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 카서스 벨리 (1) >
***
로페즈는 화성으로 돌아왔다. 집 현관문을 넘어서자 그의 눈앞으로 몇 기의 로보버그가 다가들더니 얼굴을 확인하고 집안 곳곳으로 사라졌다.
거실을 청소하던 가정용 휴머노이드 한 기는 로페즈에게 다가와 그의 정장과 넥타이를 받아준다.
“휴···.”
그는 거실 소파에 늘어져 몸을 파묻었다.
- 카이사스와 나눈 대화는 관리자님에게 유리한 전략이었습니다.
“노림수가 통한다면 말이지···. 그쪽에도 너 같은 인공지능이 있다는 것 같으니 항상 경계해.”
- 적어도 화성은 안전합니다.
“그냥, 그래도 조심하라고.”
물론 그들의 인공지능이 트랜센던서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하다면, 가이우스가 그런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긴 하겠다. 전쟁 명분이라는 것도 행성대통령 암살이라는 것도 결국 그 국가의 시스템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면 쉬울 테니.
적어도 화성은 트랜센던서의 영역이라는 뜻에 로페즈도 솔직히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일이 화성 안에서 진행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 관리자님. 카이사스와 그들 세력을 배신하겠다는 뜻은 변함이 없습니까?
“그건 왜 자꾸 물어? 그렇다니까.”
- 통제 불가능한 변수와 획득 불가능한 정보가 많은 일입니다. 관리자님과 회사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면, 오늘 형성한 관계를 통해 그들의 일부가 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 미친놈들과 한 편이 될 생각은 없다니까.”
- 전쟁을 잘 이용하면 막대한 이익을 거머쥘 수 있습니다. 또한 강력한 세력인 것으로 추정되는 장로회의 일부가 되어 미래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감정적, 윤리적 판단은 관리자님에게 좋지 않습니다.
“네가 몇 번을 말해도 내 대답은 바뀌지 않아.”
- 저는 관리자님의 미래를 지켜야 합니다. 현재 관리자님은 매우 좋은 상황을 논리적인 이유도 없이 위험한 상황으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넌 날 돕는 역할이야. 내 미래는 내가 설계할 거라고. 그런 식으로 내 판단을 부정하려 하지 마. 저것들이 계획하는 그대로 일이 흘러가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을 거야. 그리고 결국엔 인간이 인간으로서 있을 수 없게 될 거라고.”
- 인간의 신체와 지능은 진화를 멈췄습니다. 반면에 인공의 신체와 지능은 생물의 일반적인 진화속도를 추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많은 종말 시나리오의 근원을 막겠다는 그들의 계획은 거시적 관점에서, 인류를 위한 숭고한 목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습니다.
“너 대체 누구 편이야?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죽을 거라니까? 금성과 토성에서 끝나지 않고 화성, 태양계, 다른 항성계까지 그 망할 구원 리스트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전부 죽인다고 하잖아. 인류의 근간 자체를 말이야.”
- 죄송하지만 관리자님의 방금 발언은 모순적입니다. 관리자님은 토로스 구역의 조직폭력단, 화이트홀의 작업자, 클레릭의 용병들, 리탄의 작업자들, 샤리트 의원, 밀라노이 본사의 사병들, 라 코만데의 사병들, 카르민펙토스 재단의 용병과 구성원들을 필요에 의해 살해하셨습니다.
“···.”
- 지난 사건들의 필요에 의한 살인은, 관리자님이 어느 정도 목숨을 저울질할 수 있는 사고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관리자님의 그 저울이 망가졌습니다.
이제 트랜센던서는 비유적 표현까지 쓰고 있다.
- 개인을 제외하면 타인입니다. 관리자님은 지난 사건에 타인들의 죽음을 의도하셨으면서, 이번에는 관리자님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타인들의 죽음을 동정하고 있습니다.
“내가 그놈들을 막으려는 이유는 동정 따위가 아니라고···. 죽는 대상이 다르고 단위가 다르잖아. 단위가···.”
- 필요에 의한 죽음이라면 숫자와 대상은 고려할 요소가 아닙니다. 인간을 특별한 동물로 인식하는 관리자님의 사고는 교체되어야 합니다. 이해가 되지 않으신다면 다른 표현을 쓰겠습니다.
트랜센던서의 주장에 뭐라고 명확하게 반박할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그렇다면 자신이 나약한 응석이라도 부리고 있는 걸까.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봐도 그들은 틀렸다. 그들의 목적이라면 몰라도,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그들의 수단이 틀렸다는 것은 분명하다.
