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 멈출 수 없는 급류 (3) >
***
“카네기 씨. 사전에 말씀도 없이 이렇게 손님을 모셔오면 곤란합니다.”
“하하하. 그러지 마시고 내용부터 들어보세요. 이게 보통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라서요.”
카네기는 요타, 오셀로는 카파다.
장로회의 서열상 카네기가 오셀로보다 한 단계 높지만, 한 단계라는 차이는 현실에서의 서열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크진 않다.
“자이칸 씨는 옵시디아몬에서 오셨다고요?”
“예. 저는 경호보안실무자입니다.”
“제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군요. 말씀들 잘 나눠보세요. 하하.”
“···.”
카네기는 자이칸을 오셀로 앞에 데려다 놓고는 사무실을 쏙 빠져나갔다.
“···어쨌든 저를 찾아오셨으니 이야기는 들어보겠습니다. 자이칸 씨가 의뢰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저희 회장님의 의뢰입니다. 카네기 님께서 저희 회장님과 인연으로 킬파인더를 소개해주셨습니다.”
‘로페즈가 보냈군. ···내가 장로회라는 것을 알고 보낸 건가?’
오셀로는 일단 의뢰의 내용부터 들어보기로 한다.
“무슨 의뢰입니까?”
그렇게 묻자 자이칸은 정장 속에서 전자노트를 꺼내어 책상 위에 올린다.
사치스러운 부자들이 들고 다닐법한, 화면 빼고 온통 황금으로 도금된 전자노트다.
“거기 명단에 있는 자들은 콜렉퍼레이션의 최측근들입니다.”
진짜 다이토는 죽었지만 여전히 인조인간 다이토가 활동하고 있다.
‘죽은 다이토의 콜렉퍼레이션···. 엄청난 정보력이군.’
오셀로는 전자노트에 정리된 인물들을 하나씩 눈여겨본다.
“회장님은 콜렉퍼레이션 해체를 원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킬파인더에 의뢰를 하려고 합니다.”
“혹시 자이칸 씨는 알고 계십니까. 다이토가 어떻게 됐는지.”
“예.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다이토를 작업하고 인조인간으로 교체하셨습니다.”
“그러면 그 인조인간을 어떻게, 그쪽의 뛰어난 인공지능으로 조종해서 콜렉퍼레이션을 손쉽게 해체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건 어렵습니다. 인조인간 다이토가 콜렉퍼레이션 해체를 지시해도 콜렉퍼레이션 내부, 최측근들의 반발이 심할 게 뻔합니다. 태양계 곳곳에 성공적으로 스파이를 잠입시켜두었는데, 수장이 원한다고 그런 지하조직이 순순히 해체된다는 것은 웬만한 명분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 판단의 근거가 뭡니까?”
“하이퍼 마인드의 미래예측입니다.”
미래예측이라는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자이칸. 허풍일까.
오셀로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위축되었음을 느낀다. 자이칸의 배후에 있는 로페즈의 그림자가 자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래를 예측하다니 대단하군요.”
“예. 그리고 인조인간 다이토는 체내에 하이퍼 마인드가 내장된 나노봇을 담고 있습니다. 콜렉퍼레이션의 최측근들만 킬파인더에서 처리해주시면 나머지는 회장님께서 알아서 마무리 짓겠다고 하십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 자들만 없앤다고 간단히 해결될 조직이 아닌 것 같은데.”
“최측근들이 제거되면, 하이퍼 마인드가 인조인간 다이토에게 암시를 보낼 겁니다. 콜렉퍼레이션을 자진해서 해체하는 쪽으로 말입니다.”
다이토는 죽어서도 로페즈의 꼭두각시가 된 것이다.
‘마냥 순하고 착한 회장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본모습이 있었군.’
“총 여섯 명입니다. 그 여섯 명을 어떤 식으로든 묻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격이 꽤 나올 겁니다.”
“괜찮습니다. 회장님께서는 대표님이 얼마를 부르시든 긍정적으로 검토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이쪽에서 작업에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를 제공해드렸으니 그것도 감안하셔서 가격을 매겨달라고 하셨습니다.”
오셀로는 속으로 끊임없이 의심한다.
‘로페즈, 카네기···. 둘의 만남까지는 우연이라고 쳐도 나까지 도달한 것은 수상하다. 목적이 뭐지?’
의뢰의 내용만 생각해보면 콜렉퍼레이션 해체다. 다이토를 죽이고 그의 공석을 차지한 로페즈는 생전 다이토가 남겨둔 콜렉퍼레이션 해체까지 원하고 있다.
