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전쟁은 끝났으나 (2) >
***
토성은 패전국이 됨을 인정하고 태양계 연합 회의를 통해 정전협정과 평화협정을 마쳤다. 완전한 종전 후 토성의 위성대통령은 파면되었다.
4월 27일부터 5월 8일까지, 2주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이어진 전쟁은 3억 2천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리고 사람이 가장 많이 죽은 장소는 대규모 함대전이 펼쳐진 우주였다.
옵시디아몬은 화성 정부에 무기를 판매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옵시디아몬은 정전협정 직전에 자발적으로 움직여 금성의 피난민들을 구조했고, 화성 정부와 연계하여 피난을 수용할 콜로니까지 완성하였다.
이동식 모듈화를 추구한 옵시디아몬 콜로니는 ‘유토피아’라는 이름으로 계속 확장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 중 가장 조용했던 곳은 평소 물밑 분쟁으로 시끄러웠던 지구였다. 이번 전쟁이 세력 사이에 벌어지는 분쟁의 불꽃을 일시적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러니 이럴 때가 아니면 인류의 고향이라는 행성에 언제 발을 들여보겠는가.
- ‘역사적 기억 보관소’에는 멸망 후 크고 작은 세력을 다스렸던 지도자들의 기억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로페즈는 회수팀과 경호 병력을 대동하여 지구에 내려왔다. 이곳 대서양에 위치한 도시국가는 바다 위에 건설되어 전쟁의 여파를 피하려고 했지만 실패하여 멸망한 도시다.
전체적으로 땅이 타원형인 도시다. 건물의 형태는 대부분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건설되어 각진 모습이다. 물론 건물이라고 해봐야 폐허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휴머노이드 조명을 켜겠습니다.”
로페즈는 이 도시국가가 문명을 형성했을 시절 지하에 마련된 정부 시설에 들어왔다. 단순히 피신을 목적으로 한 방공호라기엔 그 규모가 넓고 배치된 시설도 많아 보인다.
회수팀을 따라 시설의 가장 안쪽으로 들어와 보니 전쟁기계를 보관하는 격납고 비슷한 공간이 펼쳐진다. 전쟁기계는 누가 가져갔는지 전부 사라져서 빈자리에 먼지만 쌓여있다.
뚜둑···.
로페즈는 발바닥에 무언가 밟힘을 느꼈다.
“탄피가 있네요.”
재래식 총기에나 쓰이는 화약 총탄의 탄피였다.
“전쟁기계와 물자를 두고 이곳에서 싸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체나 유골은 없네요.”
“회장님. 이쪽으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한쪽 벽면에 부자연스러운 통로가 있었다. 사람만 지나다닐 수 있는 크기에 직사각형으로 잘라낸 형태다.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니 순수한 콘크리트로 마감된 비좁은 공간이 나타났다.
“이 도시국가가 멸망한 후 다른 세력이 이곳까지 들어와 데이터를 숨긴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통로를 뚫어서 귀중한 데이터를 보관할 장소를 만든 것이죠. 단말기의 정보에 따르면 역사적 기억 보관소라고 합니다.”
회수팀의 탐사대 사원 한 명이 앞서 단말기의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다른 사원들은 공간의 밖에서 대기 중이다.
“다른 곳에도 이런 시설이 있었나요?”
“예. 이쪽 단말기로 확인해보니 다른 역사적 기억 보관소들이 지도에 찍혀 있었습니다. 그쪽에도 탐사대를 보내놨으니 일주일 안에 전부 회수할 수 있을 겁니다.”
“저희가 쓸 수 있는 잃어버린 기술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지구에 뭐가 있냐면서 회수팀 구성을 반대하는 주주들이 좀 많았거든요.”
“아, 그런 반응이 인터넷에도 있긴 있었습니다.”
“재밌네요. 다들 그 결과를 곧 알게 되겠죠.”
“하하! 좋은 결과가 될 겁니다. 이 단말기를 열어보니 뭐가 있긴 있었거든요.”
「역사적 기억 보관소에는 메인 기억과 보조 기억의 형태로 파일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구에 왔는데 생각보다 감흥이 없다. 선조들의 기억에서 쓸만한 기술을 찾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가야겠다.
잠시 기다리자 단말기의 키보드를 두드리던 사원이 파일 잠금을 풀었다.
“회장님. 메인 기억이 하나, 보조 기억이 두 개입니다.”
***
로페즈는 옵시디아몬의 무장 함선을 타고 화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창밖으로 멀어지는 지구를 바라보았다.
