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무력집행 (3) >
***
- 지금부터 현장의 모든 적대물체를 파괴하겠습니다.
드론 하이브는 트랜센던서의 파생 인공지능이다. 신소재 합금으로 구성된 직육면체의 동체 내부에 내폭형 원격기폭장치로 무장한 로보버그가 무수히 들어가 있다.
- 적대물체분석 완료.
쐐애액!!
드론 하이브에서 사출된 로보버그는 기존의 로보버그보다 12㎝확장된 형태로, B타입 로보버그라 불린다. 거의 초소형 드론에 가까운 비행체였다.
카캉!!!
B타입 로보버그들은 전장을 가로질러 전쟁기계의 관절부에 꽂혔다. 시각 데이터로 적 병기의 취약점을 확률적으로 특정한 로보버그 무리는 충돌과 동시에 자폭했다.
그것도 그냥 폭발이 아니었다. 플루토늄과 중수소가 들어간 로보버그의 꽁무니에서 강제로 핵융합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 여파로 방사능이 퍼지겠지만, 이미 오염된 지구와 같은 전장에선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콰콰콰콰쾅!!!!
초소형 수소폭탄을 취약한 부분에 맞은 전쟁기계는 허수아비처럼 쓰러졌다. 이전의 육중한 위용은 어디로 갔는지, 전쟁기계들은 마치 강풍에 쓸리는 모래 구조물처럼 부분적으로 지워졌다.
“지, 진짜 우리 편이었어···!”
“계속 뛰어!”
밀라노이의 사병들은 드론 하이브를 향해 뛰었다. 폐허의 콘크리트 잔해를 뛰어넘고 배후에서 날아드는 발사체를 무시하며 무작정 살고자 뛰었다.
드론 하이브는 그들의 간절함에 응답하듯 기이한 자태로 전진했다. 미지의 공포는 희망으로 바뀌었으며 패색이 짙었던 전장은 적들을 향한 일방적인 무력집행의 현장으로 뒤바뀐다.
- 적대물체 동력원 출력탐지.
상공의 드론 파이터들을 견제하던 다각전차가 플라즈마포의 포구를 일제히 지상으로 내렸다. 현장에서 가장 강력한 화기를 드론 하이브에 집중하려는 것이다.
당연히 실드가 없는 드론 하이브는 집중된 플라즈마포의 위력을 버틸 수 없으리라.
그리고 드론 하이브는 자신이 다음 공격을 버틸 수 없으리라는 상황을 스스로 인지했다. 스스로 인지한 후, 그에 대응하는 타개책을 순식간에 구성하여 곧장 실행한다.
- 전자기 플레어 전개.
퉁! 퉁! 퉁! 퉁!
자신의 근처에 뿌리는 플레어가 아니라 적들의 앞으로 뿌리는 플레어였다. 유탄처럼 발사된 플레어가 다각전차의 앞에 연막을 펼쳤다.
그 연막 속에 유리섬유와 초소형 CPU가 퍼져있었다. 풀어진 실타래처럼 얽힌 유리섬유는 극도로 가늘어서 연막 속을 하늘하늘 부유했다. 800℃로 가열된 연막은 초소형 CPU에 열을 전달했다.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한 초소형 CPU는 의미 없는 전자기파와 붉게 점멸하는 신호를 내보냈다. 그 빛을 유리섬유가 머금어 확대했다.
마치 붉은 번개가 요동치는 먹구름 같다.
플라즈마포를 쏘기 직전이던 다각전차들의 자동조준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켰다. 결국 전차 내에 탑승한 조종사들은 자동조준 시스템을 꺼버리고 수동으로 플라즈마포를 쏘았다.
콰아아아아아!!!!!
플라즈마포의 위력은 모든 엄폐물을 뜨겁게 지워버리고 앞을 가로막던 연막까지 단번에 걷어내었다.
하지만 연막이 걷히고 보니 그 자리에 드론 하이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 ···조준 시스템 부재. 스텔스 모드 유지.
현대 스텔스 기술은 적들의 시선을 분석하여 주변 환경과 스텔스 대상의 온도를 맞출 연산능력, 스텔스 대상의 움직임에 따라 밀려나는 공기를 역학적으로 분석할 능력, 가시광선 등 물체에 반사되는 모든 파장의 빛을 흡수할 광학소재를 요구한다.
다행히 스텔스 기술은 화성이라는 행성국가에 존재하는 기술이었고, 옵시디아몬의 연구팀 뒤에 숨은 트랜센던서는 이를 실현했다.
쐐애애액!!!
육안으로 보나 탐지기로 보나 아무것도 없는 측면의 허공에서 갑자기 로보버그 무리가 출몰했다.
