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87화 (87/183)

< 17. 붉은 탄생 (1) >

***

옵시디아몬의 콜로니, 유토피아는 14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화성 최대의 콜로니로 거듭났다. 초기 설계에 따라 외부 항성계로 이동 가능한 반물질 엔진까지 적용을 끝냈다.

유토피아는 다중력 고밀도 거주지 모듈 38개, 중산층 거주지 모듈 5개, 상류층 거주지 모듈 1개, 생활 및 상업구획 모듈 8개, 기타 다목적구획 모듈 4개로 육각형의 거미줄 같은 구조물이 되었다. 육각형의 한 면에서 반대쪽 면까지의 폭은 51㎞에 달한다.

지금은 모든 물품을 화성에서 공급받고 있지만, 나중에 산업구획 모듈이 추가되면 식량이나 생필품 같은 간단한 물품들을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되리라.

정중앙에 위치한 모듈은 천장까지의 높이가 1.6㎞라서 장차 높은 건물들이 들어선 사무구획으로 완공될 것이다.

이전에 34억 크레트로 매입한 3번 사무지역 안드레스 구역의 70층짜리 리눅스 빌딩은 30억에 처분했다.

그리고 옵시디아몬의 본사는 이곳 유토피아의 정중앙으로 옮겨졌다. 높이 1.2㎞에 250층 타워다.

205층부터 229층까지는 연구팀의 연구실, 실험실, 서버실, 회의실 등이 자리 잡았으며 230층부터 233층을 옵시디아몬 서버 허브 및 데이터 센터로 지정했다.

로페즈는 234층의 비서실 위, 235층의 회장실에 앉았다.

“꽤 높네.”

마지막으로 235층 회장실의 위에는 드론 착륙장, 병기 격납고, 헬기 수직 이착륙장, 우주선 착륙장 등이 지어졌다.

그리고 그 위층에 하이퍼 마인드(Hyper Mind)라는, 옵시디아몬의 인공지능들을 관리하겠다는 명목으로 수십의 양자컴퓨터와 바이오컴퓨터를 배치한 인공지능 시설을 만들었다. 사실은 하이퍼 마인드 자체가 트랜센던서 서버다.

「진화 프로세스 진행률: 37.2%」

- 과거의 학습 데이터에서 새로운 정보를 도출했습니다.

트랜센던서의 성능은 대폭 향상되었다.

「금성 네트워크 장악 100% 완료.」

- 금성 총수부의 심층 데이터와 극비리 정보를 획득했습니다.

“이제 뉴소사이어티의 움직임은 다 볼 수 있는 거야?”

- 그렇진 않습니다. 뉴소사이어티는 비공식적인 비밀종교 단체입니다. 따라서 특정 인물들이 뉴소사이어티의 소속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는 있어도, 해당 인물들이 뉴소사이어티의 소속이라고 확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가능성 높은 인물들을 주시하자고. 새롭게 알아낸 특이사항은?”

- 뉴소사이어티의 관계자로 보이는 인물들은 관리자님이 라 코만데와 접촉한 이후로 모든 암호화 통신에 수성 서버를 경유했습니다.

“당장 수성 네트워크까지 가기엔 연산 자원이 부족한데···. 걔들이 나눈 통신 데이터의 복호화는 당연히 안 되겠지?”

- 데이터가 말소되었습니다. 간혹 수성 서버를 경유한 암호화 데이터가 있긴 하나, 복호화는 원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일단 그 수성 서버는······.”

방금 중요한 문장을 놓쳤다.

“잠깐, 뉴소사이어티가 수성 서버를 경유하기 시작하던 때가 언제라고?”

- 관리자님이 라 코만데와 접촉한 이후입니다.

뭔가 장막에 가려진 움직임이 있던 것 같다.

“트랜센던서. 네가 가진 정보 내에서 뉴소사이어티가 하는 일을 말해봐.”

