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86화 (86/183)

< 16. 전쟁은 끝났으나 (5) >

***

전 밀라노이의 의뢰협상팀 사원이었던 자가 회장실로 올라왔다.

로페즈의 책상 위에는 홀로그램 보고서가 띄워진다.

“의뢰주는 ‘오리온과학수호협회’의 협회장입니다.”

「오리온과학수호협회는 태양계 과학기술의 무기화를 연구하는 국적 없는 협회입니다. 협회의 구성원들은 모두 태양계 출신이며 기업인, 정치인, 연예인, 과학자 등 직종을 가리지 않고 태양계의 ‘수호’를 추구하는 능력 있는 자들이 모인 것입니다.」

오리온과학수호협회라면 로페즈도 들어본 바가 있다. 태양계 사람이라면 누구다 들어봤을 것이다. 200년도 전에 창립된, 오랜 역사와 투명성을 자랑하며 대중적으로도 친화적인 협회다.

‘그런 협회가 군사적인 의뢰를 왜···.’

로페즈는 홀로그램 보고서를 천천히 눈에 담았다.

“프로키온 항성계의 바빌로니아 왜소행성. 무장 함선으로는 안전하게 이틀 정도 되는 거리입니다.”

“가깝네요. 대가는 660억에서 800억까지 보고 있고···. 그곳에서 획득할 수 있는 기술까지 제공해준다···. 플래닛 웨폰인가요.”

“예. 바빌로니아는 떠돌이 플래닛 웨폰으로 건설 및 연구 중인 왜소행성입니다. 핵분열의 에너지를 정제하고 공기가 있는 환경에서도 정확히 사출하는 프로토타입 기술이 있다고 합니다.”

「관리자님. 그것은 제게 없는 기술입니다. 공기 중에서 극고온의 에너지가 공기를 플라즈마화하는 문제의 일부 해결책이 손에 들어온다면 옵시디아몬 에너지 병기가 단계를 건너뛰어 진보할 수 있습니다.」

“함선 세 척 규모의 용병단이 이미 시설을 장악했네요. 800억은 받아야겠습니다. 그곳에서 회수할 기술도 받고요.”

“거기까지가 최대한 협상해줄 수 있는 수치라고 합니다.”

“그리고 임무 성공의 기준이 너무 어려워요. 시설의 70% 이상이 파괴되지 않는 선에서 탈환하라는 말인데···. 왜소행성 표면에 수백 문의 분열포도 있잖아요. 섬멸이 아니라 탈환이 목적이라면 이거 다 부수고 침투할 수밖에 없어요. 최대한 노력은 해보겠는데 70% 이상이 파괴되어도 일단 장악했으면 임무 성공은 인정을 받아야겠네요.”

“예.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커다란 임무니까 놓치고 싶진 않네요. 그냥 제가 말씀드린 그 두 가지만 그쪽에서 납득을 해주면 된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협회에서 관리자님의 요구에 응한다면, 해당 임무는 법과 정규군이 없는 영역의 불확실한 전투가 될 것입니다. 이번에 하청업체로 계약한 라 코만데를 투입하는 것이 다방면에서 안전합니다.」

‘그래. 이런 일에 쓰려고 있는 사설군수업체지.’

이후 오리온과학수호협회는 요구에 응한 조건으로 옵시디아몬에 다시 의뢰했고, 로페즈는 즉시 받아들였다.

***

1.2㎞의 선폭에 190만 톤급 무장 함선인 인포시어는 라 코만데의 지휘주력함이다.

인포시어 함교에서는 제라드 대령과 그의 상관인 준장이 직접 병력을 지휘하기로 했다.

“플래닛 웨폰 시설의 프로토타입 기술을 획득할 수 있는 임무입니다. 옵시디아몬이 그 기술을 가지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인류의 과학기술도 진보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550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할 임무로군.”

라 코만데는 원청업체인 옵시디아몬의 목적에 따르기로 했다. 인류의 과학기술을 앞당겨서 인류를 존속시키는 것이다.

