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74화 (74/183)

< 14. 카서스 벨리 (3) >

***

거대기업 가이우스의 총사령관, 폼페이누스 카이사스는 개인실에서 스피커를 통해 인공지능의 보고를 받고 있다.

그의 인공지능인 엘리스(Elise)의 음성은 여성의 목소리를 기계적으로 흉내 내는 느낌이다.

“검색 결과에 따라 가장 근접한 결론은, 로페즈의 인공지능이 작년 1월 24일에 화성의 아레스 시스템을 빌려 화성 전체를 장악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금성에서도 하나의 전파 지능체가 네트워크 말단의 모든 영역을 감시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두 행성을 들여다보기엔 힘들겠군.”

“로페즈의 인공지능이나 두 행성의 정부가 외부의 침입을 경계하고 있다면 화성과 금성 네트워크에 침입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합니다.”

“오늘이 4월 27일이지. 슬슬 일이 터질 때가 됐는데···.”

그때 개인실의 스피커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총사령관님. 화성의 행성대통령이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일정 변동은 없었던 모양이군. 상황실 세팅하게. 작전 준비하고.”

카이사스는 빠른 걸음으로 개인실을 나와서 곧장 상황실로 향했다.

***

상황실의 벽면은 분할된 화면이 채우고 있다.

화면은 가이우스가 40일에 걸쳐 화성으로 밀반입하여 조립한 병기들과 옵시디아몬 사병들의 시선 인터페이스를 나타내고 있다.

“전쟁기계 배치 완료했습니다.”

“실드 간섭기도 배치 완료했습니다.”

기동성을 살려 배치한 병기들이다. 시간이 지체되면 화성의 정규군에 의해 금방 발각당할 것이다.

하지만 로페즈가 가이우스 측에 제공한 정보는 정확했고 정규군과 사병의 병력 배치는 가이우스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곧 행성대통령은 정확한 순간에 정확한 위치인 산 정상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이 로페즈가 강조했던 정보 우위의 이점이다.

“조준하게.”

“로페즈가 아직 PP 옆에 붙어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그가 휘말릴 가능성이···”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에 숭고한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 작전 개시.”

“···알겠습니다. 작전 개시!”

그들이 배치한 병기들 중 실드 간섭기는 숲속에서 스텔스 모드를 해제했다. 실드 간섭기는 지면에 닿을 듯 말 듯 반중력으로 부양하는 납작한 전차처럼 생겼다.

“발사!”

실드 간섭기가 숲속에서 발사를 시작함과 동시에 화성의 정규군은 실드 간섭기에 궤도 폭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실드에 간섭하는 발사체는 이미 행성대통령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예상대로 산 정상을 뒤덮은 옵시디아몬의 실드가 전개되었고 그 순간에 맞추어 발사체가 충돌했다.

“현장의 실드 출력이 목표치만큼 떨어졌습니다.”

“마무리하게.”

곧이어 해안과 인접한 바다에 숨었던 전쟁기계가 물속에서 포격을 시작했다. 동시에 화성의 정규군도 즉각적인 반응으로 해안선에 궤도 폭격을 퍼부었다.

이미 발사된 지능적인 포탄은 정확한 궤도로 날아가 정규군의 요격을 공중에서 최대한 회피한 후 실드 출력이 약한 부분을 노려 산 정상에 떨어졌다.

“옵시디아몬 사병들이 필요 이상으로 휘말리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네. 로페즈도 이해할 걸세.”

산 정상에 있던 자들은 필사적으로 행성대통령을 지키려 했다. 그러나 가이우스의 포탄은 행성대통령을 지키려던 병력들을 교묘하게 제거한 후 마지막 한 발이 공격 경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상황을 펼쳤다.

상황실의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

지원 병력이 산 정상으로 합류했다. 그들이 행성대통령을 산 아래로 데려가기 직전, 마지막 한 발은 지면에 한 번 튕긴 후 재차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행성대통령의 머리에 적중했다.

그리고 폭발했다. 그들이 대응할 겨를도 없이.

“적중했습니다!”

40일에 걸쳐 치밀하게 준비한 작전이 정보 우위로 3분 55초 만에 한 국가의 지도자를 없애버린 것이다.

“···성공입니다!”

화면 속 현장은 혼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머리 없는 시체가 된 행성대통령을 향해 모여드는 자들과, 죽은 행성대통령의 피를 손에 묻히고 그 자리에 주저앉은 로페즈의 모습이다.

“화면 종료하고 연결 끊겠습니다.”

***

화성은 충격과 슬픔에 휩싸였다.

