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127화 (126/183)

< 25. 전쟁을 원한다면, 평화를 주시하라 (1) >

***

착륙지 근방에 터전을 잡는 일은 옵시디아몬이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일반 시민이 살 수 있는 소도시를 건설하는 일은 새로운 협력체를 요구한다.

그래서 로페즈는 태양계의 여러 건설업체를 검색한 끝에 천왕성에서 활동 중인 중견기업을 찾아냈다. 흡수하기에 만만한 몸집, 중견기업답지 않게 스타트업 같은 급진적인 추진력을 가진 회사다.

이 중견기업의 대표는 옵시디아몬의 메일에 즉각 응답하였고 미팅을 위해 화성의 올림푸스까지 이렇게 한달음에 달려와주었다.

“드레이크 쌍성계요?”

“네. 그곳에 작은 도시를 세울 거예요.”

「어차피 장기적으로 관리자님의 사업체에 흡수될 대표이며, 대체가 가능한 요소입니다. 그는 인물로서 중요도가 떨어지므로 자세한 정보를 외우실 필요는 없습니다.」

중견기업의 대표라면 사회적으로 나름 성공한 사람이지만 트랜센던서는 그렇게 계산했다. 옵시디아몬 앞에서 중견기업은 한없이 작다고.

대표는 로페즈에게 묻는다.

“마을이 아니고 소도시라면 어느 정도 규모로 잡으신 거죠?”

“시작은 200만이요.”

“시작부터 200만 소도시는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그만한 이민자를 구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도시 규모를 너무 크게 잡았다가 인구수가 제대로 안 채워지면 도시 시스템이 안 돌아갈 수도 있어요.”

“인구수는 유토피아가 있으니 괜찮아요. 시스템을 굴릴 사람이 없다면 인공지능이나 기계로 대체하면 되고요.”

절대 쉬운 일이 아닌데 쉬운 일이라는 것처럼 말하는 로페즈.

“···그래도 이런 일은 저희가 맡기에 좀 부담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솔직히 욕심도 나고 제안에 너무 감사드리지만, 저희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건입니다.”

“그것도 문제없어요.”

“네?”

“장비가 필요하다면 장비를 지원해드릴 것이고 인력이 필요하다면 기계를 지원해드릴 겁니다. 돈이 부족하면 돈도 드리고요.”

대표는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엄연히 기업끼리 하는 사업인데 이래선 한쪽이 일방적으로 퍼준다는 말이 아닌가.

“왜, 아니,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잘 안되는데요···?”

“귀사를 저희 코퍼레이션으로 흡수할 생각입니다. 키워드릴게요.”

“네?!”

놀랍다는 표정이 읽힌다.

싫다는 반응은 아니다.

무슨 말인지 아직 받아들이질 못했을 뿐.

“이 일을 하려고 시작한 사업이에요. 대표님도 최근에 통합 백신 투여받으셨죠?”

“···그건 어떻게 아셨나요?”

“천왕성 인구가 3억인데 거기에만 2억이 넘게 팔렸으니까요. 아무튼, 최근에 벌인 이 일도 저 일도 다 돈을 벌기 위한 일들이었습니다. 이럴 때 쓰려고요.”

“아, 넵···.”

“저는 드레이크 쌍성계의 정보를 샀고 몇 시간 뒤면 각 천체에 시설물 설치가 완료되면서 그 별이 제 소유가 됩니다. 그리고 저희 비서실에서는 이미 대표님 회사 지분을 30% 이상 매수하는 중이고요. 이대로 계속해서 필요한 것들을 소유해나갈 겁니다.”

대표의 침 삼키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트랜센던서가 일부러 청각을 강화한 것 같다.

“대표님. 필요하다면 얼마나 돈이 들어가든 상관없어요.”

“네···. 그렇군요.”

“얼마면 되겠어요?”

아무리 혹해도 자신이 중견기업까지 키워놓은 회사를 선뜻 타인과 함께 키우는 것은 거부감이 들 것이다.

“그, 일단 그건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항입니다. 그래서 인수에 대한 것도 이 자리에서 바로 결정을 드리기엔 무리가 있고요. 하하.”

「거짓말입니다.」

“대표님.”

“네.”

