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 섬멸 작전 (3) -여기까지 기존 무료 회차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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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이 전투에 포함되는 우주 공간에서의 함대전은 지상에서의 전투와 양상이 다르다.
무장 함선이 가진 화기는 보통 플라즈마포와 같은 주무기, 근거리에서 적들을 요격할 보조무기, 중거리에서 화력을 지원할 보조무기, 그밖에 궤도 폭격이나 특수전에 대항하는 특수무기를 갖추고 있다.
레이저, 플라즈마, 인공 입자 등 우주 곳곳에는 다양한 광학병기가 있지만 그것들이 빛보다 빠른 투사체가 되진 못한다. 철갑탄이나 미사일도 마찬가지로 빛보다 빠른 발사체가 되진 못한다.
물론 함선과 같은 엔진을 달고 중력을 조작하여 빛보다 빠르게 타격할 수 있는 병기는 있지만, 애당초 그런 병기는 중력장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적함의 중력장에 간섭을 받게 된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빛보다 빠르게 타격하는 병기는 빛보다 느린 병기에 비해 일찍 탐지되며, 일찍 탐지한 적의 대처로 인해 공격의 성공확률도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모든 함선은 기본적으로 앞뒤에 왜곡된 중력장을 일으켜 빛보다 느리지만 빛보다 앞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함선의 회피 기동으로 쓰일 수 있어서, 함선은 적들이 공격한 투사체 및 발사체의 경로를 계산했다고 가정했을 때 웬만해선 피격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적함에 공격을 명중하기 위해선 적함이 공격 경로를 계산하는 연산처리 속도 이상의 화력을 다각도로 퍼부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적함이 실드 기술이나 강력한 요격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면 연산처리 속도 이상의 화력을 퍼부어도 그것을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함선은 엔진 출력의 일부를 앞뒤의 중력장을 왜곡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으니 여러모로 적함을 파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찌됐든 개방된 공간인 우주에서 투사체 및 발사체는 늦든 빠르든 탐지가 가능하다. 함선은 그러한 위협을 탐지하고 회피 기동, 실드 전개, 중력장 왜곡, 요격 등의 다양한 대처가 가능하다.
그래서 전투목적으로 건조된 함선의 성능에는 그 함선이 가진 연산처리 속도가 크게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대규모 함대전이 아니라면, 보통은 함선끼리 맞붙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함선이 서로 근접하여 화력을 퍼붓는 전개가 되면 승리하는 쪽이나 패배하는 쪽이나 궤멸적인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상대 함선에 접근하여 함재기 등의 우주 비행체를 보내어 싸우는 구도가 된다.
어느 한쪽이 상대의 우주 비행체를 제압하면 다수의 아군 비행체로 상대 함선의 연산처리 속도나 방어능력을 넘어선 화력을 퍼부어 마무리하는 식이다.
그리고 함선 자체의 공격수단이 강력하다면 이러한 과정이 단축되며 전장에서의 주도권을 잡기에도 유리해진다.
물론 이러한 전개는 통상적이며 이론적인 전투 상황이다. 다양한 병기와 환경이 존재하는 오늘날, 함대전에서는 역시 자신의 강점을 살리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술과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정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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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페즈는 제라드 대령과 함께 인포시어의 함교에 섰다. 지휘권한은 제라드 대령에게 있지만 로페즈도 지휘에 참여할 수 있는 그런 형태다.
“적 함대의 함선급 기체는 두 척이다. 그중 한 척이 보급을 위해 행성에 내려갈 때까지 대기한다. 스텔스 정찰함을 보내어 적 함대의 동태를 주시하라.”
제라드 대령의 지휘 아래, 함대를 격납한 인포시어가 우주 공간을 나아간다. 그들은 적색왜성의 앞에서 정지한 후 스텔스 정찰함을 내보냈다.
함교에서 보이는 붉게 타오르는 별이 악마의 눈동자 같다.
평생 살아왔던 태양계라는 공간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왔으니, 그 아득한 거리감이 마음을 위축시키는 것 같다.
로페즈는 자신의 정신을 타이르고 묻는다.
“대령님. 정찰함이 발각되진 않을까요?”
“발각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찰함 한 대의 질량이 만들어내는 중력은 함선과의 거리와 상식적인 연산처리 능력을 생각해봤을 때 탐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대령님. 함대를 전개하겠습니다.”
“그래.”
인포시어에 격납 되었던 호위함, 초계지원함, 강습함, 전함, 요격기, 우주전투기가 순식간에 전개되어 함대를 이루었다.
이중 엄연히 함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체는 은하계 전역을 이동할 수 있는 지휘주력함 인포시어뿐이지만, 주변에 전개된 기체들도 최소 150m의 선폭으로 ‘함(Ship)’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정도의 역할은 수행할 수 있다.
