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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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페즈가 콜로니 사업을 전개하려는 궁극적인 목적은, 그의 꿈인 유토피아 건설에 앞서 시행착오를 겪어보려는 것이다.
더 자세히 조사해보니, 토성 최대의 건설업체인 크로노스의 건축기술은 화성 최대의 건설업체인 오비탈플래닛과 거의 동급이었다.
따라서 로페즈는 오비탈플래닛과 콜로니 건설을 계획하기로 했다. 로페즈도 바쁘고 오비탈플래닛 그룹의 어스틴 회장도 이런 일을 직접 처리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각자 사원들을 보내 미팅하기로 했다.
이곳은 올림푸스 도심의 초심층. 지하 85층에 위치한 오비탈플래닛의 공학계열사다.
옵시디아몬에서는 로페즈의 비서인 레나, 전략기획팀의 팀장, 두 사람을 도와줄 휴머노이드 한 기가 왔고 오비탈플래닛 측에선 공학계열사의 대표와 어스틴 회장의 비서실장이 왔다.
지하 85층이지만 미팅룸에는 창문이 있었다. 실제와 매우 유사한 하늘의 영상을 재생하는 창문이다.
“옵시디아몬은 코퍼레이션이 되었으니 콜로니 건설에 필요한 계열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는 초기투자금 유치에 불리할 거예요. 그래서 이 건을 저희 오비탈플래닛과 함께 해주신다는 것은 아주 현명한 판단이세요.”
공학계열사 대표의 칭찬에 레나는 고개 숙이지 않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레나는 로페즈가 구상하는 것을 그대로 알리기 시작한다.
“정지궤도에 띄우는 콜로니가 아니라 이동식 모듈화 콜로니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콜로니의 성장에 따라 확장성이 용이하도록 하고, 콜로니 자체가 이동할 수 있는 엔진을 부착하려고 합니다. 규모는 1세제곱킬로미터. 완공일 기준으로 600명 안팎까지 수용할 계획이고 모듈화의 특성에 맞추어 조금씩 확장해서 입주자들의 수요에 따라 수용인원을 늘리려 합니다.”
거기에 전략기획팀 팀장이 덧붙였다.
“그리고 이동 범위는 은하계입니다. 외부 항성계로 이동할 수 있는 콜로니를 구상했습니다.”
오늘날 항성계 내에서 이동하는 콜로니는 있어도 외부 항성계로까지 이동할 수 있는 콜로니는 없다. 물론 그럴 기술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활하는 우주 공간의 도시인 콜로니는 외부 항성계로까지 이동할 이유가 없었다.
자기 집이 우주를 지나서 다른 구역으로 간다는 개념에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끼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공학계열사의 대표는 그런 부분에 의구심을 품었다.
“은하계 범위로 이동하는 콜로니라고 말씀하셨나요···? 함선도 아니고 콜로니에 그런 기능까지 필요한 이유를 알고 싶네요.”
“빠른 개척을 위해서입니다. 옵시디아몬은 외부 항성계에 새로운 국가를 형성하는 미래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구상한 콜로니는 화성의 궤도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성장에 따라 모듈화 구획을 붙여 확장하고, 마지막엔 희망하는 사람에 한해서 미개척 항성계로 개척자들을 데리고 이동할 계획입니다. 행성의 테라포밍 전까지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죠.”
공학계열사 대표는 혀를 내둘렀다. 이제 막 구상을 끝낸 콜로니에 그런 목적이 있다고 하니 굉장히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옵시디아몬이라면 진심으로 그럴 수 있을 것만 같다.
“예. 목적은 알겠습니다. 그럼 모듈화 콜로니에 대해서 구체적인 건설방침을 짜야 하는데···. 모듈화라면 궤도가 아니라 지상에서 조립한 구획을 우주로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입니다. 궤도에서 건축시설을 빌리는 것은 비용부담이 크니까요.”
레나는 답한다.