왠지 저 행성을 보고 있으면 미안한 감정이 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야.”
- 우리라는 대명사는 개인에 따라 뜻이 변하기 때문에 명확하지 않습니다.
“저 멸망한 행성···. 저곳에서 살던 사람들과 국가들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 굉장히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사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그 선조들도 오늘 우리의 모습이었어.”
- 관리자님께서 말씀하신 ‘우리’란 현인류를 뜻하는 것입니까?
로페즈는 창문에 투영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자신의 얼굴이 지구의 앞에 겹쳐서 비치고 있다.
“···아니야. 달라.”
- 관리자님의 우리라는 뜻이 제가 이해한 우리와 다릅니까?
“단위의 문제야. ‘우리’라는 단위는 더 큰 관점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는···. 가장 인간적인 기준이야. 기업이 되었든, 문명이 되었든, 인류가 되었든···. 크게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의 기준.”
- 말씀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인간적이라는 게 뭔지 기준을 잡았어. 그래서 앞으로는 무슨 판단이든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뭐든지 우리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그것은 이번 일로 로페즈의 내면에 새로이 형성된 가치관이었다.
그것은 장차 아무리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확실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향표가 될 것이다.
***
회장실로 돌아온 로페즈는 비서실장인 레나를 불렀다. 그녀는 종전 후 무슨 이유인지 로페즈의 앞에서 솔직한 표정을 지어주었다. 트랜센던서는 이를 영업적인 미소와 자연스러운 미소의 차이 정도라고 설명했다. 물론 로페즈의 눈은 그 미묘한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지만.
“네. 회장님. 그래서 전략기획팀과 재정관리팀에서는 정부의 투자가 종료되어도 콜로니 확장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저도 그럴 생각이었어요. 의견이 일치하니 다행이네요. 레나 씨도 그렇게 생각하시고요?”
“제 의견은···. 제 의견도 여쭤보시는 건가요?”
“그냥 참고하려고요.”
로페즈가 스스로 확신을 갖기 위해 던진 물음이었다.
“···종전 후 태양계의 분쟁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병력이 동원될 정도의 경호 의뢰도 크게 줄었으니까 군수 사업으로는 이쯤에서 힘을 빼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피난민을 적극적으로 구조하면서 기업 이미지도 군수 사업과는 다른 방향으로 강조되고 있고요.”
“어떤 이미지인가요?”
레나는 자신의 한쪽 뺨에 손을 대고는 얼굴선 옆을 지나는 붉은 머리칼을 몇 가닥 집게손가락으로 잡았다. 대답을 고민하고 있는 걸까.
“굉장히 따뜻한···. 그런 방향의 이미지입니다.”
“트랜센던서. 너도 그렇게 생각해?”
책상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트랜센던서의 목소리가 나온다.
“저도 관리자님과 옵시디아몬을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레나는 신기하다는 눈으로 로페즈의 책상과 그의 왼쪽 기계안을 번갈아 보았다.
“그럼 레나 씨.”
“···네!”
레나는 흠칫 반응했다.
‘뭔가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였는데 왜 저렇게 되셨지.’
“콜로니는 수요에 따라 최대한 확장하는 것으로 전파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구에서 회수한 기술이 몇 개 있어요. 이미 화성 바깥의 어딘가에선 개발된 자잘한 기술들인데, 아직 어느 곳에서도 개발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죠.”
회수팀의 탐사대는 지구에서 여러 연구소나 도시의 기업 빌딩을 수색하였고 그중 눈에 띄는 수확은 역사적 기억 보관소에 있었다.
“방사능을 일시적으로 치워주는 기술이 있었습니다. 치안유지로봇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된 장치가 모여서 도시의 대기를 정화하는 방식이었죠.”
“방사능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치워주는 방식이라면 들어본 바가 없네요. 소형화가 가능하다면 활용방안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걸 테라포밍에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방사능을 제거하는 기술은 있어도 행성 전체의 환경이 오염되었다면 테라포밍이 힘들다는 게 현실이니까요.”
완벽한 중력과 자기장을 보유하고 있는 지구가 여전히 오염된 상태인 이유다. 방사능 오염이란 테라포밍에 있어서 가장 까다로운 요소다.
“그럼···. 그 기술을 행성 규모로 활용해서 방사능 오염을 제거하는 것으로 목적을 두면 될까요?”
“그렇게 하면 인류가 정착할 수 있는 행성의 선택폭이 넓어질 거예요. 나중에 저희가 테라포밍 사업으로 분야를 확장할 수 있고요.”
