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무력집행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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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시디아몬의 주주총회가 열렸다. 참석자는 옵시디아몬의 대표인 로페즈, 그의 비서 레나, 보안책임자 프녹스, 연구팀 팀장, 개발팀 팀장, 전략기획팀 팀장, 재정관리팀 팀장, 화이트홀 그룹 회장 일리노이 리탄, 하이게이트 그룹 회장 에리카 애틀라탄, 밀라노이 장군 클레이브 엑스턴, 원격 홀로그램으로 참여한 오비탈플래닛 그룹 회장 이퀄리아 어스틴 외 31명의 주주들과 리탄이 데려온 방송국 기자 4명이다. 그래서 형식은 주주총회지만 사실상 사업설명회 같은 느낌이다.
“올해 1분기 옵시디아몬의 성장률은 822%로 매달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안목 있는 여러분의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로페즈의 형식적인 발표와 소개가 끝난 후 팀장들이 차례대로 발표했다.
“다음은 인공지능 부문입니다. 로페즈 통합 인공 자율 학습기, LIAAL은 내수 시장 파이의 4분의 3을 점거한 것으로 계산됩니다. 맞춤형 인공지능 개발 서비스는 주문이 폭주하여 개발팀 증설로 수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옵시디아몬 인공지능 모듈 판매 및 로열티는 인공지능 부문의 주요 수익원으로 부상했습니다. 오비탈플래닛, 하이게이트와의 인공지능 모델 협약은 성공적으로 진행 중에···”
“밀라노이와 정보기술거래협력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연구팀에서는 강력한 보조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시행착오를 가상 시뮬레이션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타기업의 평균적인 신기술 개발 속도보다 20배 빠르며, 20배 저렴하게 신기술을 개발해내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할 신무기는 드론 하이브, B타입 신형 로보버그, 전자기 플레어입니다. 1분기가 끝나기 전에 밀라노이와 협력하여 정부에 판매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화성 외부로의 수출까지 계획하고 있으며···”
“정부의 프로그램 개발협력투자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옵시디아몬은 앞으로 기업 연계뿐만 아니라 정부와도 긴밀한 관계를 지향···”
온통 좋은 이야기들뿐이었다. 그다음엔 주주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여러 전략과 기획에 대해 의결을 진행했다. 하지만 의결이라고 해봐야 주주들의 모든 지분을 합쳐도 로페즈의 지분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의결은 형식적으로 끝났으며 반론이나 의견충돌은 전무했다.
1분기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사안들 중 핵심적인 것은 세 가지로 추릴 수 있다.
그것은 맞춤형 인공지능 개발 서비스를 위한 별도 개발팀 증설, 옵시디아몬의 최대강점 중 하나인 대외적 이미지 향상을 위한 자선사업 계획, 콜로니로 사업 분야확장에 앞선 계열사 인수합병이다.
옵시디아몬의 주주총회가 끝난 다음엔 회사에서 내부회의가 진행되었다. 각 팀에 한 명씩 있는 팀장들과 두세 명씩 있는 부팀장들까지 널찍한 회의실에 모두 모였다.
상석에는 당연히 로페즈가 앉아있다.
“맞춤형 인공지능 개발 서비스의 수요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별도 개발팀을 증설한다면 단계적으로 조금씩 늘리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한 차례에 증설하는 게 좋을까요?”
로페즈의 물음에 개발팀 팀장이 답했다.
“새로 들어올 인원 전원을 경력자로 채용하는 게 아니라면 단계적으로 늘리심이 사원교육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정확히 대응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옵시디아몬의 인공지능 업무에 대해서 적응하고 이해한 프로그래머들이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러자 자기들끼리 짧게 이야기를 주고받던 전략기획팀의 팀장이 말했다.
“옵시디아몬은 전례 없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화성 전체가 떠들썩할 정도입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콜로니 사업 준비와 계열사 인수합병을 진행하기 위해선 맞춤형 인공지능 서비스의 수요에 최대한 빨리 맞추는 것이 자본적으로 유리합니다. 단계적인 증설보다는 현 개발팀의 프로들을 맞춤형 인공지능 개발 서비스의 리더로 앞세워 단번에 증설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로페즈는 그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개입하지 않았다. 대표라는 사람이 한쪽에 개입했다간 그쪽으로 금방 의견이 쏠릴 게 염려되어서다.
다음은 영업협상팀이다.