“그 부분의 문제는 괜찮습니다. 화이트홀에서 궤도건축시설을 빌리기로 해서요. 콜로니의 모듈은 곧장 궤도에서 건설할 수 있도록 준비해뒀습니다.”
“아, 그렇다면 작업이 굉장히 빨라지겠군요. 저희는 모듈을 제외한 기반 구조물을 건설해드릴 수 있어요.”
사실 로페즈는 그들이 고려하는 것에 맞추어 모든 준비를 끝내두었다. 남은 일은 오비탈플래닛이 콜로니 건설에 필요한 자재나 협력업체 등을 준비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레나의 가격협상과 이후 프로젝트 구체화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콜로니 건설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부담하거나 콜로니 완공 후 계약 기간 동안 이익금의 일부를 거래하는 방식으로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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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옵시디아몬의 계좌 잔액은 약 8425억 크레트입니다.
로페즈는 극명하게 체감했다.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매우,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이익을 가져온다.
드론 하이브를 밀라노이에서 2기, 정부에서 47기를 주문했다. 그밖에 다른 무기들도 팔렸고 인공지능 부문과 관련된 수익도 있었으나, 한 기에 175억인 드론 하이브 49기를 판 것의 수익에는 미치지 못했다.
옵시디아몬의 공장을 확장하고 무기와 병기생산에 필요한 추가설비를 달고, 각종 세금을 계산하고 직원들의 월급과 성과금을 지급하고, 옵시디아몬 주식을 소유한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고, 생산에 필요한 재료들을 창고에 다시 채우고, 이번에 시작한 허블대학교 졸업 장학금 지원사업에 또 막대한 후원금을 넘기고···.
그러고도 남은 자본이 약 8425억.
‘그래도 부족해.’
그래도 우주 공간에 도시를 건설하는 콜로니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충분하지 않은 금액이다.
로페즈의 앞에는 레나가 있다.
그녀는 4시간에 걸친 미팅을 끝내고 왔음에도 전혀 피곤하다는 기색을 내비치지 않는다.
“아무리 옵시디아몬이라도 그런 새로운 개념의 콜로니는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고 주장하셨습니다. 그래서 완공 후 이익금 분배보다는 건설과정에 저희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되었습니다.”
“총 얼마죠?”
“완공까지 매달 182억 크레트, 완공일 기준으로 3년 안에 2조 7560억 크레트입니다. 소수점 아래까지 말씀드릴까요?”
“그 정도 금액이면 소수점 아래는 필요 없죠. 최대한 협상해서 깎은 금액이 이거라는 말씀이시죠?”
“네. 회장님.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1차에 한해서 추가로 조율할 부분이 있다면 공학계열사로 연락을 주시면 된다고 합니다. 1차 계약서 조율이 끝난 후 2차 계약에서는 회장님이 직접 가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3차 계약에서는 각 팀을 모아서 세부적인 사항을 결정하고 마지막으로 4차에서 외부협력업체를 포함한 최종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네. 제 컴퓨터로 1차 계약서 보내주세요. 고생 많으셨어요.”
“크라우드 투자자 모집을 시작하라고 전달할까요? 전에 정리해주신 콜로니 투자 개요도랑 광고모델로 계약하신 빈 배우님 써서···.”
“좋습니다. 그렇게 해주세요.”
레나가 나간 후 로페즈는 자기 자리에서 계약서를 검토한다.
“115페이지···? 왜 이렇게 길어? 이런 것도 계약서야?”
- 내용 면에서 옵시디아몬이 불리한 부분은 없습니다.
“그야 오비탈플래닛이나 되는 대기업이 계약서로 장난질하진 않겠지.”
- 그렇습니다. 또한 금액과 기간 부분의 조율은 레나가 최선의 수치로 완료했습니다. 그 외 오비탈플래닛이 모집할 협력업체에 대한 개별 계약서 검토는 1차 계약서 사인 후 2차 계약서 부분에서 조율하면 됩니다.
콜로니는 도시를 만드는 사업이다. 건축물만 궤도에 띄운다고 끝이 아니라 콜로니 내부에 들어갈 시설이나 시스템에 대해서 외부의 협력을 요구한다.