- 뉴소사이어티는 금성 총수부에 정치군사적 개입, 관여, 범우주적 영역에서 타 종교집단 및 세력 배제, 와해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놈들의 목적은 종교적 통합이었지···. 올해 발생한 사건들 중에 종교에 관련된 자들이 피해를 본 소식은?”

- 공개된 영역에서의 검색 결과에 따르면 태양계에서 462건, 외부 항성계에서 5816건이 있었습니다. 단, 외부 항성계에서 검색한 정보는 네트워크 환경 특성상 정확하지 않습니다.

무의미한 숫자다.

“너무 많네.”

이 위기감의 근원이 뭘까.

다른 돌파구로 뭐가 있을까.

“뉴소사이어티는 태양계든 외부 항성계든 가리지 않고 이단을 배제하는 놈들이야. 무력으로라도. 만약 걔들이 따로 군사조직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사설군수업체나 용병단을 고용하겠지. 자금이 흘러간 경로나 관련자와 관련자의 접촉 같은 건?”

- ···검색 결과. 뉴소사이어티 관련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올해 1000억 크레트 이상의 자금을 수성 은행으로 경유한 로그가 있습니다.

“그리고?”

- ···관련자들의 유효한 인과성이 보장되는 4차 접촉까지 검색한 결과, 관리자님께 말씀드릴 수 있는 특이사항이 한 가지 있습니다.

트랜센던서는 필요한 정보를 걸러내어 홀로그램 인간관계도를 띄웠다.

- 총수부 임원이 자신의 아내에게 180억 크레트, 600억 크레트, 200억 크레트를 단계적으로 넘겼습니다.

- 이어서 의원의 아내는 단계적으로 80억 크레트, 600억 크레트, 200억 크레트를 사진 속 연구소장에게 투자했습니다.

- 해당 연구소장은 180억 크레트, 800억 크레트를 오리온과학수호협회에 후원했습니다.

자금 경로를 복잡하게도 꼬아놨다.

‘중간 단계를 건너뛰면 총수부 임원이 980억을 오리온과학수호협회에 준 거야.’

“총수부 임원이라는 이 사람. 뉴소사이어티의 관계자야?”

- 그렇습니다. 그가 뉴소사이어티의 관계자라는 것은 그의 직장 및 자택에 있는 ‘구체’ 형태의 장식물들을 근거로 하여 추측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뉴소사이어티에서 오리온에 980억을 후원한 셈이야. ···프로키온 항성계의 바빌로니아 플래닛 웨폰이 크라켄 용병단에 장악당했고.”

- 그렇습니다.

“오리온은 800억을 쓰면서 우리에게 바빌로니아를 되찾아달라고 의뢰했어.”

트랜센던서는 로페즈의 의도를 알아차린다.

- 오리온과학수호협회는 남은 180억 크레트를 지출하여 금괴를 샀습니다.

“오리온이 980억을 뉴소사이어티에서 받았는데, 800억을 우리한테 쓰고 180억을 다른 곳에 썼다는 말이지.”

- 그렇습니다. 하지만 180억에 해당하는 금괴의 행방은 특정할 수 없습니다.

“그 180억은 크라켄 용병단에 쓴 거야.”

로페즈는 책상 위에 올려둔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미친 새끼들. 처음부터 함정이었어.”

- 함정입니까?

“오리온과학수호협회. 그들이 180억을 써서 바빌로니아를 크라켄 용병단으로 장악했어. 그래놓고 옵시디아몬에 800억을 써서 다시 바빌로니아를 되찾아달라고 했어.”

한마디로 이중 의뢰다.

이중 의뢰를 했던 돈의 출처는 뉴소사이어티다.

“이건 뉴소사이어티가 함정을 판 거야.”

- 그렇게 함정을 판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시작은 라 코만데···. 뉴소사이어티가 우리의 전력을 하나씩 제거하려는 것 같아.”

그리고 그렇게 행동한 뉴소사이어티의 동기를 모르겠다.

