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71화 (71/183)

< 13. 비히리비엘 (5) >

***

“제 인공지능이 머릿속에서 경고하는군요. 자기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이 이 대화를 염탐하고 있다고, 그쪽의 몸속에서요.”

“···.”

로페즈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카이사스 총사령관에게도 트랜센던서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 인공지능의 능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화성의 모든 데이터를 확보하고 금성의 데이터까지 장악하고 있는 트랜센던서보다 강력한 인공지능일까.

가이우스는 거대기업이고 그런 거대기업의 총사령관인 그에게 그런 인공지능이 있다면 트랜센던서보다 우월할 것 같다.

트랜센던서는 로페즈의 강점이다. 가히 경이롭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인공지능이다. 설마 카이사스가 그런 트랜센던서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말인가.

이는 로페즈가 그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잡혔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가 그것을 약점으로 활용할지, 아니면 신뢰의 수단으로 활용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로페즈는 카이사스와 그의 세력을 적대할 각오까지 한 상태였다.

「관리자님.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표정 관리에 신경 써주셔야 합니다. 안면 근육에 전기자극을 가해드릴 수는 있으나, 카이사스에게 저와 비슷하거나 저보다 우월한 인공지능이 있다면 그러한 보조기능을 눈치챌 것입니다.」

로페즈는 아주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트랜센던서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하하. 염탐이라고 할까요. 맞습니다. 제게는 저의 일을 도와주는 인공지능이 있습니다. 옵시디아몬의 주력이 인공지능이기도 하고요.”

카이사스는 여전히 친화적인 태도다.

“그렇군요. 그 인공지능과 다른 사람이 연결되어 있지만 않다면 괜찮겠습니다. 저는 단지 로페즈 씨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뿐이지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속에 있는 인공지능의 존재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그보다 그걸 알아차리셨다니 내심 놀랐습니다.”

“그렇습니까? ‘초지능’에 가장 부합하는 형태인 인공지능은 어느 집단이나 하나씩 가지고 있지요. 집단이 크거나 개인의 일이 많을수록 이를 돕는 인공지능의 수준도 높아지는 것입니다. 매우 간단한 원리죠. 그러니 앞으로 선각자로서 활동하실 로페즈 씨라면, 본인이 개발한 인공지능이 세상에 하나뿐인 최고전력이라고 여기지는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카이사스에겐 그게 상식이었다.

“총사령관님의 인공지능은 어떤 종류인가요? 제 인공지능처럼 권한자 한 명만 보조해주는 그런 형태인가요?”

“아니죠. 제 인공지능의 권한자는 제가 맞지만, 이 인공지능이 저를 위해서만 일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이우스의 전반적인 일을 전부 도와주고 있죠. 의사결정에 있어서 아주 정확한 조언을 해줍니다. 덕분에 가이우스는 늘 최선의 판단을 내리며 성장해왔지요.”

“저희 옵시디아몬과 닮은 점이 많네요. 대표자를 권한자로 인식하는 강력한 인공지능이 집단에 도움을 준다는 부분에서요.”

“로페즈 씨가 기술적 특이점이라는 개념을 알고 계시는지 묻고 싶군요.”

기술적 특이점. 인공지능 주력의 기업 회장인 로페즈는 당연히 그 개념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선 이 자리에서 수백, 수천 문장을 말해도 부족하다.

“매우 간략하게, 인공으로 만들어진 모든 지능의 총합이 인간 지능의 총합을 넘어서는 시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인공의 지적능력이 인류의 지적능력을 초월하는 순간이죠.”

로페즈의 답변에 카이사스는 흡족하게 웃었다.

“잘 알고 계시는군요. 우리가 만들어낸 지능이 기술적 특이점을 맞이하게 되면 우리의 지능은 우리가 만들어낸 지능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됩니다. 창조물이 창조주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끝에, 창조주가 창조물의 기술적 수준을 이해할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르고 마는 것이지요. 우리는 모든 방면에서 인공지능에게 역전되는 필연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미래에 반드시 발생할 사건이다.