- 긴급속보입니다. 금일 오전 11시 3분경, 알 카즈네 베르도 행성대통령이 정체불명의 적습에 의해 현장에서 사망하였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행성대통령 경호업체인 옵시디아몬의 사병들과 화성 정규군 또한 베르도 행성대통령을 지키던 중에 다수 사망했으며···

- 말이 되는 일입니까?! 누군가 우리나라의 지도자를 죽였다고요! 빨리 범인을 잡아서···

- PP를 경호하는 데 사병을 왜 쓰는 거야? 실드가 제값을 못하잖아. 애당초 거기 있던 정규군들은 뭐하고 있었데?

- 화성의 알 카즈네 베르도 행성대통령이 공작에 의해 사망했습니다.

- 충격적인 소식이 있습니다. 오늘 오전 11시 3분경, 화성의 행성대통령이 자국 내에서 출처 불명의 다각전차에 의해 피습당해 현장에서 사망이 확인···

- 정치적인 만행, 적국의 도발, 외교적인 공작 등 가능성은 많습니다. 현장에서는 파괴된 다각전차 두 기를 확보하였습니다.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에 있습니다.

몇 시간 후 상황실로 돌아온 카이사스는 각 국가의 방송을 확인했다. 태양계 전역에 전장의 위험한 냄새가 서서히 퍼지고 있다.

카이사스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로페즈는 살아있나?”

“찰과상 등의 가벼운 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무사히 치료를 마쳤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바로 옆에서 폭발이 있었는데 가벼운 부상으로 끝났다는 말인가? 그 사람 몸속에 있는 것이 생각보다 일을 잘하는 모양이군.”

“로페즈의 체내에 뭔가 있던 것입니까?”

카이사스의 양쪽 눈이 붉은빛을 내며 한번 깜박였다.

“나노봇이 있었네. 몸속에 바글바글하길래 처음엔 기생충인 줄 알았지. 아주 철저하게 뭐든지 대비하는 인물이야.”

그때 어느 사병이 상황실로 허겁지겁 뛰어들어왔다.

“쟨 뭐야?”

사병은 알렸다.

“미확인 강습함 한 척이 함대 후열을 급습했습니다!”

“뭐? 지금 뭐라고 했나?”

카이사스는 그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 이어서 상황실의 참모급 사병이 물었다.

“고작 강습함 하나도 요격하지 못했다는 말이야?”

그러자 카이사스의 인공지능, 엘리스가 상황실의 모두에게 알렸다.

- 미확인 강습함은 스텔스 모드를 전개했습니다. 그대로 토성 고리의 질량에 숨어서 실드도 없이 중력장을 펼쳐 가속했습니다.

“예? 그건 자폭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충격적인 소식.

- 리버레이터를 적재한 보급함선 내부에서 리버레이터가 유출되었습니다. 보급함선 내부를 확인한 결과, 신원미상의 무장 인원들이 의도적으로 리버레이터 저장시설을 노려 공격하고 있습니다.

“적들은 몇 명이지?”

- 경량 전투복에 화약소총으로 무장한 여섯 명입니다. 그리고 지금 말씀드리는 와중에 보급함선의 아군 병력이 그들을 전원 사살했습니다. 보급함선 내부의 비전투 인원 14명이 리버레이터 감염으로 사망했으며 아군 병력 5명이 강습함 충돌로 사망했습니다. 적들의 화기에 의한 사망자는 없습니다.

“총사령관님. 충돌의 여파로 보급함선과 통신이 끊어졌습니다.”

“자살특공대라도 온 걸까요?”

“우리 보급함선에 리버레이터가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어쨌든 상황은 종료되었다는 보고다. 카이사스는 엘리스에게 묻는다.

“그놈들 여섯 명의 신원은 찾을 수 있겠나?”

- 가이우스의 데이터베이스와 태양계 전역의 인터넷을 검색하는 중입니다.

그대로 6분을 기다린 끝에 엘리스는 결과를 알려주었다.

-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추가로 발견된 사항이 있습니다. 사망한 적 여섯 명은 인공단백질과 생체물질로 구성된 인조인간이었습니다. 척수에 삽입된 회로판이 발견되었으나, 회로판은 산성 물질에 녹은 상태입니다.

“인조인간···?”

- 또한 사망한 적 여섯 명은 전투복에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헬멧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사인은 리버레이터 감염이 아니라 아군 병력의 총격에 의한 사망이었습니다.

사병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백신이 있다는 말입니까···?”

“그 리버레이터는 장로회에서 거의 완성품으로 내어준 생물학 병기이지 않습니까.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일이 잘 풀리고 있던 와중에 방해가 들어왔다. 카이사스는 인상을 팍 구기며 혀를 찼다.

“쯧. 일이 시작되니 장로회에서 내분이 일어났군. 누군가 뉴소사이어티와 손을 잡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자기네가 직접 힘을 쓴 것이야. ···눈앞의 돈밖에 모르는 멍청한 것들.”

