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106화 (105/183)

< 20. 처세술 (5) >

***

“무슨 이야기들을 그렇게 재밌게 나누고 있나?”

감마가 나서서 답한다.

“이, 이번에 ‘지능의 정점’으로 검토하고 계신 로페즈 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여기 세타 님께서 로페즈와 만났다고 해서요.”

세타가 잠시 침묵하는 가운데 제타가 끼어든다.

“알파 님. 은하계에서 돌아오시자마자 이런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어 죄송스럽지만···. 로페즈가 람다를 살해했다고 합니다.”

정점을 찍은 인물들이 모인 장로회다. 그런 집단 속에서 막내가 죽었다는 소식인데 알파는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 여긴다.

“고작 그것밖에 안 되는 놈이었다는 거겠지. 다이토는.”

알파는 테이블의 상석에 앉는다. 그러는 동안에 세 사람은 선 채로 굳어서 우물쭈물한다.

“각자 자리에 앉아보자. 어차피 다들 현실에선 누워있거나 앉아있겠지만.”

“네.”

“예···!”

“···.”

그제야 세 사람이 자리에 앉는다.

알파는 테이블 위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깍지를 끼운다.

“미르니의 총수 빈센트 세를린. 이 이야기는 자네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아, 네. 제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시작해봐.”

세타는 삼켜지지도 않는 침의 감각을 억지로 삼킨다.

“람다가 로페즈를 죽이려 했습니다. 그러다 도리어 람다가 당해서···”

“아니, 그렇게 말고.”

“네?”

“구체적으로 말해.”

세타는 멈칫한다.

과연 알파는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알파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까지 은하계를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태양계에 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저는 로페즈에게 악감정을 품고 그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옵시디아몬과 사업적 협력을 했습니다.”

“그래, 그래.”

“방사능 격리 기술에 관련해서 가니메데에 로페즈와 미팅을 잡았습니다. 그의 속내를 더 알아내기 전까진 섣불리 손대지 말라고 람다에게 충고했었죠.”

알파는 잘 들어주고 있다.

“그런데 람다가 제 충고를 무시하고 가니메데에 함정을 팠습니다.”

“다이토가 자네와 로페즈의 미팅을 어떻게 알았다는 말이지?”

“콜렉퍼레이션의 스파이가 미르니의 의사결정회에 있던 탓입니다. 람다는 저와 로페즈의 미팅 장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그곳에 작업자를 대동시켜 함정을 팠습니다.”

“그렇군.”

거짓에 거짓을 더한 이야기다.

“그곳에서 람다는 로페즈에게 역으로 당했습니다. 로페즈는 람다의 인조인간을 만들어서 금성 총수부의 혼란을 막았고요. 저는 뒤늦게 현장에 도착해서 로페즈를 추궁했습니다. 사업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람다에 대한 이야기를요.”

“람다는 공작의 정점으로 금성 총수부이자 콜렉퍼레이션의 수장이지.”

“네. 그리고 람다는 자신만의 비밀종교 단체를 가지고 있기도 했습니다.”

“비밀종교?”

“뉴소사이어티입니다. 제타 님의 전쟁을 망쳤던 결정적 계기인 신형 핵융합로 폭발. 그리고 저의 플래닛 웨폰 투자를 망친 이중 의뢰의 배후. 그 범인은 로페즈가 아니라 람다였습니다.”

그리고 감마가 거든다.

“알파 님. 세타 님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람다는 숙청 대상이 됩니다.”

알파는 몰랐다는 눈치다.

“···그 정보의 출처는?”

“이 영상입니다.”

***

세타가 준비한 영상을 다 본 후 제타는 혼란스러워한다.

“전쟁 명분을 다이토 녀석이 만든 거였어···? 콜렉퍼레이션의 스파이로···?”

“로페즈가 가이우스를 그렇게 만든 것은 맞지만···. 가이우스가 먼저 로페즈를 배신하였다고 합니다. 정확히는 가이우스의 인공지능인 엘리스가요.”

세타는 그렇게 말함으로써 제타의 시선을 다이토에게 돌리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알파 님. 둘 다 밟아버려야겠습니다. 아, 아니. 다이토는 이미 죽었으니 로페즈라도 밟아야겠습니다. 그래도 됩니까?”

별다른 반응이 없는 알파를 대신하여 감마가 제타를 뜯어말린다.

“어쩔 수 없었다고 하잖아요. 카이사스 제독이 먼저 배신했다는데 로페즈가 살려고 뭔들 못하겠어요?”

“그래도 이건 용납 못합니다. 제가 가이우스를 거대기업으로 만들려고 얼마나 노력을 쏟았는데···. 그 전쟁의 방해꾼이 한둘이 아니었어···.”

