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67화 (67/183)

< 13. 비히리비엘 (1) >

***

지하시설의 상층부에 떨어진 체인트루퍼들은 승강기의 통로에서 빠져나와 넓은 홀을 향해 굴러간다.

“저지해!”

타타타타타탕!!!

카앙! 카앙!

로비에 실드 바리케이드를 깔아둔 20여 명의 용병들이 방아쇠를 당겼다. 에너지탄과 각종 광학병기가 체인트루퍼의 동체를 쉼 없이 두드린다.

키이이잉! 카카캉!

체인트루퍼들은 일회성 실드를 전개하며 그들을 향해 멈추지 않고 구른다. 그러면서 심리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날카로운 굉음을 냈다.

체인트루퍼 몇 기는 굴러가는 와중에 부서졌다. 그러나 부서지지 않고 그들 사이로 접근한 대다수 체인트루퍼는 두 쌍의 플라즈마 커터를 푸르게 회전시키며 전투복을 입은 인간들을 난도질했다.

촤악! 촤악! 촤악!

인체의 조각들이 실내에서 휘날린다. 그럴 때마다 방대한 혈류가 튀어 주변 벽과 천장과 바닥을 붉게 물들인다. 누군가의 단말마가 터져 나올 때마다 총성이 잦아든다. 이윽고 홀을 방어하던 용병들은 미동도 없는 살점으로 전락해버렸다.

잔혹한 현장 속에서 체인트루퍼는 상층부 시설로 들어가는 두꺼운 강철 문을 찢어버린 후 회전을 멈췄다.

그리고 체인트루퍼들의 배후에서 라 코만데의 사병들이 통로를 따라 내려왔다. 그들이 착용한 전신 전투복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1, 2팀. 1층에 진입했다. 현장은···”

무전을 보내던 자는 두 눈에 붉은 풍경을 가득 담았다.

피 묻은 체인트루퍼들이 회전을 멈춘 채 이쪽으로 이상한 시선을 보내오는 것 같다. 저 칼날 감긴 공처럼 생긴 것의 몸체 중심에서 깜박이는 푸른빛이 살인기계의 눈동자처럼 느껴진다.

“다시. 로비는 정리되었다. 현장의 적대 인원은 전멸했다. 차단문은 강제로 열었다.”

인포시어 함교에서는 사병이 설명을 도왔다.

“지하 1층부터 8층까지 된 시설입니다. 각 층의 정중앙이 되는 지점에 소형핵폭탄을 설치하며 내려갈 것입니다.”

지상에 폭격을 가하여 시설을 매립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은 지하시설에 있을 카르민펙토스의 생체병기를 가두기만 할 뿐, 완벽히 격멸할 수단은 되지 못할 수 있다.

단 한 마리의 생체병기도, 단 한 명의 관계자도, 시설의 그 어떠한 데이터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애당초 그게 목표였다.

현장에서는 체인트루퍼와 로보버그가 앞서서 상층부 구획으로 진입한다. 도중에 진을 치고 방어하는 적들이 있었지만 체인트루퍼와 로보버그 선에서 가볍게 정리되었다.

옵시디아몬의 병기가 길을 정리하면 그 뒤를 라 코만데의 사병들이 따라갔다.

도중에 넓은 구획이 나타났다. 작은 유리 탱크에 생쥐, 박쥐, 개, 고양이, 뱀, 문어, 거미 등 온갖 동물이 액체 속에 박제된 것처럼 되어있다. 그런 해괴한 장비들과 이어진 단말기에는 분자 단위로 확대된 유전자지도가 입체적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인조 곰벌레 합성 뉴클레오타이드」

“이것들이 밑에서 뭘 만들어낸 거야?”

“뭐든 간에 다 쓸어버리면 될 일이지.”

“맞아. 우리 앞에는 체인트루퍼가 있다고.”

“그냥 체인트루퍼로 땅 파서 내려가면 안 돼?”

“땅에다 칼질한다고 땅굴이 뚫리겠냐?”

긴장감은 있어도 위기감은 별로 없었다.

