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78화 (78/183)

< 15. 강행 (2) >

***

금성 네트워크 장악의 80% 이상을 완료한 트랜센던서는 상황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다.

- 엑소스포터가 가이우스에 의해 파괴되면서 금성 함대의 전력이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토성 함대는 금성으로 가속하여 가이우스와 함께 궤도 전투를 펼치고 있습니다.

“금성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 처음부터 토성 정규군과 금성 정규군의 전력 격차는 있었습니다. 토성이 우위인 상황에서 가이우스마저 개입하였으니 앞으로 23분 내에 금성 상공으로 병력이 강습할 것입니다.

“금성은 땅이 부족한 행성이라 비행체끼리의 전투에 특화되었다고 들었어. 행성으로 강습이 들어가더라도 더 버틸 수는 있을 것 같은데.”

- 문제는 토성 측에서 금성의 ‘군대’만을 상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면?”

- 가이우스와 장로회의 목적이 토성 정부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토성은 금성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도 공격을 중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금성에는 12개의 부양도시가 있으며, 각 부양도시에는 도시를 수호하기 위한 군사시설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 토성이 선택할 가장 효율적인 전술은···

“설마 도시 자체를···.”

- 도시를 공격하여 추락시키는 전술을 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로페즈는 머릿속으로 그런 끔찍한 상황을 그렸고, 트랜센던서는 냉정하게도 그러한 상황을 정확히 시뮬레이션하여 설명했다.

- 현재 금성의 기본적인 환경은 생존에 부적합합니다. 금성의 지표면 온도는 약 452℃, 평균 풍속은 약 358m/s, 황산비가 내리고 있으며 격렬한 화산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미약한 자기장에 태양풍이 직격하고 있어 최고 수준의 전투복을 장비하더라도 대기권 이하의 고도에서는 10분 이상 버틸 수 없는 환경입니다.

금성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이유는 극악의 환경 위에 도시가 떠있기 때문이다. 그런 부양도시에 돔까지 씌워져 있기 때문에 금성은 국가가 될 수 있었다.

돔이 파괴되는 상황을 대비하여 자기장 발생기를 탑재한 인공위성들이 금성 궤도를 돌고 있으나, 적들이 그런 인공위성을 노리지 않으리라는 가정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를 일단 접어두더라도 도시를 띄우는 반중력 장치에 문제가 생긴다면, 도시 그 자체가 추락할 것이다.

금성의 대기층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지표면도 지옥이다. 애당초 지표면까지 추락한 도시는 무거운 질량과 가차 없는 중력에 의해 충돌하는 즉시 파괴될 것이다.

“잠깐, 그럼 놈들이 금성 상공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도시가 하나둘씩 떨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야?”

- 그렇습니다.

그렇게 확답을 들으니 로페즈의 머릿속에 스쳐가는 인물이 있었다.

“샌디 씨는···.”

전쟁을 늦추려 했지만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토성 정부의 선전포고에 의해 24시간 만에 전쟁이 시작되었다.

훨씬 전부터 그녀에게 미리 경고는 했지만 대피하라고 강하게 주장하진 못했다.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겠는가.

전쟁의 무서움은 단순히 죽음이 아니었다. 전장에 있을 당사자들은 마비된 사회 시스템과 닥쳐오는 폭력의 불꽃에 고통받을 것이다. 비일상의 공포라는 것이다. 그리고 당사자와 연관된 모든 이들이 지인의 죽음에 두려움과 불안을 느낄 것이다.

아는 사람 한 명이 죽는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대거 죽는 것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로페즈는 금성에 지인이 샌디라는 사람 한 명뿐이지만, 그곳에 가족이나 친구들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전쟁이 터진 지금, 그들은 무슨 기분일까.

- 샌디 옵시디언은 남반구 5번 상업특화 도시의 루시퍼 타워 지하 51층에 있습니다. 그녀는 돔이 파괴되어도 지하의 산소 발생기를 통해 생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도시가 지표면으로 떨어져 버리면 죽는 건 똑같겠지.”

- 금성의 반중력 장치에는 2차, 3차 비상 반중력 장치가 있습니다. 완전한 파괴가 아니라면 지표면으로 천천히 하강한 후 도시 하단의 고정 장치를 펼쳐 착지할 것입니다. 그럴 경우에 그녀가 죽는 경우의 수는 화산 활동으로 인한 하층부 손상이 유력합니다.