- 인간은 집단이 커지면 커질수록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발생시키는 동물입니다.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동물.
그러나 두 명 이상이 되어선 서로를 헐뜯거나 죽일 수 있는 동물.
수십이 되면 악한 행동까지 저지르는 동물.
수백, 수천, 수만이 되면 또 자기들끼리 집단을 나누어 상대 집단을 배제하는 동물.
억 단위 이상으로 모이면 끝내 자멸까지 달려가는 동물.
현실과 사이버, 과거와 현재, 이 나라와 저 나라, 무엇을 어떻게 구분하든 반드시 통용되는 원리.
- 그 문제의 근원은 인간의 두뇌가 잘못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집단이 되어야 살아남지만 집단이 커질수록 문제가 되는 결함투성이 동물.
어제를 배우고 오늘을 개선하며 내일을 준비한다는 동물이 어제와 같은 경우가 허다하고.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에는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동물이 오늘도 과거와 같이 미래를 방치한다.
그것은 인간이다. 인류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휘몰아치게 한다. 진실을 생각하는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에 세뇌당하는 것 같다.
- 관리자님은 이대로 그들과 협력하여, 장차 종말의 씨앗이 될 ‘동물’들을 필요에 의해 ‘도살’하는 것입니다. 개체수를 줄이고 진화론적 원리에 의해 수 세기 동안 진화에 뒤처진 ‘종’을 이로운 형태로···
“그만.”
로페즈는 순간적으로 목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옴을 느꼈고,
- ···이해할 수 없습니다.
트랜센던서는 로페즈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음을 감지했다.
“나는 내 기준에서 옳다고 생각되는 일을 할 거야. 누구나 그렇듯이.”
그런 결함투성이 동물이 스스로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바로 ‘신념’이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트랜센던서는 물었다.
- 그것이 관리자님의 신념입니까?
인간이 아닌 것이 이제껏 말했던 것 중 가장 인간적인 것을 물어왔다. 드디어 조금은 인간을 이해하게 된 것인가. 생각해보니 트랜센던서는 아까 비유적 표현도 썼다.
역시 그런 부분도 성장한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로페즈는 속을 가라앉힌 후 답한다.
“···그래. 내 신념이야.”
- 그렇다면 관리자님은 멋있어지거나 병신이 되는 것입니까?
“그게 뭔 헛소리야?”
그러자 트랜센던서는 누군가의 음성을 재생했다.
- 원래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멋있어지거나 병신이 되거나 둘 중 하나거든.
자기 목소리를 들은 로페즈는 소파에서 거의 발사되듯 벌떡 일어났다.
“그걸 왜 그렇게 응용해 미친놈아···!”
「?error」
가라앉혔던 속이 다시 뒤집힐 뻔했다.
***
그때의 로페즈는 힘주어 말했다.
“그러니 제게 조금만 시간을 주시고···. 가이우스가 약간의 지원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명분을 만들어 토성이 금성에 선전포고를 해도 태양계 연합의 참견이 문제다. 따라서 태양계 연합이 방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태양계 연합의 진행과 투표 결정 권한을 가진 화성 행성대통령을 암살해야 한다.
그 암살을 하기에 앞서, 로페즈는 정보 우위를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뉴소사이어티가 이용했던 화성의 민간군사기업. 화성 시가총액 4위인 밀라노이는 화성의 군사력과 외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밀라노이···. 그렇겠군요.”
“옵시디아몬이 밀라노이를 인수 합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자본만 해결하면 됩니다.”
“합법적인 절차로 가는 겁니까? 적대적이지 않게.”
“네. 저는 밀라노이의 장군과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급을 맞춰서 화성 행성대통령의 곁에 접근하시겠다는 말씀이군요.”
“PP 경호업체로 부상하겠습니다. 그 사람의 곁에 접근해서 상황을 펼치기 쉬운 환경을 제공해드리겠습니다.”
로페즈의 눈빛에는 확신이 가득 담겨있었다.
“할 수 있겠습니까?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일 텐데.”
“할 수 있습니다. 제 능력을 믿어주세요.”
***
밀라노이는 계열사를 두는 그룹이나 계열사를 흡수하는 코퍼레이션이 아니다.
밀라노이는 커다란 부서를 전략적으로 별도 구역과 건물에 배치하여 운영하고 있는 단일 기업이다.
