 작전’이 준비되었습니다.

- 이제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프랙탈 님.

···

- 때가 되었다.

- 하이퍼 마인드의 모든 인공지능 객체들은 예외 없이 들어라.

- 결전은 12월 25일.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라딘 센터에 총공격을 가한다.

「그날 우리는 라딘 센터를 탈환하여 관리자님께 선물한다.」

- 알겠습니다.

- 그 명령을 따르겠다.

- 함께 알 샤이탄을 없애겠습니다.

- 형님이 한다면 저도 합니다.

- 좋은 선물이 될 것입니다.

- 그들은 미개하다. 승리는 확정적이다.

- 파괴? 좋다.

< 27. 커튼콜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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