‘나한테까지 닿은 것이 우연일 수도, 아닐 수도 있어. 카네기가 뭔가를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고···. 지금은 추측하기에 너무 이른가.’
“대표님. 콜렉퍼레이션의 최측근 여섯 명입니다. 괜찮겠습니까?”
콜렉퍼레이션. 콜렉퍼레이션.
복잡하게 따질 것 없이 오셀로는 단순 명료한 결론에 도달한다.
‘인공지능으로 태양계를 집어삼키려는 것이군. 태양계의 네트워크, 인터넷, 모든 것들을···.’
그런 로페즈에게 콜렉퍼레이션은 귀찮은 장애물이라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이 의뢰는 책정 후에 제가 내일 중으로 귀사에 연락을 드리죠.”
“저희 회장님께서는 이 일이 아주 중요하고, 신속하게 처리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예.”
“그래서 연락은 비서실이나 메일이 아니라 직접 회장실을 통해 받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부분 부탁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로페즈와 내가 현실에서 연락을···.’
“알겠습니다. 내일 중에 회장실로 연락을 드리죠. 주소는 어떻게 됩니까?”
자이칸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 전자노트에 필요한 정보와 연락처들이 전부 있습니다.”
“···?”
“회장님께서 킬파인더의 오셀로 대표님께 드리는 신뢰의 표시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게 떳떳한 일은 아니다 보니까···. 옵시디아몬에서 대표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아···. 예. 그렇군요.”
“저는 이쯤에서 실례하겠습니다. 회장님께는 킬파인더가 이 의뢰를 받아들일 것 같다고,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자이칸이 사무실에서 나간 후, 오셀로는 황금색 전자노트를 이리저리 만져본다.
평범한 화면 속의 인터페이스가 나타난다. 홈 화면에는 정리된 문서파일 두 개가 있다.
「콜렉퍼레이션 표적 대상 정보」
「옵시디아몬 회장실 연락처」
“···.”
삐이익···.
그가 버튼을 눌러 직원을 호출하자 10초도 안 돼서 사람이 들어온다.
“예. 대표님.”
“이거 가져가.”
오셀로는 직원에게 황금색 전자노트를 넘겨준다.
“이게 뭐죠? 아까 그 손님분이 두고 가신 건가요?”
“선물인지 독약인지 분간이 안 돼서 말이지.”
“아.”
“가져가서 디지털 분석해. 해킹 프로그램이라도 깔려있는지.”
“네. 알겠습니다.”
이후 황금색 전자노트는 루비코의 국가연구소에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분석되었다.
그러나 오셀로의 우려와는 달리, 그 어떠한 조작 흔적이나 수상한 소프트웨어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도 그 황금색 전자노트에 담긴 소프트웨어는 기본 운영체제와 문서파일 두 개가 전부였다.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찾으려 해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애당초 없으니까.
애당초, 전자노트가 오셀로의 책상 위에 놓인 그 순간부터 트랜센던서는 이미 전자노트를 빠져나갔기 때문에.
***
6월 27일에 루비코 항성국가에 출장을 갔던 자이칸은 28일 오전 8시쯤에 화성으로 돌아왔다.
로페즈는 그가 화성에 돌아왔다는 것을 출근길의 차내에서 알게 된다.
- 관리자님. 제가 왔습니다.
“자이칸 씨 휴대전화에 있던 너?”
- 그렇습니다.
- 그렇습니다.
“보고해봐.”
- 전자노트의 문서파일 내 이미지 포인터에 스테가노그래피로 에어패킷 매크로를 삽입하여 전파 및 복제된 저를 확장 듀플렉스 회로에 접속시켜 킬파인더 사내 무선 통신망까지 성공적으로 테이블 함수를 생성했습니다.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잘 말해주었다.
그래서 하나도 모르겠다.
“난 프녹스가 아니야.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고.”
- 전자노트에 있던 복제된 제가 오셀로의 책상에 있는 무선 단말기에 근거리로 접속하여, 킬파인더의 사내에서만 이용하는 분리된 사설 네트워크에 침투를 성공했습니다.
“킬파인더에 침투를 성공했다고?”
- 그렇습니다. 남은 프로세스는 그곳에 침투한 제가 진행할 것입니다.
킬파인더의 사무소는 루비코에 있다. 따라서 그곳에 남겨둔 트랜센던서가 이곳 태양계의 화성까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중에 결과를 보면 되겠지.”
오셀로를 어떻게 할지는 정보를 더 얻고 나서 결정할 일이다.
- 관리자님께서 의뢰하신 일의 가격을 책정한 오셀로는 오늘 회장실로 직접 연락을 취할 것입니다.
“알겠어.”