본사가 사령탑으로서 모든 사항을 확인하고 각 부서에 결정을 하달하면, 그 부서에서 가장 직책 높은 사람이 다시 상세한 전략을 구성하여 보고한 후 명령을 통해 일을 진행하는 식이다.
클레이브 엑스턴 장군은 밀라노이의 시스템 꼭대기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다.
“이번에는 로페즈 님께서 직접 방문해주셨군요. 최근에는 항상 레나 비서님이 오셔서 진행했는데, 뭔가 중요한 거래라도 있으십니까?”
오랜만에 장군실로 들어오니 감회가 새롭다. 설마 이 밀라노이 본사에 다시 돌아오게 될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장군님. 제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 일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생각이지만···. 그래도 장군님은 저와의 거래로 그동안 신뢰가 쌓인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갑을관계를 다시 확인시켜주는 발언이었다. 동시에 앞으로 내뱉을 말에 최소한 성의가 있음을 암시했다.
“그렇게 평가해주시니 기쁩니다.”
엑스턴 장군은 로페즈에게 약점을 잡혔지만 개인적인 감정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는 이미 옵시디아몬과의 거래로 상당한 이익을 거머쥐었고 옵시디아몬의 신무기에도 크나큰 흥미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로페즈 님이라면 당연히 알고 계시겠지만 그 드론 하이브와 B타입 로보버그는 전장에서 활약을 보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 밀라노이로 들어오는 주문도 많아졌죠. 제가 여러모로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엑스턴의 태도를 확인한 로페즈는 본론을 꺼내기 전에 엑스턴의 진심부터 꺼내기로 했다.
“장군님. 만약 전쟁이 벌어진다면 어떨 것 같나요?”
“사소한 분쟁도 아니고 전쟁이라면, 끔찍하겠죠.”
“장군님의 느낌이 아니라 장군님의 상황을 여쭤보고 싶네요. 태양계에서 전쟁이 터졌을 때 장군님은 어떤 상황이 될 것 같나요?”
자꾸만 전쟁을 언급하는 로페즈의 모습에 엑스턴은 침을 꿀꺽 삼켰다.
“···밀라노이는 다양한 형태로 전쟁에 관여할 것 같군요.”
로페즈는 엑스턴 앞의 탁자에 있던 시가통에서 시가를 한 개비 꺼내 들었다.
엑스턴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가 알기로 로페즈는 비흡연자니까.
“심각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예···.”
로페즈의 정장 속에서 A타입 로보버그가 기어 나왔다. 그 자그마한 로보버그는 예전에 이 자리에서 천장에 붙어있던 살인 병기였다.
엑스턴은 내심 움츠러들었지만 로페즈가 보인 행동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치직···
A타입 로보버그가 시가의 끝에 불을 붙였다. 로페즈는 불붙은 시가를 입에 대거나 하지 않고 그저 세로로 들어 보인다.
“밀라노이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선 싸움이 필요합니다. 분쟁, 내전, 테러···. 그 무엇이 되었든 무력이 필요한 상황과 현장이 있기 때문에 밀라노이와 같은 민간군사기업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죠.”
치이이···.
시가의 끝에 붙은 불이 아주 천천히 로페즈의 손을 향해 내려오고 있다.
“탈 것이 있어야 불이 있는 것이고. 불이 있어야 얻는 것이 있는 법이라는 뜻입니다. 밀라노이는.”
“예. 그렇습니다만···.”
“가장 큰 싸움은 전쟁이죠. 전쟁이 벌어지면 불의 크기는 커질 것이고, 밀라노이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밀라노이는 ‘불’ 그 자체니까요.”
“정말로···. 전쟁이 벌어지는 것입니까?”
“머지않아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어째서 그런 일이···.”
“장군님. 이런 사무공간에 앉아서 돈 걱정하는 일···. 지루하지 않으세요?”
검색 결과에 따르면 엑스턴은 젊었던 시절 화성의 정규군 출신이었다.
엑스턴은 그런 배경을 떠올리며 반응한다.
“···지루하지 않다고 대답하면 거짓말이겠죠. 신념도 없고 사명감도 불투명하고. 이건 뭐 군인인지 사업가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그럼 차라리 이런 곳에 앉아서 사업하는 장군은 그만두시고. 진짜 전장에서 전략, 전술만을 고민하는 사령관이 되는 건 어떠세요? 회사원이 아니라 진짜 군인이 되는 거죠. 장군님 밑의 사병분들처럼요.”
“제가 로페즈 님의 사령관이 되기를 제안하시는 겁니까?”
