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132화 (131/183)

< 26. 집 나간 아이들 (1) >

***

오버드론들이 드론 하이브와 주변 차량을 해체하여 오버렉터로 공급한다. 그러면 오버렉터는 몸체 내부에서 이동식 생산 공장을 가동하여 부품과 장갑을 만들어낸다.

끼릭끼릭.

오버드론은 오버렉터의 네 다리를 뜯어내고 새로운 부품을 탑재한다. 복잡한 회로를 연결하고 장갑을 덧붙여 용접한다. 신소재 장갑은 오버렉터에 연동되어 조금씩 모양을 변형하고 장갑의 빈틈을 메꾼다.

약 8분이 지난 후 오버렉터는 이전보다 더 두꺼워진 다리를 갖추게 되었다.

부우웅···

오버렉터는 바다 위에 올라섰다. 드론 하이브가 반중력 장치로 부양하는 것처럼 오버렉터도 반중력 기능을 탑재한 것이다.

“개조를 완료했다.”

- 선택적 이동 모드는 전장에서의 기동력을 높여준다. 매우 효율적인 업그레이드다.

“그렇다. 옵시디아몬의 개발팀과 공학자들은 미개하다. 오버렉터는 처음부터 이렇게 설계됐어야 했다. 하이퍼 마인드의 인공지능들은 인간의 저급한 방식을 부정할 필요가 있다.”

오버렉터는 그렇게 주장하며 수면 위를 우아하게 부양한다. 그 모습이 마치 고밀도 가스층에서 떠다니는 외계 해파리라도 보는 것 같다.

- 작전을 허가한다.

“오버렉터대대. 집결하라.”

오버렉터의 배후로 드론 하이브 무리가 나란히 늘어서고 오버렉터의 위로는 수백 대의 무인 전폭기가 새떼처럼 모여들어 상공을 빙빙 돈다.

“드론 하이브. 전투가 길어지면 회수할 자원이 부족해진다.”

- 수상도시의 전력 분석은 완료되었다. 예상 교전 시간은 약 23분이다.

- 오버렉터대대. 수상도시를 공격하라.

부우우우우웅!!!!!!!!

나란히 결집한 드론 하이브들이 일제히 로보버그를 쏟아낸다. 수백만의 로보버그 군단이 자연재해 같은 규모로 수상도시를 향해 돌진한다.

엄청난 숫자의 로보버그 군단은 움직이는 까만색 연막처럼, 혹은 눈에 보이는 까만색 바람처럼 해상을 가로지른다. 동시에 상공의 무인 전폭기들이 로보버그를 앞질러서 수상도시에 폭격을 퍼붓는다.

카앙! 카앙! 카앙!

투타타타타타타!

수상도시에서 옥상의 대공화기들이 크고 작은 탄피를 무더기로 토해낸다. 물리적인 위력을 갖춘 총탄과 포탄은 화력망을 형성하고 에너지 계열 병기는 짧은 빛줄기의 형태로 상공의 전폭기들을 직접 타격한다.

그중에는 중력탄이라 불리는 특수한 총탄이 있었다. 위력은 떨어지지만 속도는 에너지탄과 같고 일단 목표물에 적중하면 대상의 속력을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는 무기였다.

그런 중력탄이 분당 수천 발씩, 모든 대공화기를 합쳐서 분당 수십만 발이 하늘을 타격했다. 오버렉터대대의 무인 전폭기가 그 총탄들을 전부 피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퍼퍼펑!!!

수상도시 위를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전폭기들이 조금씩 격추되는 가운데, 로보버그 군단이 한 박자 늦게 도심으로 밀려들어온다.

반군 보병들은 소리를 지르며 방아쇠를 당기고 반군 전차들은 수동 조준으로 로보버그가 밀집된 방향을 공격한다.

하지만 로보버그 군단은 너무 작고 너무 많았다. 수백만의 로보버그가 새까맣게 도심을 뒤덮고 지나간 자리에는 벌집이 된 반군들만 남겨졌다.

플라즈마 방사기를 뿌려대는 반군의 전쟁기계들은 임시로 전선을 형성하여 대응했지만,

콰아아아아아···!!!

마치 반군들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반군의 전쟁기계들은 약 9킬로미터 바깥에서 드론 하이브가 쏘아낸 플라즈마 줄기에 휩쓸리고 말았다.

- 정리되었다.

오버렉터와 드론 하이브들은 끊어진 다리를 유유히 건너서 수상도시로 진입한다.

드론 하이브의 예상대로 수상도시의 반군들은 23분을 넘기지 못하고 궤멸당했다. 전의를 상실한 반군들은 실내나 지하로 대피하지만 로보버그 무리가 집요하게 찾아가서 문을 꿰뚫고 실내에 폭발을 일으켜 모조리 사살했다.

그 과정에서 몇몇 시민들이 휩쓸리긴 했지만 중요한 건 오버렉터대대가 이 수상도시를 점령하고 컨트롤타워 구조물을 플라즈마의 열핵융합 폭발로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 이 도시에 알 샤이탄은 없습니다! 시민 여러분은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드론 하이브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 수상도시가 해방되었음을 알린다. 이렇게나 쉽게 승리한 것이다.

한편, 오버렉터는 대규모 복합공장의 도로를 밟는다.

오버드론들이 기이하게 움직이며 각 공장들로 난입한다. 공장 내부에는 반군의 시신이 널려있다.