***

병원 주차장에서 막 빠져나온 로페즈는 방탄 승용차의 뒷좌석에 앉아있다. 그의 옆에는 레나가 있고 운전석에는 자이칸이 있다.

창밖에 보이는 높은 건물들은 여전히 행성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전하고 있다. 나라 전체의 분위기가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와중에 이 세 사람의 눈빛은 이상하리만큼 강하게 살아있었다.

손에 든 전자노트로 기사를 보고 있던 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비록 시범 경호였지만, PP를 지키지 못한 정규군과 옵시디아몬 사병에 대한 비판적 반응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러자 운전석의 자이칸이 답한다.

“어차피 다 뒤집을 각오로 하신 일이지 않습니까. 회장님.”

로페즈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진 채 작은 목소리로 지시한다.

“자이칸 씨···. 저번에 그, 올림푸스 경사면에 공용 착륙장으로 가주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자이칸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운전에 집중했다.

“이번에도 출장을 가시는 건가요? 화이트홀 함선으로···.”

“아니요.”

이번엔 출장이 아니다.

“거기서 우주선을 타고 궤도조선소에 갈 겁니다.”

“네?”

“그쪽에 밀라노이··· 아니, 옵시디아몬의 함선을 준비해놨어요.”

그리고 레나는 모르겠다는 얼굴로 눈썹을 밀어 올렸다. 카리스마 있는 인상 탓에 약간 화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건 무장 함선이잖아요···?”

로페즈는 창문에 팔꿈치를 붙이고 턱을 괴었다.

“회장님···? 제게 일정을 알려주셔야···. 하지 않나요···?”

“레나 씨에겐 이번 일이 끝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레나는 도저히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의 붉은 머리칼이 미모를 덮으며 아래로 축 늘어져서, 평상시의 지조 있는 모습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그러거나 말거나 로페즈의 정신은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누군가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는 레나나 앞에 앉은 자이칸도, 저 창밖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저 높은 건물 안에 있을 사람들도,

결국 구원 리스트에는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그는 머지않아 올림푸스 화산 경사면의 공용 착륙장에서 하차했다. 이어서 자이칸과 레나가 로페즈의 뒤를 따랐다.

자이칸은 이미 이런 경험이 있었다. 그는 적당한 위치에서 멈춰 섰고 이를 확인한 레나는 영문도 모른 채 자이칸의 옆에 멈춰 섰다.

사아아아아···

높은 지형의 바람은 늘 싸늘했다.

“가보겠습니다.”

“이번에도 살아서 돌아오시길 빌겠습니다. 회장님.”

“···네?! 뭐라고요?!”

로페즈는 앞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방탄 승용차 앞에 가만히 서있는 자이칸과 그런 자이칸을 향해 뭐라고 추궁하는 레나를 뒤로했다.

그 뒷모습은 어딘가 무거워 보이면서도, 사람다운 느낌이 없는 싸늘한 철판처럼 보였다.

***

- 가이우스 측에서는 화성의 행성대통령 건이 완료되었으나 리버레이터의 백신 개발이 확인되었다며 관리자님께 새로운 의논을 요청했습니다.

선폭이 800m인 소형 무장 함선의 옆면에는 옵시디아몬을 상징하는 마크가 새겨져 있다. 내부에 탑승한 인원은 로페즈 한 명뿐이다.

옵시디아몬의 함선은 토성의 고리에 들어가서 고리의 회전력에 따라 가속했다. 함선은 곧 토성의 중력에 묶여 고리와 함께 공전하는 상태가 되었다.

쿠우우···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옵시디아몬의 함선 옆에서 가이우스의 함선 한 척이 스텔스 모드를 해제했다.

그것은 일전에 로페즈와 카이사스가 접선했던 유토피아라는 이름의 함선이었다. 선폭은 약 18㎞, 겉보기에 무장 함선은 아닌 것 같으나 내부에는 가이우스의 사병들이 가득하리라.

쿠우우우우···!

로페즈의 우주선이 유토피아에 정박했다.

그는 저번처럼 어떤 여성의 안내를 받으며 엘리베이터를 통과하고 작은 마을을 지났다. 다만, 이번에는 휴대전화와 지갑을 반납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곧 그때 그 건물의 5층에 올라서 카이사스를 만났다.

***

본론으로의 도입은 로페즈가 먼저 했다.

“계획대로 행성대통령이 죽었습니다. 제가 화성의 인터넷을 감시하고 있는데, 그들은 그 실드 교란기라는 것과 바닷속 전쟁기계를 회수해서 출처를 찾고 있습니다.”

카이사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다.