오늘날 테라포밍은 거대기업의 수십 년에 걸친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옵시디아몬이 그 사업에 발을 들인다면 자연히 거대기업과 손을 잡을 일이 많아질 것이다.
“연구팀과 전략기획팀에 확실히 전달하겠습니다. 단계의 구체화가 완료됐을 때 회의를 준비할까요?”
“네. 그렇게 해주시면 될 것 같네요. 구체화하기 전에 연구팀이랑 전략기획팀에서 보고서 한 번만 올려달라고 전해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화상치료 끝내신 샌디 씨가 오늘 출근하셨다고 들었는데, 잠깐만 불러주시겠어요?”
***
휴머노이드가 커피 두 잔을 책상 위에 놓고 갔다. 한 잔은 로페즈의 블랙커피이고 다른 한 잔은 샌디의 화이트커피다.
잠시 생산관리팀의 벡터 미사일에 관련된 보고서를 읽고 있으니 그녀가 들어왔다.
“샌디 씨를 본사에서 뵙게 되네요. 반갑습니다. 여기 앞에 앉으세요.”
“아, 네.”
로페즈는 그녀의 앞으로 커피를 놓으며 형식적으로 묻는다.
“좀 괜찮으세요?”
“아···. 네.”
늘 당당하고 솔직한 느낌이었던 샌디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로페즈를 마주한 순간부터 얼굴을 붉히더니 시선까지 피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안 괜찮은 것 같네. 하긴, 충격이 컸을 테니까.’
“덕분에 살았어요. 저도 그렇고 금성의 많은 사람들이···. 감사합니다.”
“하하. 그건 전에도 말씀하셨잖아요.”
“몇 번을 감사하다고 말씀드려도 부족해요.”
“화이트커피 좋아하신다고 해서 유로파 브랜드로 탔어요. 드셔보세요.”
“네? 그걸 어떻게···.”
“트랜센던서가 알려줬죠.”
“아, 물어보셨구나···.”
“네?”
“아니요.”
샌디는 머뭇거리며 커피에 입을 댔다. 로페즈는 확실히 그녀의 표정이나 태도가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열기에 화상을 입었을 피부가 다시 하얀 빛을 찾은 모습을 보니 몸은 다 나은 것 같다.
그렇다면 아직 그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천천히 지옥으로 떨어지는 도시의 지하에서, 전쟁 중에 홀로 고립되어 자신의 몸이 천천히 익어가는 공포를 겪었으리라.
“휴가 내시고 조금만 쉬실래요? 너무 일찍 복귀하신 것 같아서 걱정되네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녀는 아직도 로페즈의 눈을 피하고 있다. 계속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다.
‘얼굴이 왜 저렇게 붉어졌지···?’
최근에 나노봇으로 로페즈의 뇌파와 연결을 성공한 트랜센던서는 그가 무언가를 궁금해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하여 친절히 텍스트를 띄웠다.
「샌디의 안면홍조 증상은 급격한 감정 변화와 불안이 원인입니다. 그 원인은 현재 관리자님과의 대화로 지난 기억을 떠올렸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역시 그렇구나.’
과거보단 미래를 떠올리게 해야 한다. 샌디는 옵시디아몬 연구팀의 주요 전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술력이 최대 강점인 옵시디아몬은 인재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있다.
“샌디 씨.”
“네.”
“앞으로는 다 잘 될 겁니다. 이제 저와 더 가까운 곳에서 함께하게 되셨으니···. 예전처럼 다 떠안지 마시고 조금은 의지해주셨으면 좋겠네요.”
“···네?”
“저도 예전에 샌디 씨에게 일정 부분을 의지했고, 지금도 샌디 씨를 믿고 있으니까요.”
이번 일의 정보, 리버레이터의 백신, 인조인간 기술이 없었다면 일이 얼마나 어려워졌을까.
“갑자기 무슨, 무슨 말씀을···.”
그녀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그녀로부터 긴장감이 전해져오는 것 같다.
「샌디의 안면홍조 증상이 더 심해졌습니다. 심박수 또한 상승하고 있습니다. 불안감이 원인입니다. 관리자님의 구체적인 발언으로 이성적인 이해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셔야 합니다.」
“천천히 만능 항체를 개발해주시면 됩니다.”
“아.”
“저뿐만 아니라 연구팀에서도 샌디 씨의 능력을 믿고 있어요. 저번에 리버레이터까지 지워버리는 항생물질. 다들 그거 보시고 감탄했다니까요. 금방 팀장 다시고 연구소장까지 가실 수 있을 겁니다. 생물 쪽으로 해서요.”