그 작은 기계들이 새까맣게 퍼져서 전장을 유린하는 모습은 적들에게 재앙을, 아군에게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저거 하나가 다 쓸어버렸어···.”
“우리가 이긴 겁니까?”
“끝이야. 그냥 저렇게 끝나버렸다고.”
일을 마친 드론 하이브는 측면의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우아하면서도 기이한 자태를 뽐내며 전장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쿠우우우······
곧 드론 하이브는 입자를 흡입하는 청정기처럼, 주변에 퍼져서 날뛰던 로보버그 무리를 모조리 불러들였다.
- 무력집행 작전 완료. 목표달성을 축하드립니다. 관리자님.
오로지 무력행사를 위해 탄생한 인공지능.
그것은 충격적이게도 인간지휘관보다 똑똑하며, 스스로 학습을 거듭하는 무기였다.
***
함교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밀라노이의 지휘관급 사병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맙소사···. 스텔스 기능까지 있었습니까?”
로페즈는 간단히 답한다.
“드론 하이브는 자체 방어능력이 없습니다. 스텔스는 기본이죠.”
“정말 놀랍습니다! 놈들이 자발적으로 조준 시스템을 꺼버리게 하고 그걸 역이용하시다니···! 기술력의 차이를 전술로 극복하신 겁니다!”
“밀라노이의 전투기록을 학습시킨 결과입니다.”
“믿기지가 않습니다. 저런 게 옵시디아몬의 인공지능이라···. 옵시디아몬과 협력하자던 엑스턴 장군님의 안목을 의심했던 때가 후회스럽습니다.”
“엑스턴 장군님께서는 저희 옵시디아몬에 손을 뻗어주셨죠. 저는 오늘 그 기대에 부응했을 뿐입니다.”
“로페즈 대표님은 능력에 비해 너무 겸손하신 것 같습니다.”
“하하. 칭찬으로 받아들일게요.”
1. 로보버그로 선제타격하여 화력을 과시한다.
2. 적들의 가장 강력한 공격을 유도할 때까지 반복한다.
3. 공격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면, 그 공격을 보조할 적들의 조준 시스템을 전자기 플레어로 와해시킨다.
4. 적들은 매우 높은 확률로 수동조준을 하게 된다.
4-1. 적들이 수동 조준을 했다면, 스텔스 모드를 실행한다. 이때 적들은 매우 높은 확률로 드론 하이브에 스텔스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5. 적들의 가장 강력한 공격이 전자기 플레어를 걷어버리기 전, 본체는 공격 지점으로부터 최대 속도로 벗어난다.
6. 전자기 플레어가 걷혔을 때 적들의 공격이 2초 이상 멈칫한다면, 적들은 시각적인 정보(가시광선 및 적외선 등)에 의존하여 수동조준을 계속하고 있는 상태로 가정한다.
6-1. 그대로 2초 안에 결론이 났다면 모든 로보버그를 사출하여 적들의 측면으로 보낸다. 정면을 조준했던 적들의 화기는 로보버그의 기동성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7. 인간의 두뇌가 드론 하이브의 전술을 추리하기 전에 공격한다. 이때 드론 하이브의 상황 판단 역시 2초 안에 완료되어야 한다.
8. 모든 상황 구성이 완료되었다면 적들이 전멸하거나, 항복하거나, 관리자(로페즈)나 보조 권한자(트랜센던서)가 중지를 명령할 때까지 무차별적으로 파괴한다.
드론 하이브의 전술 구사 능력은 딱 이 정도 수준이다.
단순히 기술력으로 보았을 때 실드도 플라즈마 계열 무기도 하나 없는 드론 하이브는 적들의 무장수준보다 훨씬 뒤처진 병기였다.
자체방어능력이 없고, 기동성이 떨어지고, 유일한 공격 수단도 로보버그뿐이라 유효 사거리도 매우 짧다. 그야말로 금방 박살 날 커다란 표적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드론 하이브의 인공지능은 적들의 시스템과 두뇌보다 월등히 앞섰다.
온전히 전술로써 이긴 것이다. 여기에 적들과 동등하거나 적들보다 우세한 기술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그 잠재력은 헤아릴 수 없으리라.
***
밀라노이의 사병들은 건설 차량을 대동하여 다시금 굴을 파기 시작했다.
파괴된 다각전차와 전쟁기계의 잔해 위에서 드론 하이브가 스텔스 모드를 해제했다.
- 알겠습니다. 관리자님.
드론 하이브의 하부에서 기계 팔들이 뻗어 나와 잔해를 주워 담기 시작했다. 촉수 달린 기계의 외계종족이 식사라도 하는 것 같다.