“요즘 추세에 떠오르는 스타트업이 많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저희도 개발팀 증설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다시 개발팀의 반박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보조 인공지능이 업무를 도와주고 있다고는 해도, 맞춤형 인공지능 개발 업무는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고난도의 처리능력을 요구합니다. 현 개발팀의 인원 일부를 돌리더라도 단번에 증설했다간 분명 문제가 생길 겁니다.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의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팀장들의 의논을 가만히 듣고 있던 마침내 로페즈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직원교육팀을 작게 하나 만들까요? 단계적으로 증설하는 것보단 그러는 편이 빠를 것이고, 단번에 증설하는 것보단 그러는 편이 안정적일 수 있으니까요.”
「균형 잡힌 해답입니다. 속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겠습니다.」
로페즈에게만 보이는 트랜센던서의 조언을 증명하듯, 짧은 의견이 오간 후에 직원교육팀을 만드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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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내부회의 다음엔 트랜센던서와 단둘이 대화하는 일만 남았다.
“실드 기술과 플라즈마포는 화성에 없는 기술이라고 했지.”
- 그렇습니다. 실드와 플라즈마 계열 무기는 태양계 외부 항성계의 기술입니다.
그렇다면 저번에 지구에서 조우한 적들은 태양계의 바깥 세력이라고 추측하는 것이 옳다.
“해석은 완료됐어?”
- 지구에서 회수한 다각전차와 전쟁기계를 분석하여 기술원리를 도출했습니다. 자세한 자료를 보시겠습니까?
“됐어. 나는 그런 거 봐도 몰라.”
- 알겠습니다.
“우리가 플라즈마 계열 무기나 실드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뭐야?”
- 플라즈마 계열은 레일건을 전자기 유도로 발사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전자기장으로 압축 구속한 초고온 플라즈마를 전자기와 고출력 레이저로 유도하여 사출하기 위해선 핵융합 카트리지, 토카막 가속기, 자기장 유도기, 인공 입자 탄성계수 제어장치가 필요합니다.
- 실드는 인공 입자 가속기, 부분 중력 발생장치, 입자 유도 제어장치가 필요합니다.
“핵융합 카트리지, 토카막 가속기, 자기장 유도기, 인공 입자 제어장치는 화성에도 있어. 그리고 그 제어장치라는 것들은 무기의 출력을 제어하기 위한 시스템 같은 거 아니야?”
- 그렇습니다. 따라서 저희에게 필요한 것은 부분 중력 발생장치를 만들 특수설비입니다. 해당 설비는 화성의 기술과 제 학습 데이터로는 만들 수 없습니다.
따라서 플라즈마 계열의 무기는 지금부터라도 만들 수 있지만.
“실드는 연구가 필요하겠네.”
- 부분 중력 발생장치는 화이트홀 함선의 반중력 장치와 비교하여 해석 중에 있습니다.
“어려울 것 같으면 연구팀을 붙여줄까? 사람의 상상력이 있으면 도움이 되잖아.”
- 제가 혼자 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가상세계에서 열심히 시뮬레이션해봐.”
- 알겠습니다.
트랜센던서의 기술 해석이 끝나면 실드와 플라즈마 계열 무기의 힌트를 보조 인공지능을 통해 연구팀에 슬쩍 넘겨서, 옵시디아몬의 연구팀이 신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처리할 것이다.
“드론 하이브는 지금 뭐하고 있냐?”
- 밀라노이의 격납고에서 오프라인 상태입니다.
로페즈는 문득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트랜센던서. 너 자신을 복제할 수는 없는 거야? 드론 하이브라는 파생 인공지능을 만든 것처럼 너 정도의 성능을 갖춘 인공지능이 하나 더 있으면 너의 작업을 분담할 수 있잖아.”
- 이미 그러고 있습니다. 저는 제 내부 서버에 하위 인공지능을 만들어 연산의 보조를 받고 있습니다.
“네가 하나가 아니라는 말이야?”
- 관리자님이 제게 할당해주신 트랜센던서 서버의 용량과 성능한계상, 서버 안에는 저와 같은 것이 9개 있습니다.
“괜한 참견을 했네. 하긴, 그렇게 효율적인 방법이 있는데 네가 안 썼을 리가 없지···. 만약 내가 너에게 더 많은 서버와 자원을 제공해준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 제 성능이 배로 증가할 것입니다.
기대를 자극하는 말이다. 꾸밈이나 과장 없이 정말로 그렇게 되리라는 말.
“나중에 커다란 서버센터 하나 마련해줄게. 그곳에서 너는 네가 만든 인공지능들을 통솔하는 거대 인공지능으로 군림하는 거야.”
- 알겠습니다.
자식은 없지만 자식에게 좋은 집을 선물해주겠다는 약속이라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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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칸은 금성의 수도, 베네레지오에 도착했다. 그는 로페즈가 결제해준 안전한 호텔에 들어와서 휴대전화를 꺼내보았다.
그러자 기계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준비는 마치셨습니까?”
“네. 아니···. 어.”