“아···. 하하···. 감사합니다.”
그녀의 붉었던 얼굴이 다시 하얗게 돌아왔다. 그리고 이젠 작게 웃으며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
「성공입니다. 관리자님. 샌디는 관리자님의 앞에서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
되찾은 평화 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망가진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커져가는 불화와 이익의 충돌은 사람이 사람을 죽이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증오하였고, 해쳤고, 무기를 손에 쥐어 빼앗고 파괴했다.
얼마나 많은 잔학 행위가 오갔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리석은 싸움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끝난 지금은 경건하게 피를 닦는다. 죽은 이들을 추모하고 파괴된 문명의 빈자리를 다시금 올리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도우며 함께 울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움직이며 지난 다툼의 상처를 회복하고 있다. 그리고 깨닫는다. 다짐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시는,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지도록 두지 않겠다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선 안 된다고. 가르치고 강조하고 기록하고 약속한다. 또한 역사가 된다.
「뉴소사이어티 총수부 수성지부 임원 회의실」
여덟 명이 앉아있다.
“금성 네트워크는 믿을 수 없으니 수성까지 부른 점, 다들 이해해주길 바라네.”
“됐고. 장로회에선 뭐라고 반응하나?”
“도대체 전쟁이 왜 이렇게 급하게 터졌냐고 난리야. 태양계 연합의 판단이 너무 인도적이었다고 지적하는군.”
“맞는 말이지. 점령이나 병합이 아니라 항복 선언으로 대충 조건을 달고 끝냈으니.”
“어차피 장로회는 우리의 존재 자체를 모르지 않나.”
“그래.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토성 놈들은 샤머니즘에 빠져있어. 제일 먼저 정복해야 할 이단 새끼들이라고.”
“그 핵융합로 터뜨리겠다고 준비한 노력이 다 허사가 됐군.”
“우리 가여운 PP가 많이 억울해하던데. 토성 쪽 위성대통령도 막판엔 그냥 자기가 했다며 항복했고.”
“금성이나 토성이나 멍청하게 착해빠진 지도자들이야. 지금쯤 두 놈은 서로를 죽도록 원망하고 있겠지.”
“결과적으로 토성이 다 뒤집어썼으니 됐네.”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라고 했나. 정말 그걸로 터뜨린 건가? 신형 핵융합로는.”
“아니. 내가 스파이 썼지.”
“그보다 샌디를 옵시디아몬에 순순히 넘겨준 게 아깝네.”
“리버레이터가 예상보다 너무 강력하게 완성되긴 했어. 그 여자는 넘겨주는 게 맞았지. 이젠 역할을 다해줬으니 다시 데려올 방법이나 찾아.”
“엘리스가 탈주한 게 원인이야. 내가 진작 말하지 않았나? 너무 똑똑한 인공지능은 믿을 게 못된다고.”
“카이사스가 그렇게 뒈질 줄 누가 알았겠나.”
“가이우스가 상공까지 개입해서 우리 금성 쪽에 더 많은 사상자가 생겼어야 그 반발로 토성을 점령하든 하는 것인데. 쯧.”
“거기에 옵시디아몬 병기가 금성 민간인들을 죽였으면 더 좋았겠지. 가이우스가 그렇게 되지만 않았어도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텐데···.”
“카이사스는 장로회가 죽인 건가?”
“아니. 장로회가 걔를 죽일 이유가 없어. 아무래도 카이사스는 로페즈가 처리한 것 같다.”
“로페즈···.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물들었지.”
“옵시디아몬이 문제야. 그놈들이 계획에 참여했던 때부터 수상했다고.”
“걔들 정보력도 장난이 아니던데. 카이사스와 엘리스의 행동을 알고 있었던 것 같잖아. 화성 PP가 살아있던 것부터 해서.”
“옵시디아몬이라면 우리의 존재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커.”
“그래서 그동안 번거롭게 수성을 경유하지 않았나.”
“우리가 다 주도했다는 것도 옵시디아몬이 알까?”
“그건 꿈에도 모르겠지. 걔들이 그것까지 알았으면 전쟁이 이렇게나 빨리 터졌겠나.”
“제길, 아무리 생각해봐도 토성을 점령했어야 했어. 로페즈 그 자식이 참견만 안 했어도···.”
“뭐라도 하려면 일단 옵시디아몬부터 공략해야 해.”
“로페즈의 팔다리를 조금씩 잘라내는 건 어떤가?”
“방법은 있나?”
“찾아보면 있겠지. 그놈이 무적도 아니고.”
< 16. 전쟁은 끝났으나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