이전에 가이우스의 의뢰를 받았을 때와 목적은 같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과 수단이 완전히 바뀌었다.

“옵시디아몬에서 제공한 사전 정보에 따르면 바빌로니아에는 516개의 지대공 분열포가 방공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무장 함선 세 척 규모의 용병단이 바빌로니아 자체를 나포하여 시설 내부를 모조리 장악한 상태입니다.”

“상대적으로 분열포가 적은 방향으로 가야겠군.”

“그렇습니다. 바빌로니아의 초거대 포신이 있는 방향으로 진입해서 함선을 견제하고 병력을 돌입시켜야 합니다.”

“병력이 돌입한 다음에는 분열포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서 놈들을 격침할 수 있겠네.”

“예. 그렇습니다.”

함교의 화면에서 프로키온의 쌍성이 잡히기 시작한다.

“하지만 상대는 크라켄 용병단이네. 놈들의 보병은 무자비하기로 악명이 높지. 각 무리의 간부급 용병들은 실내 환경에서 엄청난 전투력을 자랑하기도 하네. 우리 병력이 무사히 방공 시스템을 장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네.”

“군체 휴머노이드와 체인트루퍼가 있지 않습니까.”

군체 휴머노이드는 옵시디아몬에서 새로이 개발한 전투 휴머노이드다. 전장에서 실시간으로 각 개체의 정보를 연결하여 마치 하나의 의식을 가진 군대처럼 전술적으로 싸우는 것에 특화된 모델이다.

“놈들이 자랑하는 개인의 전투력은 인공의 전투력 앞에 무산될 것입니다.”

“그랬으면 좋겠군. 인질과 포로에 대한 이야기는 있었나?”

“바빌로니아 시설에 인질이 있다면 되도록 구출하라고 했습니다만, 임무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입니다. 그리고 포로 역시 임무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잡으라고 했습니다.”

“누가, 협회가? 아니면 옵시디아몬이?”

“인질 구출에 대한 것은 원청 의뢰주인 오리온과학수호협회에서, 포로에 대한 것은 옵시디아몬에서 요청했습니다.”

“인질은 무시하자고. 어차피 우리는 옵시디아몬의 하청을 받고 온 입장이니 그 회장님 말씀만 들으면 되네. 제독님께서도 그렇게 하라고 내게 신신당부하더군. 가이우스는 떠났고 그 위에 있다던 장로회는 소식도 없으니까. 이젠 옵시디아몬만 보고 가야 한다고.”

“예.”

“새로 계약한 옵시디아몬에서 큰 건을 우리에게 믿고 맡겼으니 잘 마무리해야 하네. 상부에선 이걸 일종의 시험이라고도 보고 있어.”

“예. 숙지하겠습니다.”

***

바빌로니아의 중력권에 인포시어 함대가 접근했다. 바빌로니아의 세 방향에 퍼져서 경계하던 크라켄 함대는 인포시어 함대의 접근을 확인하고 그들의 움직임에 맞추어 한 방향으로 결집했다.

인포시어 함대는 크라켄 함대가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가속을 늦추며 함포사격을 시작한다. 극한으로 가속된 주홍빛 철갑탄과 길게 이어지는 플라즈마 줄기가 약 2초 만에 크라켄 함대로 도달한다.

함교의 제라드는 첫 공격이 크라켄 함대에 직격하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놈들에게도 실드가 있습니다.”

“너무 접근하면 분열포에 맞을 수도 있다. 함대를 넓게 펼쳐서 공격 각도를 늘려라.”

인포시어 함대는 기체 간의 거리를 늘려서 크라켄 함대의 정면 에너지 방벽이 덮지 못한 위치로도 함포사격을 가했다.

콰아아앙!!!!

그러자 크라켄 함대의 주력함 한 척이 격침되었다. 결국 크라켄 함대는 에너지 방벽을 해제하고 인포시어에 맞추어 함대를 넓게 펼쳤다.

얼핏, 주도권은 인포시어 함대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크라켄의 함재기가 인포시어 함대에 달려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놈들의 함재기가 모두 개별 실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쪽으로 돌진하고 있습니다!”