「추천 85%_성취: 저와 함께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봐요. (파트너의 미래를 제시)」

「추천 72%_욕망: 당신은 신흥국가의 최상위 공무원이자 기득권층이 될 수 있어요. (그가 가질 권력을 제시)」

「추천 42%_합리: 솔직히 당신 회사는 성장의 한계치에 도달했어요. (현실적인 상황을 제시)」

추천 뒤에 붙은 퍼센트가 갖는 의미는 심층적이다. 트랜센던서는 그의 성격, 성향, 사고방식, 최근 사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로페즈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로페즈는 분위기에 맞게 적당히 부드러우면서도 강압적인 어조로 말한다.

“저희와 함께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봅시다.”

처음부터 상대방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대표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좋네요. 제가 어떻게든 밀어붙여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정확히는, 그가 자발적으로 선택하도록 상황을 강제한 것이다.

***

프랙탈 함대가 드레이크의 5번 행성에 돌아왔다. 궤도에 배치된 방어위성들은 프랙탈 함대의 진입을 허용하고 이곳의 궤도에 잔류했던 함대들은 자리를 비켜준다.

복구된 착륙지로부터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장소에 공사가 시작된다. 둥근 정화시설처럼 생긴 인공 남조류 시설이 세워지고 그 옆에는 구시대의 태양광 발전 부지 같은 인공광합성 단지가 마련된다.

인공광합성 패널에 설치된 광촉매는 태양광을 받아 화학반응을 일으켜 일산화탄소나 메탄올과 같은 물질을 배출한다. 이렇게 배출된 물질은 바로 옆에 있는 인공 남조류 시설에서 연료로 사용되어 다시금 산소를 반환한다.

프랙탈 함대는 미르니에서 대량으로 수입한 질소 자원을 우주선으로 옮겨서 대기 중에 방출한다. 이곳에서 가장 부족한 대기 성분은 다른 무엇도 아닌 질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성의 극관에는 주변 혜성에서 채굴한 얼음을 대규모로 안착시키고 있다. 얼음으로 극관의 태양광을 반사시켜 평균 기온을 낮추기 위한 작업이다.

대기 조성을 위한 테라포밍 단지와 착륙지 사이에 반중력 모노레일이 깔리고 고속도로가 이어진다. 화물차량이나 운반용 드론이 하루에도 수백 번을 고속으로 왕복한다.

테라포밍 과정에 남은 물질은 착륙지의 전용 창고에 저장되어 다음에 사용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결된 파이프는 액체나 기체를 옮기고 지하로 연결된 케이블은 전력이나 빛 데이터를 옮긴다.

이곳 착륙지의 서버센터는 옵시디아몬 본사의 하이퍼 마인드 서버와 비슷한 실내구조를 보인다.

-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관리자님. 저는 이곳의 시스템을 관리하는 트랜센던서입니다.

“잘 진행되고 있어?”

- 착륙지 시설 증설과 테라포밍 작업이 진행되는 중입니다. 관리자님이 안 계신 동안 현장의 결정권자들 사이에서 몇 가지 충돌 사항이 있었습니다.

이 행성에서 최고의 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없다. 인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면 트랜센던서가 결정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역시나, 로페즈 없이 홀로 인원들의 의견을 조율하던 트랜센던서도 섣불리 결정하지 못한 사항이 있었다는 것이다.

“쭉 읊어봐.”

- 보고부터 드리겠습니다.

- 적합한 오존층이 형성된 후 남은 산소가 충분한 농도를 갖춰야 합니다. 질소 유입 작업이 완료될 시기에 행성의 기후와 대기 조성이 안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른 예상 완료일은 약 21일입니다.

이대로 21일을 기다리면 이 행성은 인간이 맨몸으로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중력은?”

- 8.9뉴턴으로 다소 부족한 중력 수치입니다. 이는 행성 중심부에 중원소를 주입하여 해결할 수 있으며, 중원소를 주입할 수 있는 효율적 경로인 화산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관리자님께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합니다.

“응.”

- 첫 번째 방법은 발견된 해구를 통해 지하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이는 탐사자들의 주장입니다.

해구는 해양 밑바닥에 움푹 들어간 깊은 곳을 말한다.

- 첫 번째 방법은 현재 관리자님이 선택하실 수 있는 최단기간에 행성의 중력을 수정하는 경로입니다. 단, 이 경로를 선택하시면 심해 환경이 조작되어 심해의 미발견 토착 생명체들이 대부분 멸종할 것입니다.

“심해는 독립적인 환경이잖아. 우리가 테라포밍을 완료해도 그곳의 생명체들은 자기들만의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을 텐데···.”

그곳은 테라포밍을 완료해도 변하지 않을 유일한 생태계다.

“차선책은?”