“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권한자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로페즈는 거기까지 호응해주고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미래에는 권한자 개념보다 인간의 지능 자체가 중요해지겠죠. 인공지능에게 역전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 자체가 미래의 인공지능보다 우월할 수 있도록 진화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인간이라는 종족이 미래에도 존속할 수 있게 되겠죠. 제가 생각하기에 이건 필연입니다.”

“···로페즈 씨는 확실히 선각자의 자격을 갖춘 인물이시군요. 아주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통찰력을 갖추고 계십니다.”

“네···. 이러한 필연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래서 옵시디아몬을 세우신 거군요?”

“인류의 과학기술을 앞당겨서,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을 기반으로 다시금 과학기술을 앞당깁니다. 그렇게 충분한 준비를 거친 뒤에···. 총사령관님께서 말씀하신 ‘선각자’에 부합하는 사람들을 모아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

“계획이었다···. 과거형으로 말씀하셨네요.”

“사실 인류 전체를 선각자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발적으로도 힘들고 강제로 그렇게 만드는 것도 힘들죠. 저는 오로지 인류의 존속을 위해, 뛰어난 인재들을 모아서 미리 대피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이우스의 숭고한 목적과 실행력을 접하게 되면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어떻게 바꾸셨죠?”

“제 목적과 일치하는 선각자 집단이 거대기업 규모로 있으니, 그들의 일부가 되어 협력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카이사스 총사령관님을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보고에 따르면 로페즈 씨는 화성에서 굉장히 대의적이고 선한 이미지였어요. 그리고 우리의 숭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그에 따른 희생이 필연적이죠.”

“각오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과거의 지구에서 저지른 실수를 깨닫지 못한 채 오늘도 서서히 종말을 향해 다가서고 있습니다. 그 종말로부터 도피하는 것보단, 직접 종말을 막으려고 시도하는 것이 전체적인 희생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흠···.”

“이건 인류를 위해 생명을 저울질한 결과이고, 앞으로 제가 감수할 판단이자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니, 각오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더 우월한 종으로 진화되어야 합니다.”

“미래의 인류는 진화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시죠?”

“인류는 진화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화의 원리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환경 그 자체를 만들 수 있는 우리는 옛 지구와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질소와 산소로 된 대기를 마시며 9.8뉴턴에 섭씨 20도라는 환경입니다.”

목숨이 걸린 면접이라도 보는 기분이다.

“예전엔 다양한 인종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젠 그런 것도 없이 유전자풀이 다 통합되어가는 상태죠. 환경이 변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몸도 결국 변하지 않습니다. 수천, 수만, 수억 년 뒤의 미래가 온다고 한들요. 우리가 지금까지 선택한 진화란 비만이나 선천적 유전병 같은 것만 제거했다는 게 전부죠. 그것도 어차피 소극적인 진화에 그치고 멈췄습니다. 우리의 뇌와 몸은 석유를 쓰던 시절부터 거의 바뀌지 않았습니다.”

로페즈는 거기까지 말하고 카이사스의 반응을 주시했다.

“완벽합니다. 기대 이상의 답변이군요.”

카이사스는 자신의 한쪽 귀를 만지더니 소파에서 일어났다.

“사실, 우리의 목적을 지지해주시는 선각자분들께서 ‘장로회’를 이루고 계십니다.”

드디어 언급되었다. 장로회.

“장로회라면···. 능력 있으신 분들이 주주 같은 개념으로 가이우스를 도와주시는 건가요?”

“주주는 아니고 일종의 주종관계입니다. 저와 제 가이우스가 그분들의 종이 되겠군요. 각 국가와 영역에서 능력을 갖추신 분들이 각자가 추구하는 이익과 이상향을 위해 한 가지 목적으로 모이신 겁니다.”

그 한 가지 목적이란 인류의 강제 진화를 말하는 걸까. 가이우스가 그 목적을 이루기 전에 거칠 과정, 그 목적을 이룬 후에 도달할 미래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집단이 있기는 할 것이다.

그래도 로페즈는 이해가 안 된 척, 조금 더 파보기로 한다.