인포시어 함대는 우주전투기를 모두 내보내며 크라켄의 함재기를 요격하려 했다. 하지만 크라켄의 함재기는 하나하나가 실드를 덮은 채 공격을 포기하고 무작정 함선급 기체로 달려들었다.

자살폭탄 함재기라도 되는 줄 알았지만 실상은 크라켄의 함선 침투조였다.

콰직! 콰직! 콰직!

돌진에 성공한 크라켄의 함재기는 인포시어의 호위함 측면에서 문어다리 같은 기계를 촉수처럼 뻗었다. 함재기의 정면에서 뻗어 나온 기계 촉수는 빨판처럼 호위함에 붙어서 함재기 정면의 출입구를 돌출시켰다.

함재기의 출입구에는 동그란 형태의 최소분자 커터가 회전하고 있었다.

카카카카카카캉!!!

크라켄 함재기가 호위함의 측면에 붙어서 장갑을 뚫는 모습이 마치 먹이의 살점을 깎아먹는 기계 문어처럼 보인다.

그리고 호위함 내부에서는 크라켄 함재기가 붙은 위치로 사병들이 바삐 뛰어왔다.

쩌엉···!

통로의 천장이 둥글게 떨어져 나왔다.

사병들은 에너지 방패를 들고 사격 대열을 갖춘 채 침을 꿀꺽 삼켰다.

곧이어 천장 속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팅···.

그 형태는 주먹보다 작은 크기의 원반이었다.

그 원반이 스스로 바닥을 튀어 올라서 정확히 성인 남성의 상반신의 높이까지 도달한 것이다.

“엄폐해!!!”

사병들은 일제히 에너지 방패 뒤로 몸을 숨겼다. 그와 동시에 원반이 팽이처럼 허공을 돌며 푸르게 빛나는 실오라기 같은 것을 휘둘렀다.

그 가느다란 채찍이 벽을 가르고 나아가 에너지 방벽을 통과하고 사병들의 허리까지 통과했다.

티팅···.

몇 차례 회전한 원반은 바닥에 떨어졌다.

“어······. 으···?”

사병들은 자신의 몸 절반에서 감각이 사라졌음을 느꼈다.

투툭···. 후두두두둑···!

그들은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어 거의 같은 순간에 겹쳐지듯 무너졌다.

쿵! 쿵!

그런 후에야 천장의 구멍에서 크라켄의 함선 침투조들이 내부로 착지했다.

***

인포시어 함대에는 이변이 발생했다. 크라켄의 함재기가 붙은 몇 아군 기체가 같은 아군 기체를 함포로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놈들은 저희 함대를 차례대로 강탈하고 있습니다.”

“아군 함선을 격침시켜야 할 판이로군···.”

“점령된 기체에 아군이 생존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가능성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생존하면 뭐 하겠나. 그들을 구조해줄 여력이 없는데. 여기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시설에 병력을 투입할 수도 없어.”

크라켄 용병단은 함대전에서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크라켄 함대와 인포시어 함대가 서로 어지러이 함포사격을 가하고 있는 중이다.

“각 기체의 성능은 우리가 우월하다. 이미 점령된 기체는 적함으로 간주하라.”

인포시어 함대는 크라켄의 함선 침투조에 당한 기체들을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런 움직임을 보인 직후, 크라켄 함대는 미리 무언가를 판단하고 있었는지 그들 두 척의 주력함 중 한 척을 인포시어 함대로 돌진시켰다.

이에 대응하여 인포시어는 아껴두었던 주력함포를 발사하기로 한다.

128연장 플라즈마 주력함포는 함선의 모든 출력을 머금고 새하얀 빛을 일직선으로 뿜어냈다. 무식하게 정면으로 돌진하던 크라켄의 주력함은 실드를 전개했지만 인포시어의 주력함포에 실드 째로 허한 구멍이 뚫려서 장렬하게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아아······.