그것들의 실체를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회장님이 가져온 살벌한 기계들이 다 정리해주니까 편하고 좋네. 이번 작전 끝나면 제독님이 한 300개 정도 들여오시지 않으려나.”

“아까 지상에서 본 네모난 것도 하나쯤은 사겠지?”

“드론 하이브야.”

“그거 꽤 비싸 보이던데. 옆에서 벌떼처럼 날아다니는 로보버그도 그렇고.”

“저번에 제독님이랑 그 회장님이랑 본사에서 미팅했데. 아마 드론 하이브든 체인트루퍼든 조만간에 라 코만데가 잔뜩 사들일 거다.”

“그럼 우리 쪽 병력이 되는 거네.”

“그랬으면 좋겠다. 제발.”

그들은 넓은 구획의 한쪽에 소형핵폭탄을 설치했다. 그 설치 과정이 복잡하진 않았다. 소형핵폭탄이 담긴 점착 배낭의 포장을 뜯어서 바닥에 붙이기만 하면 되니까.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면으로 이루어진 나선형 통로였다.

그 통로를 지나고 도달한 지하 2층은 구획 전체가 창고인 것으로 보인다. 콘크리트로 된 칙칙한 공간에 1인용 이동수단이 주차되어 있다. 무기창고, 물류창고, 생체물질 저장고, 데이터 기록실 등 뭔가를 보관하는 것은 전부 이쪽 층에서 해결한 모양이다.

“지하 2층. 폭탄 설치 완료.”

그들은 지하 2층의 정중앙이 되는 위치에 배낭을 붙이고 이동을 재개했다.

그렇게 지하 3층, 4층, 5층까지 수월하게 통과하던 때였다.

키이이잉···.

그들보다 한 층을 앞서 내려가던 체인트루퍼와 로보버그 무리에 이변이 발생했다.

지하 6층은 하층부인 지하 7층과 8층으로 내려갈 인원을 단계적으로 확인하는 구획이었다.

쿵!

쿵!

신소재 합금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겹겹이 나누는 앞뒤의 차단문이 일제히 닫힌 것이다.

체인트루퍼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뒤를 막아버린 차단문을 뚫으려 했으나,

- 경고. 긴급사태 발생. 내부 통제 불가능. 6층 구획을 정화합니다.

시설 전체에 기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간적으로 6층에 고립된 체인트루퍼와 로보버그 무리는 곧 카르민펙토스 재단에서 긴급사태에 대비한 ‘구획 정화’에 휩쓸리게 된다.

치지지지지직!!!!

내부의 산소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함과 동시에 격렬한 화염이 구획 전체를 집어삼킨 것이다. 극고온의 불길은 거의 하얀색으로 휘몰아쳤다. 그 열기가 구획의 기체를 플라즈마로 바꿔버릴 정도였다. 열기에 휩쓸린 로보버그는 먼지 이하의 단위로 분해되었고 곧장 탈출하려던 체인트루퍼는 모두 얼음 녹듯 바닥과 합체되더니 까만 연기가 되어 기화해버렸다.

***

지하 6층의 차단문 앞에 도착한 라 코만데의 사병들은 지상에서 추가로 지원된 체인트루퍼를 이용해 문을 뚫었다.

카카캉! 화르륵!!!

녹아내렸던 구획에 외부 구획의 산소가 들어가자 다시금 불이 붙었다.

그들은 전투복의 헬멧에 내장된 적외선 센서로 온도를 확인해본다.

“섭씨 620도. 바닥은 410도입니다. 상사님.”

“그럼 통과할 수 있어. 1, 2팀. 여기서부터는 무인병기와 함께 가겠다.”

지하 6층까지 내려왔는데 생체병기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2층에서 생체병기를 상대하게 되는데, 남은 체인트루퍼와 함께 최대전력으로 합세해 싸우는 것이 승산이 높다. 지금까지 안전하게 내려온 만큼 앞으로는 안전하지 않으리라는 위기 분배적 판단이다.