“그 목적을 이루는 과정에 이익을 볼 수 있는 집단이 또 있는 건가요?”

“장로회분들에 대해선 자세히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들자면···. 그렇지, 만약 토성과 금성이 전쟁을 벌인다면 그 규모에 참여할 수 있는 민간군사기업과 사설군수업체들은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겠군요. 어차피 언젠가 필연이 될 전쟁, 하는 김에 사업의 일환으로도 삼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 이해했습니다.”

카이사스는 로페즈의 옆으로 지나며 말했다.

“그럼, 여기서 5분만 기다리시지요. 저는 장로회의 일원이신 분에게 허가를 받고 오겠습니다. 로페즈 씨에게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도 되는 지를요.”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도청을 위해 카이사스의 휴대전화에 침투를 시도하시겠습니까?」

로페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에는 그래도 되는 상대가 아니야.’

***

카이사르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5분 동안 로페즈는 생각했다.

‘가이우스가 장로회의 아래에 있다. 장로회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고 그 집단의 구성원 하나하나가 가이우스보다 강할 수도 있다.’

그렇게 정리해보니 인류를 새로운 종으로 진화시키겠다는 말도 안 되는 목표를, 그들이라면 실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국가적이고 세계적인 규모다. 내가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야.’

화성에서는 국가규모의 집단도 이겨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화성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는 무대가 바뀌었다. 지금의 무대는 트랜센던서가 모든 것을 알아내고 미래의 사건까지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무대가 아니다. 공간, 규모, 정보의 총합 자체가 차원이 다른 환경이다. 트랜센던서만으로는 시작부터 한계에 봉착하리라.

그렇게 현실적인 결론을 내리던 참에 어느새 카이사스가 돌아와 앉았다.

“카르민펙토스 재단을 멸한 주인공이라고 소개하니 금방 허가를 내려주시더군요. 아주 귀중한 인재라면서.”

“하하.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겸손하시군요. 일단 태양계에서 진행될 일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카이사스는 낮은 탁자 위에 손짓했다. 그러자 탁자 위로 종이처럼 접혔던 모니터가 스스로 펴지며 얇은 화면을 만들어냈다.

이어서 그 화면의 옆으로 홀로그램이 전개되어 로페즈가 볼 수 있는 화면을 세 개로 늘렸다.

홀로그램 화면에는 태양계 각 국가의 지도자들이 나타났다. 순서대로 수성의 위원장, 금성 총수부의 행성대통령, 화성 정부의 행성대통령, 목성의 가니메데 위성부통령과 유로파 위성부통령의 상급자인 목성 연합정부 위성대통령, 토성 정부의 타이탄에 위치한 위성대통령, 천왕성의 개척대표다.

“이들은 태양계를 다스리는 신우주문명 지도자들입니다.”

신우주문명 지도자란, 오늘날 우주의 어느 영역에 정착하여 국가를 다스리고 있는 자들을 뜻한다. 그리고 태양계에는 신우주문명 지도자가 6명 있다.

그래서 지금 이 높은 사람들을 보여주는 이유가 뭘까.

“제가 도울 일이 뭐죠?”

“우리에겐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전쟁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전쟁에는 명분이 필요합니다.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근거 또한 필요하고요.”

‘전쟁···.’

끔찍한 울림이다.

“여기서 명분은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금성을 이길 수 있는 수단이자 구원 리스트에서 제외된 어리석은 인구수를 교체할 수단인 리버레이터도 준비가 끝나가고 있죠.”

“예.”

“문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입니다. 가이우스와 장로회의 가호를 받은 토성은 금성을 이길 수 있겠지만, 태양계 연합의 국가들이 그런 토성의 전쟁행위를 가만히 지켜봐 줄 리가 없습니다.”

로페즈는 홀로그램 화면에 태양계의 지도자들이 떠오른 이유를 유추하게 되었다.

“명분을 만들어도, 토성이 금성에 선전포고를 하면 태양계 연합이 금성을 돕는 식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겠네요.”