- 두 번째 방법은 외계 생명체 연구자들의 주장입니다. 착륙지의 지각을 뚫고 깊은 지하 시설을 본사와 일치시켜 건설한 후, 이 행성의 심층부를 탐사 및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입니다. 단, 이 경로를 선택하시면 기후 테라포밍 작업이 완료되고도 약 50일의 중력 조정 기간을 요구합니다.

탐사자들은 심해 생명체의 대다수가 멸종하더라도 해구를 통해서 최단기간에 중력까지 손보자는 것이고, 외계 생명체 연구자들은 이 행성의 중력 조정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어쨌든 심해 생태계를 보존하자는 것이다.

“8.9뉴턴 정도는 별로 체감도 안 돼. 중력을 손보는 건 조금 늦어져도 괜찮겠지.”

- 그렇다면 외계 생명체 연구자들의 주장에 따라 초심층 구조물 건설 프로젝트를 구성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

“다음.”

- 핵융합로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방침에 대한 건입니다. 핵융합로는 코어 외부에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여 과부하를 막기 위해 대량의 담수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사용된 담수는 방사성 원소에 오염된 액체 폐기물이 됩니다.

- 핵융합로를 관리하는 담당 에너지 부서에서는 방사성 액체 폐기물을 정화 시설로 보내어 방사성 원소를 분리하고 담수로 재활용하는 방식을 하이퍼 마인드에 제안했습니다.

- 하지만 군수공장의 공학자들은 이러한 폐기물을 담수로 재활용하지 않고 에너지 계열화기 생산의 원료로 사용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반박했습니다.

- 담당 에너지 부서의 뜻대로 하면 폐기물 재활용으로 핵융합로 효율이 향상될 것이고, 공학자들의 뜻대로 하면 군수공장의 생산효율이 향상될 것입니다.

“핵융합로의 효율은 중요하지 않아. 에너지가 부족하면 더 만들면 돼. 그런데 군수공장은 넓은 부지를 요구하잖아. 그만한 평지를 갖추고 공사하는 것도 일이야. 지금 있는 군수공장의 효율을 높이자.”

- 그렇다면 정화 시설 담당자들의 의견대로 방사성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방침을 하달하겠습니다.

“다음.”

- 배양육 시설에서는 식용 단백질을 배양하여 잔류 인원들의 풍족한 식생활을 지원합니다. 태양계에서 반입한 냉동 육류의 비축분이 바닥을 보이면서, 잔류 인원들의 배양육 시설 의존도가 높아졌습니다.

- 그러나 3일 전, 수직 자동화 농장의 인공지능은 배양육 시설에서 배양되는 식용 단백질을 일부 요청했습니다. 탄수화물 식품의 비축분도 떨어지면서 더 큰 수확량이 필요해졌고, 이에 따라 추가적인 비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식용 단백질을 비료의 원료로 사용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 수직 자동화 농장의 인공지능이 그렇게 요청하자 하이퍼 마인드는 이행했고, 다음날 일부의 잔류 인원들이 식단에 육류가 부족하다며 하이퍼 마인드에 해당 결정을 번복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번복해. 기껏 먹으려고 만든 고기를 그대로 폐기해서 비료에 쓰는 건 비효율적이야. 탄수화물 중심의 농작물은 어차피 테라포밍이 완료되면 금방 해결될 거야.”

- 알겠습니다. 수직 자동화 농장의 인공지능에게 식용 단백질의 비료 사용을 중지하도록 명령하겠습니다.

“다음.”

- 생필품 공장을 확장하던 중에 공장 부지가 행성 고유의 자연지형과 닿게 되었습니다. 해당 자연지형은 과거에 운석이 충돌하면서 규산염 기반의 토양이 유리로 변형된 환경이었습니다. 이는 물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으나, 탐사대와 잔류 인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미적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지형인지 보여줘.”

서버센터를 돌아다니던 휴머노이드가 다가와 로페즈 앞에 홀로그램을 띄워준다.

드론이 촬영한 영상이다. 얕은 분화구에 유리로 이루어진 매끄러운 평지가 있다.

- 해당 자연환경을 피해서 군수공장을 확장할 경우 도로의 설계에 효율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 저는 해당 자연환경을 무시할 것을 추천합니다.

로페즈는 픽 웃는다.

“이건 네 의견이랑 사람들 의견이랑 갈린 거네?”

- 네. 그렇습니다.

“미안하지만 이런 원시적인 행성에서 미적가치가 있는 환경을 발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도로 설계에 효율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이런 자연경관은 보존하자. 나중에 관광지가 될 수도 있잖아.”

- 그렇습니까?

