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133화 (132/183)

< 26. 집 나간 아이들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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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은 알 샤이탄에 점령당한 천왕성과의 전투와 금성, 목성 연합의 공세까지 동시에 받아내면서 패색이 짙어졌다.

안 그래도 지난번의 전쟁으로 경제와 군사에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토성은 이제 알 샤이탄, 금성, 목성의 전쟁터가 되는 처지에 놓여버린 것이다.

금성과 목성은 토성을 공격하는 와중에 알 샤이탄과도 충돌했다. 결국 금성과 목성은 불가피하게 알 샤이탄에 선전포고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태양계 각국의 매스컴은 목성의 군사력이 천왕성의 알 샤이탄을 웃돌고 있다며 금성과 목성 연합의 승리를 전망했다.

태양 연구와 관광으로 먹고사는 수성은 이 거대한 전쟁 속에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국경을 폐쇄하고 외부와 무역을 끊는 등의 조치로 매우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 것이다.

덕분에 화성은 태양계에서의 전쟁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화성은 반군들이 토성에서 격전을 벌이는 동안 라디에크로 군대의 절반을 보냈다.

상황이 맞물린 덕분이다. 옵시디아몬이 강대한 함대를 이끌고 돌아왔다는 점과 태양계에서의 전투가 화성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화성이 방어가 아니라 공격을 취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유토피아의 옵시디아몬 본사는 디렉텀의 통합작전사령부와 회선이 연결되었다. 화성 정부는 화성과 맞먹는 군사력을 지닌 옵시디아몬을 하나의 군집단으로 인정한 것이다.

2시간에 걸친 긴 회의를 마친 로페즈가 회의실에서 걸어 나온다. 문 앞에서 기다리던 레나가 로페즈에게 따라붙어서 지난 2시간 사이에 밀린 보고를 올린다.

“태양계 내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지킬 보호 선단 조직을 꾸렸습니다. 그래서 주주들 사이에 이야기가 나왔는데, 차원통로를 지나서 태양계 밖으로 판매되는 제품도 똑같이 조치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전쟁 중에도 판매를 하려면 판매되는 화물선을 보호해야 한다.

“그렇게 하세요. 라디에크, 토성, 천왕성만 제외하고요. 거긴 보호 선단을 꾸려봤자 커버가 안 되니까요.”

“네. 그럼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목성 연방정부의 국방부에서 병사들에게 사용할 통합 백신 구매를 긴밀하게 제안했습니다.”

“목성 정부에서요?”

“네. 가능한 한 빨리 팔아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통합 백신의 수요가 워낙에 높아서···. 목성에서 원하는 수요에 맞추려면 생산량이 조금 부족합니다.”

“트랜센던서.”

- 네. 관리자님.

“기업연계부, 대기업 담당하는 에밋 씨한테 따로 연락해서 화성에 안 쓰이는 의약품 공장 있으면 전부 사들이겠다고 전해.”

- 알겠습니다.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되는 문제다. 방금은 전화 한 통조차 하지 않고 해결했지만.

“그리고요?”

“유토피아의 궤도조선소 모듈 건설이 완료되었습니다. 무장 함선을 건조하는 모듈이라서 유토피아 구획에 붙이려면 정부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일단 붙이시고 서둘러 함선부터 건조하세요. 정부에 허가받는 건 내가 알아서 할게요. 시국이 시국이니까 절차 좀 스킵해도 이해해 줄 거예요.”

로페즈는 알면서도 일부러 그런 절차를 뛰어넘어도 될 입장이고 그럴 위치에 있다.

“그럼 그대로 속행하라고 전달하겠습니다.”

레나를 통해 자잘한 사항을 확인하고 결정을 내렸다. 그런 후에 로페즈는 하이퍼 마인드로 올라와서 방금 도착했다는 라디에크 담당의 복제 트랜센던서를 만난다.

“거긴 어때?”

- 몇 가지 전략적 선택지 중에 엑스턴 사령관은 라딘 사이드 공략을 선택했습니다.

- 결과, 화성 정규군과 프랙탈 함대가 라딘 사이드의 궤도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해당 행성을 성공적으로 장악했습니다.

- 라딘 사이드는 라디에크에서의 전투에서 저희의 요충지로 활용될 것입니다.

듣기 좋은 승전보다.

- 일전에 관리자님께서 명령하셨듯 특수 병기가 되는 인공지능들에게 대대 전력을 위임하여 전장에서 실전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그게 제일 궁금했어.”

- 테슬라포트리스와 휴머노이드 부대로 편성된 테슬라대대는 라딘 사이드에서 가장 큰 도시인 라이카를 급습하여 반군을 몰아내고 시민들을 해방시켰습니다.

- 테슬라포트리스는 드론 하이브가 미리 확보한 전술적 데이터에 기반하여 가장 효율적인 전술을 스스로 펼쳤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고 안정적이었으며, 테슬라포트리스는 ‘자부심’과 유사한 논리 반응 구조를 형성하였습니다.

‘자부심이 있는 병기라···.’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양상이었다는 말이네.”