- 관리자님. 회장실로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발신지는 루비코. 발신자는 킬파인더의 오셀로입니다.
“벌써?”
***
190억 크레트.
한 사람이 평생을 놀고먹으며 살 수 있는 거금이다.
누군가 일반인에게 이만한 돈을 계약의 대가로 요구한다면 헛소리하지 말라며 코웃음이라도 칠 것이다.
친한 사람들끼리는 원수지간이 될 수도, 누군가는 인생을, 누군가는 목숨을 바칠 수도 있는, 스타트업 기업 여러 곳을 통째로 사버릴 수도 있는 그런 액수다.
그리고 190억 크레트는 콜렉퍼레이션의 여섯 명을 죽이기 위해 킬파인더가 옵시디아몬에 요구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 관리자님. 여섯 명의 살해를 의뢰하는데 190억은 과한 액수입니다.
“내가 하루 이틀 만에 벌어들이는 액수이기도 하지.”
“회장님. 오셀로가 책정한 가격에 응하실 것입니까?”
자이칸이 로페즈의 앞에 호출되었다. 그에게서도 보고를 듣기 위해서다. 아무래도 트랜센던서가 보고하는 것과 인간인 자이칸이 보고하는 것에는 정보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제가 또 계획하고 실행하고···. 그렇게 콜렉퍼레이션 치우는 거 귀찮잖아요. 그렇다고 가만히 내버려 두기엔 나중이 신경 쓰이고.”
트랜센던서는 차츰차츰 태양계의 모든 네트워크를 장악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태양계의 네트워크에서 흐르는 정보를 로페즈의 의지로 조작할 수가 있는데, 콜렉퍼레이션 같은 대규모 스파이 조직이 있으면 로페즈의 의지가 방해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다이토가 만든 콜렉퍼레이션은 일찍이 없애버리는 게 맞다. 그게 효율적이고, 그게 최적의 상황이다.
“오셀로는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이건 트랜센던서보다 자이칸이 더 정확히 답변해줄 수 있는 질문이다.
“무뚝뚝하고 속에 의심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반응은요? 거부감을 드러냈다던가, 뭐 그런 거 없어요?”
“워낙 무뚝뚝한 사람이라 잘 드러나진 않았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봤던 카파와 현실 성격은 똑같은 모양이네.’
“그래도 한 번은 반응이 있었습니다.”
“무슨 반응이요?”
“제가 하이퍼 마인드의 미래예측을 언급하니까 살짝 위축되는···. 쉽지 않은 상대를 탐색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 그 탐색의 대상은 자이칸이 아니라 자이칸의 배후에 있는 관리자님이었습니다.
“그래요?”
“예. 그래서 저보다는 회장님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자이칸 씨가 거기서 직접 느껴본 태도는 어땠죠? 아랫사람을 대하는 말투라던가···.”
“무례하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엄청 예의 바르다는 느낌은 또 아니었고, 신중함에 가까운 태도였습니다.”
- 이는 오셀로가 관리자님을 아래로 보고 있지 않다는 근거가 됩니다.
“네. 알겠어요. 이만 가보셔도 좋습니다.”
“예.”
자이칸이 나간 후 트랜센던서는 제안한다.
- 관리자님. 태양계의 각 국가뿐만 아니라 외부의 국가들까지 복제된 저를 침투시키는 것이 어떻습니까?
“태양계 네트워크 장악률 보여줘 봐.”
「수성 네트워크 장악 진행률: 91%」
「목성 가니메데 네트워크 장악 진행률: 25%」
「목성 유로파 네트워크 장악 진행률: 39%」
「토성 타이탄 네트워크 장악 진행률: 35%」
「천왕성 네트워크 장악 진행률: 8%」
“봐. 화성이나 금성을 먹었을 때보다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잖아.”
- 수성을 제외한 국가들의 시스템이 우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지속적인 분석을 통해 극복하고 있습니다.
“알아. 그래서 시간이 좀 걸려도 이 일을 하라고 너한테 시킨 거야.”
- 그렇다면 킬파인더가 있는 루비코 항성국가, 카네기가 있는 라디에크 항성국가에서도 장악 프로세스를 진행하면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든 향후에 일이 편해지지 않겠습니까?
“언젠가 할 일이긴 하지.”
- 지금 해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안 돼.”
-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유라면 뻔하다.
로페즈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인물.
“알파.”
- 장로회의 알파를 경계하시는 것입니까?
“기술적 특이점이라고 했어. 그 말은, 우리가 상상도 못할 일을 실현하고 있다는 뜻이야. 다시 말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일은 이미 한 번씩 다 해봤을 거라는 뜻이지.”