“호텔 내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시고 오후 11시까지 적당한 관광을 즐기시면 됩니다.”
“그게 다야? 오후 11시 이후에는?”
“오후 11시 이전까지는 제가 자이칸 씨의 휴대전화를 통해 금성의 네트워크 허브에 침투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입니다.”
“지금 내 휴대전화에 들어가 있는 거냐? 네가 여기에 있으면 화성에 계신 대표님은?”
“자이칸 씨가 들고 계신 휴대전화에 설치된 저는 화성에서 관리자님을 돕는 트랜센던서와 다른 인공지능입니다.”
“뭔 소리야?”
“저는 복수로 존재합니다.”
“복수한다고?”
자이칸은 평생토록 교육이란 것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다.
“그 복수가 아닙니다. 저, 트랜센던서는 하나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이칸 씨의 휴대전화에 있는 저도 트랜센던서이며, 지금 화성에서 관리자님을 돕고 있는 것도 트랜센던서입니다.”
“아, 그러니까 네가 여러 명이라는 말이지?”
“사람을 세는 표현인 명 단위는 부적절하나, 그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자이칸은 트랜센던서의 지시대로 식사를 마친 후 오후 11시까지 호텔의 주변 상가를 돌며 적당하게 관광을 즐겼다.
오후 11시가 지나자 트랜센던서는 자이칸에게 무선 이어폰을 꽂으라고 지시했다.
- 샌디의 마지막 이동 경로를 추적했습니다. 현재 위치인 베네레지오에서 남반구 도시로 하이게이트의 무인 택시를 통해 이동하십시오.
“왜 하이게이트의 택시를 타야하는 거야?”
- 목소리를 낮추십시오.
“미안.”
- 하이게이트 그룹의 회장인 에리카 애틀라탄은 관리자님의 지시 아래에 있습니다. 따라서 제 통제를 받는 하이게이트의 무인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정보보안상 안전하고 편리합니다.
자이칸은 대로변에서 하이게이트의 상표가 붙은 무인 택시를 골라 탔다. 목적지를 입력하지도 않았는데 택시가 알아서 남반구 도시로 향한다.
남반구 도시로 향하는 공중대교를 지나고 있으니 문득 금성의 하늘이 보인다. 분명 오후 11시인데 여전히 태양빛이 쏟아지는 대낮이다.
택시의 창밖으로 대교 아래를 보면 황토색의 구름이 가득하다. 금성의 짙은 대기층이 접시 같은 형태의 도시 밑에 깔린 것이다. 저 구름 아래로는 엄청난 기온과 강력한 풍속의 고농축 황산비가 내리고 있다고 한다.
- 도착했습니다. 하차 후 루시퍼 타워에 들어가십시오.
자이칸은 남반구 도시의 외곽에서 어느 타워에 들어섰다. 위로는 220층, 아래로는 50층까지 있다. 초심층 구조물이 별로 없는 금성에서 지하 층수로 유명하다는 건물이다.
건물의 1층 홀은 평범한 상가로 보인다.
- 왼쪽 끝의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십시오.
자이칸은 엘리베이터에 혼자 들어갔다. 층수를 선택하는 터치스크린이 있다. 최고 층수는 220층, 최저 층수는 50층이다.
- 휴대전화를 단말기에 가까이 대십시오.
그렇게 10초가량을 기다리고 있으니 자동으로 층수가 입력되었다.
그런데 그 숫자가 좀 이상했다.
「층수 선택: 51층」
“야. 여기 지하로 50층까지만 있다고 하지 않았냐?”
- 카메라 기록에 따르면 샌디는 이 건물에서 특수한 권한으로 단말기에 접속하여 51층을 선택했습니다.
자이칸은 그 즉시 엘리베이터의 천장 구석을 보았다. 트랜센던서의 주장대로 감시카메라가 하나 달려있었다.
“위험한 일은 아니지? 총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샌디의 쪽지 내용을 참고하자면 쪽지 문제의 전파자를 찾아가는 것이 최적의 선택입니다. 위험한 상황이 되면 자이칸 씨의 안주머니에 있는 A타입 로보버그 10기로 대응을 돕겠습니다.
- 도착했습니다.
본래 없는 층수인 51층까지 내려왔다.
십자 모양으로 갈라지는 엘리베이터 문 너머에 또 다른 문이 있었다. 마치 금고를 보관하는 문처럼 핸들 모양의 커다란 금속 손잡이가 매끄러운 금속 벽 앞에 달려있다.
- 앞으로 가서 그들과 접촉하십시오.
“아무도 없는데···.”
- 곧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뭔가 개인의 신변을 보장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환경이다. 그래도 자이칸은 겁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는 트랜센던서의 지시대로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서 커다란 금속 손잡이를 쥐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손아귀에 힘을 실었다.