- 네. 테슬라대대는 대도시와 같은 전장에서 계획적인 전투에 뛰어난 성과를 낼 것으로 평가됩니다.

테슬라포트리스는 강대한 바위산처럼, 혹은 아주 커다란 골렘 군대처럼 안정적으로 진군하여 어떠한 위협에도 노출되는 일 없이 승리했다.

- 나이트포트리스 형제와 전쟁기계, 드론 폭격대, 스텔스기동타격대로 편성된 나이트대대는 적진 교란과 후방 침투 및 목표 우선 달성에 강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나이트대대는 대대적인 공중 지원 없이도 알 샤이탄의 군사기지를 성공적으로 장악했습니다.

“개발팀에서 만든 스텔스 보행병기도 그 형제처럼 잘 싸우나?”

-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이트포트리스 형제에 내장된 인공지능과 동체가 탑재한 설계의 한계로, 통상의 스텔스 보행병기가 나이트포트리스 형제보다 전투능력이 높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칼을 쓰는 이족보행 병기라는 것에 고민이 많았어. 어쨌든 근접해서 싸운다는 것은 확실히 단점이니까. ···네가 보기엔 어때? 앞으로도 스텔스기동타격대 같은 병기들을 계속 운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

- 스텔스기동타격대는 장단점이 명확합니다. 플라즈마 커터는 원거리 화기와 달리 실드, 장갑, 방벽 등에 막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대전에서 대다수의 세력은 원거리에서 타격해오는 병기에 대응하는 전술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스텔스 상태로 침투해오는 인공지능 냉병기들에겐 대처가 어려울 것입니다.

“단점은?”

- 스텔스기동타격대가 위험한 적진에 소수 정예로 투입되어 운용될 수밖에 없다는 점, 작전 수행 중 발각되었을 때 스텔스기동타격대의 자체적인 방어능력이 전선을 형성한 대대에 비하여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 그리고 관리자님께서도 주장하셨듯 근접하여 교전할 수밖에 없는 냉병기의 고질적인 한계가 분명합니다.

“그럼 앞으로도 소수 정예로만 쓰자. 특수한 상황이 있을 때만 작전을 수행하도록.”

-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이트포트리스 형제 또한 인공자아에 행동과 사고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새로운 논리 반응 구조를 형성했습니다.

- 나이트포트리스 형제는 관리자님께서 명령하신 일이라면, 절대적으로 그 일을 완수하기 위해 관리자님께서 기피하시는 행동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이야기를 전장에서 나누었습니다.

“내가 기피하는 행동?”

-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트랜센던서는 로페즈의 눈앞에 당시 전장 속에서 나이트포트리스 형제가 경험한 것을 그대로 재생한다.

- 그건 관리자님께서 싫어하시지 않겠습니까? 만약 저 지상모함 안에 세뇌당하지 않은 시민이나 라디에크의 포로라도 있다면···

- 교전에 방해가 되는 변수는 무시하라는 프랙탈 님의 명령이다.

그건 로페즈가 트랜센던서에게, 트랜센던서가 프랙탈에게 전달한 명령이다. 여기서 인공지능들이 이해한 변수라는 것은 인질, 포로, 민간인, 민간시설 등의 ‘고려했을 경우 교전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를 뜻한다.

그리고 이 전쟁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당연히 로페즈는 그런 것을 고려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이전과 달리 그런 명령을 내리는데 아무런 망설임이 없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승리하는 게 중요하니까.

- 저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프랙탈 님보단 관리자님의 방식을 우선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포트리스 계열 전쟁기계가 따르는 것은 드론 하이브다. 그런데 저들이 프랙탈의 명령을 듣고 있다는 것은, 드론 하이브가 포트리스 계열 전쟁기계들에게 프랙탈의 명령을 들으라고 명령한 것이다.

‘드론 하이브가 전장에서 그 정도는 능동적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인가.’

- 승리한다면 무엇이든 이해받을 수 있다.

- 네.

- 관리자님은 승리를 원하신다. 우리가 가장 잘못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패배하는 일이다.

“됐네. 다들 잘 하고 있어.”

- 나이트포트리스 형제가 학습한 논리를 지우지 않고 그래도 두면 되겠습니까?

“그대로 둬. 쟤들의 성격이고 자아가 되는 거야.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인공지능들이 다양한 전술을 만들어내는 거고.”

- 하지만 관리자님은 이러한 학습 방향을 지양하지 않습니까?

“쟤들은 너랑 다르잖아.”

-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에겐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게 없어. 너랑은 다르게 학습시켜야지. 쟤들은 병기잖아.”

- 알겠습니다.

잔인해도 괜찮다. 간혹 관리자가 싫어하는 짓을 해서라도 승리를 추구하는 것도 괜찮다. 저들은 트랜센던서와 달리, 설계의 목적과 근본부터가 다른 인공지능이다.

‘저렇게 배우도록 두는 것이 옳다.’

- 무인 전폭기, 드론 파이터, 로보버그 등 다수의 비행체와 드론 하이브, 오버렉터로 편성된 오버렉터대대는 라딘 사이드의 수상도시에 위치한 대규모 복합공장과 도시 시스템을 점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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