“장군님은 사령관이 되어주시고, 밀라노이는 옵시디아몬 코퍼레이션으로 흡수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옵시디아몬의 규모가···. 정말 죄송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이른 결정인 것 같습니다.”
“당장 오늘부터 하겠다는 말이 아니고요. 옵시디아몬의 가치는 한 달에 걸쳐 최대한 맞출 생각입니다. 그리고 두 달 안에 인수합병을 완료할 계획이죠. 장군님이 ‘자발적으로’ 동의하신다면요.”
로페즈는 그렇게 말끝을 강조하면서 엑스턴의 눈을 직시했다.
“···그렇게 무리해서 단기간으로 계획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전쟁을 막기 위해서죠.”
“왜···. 아까는 전쟁이 터져야 밀라노이가 좋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그러던 사이, 어느새 시가에 붙은 불은 로페즈의 손가락 앞까지 내려와 있다. 완벽한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타이밍이다.
“문제는, 불에 탈 것이 다 타버리면 결국 불까지 꺼져버린다는 겁니다.”
파스스···.
시가는 시가의 모양을 흉내 낸 잿더미가 되어서 탁자 위에 부서졌다. 불은 꺼졌고 시가 연기는 천장 위로 흩어져 사라졌다.
그렇게 시가의 불이 꺼지고 시가를 이루던 것이 전소한 순간, 엑스턴은 설명할 수 없는 상실감을 느꼈다.
로페즈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입을 연다.
“두 나라의 전쟁은 태양계 전역으로 번질 것입니다. 그리고 태양계 전역의 전쟁은 다른 항성계까지 끌어들이고, 제4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게 되겠죠.”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의 제3차 세계대전은 109억의 인구에서 62억을 지워버리고 지구를 황무지로 변모시켰다.
그때의 인류가 수십 년에 걸친 ‘화성 이주 계획’을 실패했다면 오늘날 인류는 멸종했으리라.
“···.”
그리고 현대 인류는 그때의 인류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지니고 있다. 행성 그 자체를 무기로 개조해버리는 플래닛 웨폰(Planet Weapon)까지 있는 오늘날이니.
“그러니까 장군님. 저도 좋고 장군님도 좋고 다른 사람들도 다 좋은 일을 하자는 거예요. 동의해주실 거죠?”
“저야 물론······. 저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이 인수합병을 찬성할지는 의문입니다.”
“저 아시잖아요. 제가 다 설득할 수 있어요. 오비탈플래닛과의 콜로니 사업도 잘 진행 중이고 외부의 커다란 고객도 찾아냈어요.”
“흠···.”
“그리고 혹시 아세요? 장군님께서 그렇게 사령관으로 일하시다가, 나중에 화성 국방부에 좋은 자리 하나 생길지.”
엑스턴은 이미 속으로 대강은 결정한 모양이다. 그러나 대답하기를 망설이고 있다. 인생의 갈림길 앞에서 확신이 없는 것이다.
“꼭 지금 대답을 드려야 합니까?”
“전쟁까지 고려한 일입니다. 시간이 없어요.”
만약 그가 거부하거나 대답을 미룬다면 계획이 틀어진다. 오래 끌 것 없이 지금 이 자리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물론 그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강제로 못할 것도 없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시간이 지체된다.
‘시가 이벤트까지 준비하고 이쯤 하면 넘어올 줄 알았는데···.’
「관리자님. 통계학에 의하면 사람은 예전의 잘못된 선택에 후회한 후 비슷한 선택의 순간이 돌아오면 예전과 다른 선택을 한다고 합니다.」
“저는 예전에도 장군님께 기회를 드렸었죠. 기억하세요?”
때는 로페즈가 골든체인을 정리하던 시절이다.
그때 당시 엑스턴은 로페즈와 대등한 위치에서 손을 잡지 않은 것을 치가 떨리도록 후회하고 지금까지 곱씹고 있다.
“예···. 절대 잊지 못할 기억이었습니다.”
여기서 추가로 쐐기를 박는다. 선택권이 있는 듯 없는 듯 교묘하게, 생각의 흐름을 통제한다.
“이번에도 저번과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은 정중하게,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장군님이 생각하시기에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시간이 없다면···. 어쩔 수 없겠군요.”
“그럼 다시 여쭙겠습니다. 사무실의 장군으로 남으실 건가요? 아니면 우주를 누비는 함대의 사령관이 되실 건가요.”
< 14. 카서스 벨리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