“꼼짝도 안 해. 안 열린다고.”
그 순간이었다.
끼릭! 끼릭! 끼릭! 위이잉!!!
손잡이가 반시계방향으로 돌아가더니 벽이 열렸다. 앞으로 쭉 이어지는 황금빛 복도의 가운데에 무언가 덩그러니 공중에 떠 있다.
그것은 축구공 크기, 구체 모양의 기계였다.
기계의 중심에 달린 둥근 렌즈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어···. 안녕하십니까. 제가 이런 쪽지를 가져왔습니다만···.”
자이칸은 문제가 적힌 쪽지를 구체 모양의 기계 앞에 보여주었다.
곧 구체 모양의 기계가 붉은 레이저를 그 쪽지에 발사하더니 기계적인 목소리를 내었다.
“권리. 3fd019deaf15eb6336028257bc31057a를 확인했습니다. 승인 권한자를 호출하기에 앞서 코드를 적용할 전자적 대행자를 요구합니다.”
‘뭔 소리야?’
대체 뭐 하는 장소인지 모르겠다. 저런 형태의 기계도 처음 보고 이런 지하에 이런 공간이 왜 숨겨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자이칸 씨. 휴대전화를 앞으로 향해주십시오.
그가 휴대전화를 앞으로 보이자, 트랜센던서가 직접 말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로페즈 님의 개인 인공지능 비서입니다.”
“로페즈. 전파 대상자의 이름을 확인했습니다. 당신은 코드를 대행할 전자적 대행자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저는 이 휴대전화 시스템에 설치된 상태입니다. 데이터는 이 휴대전화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당신을 로페즈 님의 전자적 대행자로 승인하겠습니다. 권리를 소모합니다.”
인공지능끼리 사람은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왠지 기괴하다.
“완료되었습니다. 승인 권한자, 샌디 옵시디언 님을 호출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쪽에서도 로페즈 님을 호출하겠습니다. 승인하시겠습니까?”
“요청확인. 승인합니다.”
그리고 기계 구체는 샌디의 목소리를 냈다.
“···로페즈 씨가 아닌데요? 누구시죠?”
“아, 저는 로페즈 대표님의 보안실무자 겸 경호원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곧 제 휴대전화로 응답하실 겁니다.”
곧이어 로페즈가 그의 휴대전화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화면의 뒤쪽 배경을 보니 대표실에서 급하게 연락을 받은 것 같다.
“샌디 씨. 오랜만이네요.”
“놀라워요. 진짜로 절 찾아내실 줄은 몰랐어요.”
“하하···.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할 수 있는 게 많은 사람입니다.”
“여기까지 도달하셨다는 건 그 문제의 정답을 알아냈다는 뜻이겠죠?”
그 즉시 기계 구체가 홀로그램을 띄웠다.
「당신이 이 문제의 정답을 맞힐 확률을 아래의 보기 중에 고르시오. 복수정답은 없습니다.
① 20% ② 20% ③ 50%
④ 100% ⑤ 0%
참고: 정답을 알아내신 분은 문제의 전파자를 찾아가세요! 전파자는 곧 자신의 이전 전파자에게 당신을 인도할 것입니다. 그렇게 전파자와 전파자가 이어진 끝에 최초의 전파자에게 도달하면, 놀라운 접촉과 깨달음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네. 정답을 알고 있어요.”
로페즈는 정답을 알고 있었다. 처음에 문제를 눈에 담은 순간부터 말이다.
“그래요. 로페즈 씨. 그 문제의 정답이 뭐죠?”
“알고 있는데,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엉터리 문제에 엉터리정답이 나왔거든요.”
“그걸 말씀해보세요.”
“그전에, 저를 이렇게까지 시험하신 샌디 씨 쪽에서 뭔가를 보여주셔야겠습니다.”
로페즈는 샌디가 쪽지로 준 말도 안 되는 문제의 정답을 알아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그 문제의 정답은 알려주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샌디는 반응은 자이칸이 보기에 예상외였으며, 로페즈와 트랜센던서가 보기에 예상대로였다.
“···들어오시죠.”
기계 구체가 뒤로 돌자 황금빛 복도 전체가 녹색으로 바뀌었다. 천장, 벽, 바닥에 깔린 조명이 공간의 색을 이루고 있던 것이다.
자이칸은 기계 구체를 따라 녹색의 복도를 걸었다. 이윽고 복도 끝에서 위아래로 열리는 문을 지나 어떤 공간에 도달했다.
“대표님, 이건···. 도대체···.”
“이게 다 뭐죠? 샌디 씨.”
그는 진실을 폭로하는 공간에 도달했다.
< 10. 무력집행 (5)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