이제 주력함이 한 척만 남은 크라켄 함대는 연산능력이 처음의 3분의 1로 떨어져서 인포시어 우주전투기들의 공격에 더 쉽게 노출되었다.

조금씩 인포시어 측으로 승산이 기우는 듯하다.

“적들이 추가 함재기를 보내오고 있습니다!”

크라켄 함대의 마지막 주력함은 함선 내부에 있던 모든 함재기를 내보냈다. 수백의 함재기가 각자 에너지 보호막을 덮어쓴 채 산개하더니 인포시어 함대로 일제히 돌진한다. 이전과 같이 우주에서의 교전은 무시한 채로.

“준장님. 움직임이 이상합니다.”

“잠깐···.”

제라드 대령과 준장은 크라켄 함재기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았다.

“설마···. 대령. 저놈들 지금···”

“예. 이번엔 이쪽 지휘주력함을 노리는 것 같습니다. 전탄 발사하겠습니다.”

수백의 함재기가 인포시어 함대의 전탄 발사에 수십 단위로 지워지고 폭발한다. 동시에 벡터 미사일 몇 발이 드넓게 산개하며 무수한 2차 폭발을 일으켰다.

그래도 그들은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건 무리한 돌진이다.

콰아······.

쿠우······.

콰아아···!

함재기들이 접근할수록 탐지망이 잡아내는 폭발의 소리가 커져간다. 아무리 저런 식으로 수백의 함재기를 보내온다 한들, 모든 방향이 개방된 우주 공간에서 인포시어 함대의 화력망을 뚫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저렇게 대놓고 거의 모든 함재기를 이쪽의 화력망에 내던지느니 차라리 항복을 선언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 정도로 비효율적인 전술이었다.

인포시어 함대의 사병들은 승리를 예감했다.

“뭔가 이상한데.”

“예···. 수상합니다.”

하지만 대령과 준장만은, 지휘관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전술에 불안감을 느꼈다.

곧 두 사람의 불안감은 현실의 위기로 닥쳐왔다.

“저런 미친···.”

바빌로니아의 지대공 분열포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인포시어 함대로 총공격을 가한 것이다.

그 투사체들이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초 정도다.

“실드···! 실드 전개해!”

인포시어 함대는 전탄 발사를 멈추고 각자 에너지 방벽을 전개했다. 곧이어 수백 문의 분열포에서 연발로 사출된 투사체들이 가로로 닥쳐오는 핏빛 소나기처럼 인포시어 함대의 전면에 충돌했다.

쿠쿠쿠쿠쿠쿵···!

거의 국가의 도시 하나에 맞먹는 대공 방어 시스템이었다.

“저것들···! 분열포 사정거리가 안 되는 척하고 있던 것이야!”

“이대로 분열포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라!”

인포시어 함대는 실드로 분열포의 막강한 화력을 받아내며 후방으로 가속하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에 크라켄의 함재기들은 인포시어 함대, 정확히는 수십의 함재기들이 인포시어의 실드 안쪽까지 접근했다.

4연장 요격포 256문과 2연장 절단 레이저 방어함포 90문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함재기를 요격한다.

그렇게 또 수십의 함재기가 인포시어에 닿기도 전에 파괴되었다. 하지만,

“함재기 여섯 기가 하부 갑판에 붙었습니다!”

상대적으로 함포 수가 적은 하부 갑판에 몇 기가 달라붙은 것이다.

- 경고. 하부 갑판 C통로와 E격납고의 기압 유출이 감지되었습니다.

- 경고. B통로, C통로, D통로, E격납고의 카메라 및 움직임 감지센서가 물리적 충격 및 전파방해로 끊어졌습니다.

- 경고. 인포시어 내부 감시망 방화벽에 전자적 공격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 경고. 하부 갑판의 통로에서 기압 유출 및 센서 절단이 감지되었습니다. 동일한 내용의 경고는 실시간 데이터로 함교에 전송합니다.

인포시어의 시스템이 경고로 알려왔다. 이미 크라켄의 함선 침투조가 인포시어 함선의 내부 곳곳에 들어와서 숙달된 실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그쪽으로 병력들 보내! 체인트루퍼도 대동해서 쓸어버려!”