- 관리자님은 사인만 하시면 됩니다.
레나의 미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방금 1초 만에 계약서의 모든 내용을 파악한 트랜센던서가 그렇게 주장한다면 그런 것이겠지만.
“그래도 내가 회장인데 읽긴 해야지.”
로페즈는 자기 눈으로 직접 계약서를 읽기로 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콜로니 완공 후 관리에 대한 것은 옵시디아몬이 일임하네.”
- 콜로니를 직접 관리하시는 것은 관리자님의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전, 예행연습이 될 것입니다.
“관련된 팀과 계열사를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야겠어.”
- 관련된 사원을 더 채용하시겠습니까?
“지금 우리 사원이 몇 명이지?”
- 135명입니다. 콜로니 완공 직후 행정, 치안, 유지보수, 안내, 민간 및 공공서비스 등 초기 콜로니에 필요한 각 분야의 인원수는 약 50명입니다. 콜로니 완공 전까지 사전 교육이 필요한 분야의 인원수와 채용 직후 업무수행이 가능한 인원수를 별도로 계산하면 약 31명입니다.
“그거 정리해서 문서로 만들어줘. 확인해보고 인사팀에 넘길게.”
- 알겠습니다.
그렇게 옵시디아몬의 콜로니 사업이 시작점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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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탈플래닛과 계약을 성사한 후 3일이 흐른 시점에서 외부 행성의 연락이 왔다.
토성의 사설군수업체. 라 코만데의 꼭대기인 제독. 그 제독의 정보수행관이라는 사람이 메일을 보내온 것이다.
또 이틀이 지난 후 로페즈는 전과 마찬가지로 화이트홀 함선과 밀라노이의 사병을 빌려 이곳 토성으로 출장을 왔다.
반으로 잘린 도넛처럼 보이는 궤도 구조물은 타이탄의 위성도시이며, 라 코만데의 본사가 위치한 곳이다.
이번에는 제라드 대령이 직접 로페즈를 마중 나왔다.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회장님.”
“하하. 저도 반갑습니다. 이렇게 일정을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로페즈는 제라드와 함께 간부용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제독이 있는 장군실로 올라가기까지 짧게 대화할 시간이 생겼다.
“제독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보통 제독님이라고 하면 무뚝뚝하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곤 하는데, 저희 제독님은 굉장히 친화적인 분입니다.”
“다행이네요. 저 살짝 긴장했거든요.”
“저도 처음에 제독님을 뵀을 땐 긴장했습니다. 하지만 회장님께서도 직접 보시면 제독이라는 이미지와는 다른 느낌이라는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엘리베이터가 14층에 도착했다. 라 코만데 본사의 꼭대기 층이다. 제라드가 앞서 걸어가니 유리로 된 방 안에 있던 병사가 일어나서 그에게 경례를 한다.
제라드는 그 유리창을 내리고 말했다.
“제독님은 안에 계시지?”
“예. 대령님과 로페즈 님의 방문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어서 제라드는 가장 안쪽 방에 있는 원목의 문 앞에 섰다. 그는 문 앞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말한다.
“모셔왔다. 자리 좀 비켜줘라.”
“예. 대령님.”
문 앞을 지키던 병사들은 제라드가 지나온 방향으로 걸어갔다.
제라드는 문을 두어 번 두드렸다. 그러자 문고리가 초록색 빛으로 점멸한다.
“회장님.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네.”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제라드가 먼저 들어갔다. 안에서 뭔가 경례하는 소리나 인사를 주고받는 소리가 들린다.
곧 제라드는 다시 나왔다.
“회장님. 들어가시면 됩니다. 안에 계신 분이 제독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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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진 공간에 갈색 커튼으로 반쯤 가려진 넓은 창이 있다. 라 코만데를 상징하는 로고가 금빛 장식으로 창문의 가운데 위에 박혀있으며 옆의 벽으로는 훈장, 트로피, 라 코만데의 활동사진이 전시되어있다.
