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93화 (92/183)

< 18. 세상을 움직이는 그림자 (2) >

***

“안 닥쳐요? 내가 얘기하고 있잖아.”

타앙!!!

로페즈의 말을 끊었던 임원의 머리가 산탄 권총에 터져나갔다.

“···!”

머리뼈를 이루던 조각과 머리 안에 차있던 붉은 것들이 총격의 반대 방향으로 얼룩을 퍼뜨렸다.

총성 직후 이어지는 침묵은 공기를 살벌하게 얼렸다.

그 속에서 로페즈는 그들을 노려본다.

“아직도 내가 당신들 밑에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

총성이 울렸지만 바깥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다.

처음부터 이 장소가 뉴소사이어티의 비밀회의를 위해 깊은 지하에 마련된 탓이다. 경호원도, 감시 카메라도, 수성의 경찰도 없다.

철저하게 비밀이 유지되는 장소다. 그런 장소였다. 때문에 이곳에 침입한 로페즈는 이 자리의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러한 사실이 방금의 살벌한 총격으로 명확해졌다.

「관리자님께서 공포로 주도권을 잡으셨습니다. 그들이 이 장소에서 관리자님께 저항할 확률은 매우 낮아졌습니다.」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 섣불리 입을 열었다간 방금 머리가 터진 임원과 같은 말로를 겪게 될 것 같아서.

“···장로회 소속인 사람은 당신이고. 또 장로회 소속인 사람 있으면 지금 말해요.”

장로회에 소속된 인물이 누구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로페즈가 지목한 사람 말고는 아무도 답이 없다.

“알겠어요. 그러면 다음, 당신들 사이에 어떤 서열이 존재하는지 말해요.”

“저, 저희요···?”

“뉴소사이어티 전부.”

처음 한 명은 수성에 도착한 직후 자이칸에게 죽어서 얼굴을 빼앗겼다. 그리고 또 방금 한 명이 죽었으니 남은 사람은 6명이다.

“그···.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장로회 소속이라는 것을 들킨 임원이 자진해서 나선다.

“뉴소사이어티는···. 1등급에서 3등급까지 신도의 정보권한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3등급이 최고권한이고···. 따로 교주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교주. 쉽게 말해 우두머리는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런 작당모의를 할 수 있는 자들이 우두머리 격의 인물들이다.

“당신들은 모두 3등급이겠네요.”

“그, 그렇습니다.”

“인원을 관리하는 파일은 있고요?”

트랜센던서가 금성 네트워크를 탐색했지만 뉴소사이어티에 그런 파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 없습니다. 저희는 정보와 교리를 전파하는 사람과 전파 받은 사람으로 이어진···. 그런 관계로 구성됩니다.”

“그럼 최초의 전파자는 누구죠?”

샌디가 줬던 쪽지에는 그런 문구가 있었다.

「참고: 정답을 알아내신 분은 문제의 전파자를 찾아가세요! 전파자는 곧 자신의 이전 전파자에게 당신을 인도할 것입니다. 그렇게 전파자와 전파자가 이어진 끝에 최초의 전파자에게 도달하면, 놀라운 접촉과 깨달음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 문제를···. 로페즈 씨도 푸신 겁니까?”

“질문은 내가 합니다. 최초의 전파자는 누구죠?”

그러자 측면에 앉은 인물이 고개를 저으며 나선다.

“죄송합니다. 그건 저희도 잘···.”

「거짓말입니다.」

타앙!!!

이번에 당한 사람은 머리가 목에서 분리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툭···! 투둑···.

잘린 머리는 바닥을 몇 바퀴 구르다가 콧대에 걸려 멈췄다.

“나한테 거짓말은 안 통합니다.”

트랜센던서는 로페즈와 가까이 있는 인물의 뇌파를 분석하여 거짓말을 완벽히 특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

그래도 그들은 대답하기를 망설이고 있다. 이에 로페즈는 또 한 사람에게 산탄 권총을 겨눈다. 이제 남은 사람은 5명이다.

“말하겠습니다···! 제가···!”

산탄 권총에 겨누어진 임원이 급히 입을 연다.

“제, 제가 거짓 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쏘지 마세요 제발···!

“말해봐요.”

“예···! 최초의 전파자는 금성 인터넷의 딥웹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딥웹을 관리하던 총수부 기관에서 해당 딥웹 서버를 총수부로 압류했고, 우리 총수부 임원 중 일부가 그, 그 딥웹에 공개된 뉴소사이어티의 교리를 읽게 된 것입니다···!”

“딥웹의 주소는요?”

“지금은 없습니다! 저희가 완전히 파기해서 지워버렸고···. 저희는 그 교리에서 영감을 얻어 뉴소사이어티라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교리에 대해서 들어보죠.”

“그, 그건 로페즈 님께서 알고 계신 것과 같습니다. 종교적 통합을 이루어 분쟁을 종식시키는 것···. 그렇게 인류의 존속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거짓말이라는 알림이 안 뜬다.