- 전쟁기계 전 부품 획득 완료.
- 다각전차 전 부품 회득 완료.
새로운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 적들의 잔해를 수집했다. 이것 말고도 정보습득을 위해 포로 한 명쯤은 사로잡는 게 좋았겠지만 그럴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인간인 적은 다각전차 다섯 기에 각각 한 명씩, 다섯 명이 있었다. 그 다섯 명은 모두 죽은 상태인데 트랜센던서의 검색 결과에 따르면 일단 화성 사람은 아니라고 한다.
어쨌든 승리했고 전장의 적들은 전멸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의 숫자만 따지자면 밀라노이 측이 더 많이 죽어버린 이상한 승리가 되었다.
마지막엔 샌디 연구소장을 구출하여 무사히 함선까지 데려오는 것으로 작전에 성공했다.
함선의 의무실에서 만난 샌디는 어딘가 신비로운 느낌이 있는 여성이었다. 적당히 기른 흑발에 흑안, 그것과 대비되는 하얀 피부, 조금 아담한 키, 키와 대비되는 굉장히 여성스러운 외모. 연구소장이 입을 법한 하얀 가운.
그런 것들보다 신경 쓰이는 건 그녀의 표정이었다.
“괜찮으세요?”
의무실로 들어온 로페즈는 그녀의 앞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에 놓인 초콜릿을 하나 집어서 포장지를 뜯었다.
“누구시죠?”
그녀의 표정이 신경 쓰이는 이유는, 그녀의 지금 행동이나 말투가 굉장히 메말라 보였기 때문이다. 심적으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연구소에 꼼짝없이 갇혀서 죽을 뻔했던 사람이다. 연구소장이라고 했으니 폭력적인 상황이나 재난적인 상황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격리된 공간에서 혼자 살아남아, 자신의 연구소 직원들이 원인모를 생물학 무기에 죽어가는 것을 목격하거나 느꼈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옵시디아몬의 대표, 로페즈라고 합니다.”
“옵시디아몬이요?”
되묻는 것을 보니 그녀도 자신의 이름과 로페즈의 회사명을 겹쳐 생각한 모양이다.
“예. 옵시디아몬입니다.”
“···뉴소사이어티가 의뢰한 곳은 밀라노이라고 들었는데요.”
“저희는 이번 일에 밀라노이와 협력한 쪽입니다.”
“네. 그래서요?”
샌디는 로페즈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도 않았다. 로페즈가 싫어서 그렇다기보다는, 세상만사에 흥미가 없다는 얼굴이다.
“저, 샌디 연구소장님.”
“제 연구소는 이제 없어요.”
“그럼 샌디 씨.”
“네.”
샌디는 매우 가치 있는 인물이다. 그녀에 대한 자세한 데이터는 없지만 모든 상황이 로페즈에게 호소하고 있다. 뉴소사이어티라는 금성의 비밀종교 단체는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82억 크레트라는 거금을 의뢰비로 지불했다. 다른 어떠한 조건도 없이 오로지 그녀 한 명의 구출만을 목적으로.
이대로 그녀를 금성에 데려다주면 다시는 접촉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뭐라도 좀 더 알고 싶다. 82억 크레트의 몸값, 샌디 옵시디언이라는 이름, 이런 상황에 저런 담담한 표정과 태도, 도대체 인생을 어느 길로 거쳐오면 25세의 나이에 지구에서 그런 위험한 연구소의 소장이 될 수 있는가. 애당초 연구소는 왜 그런 위험한 곳에 있는가. 애당초 그녀와 그녀의 연구소는 왜 공격받았는가.
「샌디는 관리자님께 아무런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건 딱 보면 안다.
“···샌디 씨. 저는 대기업의 하부에 있는 연구팀 팀장이었습니다. 지하의 비밀연구소에서 위험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인멸 작업에 당했죠. 저와 함께 3년간 고생했던 사람들이 제가 보는 앞에서 죽었고, 저는 그런 곳에서 혼자서만 도망쳐 살아남았습니다.”
샌디는 그제야 눈을 마주쳐주었다.
“지어낸 이야기 아니에요?”
“아니요. 저도 샌디 씨를 보고 놀랐습니다. 제가 거쳐온 길과 비슷한 길을 지나고 계신 것 같아서요.”
“···.”
“그래서 샌디 씨라는 개인에게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꼭 대답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무언가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요. 그냥······. 그냥 이대로 샌디 씨를 보내드리면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궁금하신 게 뭐에요?”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다. 하지만 초면에 그런 것들을 다 물어보면 취조나 다름없게 된다.
그래서 로페즈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기로 한다.