넓은 창의 앞에서 사람보다 큰 가죽 의자에 앉아있는 이 사람이 라 코만데의 우두머리라는 제독이다.
뭔가 웃음기가 많아 보이는 인상에 머리는 뒤로 넘긴 스타일이다. 겉보기에 50대 초반으로 보이지만 실제 나이는 80세를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왼손이 기계다.
그는 책상 위에 있는 거북이를 오른손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이름: 게일 라 코만데(Gaeil La Comande)」
「직함: 제독」
「나이: 86세」
「좋아하는 것: 거북이, 젊은 사람, 비타민」
「싫어하는 것: 노약자, 어린이, 환자」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
제독은 방긋 웃는 얼굴로 일어나서 로페즈에게 악수를 청했다.
“토성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게일 라 코만데입니다. 코만데 제독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옵시디아몬 코퍼레이션의 회장을 하고 있는 로페즈라고 합니다.”
토성에 심어둔 트랜센던서가 추가정보를 텍스트로 알려왔다.
「코만데의 주된 관심사는 라 코만데와 본인의 수명입니다. 그는 약한 것, 부드러운 것,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반대로 강한 것, 단단한 것, 오래 사는 것은 좋아합니다. 관리자님은 사회적인 권력(강함)이 있으며 단단한 기반(옵시디아몬 코퍼레이션)과 오래 살 수 있는 젊은 나이(32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악수를 끝낸 두 사람은 각자 자리에 앉았다. 로페즈는 미소 장착이 기본이고, 코만데 제독도 로페즈가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를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다.
“아까 제라드 대령님께 들었습니다. 제독님은 굉장히 친화적인 분이시라고···. 그래서 뭔가 초면이지만 편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하하.”
“제라드라면···. 아, 그 녀석이 좀 무뚝뚝해도 할 말은 다 하는 친구죠. 어찌어찌 인연이 이렇게 이어져서 회장님과 만나게 되었군요. 저번엔 제가 토성 밖에서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중이라 미처 나오질 못했습니다. 두 번이나 오시게 만들어서 굉장히 부끄럽군요. 결례를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하하.”
“아! 아니죠! 제가 처음에 방문했던 건 당일에 잡은 약속이잖아요. 오히려 제독님이 마음 쓰시도록 해서 제가 더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전과는 다른 대화가 될 것이다.
그에게서 정보를 뽑아내려는 목적도 아니고 그에게 목줄을 채우려는 목적도 아니다. 그에게서 우위를 점하려거나 그에게 어떤 암시를 심어주려는 것도 아니다. 이번 만남의 목적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귀여운 거북이네요. 그 아이는 몇 살이죠?”
“오! 거북이 뭔지 아시는 분이군요.”
「동물계 척삭동물문 파충강 거북목」
「난생 동물이며 단단한 등딱지 안에 몸을 숨길 수 있는 파충류입니다. 거북의 평균수명은 70년, 개량종은 이론적으로 700년까지 살 수 있습니다.」
“네. 저는 어렸을 때 거북이의 단단한 등딱지가 마음에 들었어요. 뭔가 온순한 느낌이지만 강인한···? 굉장히 오래 살기도 하고 현자 같다는 느낌이잖아요. 한때는 인간보다 수명이 훨씬 길었다고 하죠. 그래서 되게 멋있는 동물이라고 생각해요.”
“와하하! 회장님, 정말 호감입니다. 회장님도 아주 멋진 분이세요.”
“그런가요? 하하. 감사합니다.”
이번에 제독과 만난 것은, 그 거대기업의 내부인이 되기 위한 경로 탐색이다.
따라서 최대한 빠르게, 코만데 제독과 친분을 쌓을 것이다.
“제독님과는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다는 좋은 예감이 들어요.”
“저도 그 좋은 예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답니다.”
로페즈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하하 웃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어 책상 위에 올렸다.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시려는 건지요?”
휴대전화에는 옵시디아몬의 각종 신무기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었다.
“제독님. 제가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운 병기들이다.
< 11.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5)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