그들은 직선적인 통로와 격리된 방으로 이루어진 6층 구획을 통과한다. 그 과정에 굳게 닫힌 차단문을 10번도 넘게 뚫은 것 같다. 그렇게 다시 나선형 경사로를 지나 7층에 도달했다.

7층의 차단문을 뚫어보니 합금으로 된 통로 끝에 방이 있었다. 저 방을 지나야만 8층으로 내려갈 수 있다.

「최심부 통제실」

“···진입!”

카카캉!!!

체인트루퍼가 또 하나의 차단문을 뚫고 들어간다. 그 순간이었다.

파캉!

차단문 너머의 공간에서 총성이 울렸다.

콰앙!!!!

이어지는 폭발음과 함께 박살 난 체인트루퍼가 차단문 밖으로 떠밀려 나왔다. 동시에 내부에서부터 총알이 빗발쳐 나온다.

“진입! 진입해!”

차단문 너머로 로보버그가 들어간 직후 사병들도 들어간다. 커다란 모니터가 벽면에 달린 통제실이다. 곳곳에 엄폐한 용병들이 마지막 저항을 하고 있다.

로보버그가 그들의 머리를 부수고 라 코만데의 사병들이 그들에게 총알을 퍼부었다.

그렇게 통제실은 곧 정리되었다.

통제실의 가운데에는 가슴에 총상을 입고 죽어가는 남자가 있다. 그는 카르민펙토스 재단의 군복을 입고 있었다.

“끄으으으···. 이 새끼들···. 누가 시켰어?! 누가···!”

상사가 그의 테이블 앞에 섰다.

“지상의 본부를 날려버렸는데. 왠지 당신이 이곳의 책임자로 보이네.”

상사는 그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었다.

“처음부터···. 처음부터 다 죽일 계획이었군···. 우리 재단을···.”

“여긴 자폭 버튼도 없어?”

“미쳤다고···. 피땀 흘려 만든 시설을 왜 자폭시키나?”

“알겠다.”

상사가 방아쇠를 당기려던 찰나, 그는 이성이 끊어졌는지 저주를 퍼부었다.

“어차피 망했어···! 하하하하! 아까 최심부의 격리를 해제해버렸거든! 그냥 다 같이 죽는 거다!”

“뭐?”

“우리 재단의 창조물이 너희의 몸뚱이를 찢어발길 거라고!!! 한 마리가 알을 600개씩 낳지! 으하하하하···! 히힉···!”

“그 생체병기들이 아래층에서 다 풀려났다는 말이야? 한참 전에?”

“꿈에도 몰랐지? 그렇게 죽어! 오늘 이곳에서 다 같이 죽는 거다!!”

“미친 새끼.”

상사는 방아쇠를 당겼다.

퍼억!

카르민팩토스 재단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 재단장 생명반응 없음. 재단장 생명반응 없음. 카르민펙토스 재단 전 시설에 경고. ‘붉은 탄생’ 프로젝트를 강제실행합니다.

시설 전체에 그런 알림이 퍼져나갔다. 이를 증명하듯 최후방에서 출입구를 지키던 전투 휴머노이드가 알렸다.

“상사님. 닫혔던 차단문이 전부 개방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지하 8층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생체병기들까지 풀려났으리라.

“내려갑니까?”

“가야지. 그게 우리의 임무다.”

***

카르민펙토스 재단의 시설 최심부. 지하 8층으로 내려온 사병들은 참혹한 풍경을 눈에 담았다.

사육장이나 생체실험장 같다. 격리된 우리마다 문이 열려있으며 통로에는 혈흔이 낭자하다. 그 혈흔은 벽이나 천장을 구분하지 않고 알 수 없는 살점들과 함께 흘러내리고 있다. 시설 깊은 곳으로 질질 끌려간 듯 거칠게 이어진 혈흔도 있다.

주변 통로를 경계하며 지하 8층의 정중앙이 되는 방향으로 걸어가던 도중이었다.

- 으아아아!