촉박한 시간 속에 함교의 사병들은 인포시어 내부로 침투한 자들이 부디 전멸해주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

일단 인포시어다. 라 코만데의 지휘주력함으로서 내부에 격납한 병력의 수준은 다른 기체들과 차원이 다르다. 옵시디아몬의 병기까지 있으니 소수 정예로 침입한 용병 무리 따위는 격멸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8분을 기다리자, 침투 구획으로 출동한 사병들로부터 통신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 D통로에서 적대 인원 6명을 사살했습니다. 아군 사상자 4명에 부상자 2명입니다.

- 하부 갑판 A정비실에서 적대 인원 5명을 사살했습니다. 아군 사상자 1명 외 부상자는 없습니다.

- C홀에서 적대 인원 3명을 사살했습니다. 아군 사상자 및 부상자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함교의 문이 열리며 소대장급 사병이 들어왔다.

“D동, E동 무기고 앞 통로에서 적대 인원 8명을 사살했습니다! 그리고 놈들의 손목에 있던 원격 해킹 장비도 파괴했습니다!”

준장은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제압은 되는 놈들이었군. 핵폭탄이라도 들고 왔으면 어쩌나 싶었네.”

“굳이 그만한 희생을 감수하면서 이쪽 함선에 침투했다는 것은 함선 나포를 목적으로 한 것 같습니다.”

“그렇군. 이 자랑스러운 지휘주력함을 내어줄 수는 없지.”

“예.”

“됐네. 적 함재기와 주력함은 거의 정리했고 분열포 사정거리 바깥으로 이동도 성공했으니. 이제 남은 출력으로 바빌로니아 표면에 궤도 폭격을···”

“재밌네. 너희들.”

“···!”

함교의 중심, 조금 높은 계기판 앞에 있던 제라드와 준장의 아래에서 허공이 투명하게 일그러졌다.

동시에 함교 곳곳의 허공도 투명하게 일그러지더니 사람의 형체를 드러냈다.

“어떻게 그 짧은 시간 동안 여기까지···.”

제라드와 준장의 배후에서도 사람의 형체가 드러났다.

여섯 명의 최정예 용병이 인포시어 함교의 곳곳에서 스텔스 모드를 해제한 것이다. 그중 리더인 서펜트는 준장의 귓구멍에 산탄 권총을 들이밀었다.

“내가 너희의 자랑스러운 함선을 좀 접수하고 싶은데.”

“제기랄···. 이 쓰레기 새끼들···.”

파캉!

서펜트는 산탄 권총을 돌려 바로 앞에 있던 제라드 대령의 가슴팍을 날려버렸다.

그대로 모두가 정지했다.

제라드의 허하게 뚫린 가슴 뒤로 피 묻은 계기판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커윽···! 그으윽···.”

제라드는 그런 와중에 정신력으로 3초는 서있다가 이내 쓰러졌다.

콰당!

뜬 눈으로 즉사한 제라드의 시신 밑으로 심장이 모든 혈액을 토해낸다. 순식간에 피 웅덩이가 고였다.

“제, 제라드···!!! 아니야···! 왜···!”

퍼억!

서펜트는 제라드의 시신으로 손을 뻗으려던 준장을 뒤에서 걷어찼다. 지켜보던 사병들은 움찔한다.

“준장님···!”

“조용히 안 해?”

용병들은 합을 맞춘 듯 상황을 빠르게 통제했다.

“그래, 함장인지 준장인지. 저 앞에 우리 함대 보이지?”

제라드의 시신 앞에서 준장은 서펜트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이 새끼들아···!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다···!”

“흐흐.”

서펜트는 진심으로 즐겁다는 표정이다.

“그러면 일단 저곳, 우리 함선 옆으로 가서 대화를 해보자고. 내 부하들이 여기서 핵폭탄 터뜨리는 꼴 보기 싫으면.”

< 16. 전쟁은 끝났으나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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