“저희는 이렇게 항성 뒤에 매복했다가 정찰함이 돌아오면 가속할 겁니다.”
“때가 되면 그 붉은 행성 앞으로 가서 기습을 가하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저희 함대는 함선이 한 척뿐이지만 적 함대는 함선이 두 척이나 있습니다. 그 두 척 중 한 척이 지상에 내려가 보급을 받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이대로 얼마나 기다리게 될지는 모른다. 그래도 기다릴 수밖에 없다. 확실한 승리를 도모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전술을 펼쳐야 하니까.
조용해진 함교에서 제라드 대령은 의자를 찾아 앉았다.
“제가 보고 있을 테니 회장님은 개인실에서 잠시 쉬고 계십시오. 하루나 이틀, 길게는 일주일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럼 저는 개인실에 돌아가서 제 인공지능 비서로 병기나 점검하고 있겠···”
“대령님. 정찰함이 복귀했습니다.”
그들의 예상과 달리 정찰함은 10분도 안 돼서 돌아왔다.
“연결해.”
- 인포시어. 여기는 포인터. 응답 바란다.
모두가 주목하는 가운데 함교의 사병이 정찰함과 통신을 연결했다.
“포인터. 여기는 인포시어. 응답 받았다. 보고 바란다.”
- 적 함대의 주력함 한 척이 지상으로 하강했다.
“알겠다. 포인터는 지금 즉시 함대에 합류하라. 대령님, 시작하십니까?”
제라드 대령은 명령한다.
“인포시어의 제라드 대령이 알린다. 현 시간부로 인포시어 전 함대는 작전을 개시한다. 이쪽에서 전파하는 좌표까지 가속 후 교전을 속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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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민펙토스 함대의 지휘함 내부는 붉은 카펫과 십자수 장식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곳 함교에서는 1함단의 함장이 갑작스러운 보고를 받는다.
“3시 방향 110만 킬로미터 밖에서 미확인 무장함대가 고속으로 접근 중입니다!”
그들의 탐지망에는 적색왜성 옆에서 이쪽으로 가속 중인 함대가 투영되었다.
“···규모는?”
“주력함으로 추정되는 200만 톤급 함선과 전단 구성함 10척. 예상되는 요격전투기 숫자는 최소 130대입니다.”
“연결해봐.”
전혀 우호적으로 보이지 않는 함대지만 그래도 교신 시도 정도는 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적막이 깨짐과 동시에 평화도 깨졌다.
“···받지 않습니다.”
“별 뒤에 매복했다가 타이밍을 잡았군. 지금은 2함단 지휘함이 지상에 내려갔는데···. 빨리 올라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당장 맞붙을 규모는 얼추 비슷해 보이지만, 지상에 내려간 2함단 함선과 그 함선에 격납된 요격전투기가 올라오면 이쪽이 유리하다.
그리고 전투가 단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면 지상으로부터 병기를 지원받을 수도 있다.
“저렇게 직선적인 움직임을 보니 놈들은 고작 이딴 전술이 기습인 줄 아는가 보다. 너무 당당하잖아.”
“카르민펙토스 1함단과 2함단의 각 포문과 발사대를 개방했습니다. 2함단 함선이 없으니 1함단 함장님께서 지휘해주십시오.”
“요격전투기 전방배치. 놈들이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산개해서 자율전투를 수행한다. 그리고 1, 2함단은 탐지망 전개와 실드 출력에 주력하라. 우리는 2함단 지휘함이 올라올 때까지 피해만 최소화하면 된다.”
같은 순간, 제라드 대령은 로페즈를 보았다.
로페즈는 아까부터 자신의 휴대전화를 손에 든 채 기계적으로 점멸하는 왼쪽 눈으로 우주 공간을 바라보고 있다.
“회장님. 목표물 지정은 끝나셨습니까?”
“네. 이쪽 함교로 연결할게요.”
이윽고 함교에서 기계적인 음성이 흘러나온다.
- 반갑습니다. 메인 드론 하이브입니다. 격납된 우주전투기들의 개별 탐지망과 인포시어의 탐지망에 연결을 성공했습니다. 지금부터 전술지원 프로토콜을 실행하겠습니다.
- 반갑습니다. 사이드1 드론 하이브입니다. 격납된 우주전투기들의 개별 연산장치에 접속했습니다. 각 장치를 데이터 수집 도구로 사용하여 전술정보를 축적하겠습니다.
- 반갑습니다. 사이드2 드론 하이브입니다. 격납된 우주전투기들의 개별 전파 권한을 획득했습니다. 목표물로 지정된 기체를 대상으로 작성된 공격코드를 열람했습니다. 지금부터 비상시를 대비한 사이버 공격 경로를 탐색하겠습니다.
