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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인공지능 키우기-84화 (84/183)

< 16. 전쟁은 끝났으나 (3) >

***

「진화 프로세스 진행률: 32.6%」

로페즈는 옵시디아몬의 서버실로 들어와서 프녹스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

“금성 네트워크 장악이 완료되기도 했고. 이번에 역사적 기억 보관소에서 얻은 과거 지도자들의 경험이 학습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냥 학습과 경험을 얻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는 거죠?”

“보통 트랜센던서의 학습이란 이미 정해진 원인과 그걸 해석한 결과를 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제빵사가 빵을 만들기 전, 만드는 중, 만든 후의 사건을 읽어들이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렇죠.”

“그런데 이번에 지구의 역사적 기억 보관소에서 읽어들인 정보는 기억, 경험이라는 형태입니다. 트랜센던서가 직접 제빵사가 되어 빵을 만드는 인생을 겪고 그 속에서 얻은 경험을 학습한 것이죠.”

“학습 기간이 긴 인공지능일수록 더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네. 가장 인간적인 학습은 경험을 의미하니까요. 정보를 주입하는 것과 정보를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은 학습량의 진전도 자체가 다릅니다. 과학자가 쓴 논문을 보는 것과 과학자의 인생 자체를 겪는 것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처럼요.”

“음···. 무슨 원리인지 알겠네요.”

트랜센던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로페즈는 회장실에서 잠시 업무를 보다가 레나의 일정 알림에 따라 미팅룸으로 내려왔다.

긴 테이블에 의자가 여덟 개. 천장을 지나는 사다리 모양의 조명과 커튼 밖의 햇빛이 밝혀주는 공간이다.

“옵시디아몬은 창문마다 직원들의 활력이 느껴지는군요. 이 70층 빌딩을 어떻게 다 채우셨나 모르겠습니다.”

“재택근무 중인 사원분들이 많아요. 저희 콜로니의 사무구획이 완공되면 본사를 옮겨야겠죠.”

라 코만데의 게일 라 코만데 제독이 로페즈의 정면에 앉아있다. 코만데의 양옆으로는 그의 정보수행관이라는 사람과 제라드 대령이 함께 있다.

그의 반대쪽 로페즈의 양옆에는 비서실장 레나와 전략기획팀 팀장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 콜로니, 유토피아라고 하셨죠.”

“네. 유토피아입니다.”

“나중에 꼭 방문하고 싶군요. 제가 또 토성 출신이라 그런 구조물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하.”

라 코만데는 가이우스의 하청을 받던 사설군수업체지만 저번 전쟁에서 뭔가 일을 저지르진 않았다. 아무래도 머리를 잃은 가이우스가 그들을 방치한 탓이리라.

베르도 행성대통령에겐 넌지시 말해서 허가를 받아두었다. 토성의 사설군수업체이자 가이우스의 하청업체였던 라 코만데를, 화성의 대기업인 옵시디아몬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겠다고.

“시작해볼까요? 제독님.”

“예. 좋습니다.”

적당한 인사가 오간 뒤 본제가 테이블에 올랐다. 이미 로페즈는 라 코만데의 메일에 긍정적인 답변을 주었다. 오늘 이렇게 만난 이유는 앞으로 옵시디아몬이 하청업체 라 코만데에 임무를 하달할 때 가격 책정의 기준을 잡기 위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그 기준이 잡히고 나서야 계약과 사인이 진행될 것이다.

“우리 라 코만데는 원청업체의 뜻에 최대한 따르는 편입니다. 회장님도 전에 겪어보셔서 아시겠지만 태양계 외부의 임무도 가리지 않고 수행하죠. 그게 우리의 강점입니다.”

코만데는 카르민펙토스 재단의 이야기를 슬쩍 강조한 것 같다. 이 자리에서 그 임무를 알고 있는 자는 라 코만데 측 사람들과 로페즈뿐이다.

“저도 라 코만데가 어떤 임무라도 가리지 않고 수행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로페즈가 그렇게 긍정해주자 제라드 대령이 나선다.

“회장님. 저희는 아무리 위험한 임무라도 받습니다. 지금 옵시디아몬 코퍼레이션은 밀라노이를 흡수하고 민간군사조직을 갖췄지만 그게 사설군수업체의 일을 전부 처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전략기획팀 팀장이 나섰다.