“예···. 그 부분은 아주 성공적입니다. 로페즈 씨의 정보 우위 전략 덕분에 아무런 탈도 없이 마칠 수 있었습니다.”

“네.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베르도는 죽었고 화성 정부는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태양계 연합은 머리를 잃고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말씀이죠? 갑자기 리버레이터에 면역을 갖춘···. 인조인간···?”

카이사스는 딱딱하게 굳었던 표정을 갑자기 느슨하게 풀었다.

“···?”

약간의 허탈감, 허망함, 무언가 달관한 듯 힘을 잃은 눈빛이다.

“로페즈 씨. 뭘 믿고 홀몸으로 여기까지 찾아오셨습니까?”

「위험합니다.」

그 순간 트랜센던서는 위기를 알렸고 로페즈는 본능적으로 위기를 직감했다. 온몸의 털끝이 곤두서는 동시에 심장의 혈류가 전신으로 강하게 퍼지는 감각. 진짜 위기를 겪었을 때나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죄송하지만 총사령관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로페즈 씨를 믿었습니다. 아, 이 표현은 틀렸군요. 저는 ‘아직도’ 로페즈 씨를 믿고 있습니다. 로페즈 씨의 능력과 가치관···. 로페즈 씨가 우리에게 제공해주신 것들. 그동안의 활약···. 로페즈 씨는 끝까지 함께하고 싶은 최고의 선각자라고 생각합니다.”

카이사스를 제외한 세상 모든 것이 침묵한 것 같다. 공기가 위협적으로 변해서 숨을 쉴 때마다 상반신의 혈류가 위기감을 호소하는 것 같다.

“···듣고 있습니다.”

“헌데···. 우리 엘리스가 로페즈 씨를 신뢰해선 안 된다고 합니다. 로페즈 씨를 이곳으로 불러내서, 배제하라고 하는군요. 지금 당장.”

「관리자님. 위험합니다.」

“총사령관님을 보필하는 인공지능은 엘리스라고 부르는 건가요.”

“예. 41년 전에 아내와 함께 죽은 딸아이의 이름이죠. 광신도의 폭탄 테러에 즉사했습니다.”

“유감이네요.”

안타까운 과거가 있는 것 같지만, 그때는 그때의 이야기일 뿐이고 지금은 지금이다.

“···그럼 저와 그 엘리스라는 인공지능. 둘 중에 어느 쪽을 믿으시죠?”

“엘리스는 틀린 적이 없지요. ···그쪽도 ‘진짜’ 인공지능이 있다면 알고 있겠지만, 기술로써 완성된 지능은 절대 틀리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이 틀렸을 때는 틀렸다고 말할 수 있어야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그 말씀은 받아들일 수 없겠군요.”

그러면서 카이사스가 턱짓하자, 로페즈의 배후에서 무장한 사병들이 들이닥쳤다.

“총사령관님의 그 말씀, 그 숭고한 목적이라는 것. 이쯤에서 그만두시죠.”

“미안하게 됐습니다.”

“제발 그만두세요. 안 그러면 다 죽습니다.”

“어차피 죽을 예정이십니다. 가시기 전에 진실이나 들어봅시다. 로페즈 씨.”

로페즈의 왼쪽 기계안이 희미하게 푸른빛을 머금었다.

이제는 세상이 모든 것이 침묵하는 감각이다.

“···결국 나도···. 당신들도 모두 학살자가 되는 길뿐이었어.”

“흠, 우리는 무차별적으로 학살하지 않습니다. 확실하게 가려서, 어쩔 수 없이 배제해야 할 대상을 배제할 뿐이죠. 엘리스가 다 계산한 일입니다.”

“엘리스의 판단을 당신의 판단으로 착각하지 마. 당신의 생각 자체가 엘리스에게 휘둘리고 있다고.”

“미안하지만 엘리스는 통제 하에 있습니다.”

“그럼 그 리버레이터라는 끔찍한 전염병도 계산적으로 죽이나? 그것도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무기라고?”

“······마지막 모습은 명예롭지 못하군요. 실망입니다. 로페즈 씨.”

그 발언을 끝낸 카이사스의 입이 닫히고 카이사스의 고개가 천천히 측면으로 움직임과 동시에 그의 눈동자가 로페즈의 배후에 있는 사병들에게 향한다. 그의 시선을 받은 사병들은 그 시선을 무언의 명령으로 인식하고 방아쇠에 걸어둔 손가락의 근육에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가 그들의 손가락을 움직이기 직전, 로페즈의 목덜미와 손등의 피부를 이루는 세포가 미세하게 갈라졌고 그 세포의 틈새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가 분출되었다.

파파파파팡!!!

그리고 로페즈를 겨냥한 에너지 소총의 방아쇠는 가차 없이 당겨졌다.

< 14. 카서스 벨리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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