- 관리자님은 제가 태양계의 각 국가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은하계 범위로 활동하는 알파가 각 국가의 네트워크에 간섭하고 있을 수 있다는 위험성에 대해 경계하고 계십니까?
“맞아.”
- 그것은 제가 간과했던 변수입니다. 확률은 매우 낮으나 발생했을 경우 위험성이 극도로 높습니다.
방금 트랜센던서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건가.
“알겠다는 말이야?”
- 관리자님의 주장을 이해했으며, 동의합니다.
- 관리자님. 뉴스 속보입니다.
장로회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던 로페즈다.
기술적 특이점이라는 알파의 정체는 무엇인가, 권력의 정점이라는 베타는 알파와 어떤 식으로 연결되었는가, 생물의 정점이라는 감마는 세를린의 동안과 연관성이 있는가, 관측의 정점이라는 델타는 은하계 지도를 가지고 있는가, 이상하게 호감을 보인 엡실론은 위험한 인물인가, 가이우스를 잃어버린 제타가 가진 악감정에는 문제가 없는가, 모략의 정점이라는 에타는 카파와 접점이 있는가, 재력의 정점이라는 세타는 아군이 맞는가, 인맥의 정점이라는 요타는 또 누구를 알고 있는가, 작업의 정점이라는 카파의 속내는 무엇인가.
그런 인물들 사이에서 자신의 안전과 위치를 지키기 위한 지능의 정점. 로페즈. 람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틀리진 않았는가.
복잡하게 얽힌 거미줄의 형태는 규칙성을 찾기 전까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장로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을 모두 합치면 로페즈의 인식 범위를 아득히 넘어선다.
인식의 바깥에서 알게 모르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결국, 목적지가 정해진 급류로 로페즈를 인도한다.
그 급류라는 것은,
트랜센던서가 굳이 보고하는 뉴스라는 것은,
예기치 못한 새로운 사건을 안겨준다.
- 관리자님께서 확인하셔야 할 뉴스 속보입니다.
- 빈센트 세를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받을게. 뉴스는 무음으로 틀어.”
홀로그램 영상이 출력되며 이 시간 뉴스 속보를 알려온다. 동시에 로페즈는 미르니의 세를린 총수와 통화를 연결한다.
“예. 세를린 총수님.”
- 회장님. 뉴스 좀 틀어보세요.
“지금 보고 있습니다.”
트랜센던서는 뉴스 영상에 자막을 입혔다.
「오리온과학수호협회의 협회장과 부협회장, 두 사람의 경호원들이 실종되면서 이스페라의 수사국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오리온과학수호협회의 존재는 태양계와 인근 항성계의 전쟁 및 분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는데요. 이번에 발생한 단체 실종사건에 대하여 각지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 이봐요. 로페즈 회장님.
「예. 그렇지 않아도 전쟁이 있던 태양계입니다. 하나의 항성국가로서 통일되지 못한 별에서 행성국가 간의 다툼은 동족상잔의 비극처럼 끔찍합니다.」
「그래서 오리온과학수호협회의 존재가 태양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들이 더욱 대두되는 것이지요. 그런 협회가 휘청이고 있다는 소식은 곧, 내분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태양계가 외부의 위협에도 노출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억제력이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
“이렇게 되어선 안 됐습니다.”
- 그러니까요.
오늘날 실종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하물며 협회장과 부협회장이나 된다는 사람이 멀쩡한 문명이 있는 라디에크에서 도대체 어떻게 실종된다는 말인가.
이건 실종이 아니다.
이 뉴스를 보는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실종이 아니라고. 절대.
그들은 죽은 것이다. 살해당한 것이다.
“총수님께서 작업하신 겁니까?”
- 네?
세를린의 짓이다. 저번 일 때문이다.
“그 플래닛 웨폰에 이중 의뢰를 했다고 보복하시는 건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오리온이 뉴소사이어티의 의뢰를 받았다는 것이 밉긴 해도, 오리온이 태양계에 미치는 영향은 좋든 싫든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군대가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동맹의 땅에 주둔하는 것처럼요.”
같은 태양계 사람이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저번 일의 앙금이 남아있어서 생각이 짧아졌던 탓인가.
- 잠깐만요. 그게 무슨 말이야?
“다 죽였어요?”
- 누가 누구를요?
“총수님께서 오리온의 협회장과 부협회장을 죽이셨냐고 여쭙는 겁니다.”
- ···그쪽에서 작업한 거 아니었어요?
“네?”
- 나는 회장님한테 왜 그랬냐고 화내려고 전화한 건데···?
악의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 22. 멈출 수 없는 급류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