대령은 실시간 이미지를 계산해주는 함교의 유리창 같은 화면을 보며 말했다.
“옵시디아몬의 인공지능은 볼수록 놀랍습니다. 지상에서의 전투뿐만 아니라 우주 공간에서의 전투까지 학습할 수 있다니···.”
“패턴 수집이 끝나면 드론 하이브의 조언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래도 지상에 내려간 적함이 돌아오기 전까지 화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은 그대로 가겠습니다.”
로페즈는 무력충돌 직전의 전율이 스산하면서도 뜨겁게 감도는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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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시어 함대는 우주전투기를 출격할 수 있는 거리이면서도 주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사정거리에서 급감속했다. 그 아슬아슬한 거리는 약 40만㎞다.
“저들은 생체병기로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자들이며, 범죄자 신분의 용병 집단이다. 우리는 우리의 숭고한 목적을 위해 위협을 무릅쓰고 저들을 이루는 모든 것을 불태울 것이다.”
“우리의 재산과 귀중한 연구시설을 노리는 자들이 출몰했다. 우리 카르민펙토스 재단의 결실은 절대 넘겨줄 수 없다. 저들이 피를 원한다면 저들의 피를 뽑아내는 것이 마땅하다.”
양측 함대는 대열을 갖추었다. 카르민펙토스 측은 효율적인 방어를 위해 정지했고 인포시어 측은 시속 1만㎞ 이상으로 우주 공간을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양측 함대가 서로에게 머리를 향한 채 정지한 것처럼 보인다.
우주 공간에서 양측 함대가 서로를 향해 머리를 맞춘 것은 기체의 장갑과 함포의 위치적 분포 때문이다.
제라드는 명령한다.
“우주전투기를 6시와 12시 방향으로 산개 출격하라!”
각 기체에 격납되었던 우주전투기가 인포시어를 기준으로 위아래로 산개한다.
“인포시어 함대! 전탄발사!”
동시에 정면의 휑한 공간으로는 인포시어 함대의 철갑탄, 에너지탄, 짧은 플라즈마가 나아가며 형형색색의 줄기를 이룬다.
카르민펙토스 1함단의 함장 또한 명령한다.
“A20, X20 좌표에서 오는 놈들은 요격전투기로 대응해! 방어함은 전방에 실드와 중력장을 전개한다! 놈들은 단번에 몰아쳐서 끝내려는 속셈이다!”
드넓은 공간에서 인포시어 함대의 투사체가 조금은 느린 속도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그 투사체들이 적 함대에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초도 안 됐다.
카르민펙토스 함단은 방어함을 전방으로 보내어 함대 전체를 감싸는 거대한 에너지 방벽을 전개했다.
쿠우우우우!!!
소리를 전달할 매질이 희박한 우주에서는 폭발과 충돌이 일으키는 흐릿한 파형을 중력장 기반의 탐지망이 잡아내어, 낮게 울리는 소음을 인간들에게 전달할 뿐이다.
여섯 척의 방어함이 출력을 한 곳에 모아 에너지 방벽을 전개했다. 그러나 에너지 방벽이라도 인포시어 함대의 순간적인 화력집중을 깔끔하게 막아내진 못했다.
지이이잉!!!!
플라즈마 계열의 투사체는 에너지 방벽에 충돌해 공명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하지만 그러한 투사체는 에너지 방벽의 출력을 깎아내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주홍빛으로 가열된 철갑탄이 에너지 방벽을 안개 뚫듯 통과한 것이다.
인포시어 함대가 쓰는 철갑탄은 3000℃ 이상으로 가열된 텅스텐 탄두의 후면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넣은 것이다. 그러한 철갑탄을 전자기력으로 극한까지 가속하여 발사하는 방식이다.
퍼어어어엉!!!!
내부에 기체를 머금고 있던 카르민펙토스의 방어함 두 척이 철갑탄에 맞았다. 그런 직후 방어함은 핵폭탄을 머금은 풍선처럼 터지며 동그랗게 폭발했다. 그렇게 폭발한 잔해는 아무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작아지더니 우주 저편의 어두운 색깔 속에 흡수됐다.
하지만 그 외 카르민펙토스 함단의 다른 기체들은 남는 출력을 실드로 전환하여 막거나, 다른 투사체에 비해 느린 철갑탄을 광학병기로 일순간에 요격하거나, 중력장을 만들어 철갑탄의 경로를 휘게 하거나, 짧은 회피 기동으로 철갑탄에 대응했다.
인포시어 함대는 짧은 시간에 최대화력을 내는 전탄발사를 시작부터 꽂았지만, 카르민펙토스 함단에서 받은 피해는 매우 미미했다는 결과다.