“죄송하지만 그건 현재만 봤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밀라노이의 사병들은 어떤 임무라도 수행할 수 있도록 충분히 훈련된 병사들입니다. 지금도 옵시디아몬의 인공지능을 빌려 현실에 가까운 가상전투훈련을 계속하고 있으니 사설군수업체의 일을 처리하는 것은 금방 해결될 문제입니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과 실제로 일을 하면서 터득한 경험은 다릅니다. 저희의 병사들은 무수한 실전을 겪으면서 정신적으로도 강인한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청업체를 둘 때는 반드시 집단의 목적을 가르쳐서 전투에 의미를 갖게 합니다. 옵시디아몬으로 들어간 이전 밀라노이의 사병들이 과연 돈보다 집단을 중요시하는 대원들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었다. 전략기획팀 팀장과 로페즈가 입을 닫자 레나가 나선다.

“가이우스에서 받던 임무의 평균단가는 어떻게 되죠?”

그녀의 질문에 코만데의 정보수행관이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한다.

“반드시 감당해야 할 상대측 병력 규모와 화력이 1개 여단급이라고 가정했을 때 호위 임무 100억, 경비 임무 300억, 타격 임무 500억, 섬멸 임무 800억 정도로 측정됐습니다. 물론 자세한 환경, 임무 목표, 잠재 위협, 동원되는 병력 등을 계산했을 때 책정 단가는 변동될 수 있습니다.”

민간군사기업과 사설군수업체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설군수업체는 민간군사기업과 달리 늘 ‘적군의 존재’와 ‘교전 상황’을 가정한 임무를 주로 수행하는 것이다.

군사 자문, 훈련, 병참, 경호, 구출, 구조 등의 임무를 포괄적으로 수행하는 민간군사기업과는 확연히 성격이 다르다. 라 코만데는 오로지 전투를 위해 편성된 현대판 용병 집단인 것이다.

‘라 코만데는 불법적인 전투를 명령해도 충실히 따르는 자들이겠지. 카르민펙토스 때 그랬던 것처럼.’

로페즈는 라 코만데를 새로이 들일 ‘작업자’들로 여기기로 했다. 지금 자이칸과 전 레드샤크 조직원들을 그렇게 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당당하지 못한 일을 음지에서 처리해줄 자들은 언제나 필요한 법이다.

***

정장 입은 자들과 기자들이 화이트홀의 우주공항에 빼곡히 모여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정신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위를 든 리탄과 어스틴이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한다. 두 사람의 양쪽으로 늘어선 관계자들도 손에 하나씩 가위를 들고 있다.

- 화이트홀 그룹과 오비탈플래닛 그룹의 궤도조선소 공유는 우리 화성의 우주시장 도약을 가져올 것입니다!

리탄과 어스틴은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서로 악수한다. 그리고 수많은 카메라들을 돌아보며 미소 짓는 것도 잊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스틴은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조금 큰 목소리를 낸다.

“기술약소국! 잃어버린 사회! 발전 없는 나라! 과거의 영광만 남은 채 웅크린 화성! 하지만 이제부터는 인류의 수도로서 다시금 힘찬 발걸음을 뻗을 것입니다!”

- 와아아아!

오늘날 화성이 계속해서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자는 없었다.

테이프 커팅식이 끝난 후 리탄은 자신의 이미지를 고려해 그다지 오고 싶지 않았던 장소에 왔다.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높은 울타리는 정원 식물로 감싸져 자연적인 분위기를 낸다. 널찍하게 펼쳐진 풀밭 사이로 돌길이 교차하고 있으며 교차된 위치마다 사람보다 큰 묘비가 다양한 모양으로 세워져있다.

리탄은 자신의 비서실장과 경호실장만 대동하여 공동묘지에 들어왔다. 이곳은 이 묘지를 운영하는 재단에 상당한 금액을 지속적으로 후원한 자들만 묻힐 수 있는 곳이다.

“이거야?”

“예. 맞습니다.”

페이치의 묘비다.

「내가 죽어서 누가 울고 누가 웃었나.」

「일리노이 페이치. 눈 뜬 채 잠들다.」

「2542~2598」

“죽어서도 웃기는 분이네. 그러게 항상 사람을 잘 관리했어야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다 사람한테서 시작된단 말이야.”

하얀 정장의 리탄은 살짝 허리를 굽혀서 페이치의 묘비 앞에 하얀 꽃을 올렸다.

“안 그래들?”

그의 몇 걸음 뒤에 떨어진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고개를 숙여 동시에 답한다.

“그렇습니다.”

“다 적으로 만들고 다 살려놓고. 대충 아래에다 시켜서 처리하고. 그렇게 살다 이렇게 일찍 가신 거 아니겠냐. 크크···.”

죽은 사람이 저지른 실수를 곁에서 지켜보고 배웠다. 자신은 죽어도 그처럼 멍청하게 죽지는 않으리라.

“눈도 못 감고 가셨네. 아무튼 늦어서 죄송하게 됐습니다. 화이트홀 그룹 1대 회장님.”