“당신들은 그 교리를 진심으로 따르고 있는 건가요.”

“네. 그거야···.”

“하······.”

오늘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렇게 뉴소사이어티에 장로회 소속의 인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시점에서, 로페즈는 추측했었다.

‘장로회가 뉴소사이어티를 도구로 사용하는 건 줄 알았는데···. 카르민펙토스 재단처럼.’

그러나 뉴소사이어티는 장로회와 별개의 집단이었다.

정말 놀랍게도, 이들은 진심으로 구체를 추앙하고 있다. 자신들이 만든 종교를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당신들 말고 3등급 인원이 더 있어요?”

“저희 말곤 없습니다.”

“금성 PP는 몇 등급이죠?”

“2등급입니다···.”

금성의 행성대통령도 결국 이들의 꼭두각시였다는 말이다. 아까 엿들었던 대화의 내용과 연결점이 있다.

‘자기네 PP 몰래 이런 자리를 갖고 있다는 뉘앙스로 말했었지···.’

금성의 행성대통령은 이들의 도구. 카르민펙토스 재단은 장로회의 도구.

카르민펙토스 재단이 옵시디아몬을 친 결정적 계기는 이들 중 장로회 소속인 자가 장로회에 입김을 넣어서다.

“1등급, 2등급, 3등급 신도가 쥔 정보의 차이는 뭐죠?”

“3등급은 뉴소사이어티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합니다. 그, 그리고 2등급은 3등급 신도들의 의도에 의해 움직이는···. 그런 등급입니다.”

“금성 PP는 당신들이 제게 이런 짓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거네요. 당신들한테 이용당해서.”

“아···. 움직이는···. 예···. 그렇습니다···.”

“제일 낮은 1등급은요?”

“자, 자신들이 뉴소사이어티의 신도라는 것을 모르는 자들입니다. 뉴소사이어티의 아래에 관리되는···. 정확히는 이 자리에 있는 저희 3등급 신도들이 관리하는 시설, 재단, 단체 등에 후원이나 협약 같은 간접적 도움을 주는 자들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관리자님.」

‘아니야. 아직 중요한 걸 빼먹은 기분이야.’

로페즈의 머릿속에서 지난 사건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빠르게 정리되기 시작한다.

이들, 뉴소사이어티를 알게 된 시작점은 지구에서 라 코만데와의 조우였다. 당시 화성의 민간군사기업, 당시 장군이었던 엑스턴이 로페즈에게 부탁을 했던 게 시작이다.

뉴소사이어티는 샌디의 연구소를 후원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샌디라는 소유물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 소유물이 라 코만데에 의해 공격받았고, 뉴소사이어티는 샌디와 연구소라는 소유물을 지키기 위해 밀라노이에 의뢰했다.

그렇게 샌디를 구출했다.

샌디는 절망하고 있었다. 이유는 몰랐다. 그녀는 그저 뉴소사이어티가 만든 문제를 쪽지로 건네줬을 뿐이다. 로페즈가 ‘당시 상황’을 해결해주기를 희망하면서.

라 코만데는 리버레이터라는 생물학 무기를 사용했다. 금성을 저격하는 듯한, 판데믹 수준의 끔찍한 전염병으로 인류에게 위험한 무기였다.

이후 라 코만데의 제독과 접촉했다. 그들의 목적을 알았고 그들의 배후에 있는 가이우스와 장로회를 알기 위해 함께 싸웠다. 로페즈는 그렇게 선각자로 인정받았다.

카이사스 총사령관을 만나고 장로회에 대한 것을 알게 되었다. 장로회는 전쟁을 원했고 가이우스는 엘리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전쟁을 원했다.

결국 전쟁은 발발했다.

‘그런데 왜···.’

다시 생각해보니 전쟁이 발발한 이유가 불명확하다. 결국 장로회가 전쟁을 원했기에 전쟁이 발발한 것은 알겠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한 것은 ‘토성 정부’의 승리다.

장로회가 토성 정부와 긴밀하게 연결된 상태였다면, 토성 정부는 선전포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야 카이사스가 죽었고 리버레이터의 백신까지 완성되었으니, 화성 PP가 죽었다고 한들 토성이 금성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전쟁은 급전개되었다.

토성의 신형 핵융합로가 파괴되며 전쟁 명분이 확실해졌고, 토성 정부는 이를 통해 오메가 데이로 전쟁을 걸었다.

어째서 그렇게 급할 필요가 있던 것일까.

다시,

어째서 그렇게,

‘신형 핵융합로’를 빠르게 폭파시킬 필요가 있던 것일까.

로페즈가 가이우스 함대에 방문한 그날 카이사스가 사망했다. 그리고 옵시디아몬은 당시 화성 PP의 경호를 맡았다.

이는 장로회의 입장에서 충분히 의심할 사건이다. ‘과연 화성 PP가 정말로 죽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그것을 확신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쟁 명분이 생겼고 토성은 곧장 선전포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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