모퉁이에서 들려오는 외마디 비명에 사병들은 정지했다. 체인트루퍼를 앞에 세우고 총구를 겨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두려움에 잠식당한 남자가 모퉁이에서 튀어나왔다. 복장으로 유추하건대 시설에서 활동하는 비전투 인원인 것 같다. 그리고 절뚝이는 모양새에 따라 시선을 옮겨보니 그의 한쪽 발목이 난잡하게 뜯어져서 발이 없다.

어쨌든 시설의 모든 것을 섬멸하라고 했으니 비전투 인원도 사살 대상이다. 사병들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상사가 주먹을 들어 보이며 정지 명령을 내렸다.

“살려줘! 살려달라고! 괴물이야! 괴물이 여기로 오고 있어! 빠, 빨리 쏴 죽여버려!!!”

“···대기.”

남자는 사병들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쪽을 향해 오고 있다. 그만큼 그 생체병기라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총을 든 인간이라면 누구든 상관없이 도와달라고 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상사는 그를 이용하여 생체병기를 보려고 한다.

곧 상사의 노림수대로 카르민펙토스 재단의 생체병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히이익···!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누가 이 괴물 좀 빨리···”

쩌어억!!!!

무언가 채찍 같은 것이 그의 머리를 세로로 갈랐다.

콰직! 콰직! 콰직!

꼬리였다. 생선 뼈처럼 날카로운 가시가 박힌 붉은 꼬리였다. 그 꼬리가 죽은 사람의 몸을 다져버렸다.

이어서 나타나는 머리는 개의 머리를 앞으로 쭉 잡아빼서 꼬아버린 것처럼 기이하게 생겼다. 머리 전체가 주둥이인지, 촘촘한 이빨을 드러내며 회오리치듯 갈라진다.

쩌업! 쩌업! 쩌업! 쩌업!

마지막으로 생체병기의 몸 전체가 드러났다. 곤충과 개를 섞은 듯한 외모다. 회오리치며 갈라지는 머리, 전신을 두르는 붉은 갑피, 세 쌍의 다리, 가슴에 붙은 투명하고도 짧은 날개, 개미의 꽁무니처럼 통통한 배, 꽁무니의 끝에서 기이하게 흔들리는 위협적인 꼬리, 성인 남성과 비슷한 몸집, 눈은 없다.

충분히 괴물이라고 표현할법하다.

“쏴.”

타타타타탕!!!

사병들은 일제히 격발했다. 엄청난 관통력을 자랑하는 에너지탄과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는 광학병기의 투사체가 녀석의 전신에 퍼부어진다.

퀴이익! 퀴이이이익!!!

녀석은 매우 높은 음역대의 돼지 같은 소리를 내더니, 먹고 있던 시체를 버리고 이쪽으로 달려왔다.

그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빨랐다. 빠름과 동시에 민첩했다. 본능인지 모르겠으나 사병들의 탄도를 피해 벽을 기어오르고 천장에 붙고 바닥으로 착지하며 변칙적으로 몸을 놀렸다.

녀석이 집중사격을 당해도 죽지 않자 체인트루퍼가 나선다.

키이잉!! 카카캉!!!

체인트루퍼는 굉음을 토해내며 바닥에 흠집을 내더니 앞으로 돌진했다.

퀴이익!! 푸확···!

생체병기는 꽁무니를 앞으로 조준하여 투명한 체액을 물총 쏘듯 발사했다. 그 체액에 맞은 체인트루퍼는 갑자기 까맣게 타오르며 구멍이 송송 뚫려서, 작동을 정지한 채 힘없이 앞으로 굴렀다.

생체병기는 정지한 체인트루퍼를 꼬리로 강타했다.

콰지지직!!

말도 안 되는 꼬리였다. 플라즈마 커터로 극한의 절삭력을 자랑하는 체인트루퍼가 녀석의 꼬리에 반 토막이 났다. 아까 죽은 비전투 인원의 머리처럼.

녀석은 그런 식으로 체인트루퍼를 하나씩 파괴하기 시작한다.

“저게 뭐야?!”

“여기서 체인트루퍼를 더 잃을 순 없어! 유탄 갈겨!”

퉁!

퍼엉!!!