리탄은 그렇게 하얀 꽃을 토닥이며 묘비에 얼굴을 가까이했다.

그리고 뒤에 두 사람이 정확히 들을 수 없을 작은 목소리로 묘비에 속삭인다.

“봐요, 아버지···. 내가 더 잘하잖아.”

그는 하얀 꽃 한 송이만 고이 놓은 채 등을 돌렸다.

등을 돌리고, 몇 초는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괜히 기분만 잡쳤네.”

***

이스페라(Ispera) 항성계.

태양보다 1.8배 큰 주계열성인 이스페라를 중심으로 12개의 행성이 공전하고 있다. 이스페라는 약간 푸른빛을 띠고 있으며, 각 행성이 그리는 공전 궤도는 태양계처럼 원반으로 일치되지 않고 원자핵을 도는 전자처럼 여러 방향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스페라 ‘항성국가’는 비교적 최근에 세워진 문명이다.

항성계의 외곽에는 가스 행성 대신 풍부한 광물이 매장된 암석 행성이 공전하고 있는데, 이 암석 행성들의 기원은 대부분 떠돌이 행성들이 이스페라의 거대한 중력에 사로잡힌 것으로 추측된다.

이 행성들이 복잡한 공전 궤도를 이루고 있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11번째 궤도에 위치한 암석 행성, 바나디스에는 불투명한 돔으로 천장을 씌운 바나듐 광산 마을이 있다.

“휴! 오늘도 고생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열 명 정도의 광산 근로자들은 마을로 들어와 완전 밀폐식 작업복의 헬멧부터 벗었다.

“내 작업복은 업그레이드 좀 해야겠어.”

“땀 많이 흘리셨네요.”

“이게 내 체온을 제대로 감지 못하는지 이상해. 외부 기온이 너무 낮아서 그런가.”

광산 근로자들은 조립식 컨테이너의 캐비넷에 각자 작업복을 넣고 나왔다.

지나다니는 차량이 별로 없는 도로, 평균 2층 높이의 낮은 건물들, 초록색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이 차가운 암석과 쌓인 눈이 전부인 지형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조명 달린 천장이 시야를 꽉 채우고 있다.

항상 추운 겨울의 밤 같은 풍경이다.

이 외곽 행성의 유일한 거주지인 이곳 바나디스(Vanadis) 마을은 인구수가 400명도 되지 않는다.

“형님도 작업복 X프로텍트로 바꾸시죠? 저희 형편에 맞는 싼 것도 있어요.”

“어디서 만든 건데?”

“태양계요.”

“거긴 전쟁 터졌잖아. 아니 이제 끝났다고 했나?”

“끝났죠. 토성이 졌데요.”

“거긴 왜 그렇게 싸워야만 했던 걸까요.”

“이유가 뭐 한둘이겠습니까.”

이스페라의 외곽 행성에서 채광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그들은 평상시와 같이 퇴근 후 자그마한 신전에 들어왔다.

나란히 배치된 나무 의자들은 정면을 향하고 정면의 교단 위에는 십자가 여섯 개를 교차한 종교적 상징물이 세워져있다.

- 오늘도 우리 마을의 여신님께 충실한 하루가 되었음을 알리는 바입니다.

의자에 앉은 광산 근로자들과 몇 주민들은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깍지를 끼웠다.

교단 위에 선 주교는 종교적 상징물이 발하는 빛을 등으로 받으며 기도를 이어나간다.

- 바나디스. 여신이시여. 오늘도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도우며 보금자리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대가 내려주신 축복의 산물을 피땀 흘려 캐낼 수 있는 것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바나디스.”

- 이 척박한 바위와 얼음 위에서 우리의 짧은 삶이 평안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대의 축복이 닿지 않는 먼 나라에도 평화가 깃들기를 간절히 비나이다. 사는 곳이 달라도 우리는 그들을 사랑할 지어니. 믿는 것이 달라도 우리는 그들을 사랑할 지어니···.

그들은 모두 신자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 기도한다.

- 바나디스. 진정 자애로운 신이시여. 부디 그들이 서로를 증오하거나 해치지 않도록 보살펴주소서. 이미 세상을 떠난 자들이···. 우주 너머에서 못 받은 사랑을 받고 베풀 수 있도록, 신자의 구분 없이 모두가 천국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진정한 사랑으로 보살펴주소서.

기도가 끝나자 신전 안으로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기계식 상자를 들고 왔다.

끼릭. 끼릭.

기계식 상자는 네 다리를 펼치고는 의자에 있는 신자들 사이를 천천히 돌아다녔다. 신자들은 움직이는 기계식 상자에 저마다 손을 뻗어 포장된 빵을 하나씩 꺼내든다.