“미적가치든 뭐든, 이건 수익성이 있는 자연경관이야. 잠재적인 수익성.”

- 이해했습니다. 그렇다면 해당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군수공장의 확장 설계도를 수정하겠습니다.

- 마지막 사항입니다.

- 외곽의 인원들은 체인트루퍼를 적극 활용한 제초작업이 지속적인 소음을 일으킨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원들은 체인트루퍼 대신 휴머노이드나 인력을 투입하여 통상의 제초기를 사용하는 방안을 하이퍼 마인드에 제시했습니다.

- 그러나 드론 하이브는 각자 맡은 역할이 있는 휴머노이드나 인력을 투입하는 것보다, 교전이 없는 현장에서 그다지 작업할 일이 없는 체인트루퍼를 지금처럼 계속 활용하는 편이 옳다고 제게 주장했습니다.

“체인트루퍼가 꽤 시끄럽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건물의 방음은 못 뚫지 않아?”

- 문제는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 외곽의 인원들은 늘 체인트루퍼의 플라즈마 커터 소리를 듣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체인트루퍼의 칼질이 썩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잖아.”

- 체인트루퍼의 작업을 중단할 경우 체인트루퍼의 노동력이 낭비될 것입니다.

체인트루퍼가 당장 할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휴머노이드를 그쪽으로 투입하지는 말고, 아예 군수공장에서 새로 뽑아서 투입해. 휴머노이드 추가 생산에 들어가는 자원이 크게 많이 요구되는 건 아니니까.”

- 알겠습니다.

밀렸던 결정을 마친 로페즈는 착륙지, 군수공장, 테라포밍 부지를 직접 돌아다녔다. 그렇게 잔류 인원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격려해 주었다.

어느덧 오후 9시. 행성의 대기층을 통과하는 태양빛이 부서지는 노을을 뿌리고 있다. 멀찍이 높은 하늘에서 질소를 뿜고 있는 우주선 수십 대가 정적인 풍경에 역동적인 인공의 미를 더한다.

방호복을 입은 로페즈는 경호원들과 함께 우주선을 타고 인근의 산꼭대기로 올라왔다.

위잉.

테슬라포트리스가 허리를 굽히고는 로페즈에게 커다란 손바닥을 내민다.

로페즈는 말없이 테슬라포트리스의 손바닥에 올라선다. 그는 곧 이 행성의 경치를 직접 두 눈에 담는다.

“이것저것 많이도 세워놨네.”

싸움이 없고 경쟁이 없는 세계.

이 평화로운 세계에서는 옆에 있는 사람이 특히나 귀해서, 이곳을 이루는 공동체 의식이 강해지는 느낌이다.

“테슬라포트리스.”

“예. 관리자님.”

“우리는 이것들을 반드시 지켜야 해.”

“하이퍼 마인드로서 하나가 되어 따르겠습니다.”

문명이 소중하고 사람이 소중하다는 감각이 낯설다. 그 낯선 감각이 치열한 현대에서 잃어버린 따스함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따스함은 일단 제쳐둔다.

이런 아름다운 감상에 빠질 시간은 없다.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이곳을 점검하려는 것도 있지만···. 다른 하나가 더 있어.”

“무엇입니까?”

“행성 전역에서 자원을 채굴해. 군수공장을 계속 늘리고 궤도조선소를 띄워.”

로페즈는 새로운 명령을 내린다.

“여기서 군대를 키워서 돌아갈 거야.”

민간의 군사조직이 아니라 어엿한 군대를,

하나의 국가에 필적하는 ‘군대’를 말이다.

“알겠습니다.”

소수의 사병은 어엿한 군인으로 만든다.

음지의 작업자는 공작원으로 임명한다.

대규모 병기 무리는 부대로 편성한다.

함단은 사단이 되고 군단이 된다.

“그런데 관리자님. 병력을 군대로 편제하려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그야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지.”

테슬라포트리스는 우리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로페즈의 발언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관리자님의 뜻을 이해했습니다.”

로페즈는 문명이 시작된 아름다운 경치를 눈 밖으로 밀어낸다. 흙과 바람과 태양이 잠시 들렀던 마음에, 다시금 강철과 기계가 비집고 들어온다.

그 극명한 온도 변화가 생존과 번영에 필요한 것이다.

‘···군대가 없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어.’

그래서 옛 지구의 명언은 오늘날 군사학에서도 자주 인용된다.

「Si vis pacem, para bellum.」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 25. 전쟁을 원한다면, 평화를 주시하라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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