가이우스를 내쫓고 금성을 구하는데 일조한 옵시디아몬인데,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오히려 옵시디아몬을 달갑게 여기는 것이 정상 아닌가.

- 프로키온 항성계로 출동한 라 코만데의 현장 상황은 아직 파악할 수 없습니다.

“라 코만데가 돌아오려면 얼마나 걸릴 것 같아?”

- 금일은 5월 14일입니다. 라 코만데의 예상 복귀일은 5월 17일입니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이쪽에서 무장 함선으로 지원을 보내는 게 맞아.”

뉴소사이어티가 함정을 팠다.

라 코만데가 위험하다.

- 함대를 보내는 것은 어떻습니까?

“왜?”

- 관리자님이 프로키온으로 병력을 보낸다면, 라 코만데가 승리했을 경우 손해는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라 코만데가 패배했을 경우 미리 정보를 습득한 후 교전이나 후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그리고 교전이 끝나지 않았다면 라 코만데를 지원하여 승리를 도모할 수도 있습니다. 함선이 아니라 함대를 보내는 것이 세 가지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입니다.

병력을 충분히 보내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는 소리다.

“···맞아. 함정에 당해줄 수는 없지.”

- 포로를 잡아 심문하면 데이터로 획득할 수 없는 추가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상상된다.

바빌로니아를 장악한 크라켄 용병단이, 라 코만데가 올 것을 미리 알고 만반의 전술을 펼치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지금 라 코만데를 잃는 것은 최전선에 나갈 말을 하나 잃는 것과 같다. 뉴소사이어티는 알게 모르게 옵시디아몬의 숨통을 조이려는 것이다. 그들이 그러려는 이유는 모르겠다. 이해가 안 되는 족속들이다.

‘뉴소사이어티···. 전쟁 끝나고 조용한 줄 알았는데 뒤에서 이딴 짓이나 하다니···.’

그들이 자신과 자신의 주변에 위해를 가하고 있다. 이건 눈 감고 무시할 수 있는 선을 넘은 것이다.

한두 번이 아니다. 늘 이런 일이 생긴다. 더는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 무엇에도 그 누구에게라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상대가 그들이라면,

그들을 철저하게 짓밟아서 없애버려야 한다. 다시는 이 세상 속에서 살아 숨 쉴 수 없도록. 자신의 것을, 우리의 것을 넘볼 수 없도록.

“이 해적 새끼들부터 어떻게 치워야겠어.”

- 해적단이 아니라 크라켄 용병단입니다.

일단은 라 코만데에 지원을 보낸다. 라 코만데를 이미 잃었더라도 응징은 될 것이다. 트랜센던서의 주장대로 응징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습득할 기회 또한 주어진다.

“엑스턴 사령관 연결해.”

옵시디아몬 함대의 첫 교전 임무다.

***

옵시디아몬 함대에는 네 척의 무장 함선이 있다. 그중 두 척은 전 밀라노이의 주력함이고 나머지 두 척은 화성의 통상적인 무장 함선에 개조를 더한 것이다.

이번 임무에서는 세 척의 무장 함선이 동원되기로 했다.

“사령관님. 크라켄과 라 코만데의 교전 잔상이 관측됩니다.”

“보자.”

옵시디아몬의 사령관이 된 엑스턴은 함교에 올라섰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전장의 감각이다.

전방의 넓은 각도를 둘러싼 창은 실제로 투명한 재질이 아니다. 함선 외부의 카메라를 통해 유리창처럼 우주의 풍경을 함교에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교전 잔상입니다.”

“크라켄 용병단에도 실드가 있군.”

“놈들의 실드 출력은 평균 이상입니다.”

함교에서는 바빌로니아에서 뻗어온 ‘이틀 전의 빛’을 보고 있다. 함선이 가속하는 중이라 그들의 교전 영상이 빨리 감기를 한 것처럼 재생된다.