로페즈의 휴대전화 화면에서는 트랜센던서가 텍스트를 출력하고 있다.
「행성에 내려간 적함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기습의 효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체되면 불리해질 것입니다.」
지금 트랜센던서가 사용하고 있는 자원은 로페즈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데이터와 다섯 기의 드론 하이브가 지원해주는 연산보조가 전부다.
「화력을 더 효과적으로 집중하기 위해서는 접근전을 시도해야 합니다.」
따라서 트랜센던서가 당장 조언할 수 있는 건 딱 이 정도다. 화성에 있었을 땐 회사 서버와 외부 네트워크로 정보전에서 사기적인 효율을 낼 수 있었지만, 이곳은 문명과 연결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우주다.
“···.”
두려움.
로페즈는 오랜만에 두려움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주장한다.
“저쪽도 실드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이 거리에서 화력집중은 의미가 없습니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곧 6시와 12시로 출격한 우주전투기들이 적 비행체들과 전투를 벌일 것이다.
“대령님. 더 가까이 접근해야 합니다.”
“···우주전투기의 교전 상황을 확인한 후 결정할 사항입니다. 이 지휘주력함을 호위하는 기체가 지금 접근전을 하러 갔을 때, 우주전투기 측의 교전이 밀리면 지휘주력함은 적기의 공격에 노출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라드 대령은 로페즈의 뜻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아니요. 양측 우주전투기가 저렇게 묶여있을 때 인포시어···. 이 지휘주력함을 포함한 전 함대가 접근전을 벌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방식으로 싸우면 패배했을 경우에 후퇴할 수 없다. 전멸까지 각오하고 가용한 힘을 총동원하는 것이다. 이는 엄청난 리스크를 동반하지만, 화력집중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멀리서 쏘아대는 방식으로는 저들을 빠르게 제압할 수 없다. 저들을 빠르게 제압하지 못하면 행성에서 적함이 한 척 더 올라올 것이다. 그리고 이쪽에는 그 적함이 가지고 있을 전력에 대한 정보가 없다.
“회장님. 그 뜻은 결국···.”
늘 딱딱한 표정을 유지하던 제라드는 당혹감을 드러내고 말았다. 전장 경험이 거의 없을 로페즈가, 압도적 승리 아니면 전원 죽음뿐인 전술을 펼치자고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확인차 다시 물어볼 수밖에 없다. 정말 진심이냐고.
“···전 함대로 돌격을 감행하자는 말씀입니까?”
“네.”
“지금··· 말입니까···?”
요격전투기들이 적들의 함재기를 상대하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제라드 대령님은 화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제게 말씀하셨죠.”
- 이번 전투에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회장님. 목숨을 걸고 임하겠습니다.
“목숨을 걸고 임하시겠다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기 위쪽과 아래쪽에서 싸울 우주전투기의 조종사들도 마찬가지고요. 다들 목숨을 걸고 있어요. 그러니까 진지하게, 접근전을 펼칩시다.”
직후 제라드는 로페즈에게서 지휘관의 일면을 보았다. 그 지휘의 근거가 로페즈라는 개인에게서 나온 것인지 아까부터 들고 있는 저 휴대전화 속의 인공지능에게서 나온 것인지는 모른다.
어쨌든 목숨을 걸었다는 것은 진심으로 보인다.
“···인포시어. 전 함대에 알린다.”
끝내 제라드는 결단했다. 자신의 인생에 다시는 없을 과감한 명령을 내리기로 한다.
“우리의 철갑탄과 보조화기가 최대화력을 낼 수 있는 거리까지 돌격한다. 적 함대에 접근한 후 자율전투를 수행한다. 인포시어의 주력함포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하라.”
함교의 병사들이 제라드에게 진심이냐고 묻는 듯한 시선을 보내왔다.
그래도 어차피 돌이키기엔 늦었다. 당장 카르민펙토스 함대를 제압하고 행성에 내려가 놈들을 모조리 멸해야 한다.
「접근전이 되면 변수통제가 어려워지겠지만 그만큼 돌발적인 변수가 더 많아집니다. 그리고 이 환경에서 그러한 변수를 인식하고 통제하는 것은 관리자님에게 의존합니다.」
트랜센던서는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한마디로 정신 바짝 차리라는 얘기다.
제라드는 단호하게 힘주어 명령한다.
“전 함대! 실드 전개에 엔진 출력을 집중하라! 지금부터 적들의 1만㎞ 코앞까지 가속한다!”
시간은 적들의 편이니,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 충돌하리라.
< 12. 섬멸 작전 (3) -여기까지 기존 무료 회차였습니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