“그대들의 사랑에도 감사합니다. 테라코타.”

주교는 정장을 입은 사람들에게 깍지 낀 손을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이 작은 광산 마을에서 고생하시는 여러분들께 저희가 더 감사한 입장입니다.”

바나디스 광산 마을의 개척을 주도하는 것은 이스페라 출신의 기업인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같은 신을 믿는다.

“테라코타에 축복이 깃들기를 기도드립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주교님. 언젠가 이 차가운 행성에도 꽃을 심을 수 있는 날이 올 거예요. 개척에 힘써주신 주민분들은 모두 부자가 될 거고요.”

“진정 아름다운 마음이십니다.”

이어서 주교는 빵을 받은 신자들을 돌아보았다.

“오늘 하루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따로 더 기도를 올리고 싶은 신자분들은 남아주시고 다른 일이 있으신 신자분들은 자리를 비워주셔도 좋습니다.”

“가자.”

광산 근로자들은 뭔가 피로가 풀린 듯한 얼굴로 앞서가 신전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멈췄다.

“······댁들은 누구시죠?”

그들 앞에서 전신 전투복과 소총으로 무장한 여덟 용병이 새하얀 눈을 밟고 서있었다.

“여기 맞네.”

투투투투투투툭!!!

콰직! 쨍그랑!

그들의 에너지 소총은 조용히 격발했다. 겹쳐지는 총성보다,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나 벽에 구멍이 뚫리는 소리가 훨씬 컸다.

콰앙!

그들은 신전의 문을 밀치며 들어와서 주교와 남아있는 신자들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당신이 바나디스 행성, 광산 마을의 주교인가?”

주교는 온몸으로 신자들을 감쌌다.

“···그렇소. 내가 이 교회의 주교입니다. 내게 볼일이 있다면 다른 신자들은 내보내고···”

그 순간, 주교의 눈에 열린 문 너머의 풍경이 담겼다. 앞서 기도를 끝내고 나간 주민들의 시체였다.

“···무엇이 그대들을 타락하게 했단 말입니까.”

용병들 중 리더로 보이는 자가 주교의 뒤에 있는 자들을 가리켰다.

“저기 정장 입은 아저씨들은 테라코타 직원들이지? 바나듐 팔아먹고 여기 개척하려는 놈들.”

“팔아먹다니···. 그런 식으로 입에 담아도 되는 분들이 아닙니다.”

“시끄러워.”

툭툭툭!

털썩···!

주교는 가슴에 총탄을 맞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저씨들, 테라코타 직원 맞냐고 묻잖아.”

기계식 상자를 들고 와서 빵을 나눠주었던 자들은 겁에 질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가서 전해. 경고야. 이상한 종교 만들지 말고 사업에나 충실하라고.”

그들 모두가 울분에 차거나 공포에 질린 눈물을 머금었다.

“안 꺼져?”

테라코타의 사원들은 주춤거리며 신전을 빠져나갔다.

투투투투툭!!!

그런 직후 용병들은 신전에 남은 주민들을 모조리 쏴 죽였다. 널브러진 시체의 머리마다 한 발씩 쏴서 확인사살까지 했다.

“리더. 경고 메시지 놔뒀습니다. 지금 보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 알아.”

리더라고 불린 용병은 자기 헬멧 옆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의 움직임을 감지한 전투복이 통신 기능을 수행한다.

“예. 서펜트입니다. 바나디스 마을 주교 사살 및 경고. 완수했습니다.”

쓰윽. 쓰윽.

그는 잠시 헬멧을 열어 주교의 시체에 침을 뱉고 발바닥에 묻은 눈을 문질러 닦았다. 그러자 시체의 옷깃에 쓸린 눈이 빨갛게 물들었다.

“아닙니다. 싱겁게 끝났습니다. 도망도 안 가는 놈이라 사격 연습조차 안 됐네요.”

신전의 앞으로 탑승자 없는 반중력 바이크 네 대가 멈춰 섰다.

“음······. 인질 확보 및 거점 방어라는 말씀은 거점을 장악해서 인질극을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아, 알겠습니다. 재미있겠군요.”

용병들은 신전 밖으로 나와서 반중력 바이크에 올랐다. 그러는 사이에 리더라고 불린 용병은 통신을 종료했다.

“리더. 다음 장소는 어딥니까?”

“프로키온 항성계다.”

“···갑자기 태양계 이웃 항성으로 가는군요.”

“같은 의뢰주가 임무를 하나 더 줬어. 고맙게도.”

“이번에도 걔들이 돈 대줬답니까?”

“어.”

“걔들? 걔들이 누군데요?”

“뉴소사이어티.”

< 16. 전쟁은 끝났으나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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