“당장 구해야 해. 태양계 연합 회의는 아직 시작도 안 했어.”

- 관리자님. 샌디가 잠재가치가 높은 인재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리버레이터 백신과 인조인간 제조기술을 옵시디아몬에 제공한 시점부터, 그녀를 반드시 구할 필요성은 없어졌습니다.

“뭐?”

- 샌디의 이용가치가 잠재가치보다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딴 소리 함부로 지껄이지 마.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왔으나 가까스로 삼켰다. 트랜센던서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백번 옳다. 누구보다도 그걸 잘 아는 자신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아니야. 샌디 씨뿐만 아니라 금성의 민간인들을 살릴 구조계획을 짜야겠어.”

- 옵시디아몬의 함선과 휴머노이드를 보내어 무인 구조계획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장으로 함선을 보냈을 경우 적들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 함선이 파괴된다면 극심한 재정적 손실이 발생할 것입니다.

함선은 비싸다. 심지어 옵시디아몬의 함선은 화이트홀에서 여행용으로나 쓰는 민간용이 아니라 함포와 장갑을 두른 무장 함선이다. 한 척에 1조는 가뿐히 넘는 가격이다.

하지만 로페즈는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급한 결정 후에 침착한 생각을 조금 더 했을 뿐.

“함선이 파괴될 수도 있다는 건 하나의 가능성에 지나지 않아. 네가 금성 네트워크를 거의 장악하고 있으니 적들의 움직임은 최대한 피할 수 있을 거야. 여차하면 방어적으로 대응하면 돼.”

- 그래도 그만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샌디와 금성의 인간들을 구조할 필요성은 없습니다.

“이미지야. 뭐든지 이미지가 중요하잖아. 이번 일은 우주 전역에서 주목하는 사건이 될 거야. 그 사건의 중심에서 옵시디아몬이 자발적으로 금성의 민간인들을 구조한다면 어떻겠어? 네 말대로 그런 위험과 손실을 감수하면서 말이야.”

- 긍정적 인식에 따른 이윤은 정확히 계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계산하기 어려운 이익이, 과연 함선이 터졌을 때 날아갈 액수보다 작은 가치일까?”

- ···이번 사건의 규모와 여파를 고려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장기적 관점에서 1조 크레트 이상의 이익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봐. 금성 사람들은 옵시디아몬한테 충성하게 될 거야. 우리나라랑 금성 사이의 외교적 관계도 좋아질 거고.”

- 좋은 변수입니다.

“전에 격납고에 쌓았던 휴머노이드 200기 준비하고 실드 탑재한 무장 함선 하나 골라서 궤도에 띄워. 막힌 길을 뚫어줄 체인트루퍼도 몇 기 필요하겠다. 방어적으로 대응할 상황에 대비해서 구속폭탄이랑 전자기 플레어도 충분히 챙기고. 아, 통신 지원할 A타입 로보버그도 많이 준비해.”

- 알겠습니다.

“하는 김에 최대한 살려보자.”

이번엔 휴머노이드, 무장 함선, 체인트루퍼, 구속폭탄, A타입 로보버그가 사람을 구하는 일에 쓰일 것이다.

***

태양계의 신우주문명 지도자들이 실제와 유사한 홀로그램으로 하나둘씩 의자에 소환되었다. 태양계 연합 회의에 참석할 6명은 금방 모였다.

늘 그랬듯 시작은 화성의 행성대통령이 주도한다.

“급한 소집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599년 4월 29일 오후 4시 33분. 카르다쇼프 신우주문명 지도자 6명이 모인 태양계 지도자 연합의 긴급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태양계 행성국가. 화성 정부 행성대통령은 참석에 동의했음을 선언합니다.”

그들은 수성부터 차례대로 이 회의에 참석할 것을 인정하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친다.

“태양계 행성국가. 수성 개발위원회 위원장, 본인은 참석에 동의합니다.”

“태양계 행성국가···. 금성 총수부 행성대통령, 본인은 참석에 동의합니다···.”

“태양계 위성국가. 목성 연합정부 가니메데와 유로파의 위성대통령, 본인은 참석에 동의합니다.”

“태양계 위성국가. 토성 정부 타이탄의 위성대통령, 본인은 참석에 동의합니다.”

“태양계 위성국가. 천왕성 개척대 티타니아의 개척대표, 본인은 참석에 동의합니다.”