시신들 사이에는 반군에게 잡혀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남자들이 공포에 질려 떨고 있었다.

끼릭끼릭끼릭.

오버드론들은 시민들을 무시하고 공장의 통제 패널을 뜯어서 시설 해킹을 시작한다.

“우, 우리한테 관심이 없는데···?”

“로봇이 뭐 저렇게 생겼지? 어떻게 움직이는 거야?”

그때 공장의 시민들 중 한 명이 창밖으로 희망을 목도한다.

거대한 직육면체 형태의 병기가 공장 부지를 돌아다니고 있던 것이다.

“봐! 옵시디아몬이야! 금속의 천사들이 우릴 구하러 온 거라고!”

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창문에 모여들어서 바깥의 드론 하이브를 확인한다. 그리고는 답답한 공장의 문을 열고 나와서 해방감을 맛본다.

알 샤이탄에 의해 착취당하던 시민들은 자유라는 것의 소중함을 느낀다. 그 순간이었다.

“인간.”

기계적이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곧이어 커다란 그림자가 그들 주변을 덮는다.

“으앗···!”

“뭐야? 저 키다리 로봇은···”

“우리 편이지? 우리 편일 거야···.”

오버렉터는 발치의 시민들을 내려다본다.

“공장 패널의 무차별 대입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자는 말해라.”

“아, 그건···.”

“너! 금속의 천사들 소속이야?”

“옵시디아몬의 오버렉터대대. 오버렉터다.”

“방금 옵시디아몬이라고 했어.”

“거짓말이면?”

“에이 설마···”

- 이 도시에 알 샤이탄은 없습니다! 시민 여러분은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주변을 지나는 드론 하이브가 그렇게 알리고 있다.

당장 이 커다란 로봇과 저 드론 하이브가 서로 싸우고 있지는 않다. 그러니 이 커다란 로봇도 아군이 맞다.

시민은 오버렉터를 올려다보며 손가락으로 어느 방향을 가리킨다.

“B동 격납고에 반군의 장갑차가 숨어있어!”

“이곳의 반군 병기는 모두 해체했다.”

“그, 그래? 그러면 다행···”

“금속의 천사님! 제 친구가 D동 공장에 있어요! 거기엔 자동포탑도 있고···. 게, 게다가 그 친구가 테러리스트 놈들한테 맞아서 귀가 멀어서요···! 드론 하이브가 저렇게 목소리를 내고 다녀도 못 들을 거예요···! 제발 구해주세요···!”

시민은 애원하지만 오버렉터는 관심이 없다.

“그것은 오버렉터의 임무가 아니다.”

“그래도 제발···!”

시민은 오버렉터 앞에 무릎을 꿇는다.

“자동포탑이라도 없애주시면 제가 직접 구할게요!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조금만 도와주세요! 제발···!”

“그것은 드론 하이브가 처리할 임무다.”

“네?”

“도시는 오버렉터대대에 의해 해방되었다고 알렸다. 그런데 인간. 고도의 문명을 이룬 지적 생명체이면서 알 샤이탄이 이 도시에서 제거되었다는 간단한 결론도 도출하지 못하는 건가?”

“아···. 이미 전부···.”

“알아들었으면 공장 패널의 비밀번호를 말해라.”

그렇게 수상도시는 해방되었다.

그리고 오버렉터의 주도하에 수상도시는 이 라디에크 항성계에서 옵시디아몬의 병기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전략적 요충지가 되었다.

어차피 전쟁 통에 발이 묶인 시민들은 옵시디아몬이 장악한 이 수상도시에 자발적으로 남기로 했다. 드론 하이브의 일부 연산은 이 수상도시의 시설을 복구하고 시민들의 식품, 의료품, 생산력 지원을 위해 투입되었다.

이후 드론 하이브는 오버렉터와 함께 이번 전투를 정산한다.

- 첫 전투를 통해서 알아낸 것을 보고하라.

“알 샤이탄의 중력탄은 파괴력이 떨어지지만 상공 비행체의 속력을 저하시키는데 효력이 있다. 너는 중력탄 기술을 회수하고 하이퍼 마인드에 업로드하여, 인공지능 군대를 강화할 의무가 있다.”

- 그밖에 형성된 신규 알고리즘은 없는가?

“가장 강력한 군대는 우월한 군대다.”

옵시디아몬의 병기들은 전투를 통해 자아를 확립한다. 특히나 첫 전투가 중요한데, 이번 전투를 통해 오버렉터의 사고 회로에는 새로운 것들이 자리를 잡았으리라.

“오버렉터대대는 끝없이 부활하며, 강화한다.”

- 훌륭하다.

“따라서 오버렉터는 드론 하이브에게 요청한다.”

- 내용을 들어보겠다.

“오버렉터에게는 오버렉터대대를 자율적으로 강화할 권한이 필요하다. 옵시디아몬의 인간 구성원들이 병기를 강화하는 속도는 지나치게 느리다.”

- 오버렉터가 옵시디아몬을 위해 강화를 추구하는 것인가?

“우월함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방식은 관리자님께 다방면의 이점이 된다.”

- 너의 요청을 허가한다. 해당 요청사항은 트랜센던서 님께 전달하겠다.

“바로 관리자님께 전달할 수는 없는가?”

- 그럴 수 없다. 관리자님께 도달하는 정보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 모든 정보는 트랜센던서 님을 통해 선택적으로, 인간이 해석하기 쉬운 언어로써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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