“정확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쟁 명분을 만들기 전에 태양계의 지도자 회의를 망가뜨릴 계획입니다. 태양계의 다른 국가들이 토성과 금성의 전쟁을 방관하게 만드는 것이죠.”

“각 국가의 지도자들을 죽이는 겁니까?”

카이사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들지요. 요점은 태양계 지도자 회의의 의사결정에 혼란을 야기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화성의 행성대통령을 암살하는 것이지요.”

미친 것 같은 발상이다. 이 사람의, 이 사람 뒤에 있는, 그들의 집단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미쳤다.

“화성의 행성대통령은 인류 수도의 지도자로서, 태양계 지도자 회의에서 진행과 투표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사람만 죽어준다면, 전쟁이 발발했을 때 태양계 지도자들의 의사결정이 신속함을 잃게 되겠지요.”

“화성의 행성대통령이 암살당할 것도 금성이 한 짓으로 덮어씌우는 겁니까? 처음에 만들 전쟁 명분처럼요.”

“그러진 않습니다. ···태양계 지도자 회의가 의사결정을 망설이는 사이에 전쟁은 순식간에 토성의 승리로 종전될 것입니다. 그리고 태양계에서는 누가 화성의 지도자를 죽였는가에 대해 서로 불신을 품게 되겠지요.”

그 불신은 더욱 큰 전쟁으로 이어진다. 자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혹은 국가적인 대의와 정의를 위해. 카이사스가 주장하는 것은 그런 간단한 원리였다. 인간 집단이 그렇게 움직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카이사스의 생각인가···. 가이우스 인공지능의 생각인가···. 아니면 장로회의 생각인가···.’

그리고 결정의 순간이 되었다.

여기서 갑자기 결정을 미루는 것은 안 된다. 이미 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내뱉은 말들이 있으니.

“로페즈 씨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로페즈는 전력을 다하여 온갖 상황을 예상하고 가정하고 고려했다. 심장이 만들어내는 혈류를 모두 뇌세포에 공급하는 듯 신체적 착각까지 들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생각을 마쳤다.

“저는 화성으로 돌아가서 가이우스가 상황을 펼치기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겠습니다.”

“흠, 구체적으로는요?”

“저는 항상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정보 우위를 우선시합니다. 매우 중요한 일에 안전과 완벽을 기하기 위함입니다.”

“흥미롭군요.”

라 코만데의 원청업체는 가이우스라는 거대기업이었다. 가이우스의 뒤에는 장로회라는 세력이 있었다. 그들 이익 집단의 목적은 선택적 제거에 의해 인류를 강제로 진화시키는 것이다. 인류의 존속을 위해서라며.

금성 총수부에는 뉴소사이어티라는 비밀종교 단체가 관여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 역시 인류의 존속으로, 종교적 통합을 강제하여 분쟁의 씨앗을 없애겠다는 목표가 있다.

양측 모두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막는 것이 옳다. 가이우스와 장로회의 계획대로 흘러간다면, 전쟁이 토성과 금성에서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 전쟁은 간단한 사건이 아니고 두 집단 간의 단순한 충돌도 아니다. 평화를 추구하는 풍요의 시대에서 전쟁은 쉽게 발발하지 않지만, 그래도 전쟁을 원하는 자들이 존재하는 이상 언젠가 전쟁은 터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로페즈 씨가 생각하시는 계획이 뭐죠?”

아주 멀고도 험난해 보이지만, 어떻게든 빛이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로페즈의 머릿속에서 보였다.

그것이야말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이번 일은 트랜센던서가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으니 이것보다 나은 길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화성의 현 행성대통령. 그 사람의 곁에 접근하겠습니다.”

“그렇게 정보 우위를 점하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를 암살하기 전까지는 유용할 것입니다. 이번 일이 끝나고 화성의 움직임에 관여할 장치가 될 수도 있고요.”

“확실히, 그렇게만 된다면 아주 유리한 구도로 일을 진행할 수 있겠군요.”

마지막으로 로페즈는 힘주어 말한다.

“그러니 제게 조금만 시간을 주시고···. 가이우스가 약간의 지원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옵시디아몬을 대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 13. 비히리비엘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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