서로가 눈치를 살피는 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각자가 어떤 입장을 표해야 할지 망설이는 느낌이다.

화성의 행성대통령, 알 카즈네 베르도는 이곳에서 진행 권한과 투표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번 안건을 거치기 전에, 당황하셨을 여러분께 해명부터 해야겠군요.”

다들 베르도가 죽은 줄 알았으니까.

“보시다시피 저는 살아있습니다. 지난 4월 27일, 저는 기업의 군사조직을 경호업체로 채택하여 시범 경호를 진행했습니다. 다만, 현장에 있던 극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 모두가 홀로그램으로 대체된 가상 시범 경호였습니다.”

인조인간 제조기술은 우주 전역의 금기다. 따라서 적당히 다른 변명으로 둘러댈 필요가 있었다.

천왕성의 개척대표가 의문을 표한다.

“발표는 현장에서 즉사라고 하셨는데···. 홀로그램 시범 경호였으면서 왜 그렇게 조치하신 겁니까?”

베르도는 의미심장하게 답한다.

“그때 그런 일이, 오늘 이런 일이 될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순간적으로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제가 올랐던 산 정상에는 대규모 홀로그램 장치를 설치했고 그 홀로그램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실제와 매우 흡사한 반응성을 보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토성의 위성대통령이 따지듯 묻는다.

“그때 실제로 죽은 사람은 없었다는 말씀입니까? 전쟁기계까지 잠입했다고 들었습니다만.”

“네. 아무도 죽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전쟁기계라는 건···.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전쟁기계 두 기가 산 정상을 노렸다고 발표되지 않았습니까.”

“다각전차 두 기라고 발표했습니다. 전쟁기계가 아니고요.”

“···.”

베르도는 살짝 미소가 섞인 얼굴로 그의 말을 정정했다. 부드러운 억양이었지만 어조는 전혀 부드럽지 않았고, 그 이상한 기류에 휩싸인 지도자들은 토성의 위성대통령을 향해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그들 가운데 목성의 위성대통령이 강하게 주장한다. 시선을 토성의 위성대통령에게 고정한 채로.

“어서 본제로 넘어갑시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군요.”

“좋습니다. 다들 제 생존에 대하여 질문하실 게 없으신 것 같으니 본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살벌했던 공기의 흐름이 점차 뜨겁게 바뀐다.

“다들 아시겠지만 수백 년간 평화로웠던 이 태양계에서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지금도 금성의 중력권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두 분께서는 말씀하시고 싶은 것이 많겠지요. 개전을 선포한 토성 측에서부터 말씀하시죠.”

“이유는 충분히 발표했습니다.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 뻔뻔해 보이는 태도에 금성의 행성대통령은 발끈하여 언성을 높였다.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명분을 들이밀면서 전쟁을 겁니까? 신형 핵융합로를 저희가 노렸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었으면 신중하게 판단하셔야지, 어떻게 심증만 가지고 오메가 데이로 선전포고를 합니까!”

“예. 저희의 신형 핵융합로는 금성과의 무역전쟁에서 판도를 뒤집었습니다. 그게 전쟁 도발의 이유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신형 핵융합로를 노린 네트워크 접속경로가 확인되었는데, 발신지가 금성에 있었습니다. 그 사건으로 우리 토성 국민이 떼죽음을 당했고 금성은 토성과의 무역전쟁에서 다시금 유리한 위치를 잡았습니다. 더 설명이 필요합니까?”

“충분히 조작할 수 있는 사건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신형 핵융합로에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라고 발표하셨는데, 애당초 그런 핵융합로는 네트워크를 폐쇄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희가 정말 그럴 생각이 있었으면 금성이라는 발신지 따위를 남기거나 했겠습니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얼마나 어설픈 공작요원을 파견하셨길래 그 경로를 남겨두셨는지  지금도 참 의문입니다. 태양계 이웃끼리 꼭 이렇게 서로가 피를 보아야만 했던 겁니까?”

“···모함하지 마시죠. 저희는 관계가 얼마나 악화되었든 타국가의 민간인까지 노리는 테러는 하지 않습니다. 어느 미친 국가가 그런 잔악한 짓을 벌입니까.”

“하지만 모든 정황이 답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걸 보고 망상이라고 하는 겁니다.”