세타도 제타를 말린다.

“제타 님. 커다란 일엔 언제나 방해꾼이 있는 법이에요. 그리고 람다는 의도적으로 그랬다지만 로페즈는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잖아요? 우리 같은 선두주자들이 후발주자의 입장을 이해해 주자고요.”

“세타 당신은 사업을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겁니까? 재력의 정점이면 거대기업 하나를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투자되는지···. 장로회에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알지 않습니까. 애당초 가이우스는 내게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몇 번 쓰고 버릴 카르민펙토스 재단과는 다르다는 말입니다!”

“제타. 거기까지만 해라.”

알파가 그렇게 경고하자 제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꾹 다문다.

“장로회끼리 갈등이 생기는 것은 금지다. 우리 정도 되는 인물들의 사소한 말다툼은 전쟁으로도 번진다는 뜻이다.”

“···죄송합니다.”

누가 뭐라고 말하든 모든 결정은 알파가 하는 것이다.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되었군. 로페즈가 바깥 세계에서 람다를 죽였으니 우리가 직접 람다를 숙청할 수고는 덜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 태양계에서 벌어진 일들의 정황을 고려해보면 세타가 가져온 영상이 거짓이라고 보긴 힘드네.”

알파의 주장에 반박하는 자는 없다. 이는 세타가 나서기에 좋은 분위기다.

“알파 님. 제가 감히 한 말씀만 올려도 될까요?”

“해봐.”

“어차피 로페즈는 지능의 정점으로 장로회의 일원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특별한 사건이라도 터져서 로페즈가 장로회의 일원이 될 자격을 잃을 경우는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나는 그를 높이 평가하고 있어.”

“그렇다면 람다의 자리도 공석이 되었으니 이렇게 된 참에, 차라리 로페즈를 하루라도 빨리 들이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이건 세타가 로페즈와 나눴던 약속이다.

알파는 세 번째 일원인 감마에게 고개를 돌린다.

“베타가 없으니 자네의 의견을 우선하지.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도 얼마 전까지는 로페즈를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저도 세타 님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쯤에서 로페즈를 람다로 임명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로페즈는 프랙탈과 관련된 회의를 마친 후 회장실에 올라왔다.

“조사 끝났다고?”

- 서열상 세타, 세를린의 아래에 있는 요타와 카파에 대한 정보 대조를 끝냈습니다.

“그 사람이 나한테 말해준 것과 일치해?”

- 그렇습니다. 인물 사진과 정보를 출력해드리겠습니다.

「카파(κ)에 해당하는 인물.」

「작업의 정점.」

「현재 장로회에서 서열 10위.」

「이름: 오셀로(Othello)」

「나이: 47세」

「성별: 남성」

「오셀로는 루비코 항성국가 소속의 소규모 최정예 전문용병회사, 킬파인더(Kilfinder)의 대표입니다. 또한 공식적으로 킬파인더는 자회사 건물 없이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입니다.」

“인터넷을 탐색해봐도 자세한 정보는 없겠네.”

- 원하신다면 연산의 일부를 할애하여 라디에크 항성국가에 복제된 저를 보내어 검색을 수행하겠습니다.

“됐어. 검색해서 나올 정보가 아닐 거야. 그쪽 인터넷 시스템에 들어가려면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다이토의 콜렉퍼레이션은 아예 등록되지 않은 집단이었다. 그런 다이토보다 한 단계 높은 인물인 오셀로의 킬파인더라면 더욱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오셀로가 장로회에서 카파에 해당하는 인물이고. 다음, 요타는?”

「요타(ι)에 해당하는 인물.」

「인맥의 정점」

「현재 장로회에서 서열 9위.」

「이름: 네브래스카 레일 카네기(Nebraska Rail Carnegie)」

「나이: 31세」

「성별: 남성」

「라디에크(Radiake) 항성국가 출신인 그는 최고의 투자가이자 작가입니다. 그는 총 731개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재벌입니다. 그는 현재까지 16권의 책을 집필하였으며, 그가 22살에 집필한 소설 ‘비히리비엘’은 2575년에 영화로 개봉되어 크게 흥행하였습니다.」

비히리비엘은 로페즈가 보지도 않은 영화다. 당연히 원작자의 이름 같은 건 모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카네기라는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본 바가 있다. 그것도 귀에 익은 이름이다.

“다른 특이사항은 없어?”

- 카네기는 옵시디아몬의 다섯 번째 대주주입니다.

기억났다.

“카네기라는 사람이 이 사람이었어?”

- 그렇습니다. 그는 관리자님, 일리노이 리탄, 이퀄리아 어스틴, 에리카 애틀라탄에 이어서 다섯 번째로 옵시디아몬의 지분을 가장 많이 소유한 대주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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