점차 흘러가는 과거의 상황을 보던 이들은 모두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해적처럼 싸우는 놈들입니다.”

“과연···. 로페즈 님이 걱정했던 사태가 되었어.”

처음엔 라 코만데가 이기는가 싶었으나, 크라켄 용병단은 엄청난 숫자의 함재기를 내보내면서 바빌로니아의 분열포를 발사했다. 분열포의 사정거리가 짧은 척하며 라 코만데를 전술로 속인 것이다.

“용병단이라고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인포시어에 함재기 몇 기가 붙더니, 교전은 막바지에 치닫는다.

분열포의 공격으로 인포시어 함대 전체가 서서히 밀리는 와중에, 지휘주력함인 인포시어가 느닷없이 바빌로니아를 향해 가속하고 있다.

“사령관님. 곧 프로키온의 중력권에 도달합니다.”

그들의 치열한 전투가 남긴 빛은 점차 현재의 시간 흐름과 합쳐진다.

“···저런.”

괴멸.

그밖에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함교의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라 코만데의 지휘주력함은 크라켄 용병단에 강탈당했습니다. 그리고 인포시어 함대는···”

인포시어 함대는 우주 공간에 떠다니는 잔해가 되었다. 그 많던 함대가 지휘주력함인 인포시어를 제외하고 괴멸당한 것이다.

이제 인포시어는 크라켄 함대의 일부가 된 채다.

엑스턴 사령관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황은 또 처음이군. 아군 함선이 저렇게 잡혀있으면···.”

만약 인포시어가 적 전력의 일부가 되었다면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다. 하지만 격침시키자니 망설임이 생긴다.

‘설마 저 인포시어에 있을 승무원들을 모조리 죽였을까···.’

이대로 인포시어를 공격했다간 아군을 공격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여긴 전장이야. 오랜만이라고 판단 능력을 상실한 거냐. 엑스턴.’

엑스턴은 내면의 망설임을 지운다. 적들은 지금 자신의 이러한 심리까지 약점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인포시어는 이미 늦었다. 라 코만데의 함대는 회생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다.

“사령관님. 프로키온의 중력권에 진입했습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작전에 변동은 없다.”

그리고 어차피 라 코만데는 옵시디아몬의 하청업체다. 엑스턴의 입장에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자들이다.

“이대로 사정거리까지 가속하여 교전한다.”

가속을 마친 옵시디아몬 주력함 세 척은 격납했던 함대를 전개한다. 함선급 기체 28척과 400기의 우주 전폭기다.

크라켄 함대는 즉시 대응했다. 그들은 인포시어를 인질처럼 앞세우며 전탄 발사를 가했다.

양측의 발사체와 투사체가 5초간 교차하며 서로의 함대에 직격하기 직전, 크라켄 함대는 전방에 거대한 에너지 방벽을 펼친다.

반면에 옵시디아몬 함대는 실드를 펼치지 않고 계속하여 함포의 불을 뿜었다.

본래 실드라는 것은 아군의 공격과 적군의 공격을 가리지 않고 방어하는 성질이 있다. 그렇기에 크라켄 함대는 화력으로 대응한 후 방어를 위해 실드를 전개한 것이다.

이것은 실드가 존재하는 함대전에서 교전 시작 시에 흔히 있는 일이다.

“부분 실드를 전개하겠습니다.”

그러던 순간, 옵시디아몬의 우주 전폭기들이 하나의 의식에 묶인 듯 각기 명확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기체 하나가 적 투사체 하나를 방어할 수 있는 위치로 정확히 이동한 것이다.

우주 전폭기들은 각자 작은 실드를 펼쳐서 한차례 공격을 막아냈다. 경이롭게도 크라켄 측에서 발사한 투사체는 옵시디아몬의 함선급 기체까지 단 한 발도 도달하지 못했다.

쿠웅··· 쿠쿠웅···

그리고 옵시디아몬 함대는 방어와 동시에 여전히 화력을 퍼붓는 중이다. 크라켄 함대는 선택의 여지도 없이 실드를 전개한 채 버티는 구도가 되었다.