“자국민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을 뿐입니다. 저희도 이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최후통첩까지 해드리지 않았습니까. 끝까지 부인하시면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언제 또 이런 일이 발생할 줄 알고 마냥 손 놓고 있겠습니까.”

“그럼 저희가 하지 않았으니까 안 했다고 하지, 안 한 것을 했다고 거짓으로 답합니까? 그냥 전쟁에 명분이 필요해서 자기네 국민을 해쳤다고 말씀하시죠.”

“제가 제 국민들을 해쳤다는 말씀을 들으니 똑같이 답해드리고 싶군요. 그걸 보고 망상이라고 하는 겁니다. 저는 전쟁광이 아닙니다. 억울하군요.”

금성의 행성대통령은 다른 지도자들을 돌아보며 호소한다.

“가이우스라는 거대기업이 있었죠. 그들이 갑자기 토성을 돕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사전에 결탁하고 계획하고 실행하고, 거대기업으로서 정부로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벌인 게 아니겠습니까.”

“가이우스는 자국민 보호를 위한 방위 군사조직으로 일시적인 조약을 맺었을 뿐입니다. 그것도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한참 전인 작년 초에 말입니다. 아무래도 모함하는 쪽은 제가 아니라 그쪽인 것 같습니다만.”

“지도자가 죽을 뻔했던 화성에서도 아직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상하다는 생각도 안 듭니까? 아니면 처음부터 그쪽이 계획한 일이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겁니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실랑이 끝에 베르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이우스는 작년부터 토성과 조약을 맺었다···. 이 자리에서 그 사실을 인정하셨군요.”

느릿하면서도 깊게 깔린 목소리다.

토성의 위성대통령은 딱히 부정하지 않는다.

“예. 토성 정부는 가이우스와 방위를 위한 조약을 맺었습니다.”

“그럼···. 저를 해치려 했던 전쟁기계 두 기의 출처가 가이우스라는 게 증명된다면 토성에 매우 중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베르도의 입장이 한쪽으로 기울자 모두가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거야··· 그렇겠습니다만···. 저희가 맺은 조약은 어디까지나 방위 목적입니다. 그러한 행위를 벌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 이들은 태양계를 다스리는 신우주문명 지도자들입니다.

그 순간, 베르도의 옆에 카이사스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 각 국가의 지도자들을 죽이는 겁니까?

카이사스의 홀로그램이 변조된 목소리의 누군가와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그러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들지요. 요점은 태양계 지도자 회의의 의사결정에 혼란을 야기하는 것입니다.

- 어떻게···

- 화성의 행성대통령을 암살하는 것이지요.

- 화성의 행성대통령은 인류 수도의 지도자로서, 태양계 지도자 회의에서 진행과 투표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사람만 죽어준다면, 전쟁이 발발했을 때 태양계 지도자들의 의사결정이 신속함을 잃게 되겠지요.

- 화성의 행성대통령이 암살당할 것도 금성이 한 짓으로 덮어씌우는 겁니까? 처음에 만들 전쟁 명분처럼요.

“뭐야?!”

금성의 지도자는 벌떡 일어나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 그러진 않습니다. ···태양계 지도자 회의가 의사결정을 망설이는 사이에 전쟁은 순식간에 토성의 승리로 종전될 것입니다. 그리고 태양계에서는 누가 화성의 지도자를 죽였는가에 대해 서로 불신을 품게 되겠지요.

틱···

카이사스의 홀로그램이 꺼지고 날이 선 적막이 감돌았다.

수성의 지도자는 충격을 받았는지 입을 틀어막았고 금성의 지도자는 선 채로 미간을 일그러트렸고 항상 미소가 있던 화성의 지도자는 무표정, 목성의 지도자는 당장이라도 누구를 칠 법한 표정을 했다. 천왕성의 지도자는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토성의 지도자는 크게 뜬 눈으로 동공을 떨고 있다.

“아, 아니 이건···.”

베르도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뱉으며 말을 섞는다.

“가이우스와 방위조약을 맺은 토성의···. 위성대통령님.”

“조···. 조작된 영상입니다.”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습니까? 이 상황.”

“···아니···. 이건 오해입니다. 카이사스가 왜···.”

“당신들은 전쟁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당신 때문에, 토성은 전범 국가가 되었다고요.”

베르도는 정말 흉악범죄자라도 보는 듯한 눈을 했다.

“전범. 이 꼬리표가 붙은 것이 지도자로서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알고는 있습니까?”

< 15. 강행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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