체인트루퍼에 정신이 팔려있던 녀석은 유탄에 머리를 직격당하고 그 자리에서 휘청였다. 이어서 로보버그 몇 기가 달려들어 녀석의 취약점으로 분석되는 주둥이 속으로 돌진했다.

퍼억···!

그제야 생체병기는 푸른 피를 토해내며 쓰러졌다.

“레이븐. 가서 저 괴물 좀 분석해봐.”

“알겠습니다.”

체인트루퍼가 물러난 후 사병들 사이에 있던 전투 휴머노이드가 생체병기의 사체에 접근했다.

“조심하라고 친구.”

“···생명 활동이 정지했습니다. 안전합니다.”

사병들은 레이븐이라 불리는 휴머노이드를 동료처럼 대했다.

“저 피는 왜 파란색이야? 방사성 물질인가?”

“···이 개체는 혈색소가 ‘헤모시아닌’입니다.”

“그게 뭔데?”

“적혈구와 비슷한 것입니다. 이 개체는 산소 운반에 사용되는 금속으로 구리를 씁니다. 이 성분이 산소와 접촉하면 푸른색을 띱니다.”

상사는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저 체인트루퍼를 녹여버린 액체는 뭐야?”

레이븐은 사체의 꽁무니에 손가락 끝에서 튀어나온 바늘을 집어넣었다.

“···물질분석 결과. 플루오르안티모닉산 기반의 혼합물입니다. 황산보다 약 2만5천 배 강한 물질입니다.”

사병들은 혀를 내둘렀다.

“우리 전투복은 그냥 녹아버리겠네.”

“대체 어떻게 그런 산이 생명체의 체내에 있을 수 있다는 거야···?”

“그것은 전문기기를 활용한 자세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상사는 어서 임무를 재개하기로 한다.

“됐다. 어차피 여기서 연구된 기록을 포함해 모든 것을 없애버릴 거다. 이쪽으로 돌아와. 레이븐.”

그들은 이어서 전진한다.

정중앙까지 50미터 남짓 더 걸어가면 된다. 지하 8층으로 이루어진 시설의 각 층마다 소형핵폭탄을 설치했고, 이제 이쪽 층만 남았다.

최심부의 정중앙이 되는 지점은 ‘생태관’이라는 800제곱미터의 넓은 공간에 있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의 높이는 15미터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카르민펙토스가 만들어낸 생체병기들은 끔찍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사, 상사님···. 저것들···.”

“···이런 씨발···.”

생체병기들이 인간을 상대로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자기들끼리 기이한 짝짓기를 벌이고 알까지 낳았다. 그리고 15미터의 천장까지 등이 닿는, 돌연변이인지 실패작인지 다리가 수십 쌍은 달린 거대한 생명체도 있었다.

퀴이이익!!!! 퀴이이이이이이익!!!!!!!!

녀석들의 시선이 쏟아진다. 너무 많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수백 마리는 있는 것 같다. 붉은 살점이 들끓는 지옥에서 악마가 창조해낸 괴물들이, 자신들의 먹이활동 영역으로 들어온 인간들을 보고 일제히 포효하는 것 같다. 개미처럼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군체 의식까지 있는 걸까. 단 한 마리도 빠짐없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어, 어, 어떻게···. 저희 이제···.”

그래도 일단 정중앙에 근접한 상황이다. 상사는 임기응변으로 명령했다.

“배낭부터 집어던져! 레이븐!”

레이븐은 휴머노이드가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으로 기계팔을 움직였다. 소형핵폭탄이 담긴 점착 배낭은 그대로 생태관에 떨어졌다.

상사는 공포에 무너져가는 호흡을 가까스로 내뱉었다.

“후, 후방에 있는 체인트루퍼랑 로보버그들 전부 이 앞으로 빼!”

그 직후 수백 단위로 물결치는 붉은 생명체들이 죽음의 파도처럼 무리 지어 몰려오기 시작한다.

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그것은 문자 그대로, 인간이 스스로 빚어낸 재앙이었다.

“후퇴! 후퇴해!!!”

< 13. 비히리비엘 (1)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