이미 옵시디아몬 함대는 시작부터 규모, 화력, 연산 능력으로 크라켄 함대를 압도하고 있다. 멀찍이서 교전 상황만 보면 마치 옵시디아몬 함대가 크라켄 함대를 응징하는 모습이나 다름없다.

“사령관님. 적들의 실드 출력이 떨어졌습니다.”

“계속 밀어붙여.”

그렇게 약 20분간 공격을 퍼붓고 있으니 크라켄 함대가 실드 기술을 꺼버렸다. 자신들이 피격당할 것을 각오하며 대응사격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의미 없는 발악이었다. 옵시디아몬의 우주 전폭기가 다시금 실드를 전개하여 그들의 공격을 모조리 방어해버렸다.

“됐다. 분열포를 겨냥해.”

함선급 기체들의 상부갑판에서 직각으로 꺾인 발사대가 열렸다. 그대로 분열포의 사정거리 바깥에서 벡터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한다. 벡터 미사일이 더 빠르게 적중할 수 있도록 전방의 중력장까지 뒤틀었다.

벡터 미사일들은 양측 함대의 중간지점까지 나아간 후 일제히 요격당했다.

“왜 갑자기 이 거리에서 미사일 따위를 쓰나, 하겠지.”

그 벡터 미사일들이 요격당하는 것은 전술이었다. 거의 한 방향으로 산란되는 플라즈마 줄기가 벡터 미사일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나아간다.

콰콰콰아아아!!!!

분열포로 무장한 바빌로니아의 표면과 크라켄 함대가 거의 동시에 초토화된다.

간단하고도 일방적인 승리였다. 끝내 힘을 잃고 뒤로 밀려난 크라켄 함대와 인포시어는 바빌로니아의 중력에 이끌렸다.

“크라켄 함대 전력의 95% 이상이 소실되었습니다.”

힘을 잃은 크라켄 함대는 초토화된 바빌로니아의 표면에 추락하고 말았다.

“인포시어가 아깝게 됐군.”

“진입합니까?”

엑스턴 사령관은 잠시 망설였다. 저들이 너무 쉽게 당해줘서 뭔가 속임수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엑스턴 님. 진입하면 됩니다.

그러자 함선과 병기의 네트워크에 설치된 옵시디아몬의 인공지능이 전술적 조언을 해주었다.

이들은 방금 들려온 기계적인 목소리를 하이퍼 마인드라고 알고 있지만, 실상은 복제된 트랜센던서다.

“하이퍼 마인드. 네가 보기에 저들이 뭔가를 더 시도할 수는 없다는 것인가?”

- 그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오히려 시간을 줄수록 적들이 반격을 구상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지휘관으로서 결정이 편해졌다.

“좋아. 우리는 지금부터 크라켄 놈들을 사냥한다. 그리고 바빌로니아 시설을 완벽히 탈환한다.”

전투가 끝난 뒤 고요해진 우주 공간에서, 옵시디아몬의 병력을 가득 실은 강습함들이 바빌로니아를 향해 나아간다.

“우선 저곳에 떨어진 인포시어부터 정리한다. 아군 생존자가 있다면 구하고 포로가 있다면 잡아라.”

일전에 로페즈는 엑스턴에게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니 이 작전은 오래 끌 수 없다. 최대한 빠르게 알아낸 후 신속히 태양계로 돌아가야 한다.

“오늘 악명 높은 용병단이 하나 사라지겠군.”

바빌로니아에 추락한 인포시어의 위로 강습함들이 접근하여 무자비한 숫자의 병력을 쏟아낸다.

“우리의 하이퍼 마인드는 저놈들의 머릿속에 있는 정보를 원한다!”

“비겁한 해적 새끼들!”

“들어가서 다 쓸어버려!”

< 17. 붉은 탄생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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