“제가, 샌디 씨를 이대로 금성에 보내드리는 것이 잘하는 일인가요?”
그렇게 묻자 샌디는 시선을 피했다. 시선을 테이블 위의 아무 곳으로 던지고, 천장 쪽으로 던지고, 그러다 다시 로페즈와 눈을 마주쳤다.
“···리버레이터.”
“네?”
“제 연구소를 공격한 생물학 무기는 리버레이터라고 불리는 진균이에요. 진균이기도 하면서 바이러스이기도 하고 인체에 유해한 단백질이기도 하죠.”
“형태를 정의할 수 없는 전염성 물질인가요?”
“네. 리버레이터는 높은 치사율과 전염성을 가지고 있어요. 원래 병이라는 게 치사율이 높으면 전염성이 떨어지고, 전염성이 높으려면 치사율이 낮은 게 일반적인 대칭이죠. 하지만 리버레이터는 전염 활동에 있어서 숙주에게 의존하지 않아요.”
로페즈는 속으로 그 단어를 곱씹었다.
‘리버레이터···. 리버레이터···.’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병인가 보네요.”
“어떤 집단이 제게 리버레이터의 강화를 의뢰했어요. 생물학 무기를 만들어달라는 의뢰에 저는 단호히 거절했고요. 그 대가는 보신 바와 같아요. 다 죽임당했죠. 제 모든 것을 빼앗겼어요.”
“악질적인 놈들이네요. 그 집단이 누구인진 아세요?”
“알려드릴 수 없어요.”
‘알고는 있다는 건가.’
“그럼 알려주실 수 없는 이유는 말씀해주실 수 있어요?”
계속 표정 변화가 없던 그녀가 처음으로 표정을 지었다. 굉장히 침울하다는 느낌일까, 복잡하다.
「그녀는 절망하고 있습니다.」
‘뭐···? 절망···?’
“······알면 죽어요. 모르시는 게 나아요.”
로페즈는 굽히지 않았다.
“안 무섭습니다.”
“알면 무서워질 거예요.”
“모르는 것보다 차라리 알고 무서워하는 게 낫습니다.”
“···.”
“원점으로 돌아옵시다. 제가, 샌디 씨를 이대로 금성에 보내드리는 것이 맞습니까?”
“어쩔 수 없어요. 저는 금성에 가야 해요.”
“샌디 씨 개인의 의견을 여쭙고 있는 겁니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말해줄 생각이 없었다면 리버레이터에 대한 것은 언급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리버레이터를 언급했고, 자신을 공격한 집단의 정체도 대강 알고 있는 것 같다.
본인은 절망하고 있으면서, 그걸 알았다간 죽는다면서, 굳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아마도 내게 기대를 하고 있어. 실낱같은 희망으로···. 갈등하고 있다.’
그녀의 뒤에 뭔가 커다란 일이 있는 것 같다. 그냥 모르고 넘어가기엔 두고두고 찝찝할 것 같은 정보가 있으리라.
“샌디 씨. 저는 보기보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사람입니다.”
“어쨌든 저는 금성에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그 이유도 제가 알아선 안 되는 내용인가요? 알면 죽는다는···?”
그때 함선 내부의 방송이 울렸다.
- 금성의 중력권에 진입했습니다. 샌디 옵시디언 님은 함교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방송이 대화를 끊은 사이, 짧은 침묵이 오갔다. 그 침묵 속에서 그녀는 온갖 고민을 다 하는 낌새를 보이더니 마지못해 입을 열어주었다.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하셨죠?”
“네.”
“그럼 증명해보세요.”
샌디는 품속에서 어떤 쪽지를 꺼냈다. 메모를 할 수 있는 수단은 어디에나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종이라는 형태로 쪽지를 지니고 다닌 이유가 뭘까.
로페즈의 마음속은 병적인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게 뭐죠?”
“그 문제의 답을 알아내서 금성으로 절 찾아오세요. 그럼 그쪽이 해결사라는 것을 인정하고, 제가 아는 모든 것을 알려드릴게요.”
샌디는 그대로 의무실을 나가버렸다.
‘해결사···. 뭔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녀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어떤 중대한 문제가···.’
그리고 문제는 그녀가 넘겨준 쪽지에도 있었다.
「당신이 이 문제의 정답을 맞힐 확률을 아래의 보기 중에 고르십시오. 복수정답은 없습니다.
① 20% ② 20% ③ 50%
④ 100% ⑤ 0%
권리: 3fd019deaf15eb6336028257bc31057a
참고: 정답을 알아내신 분은 문제의 전파자를 찾아가세요! 전파자는 곧 자신의 이전 전파자에게 당신을 인도할 것입니다. 그렇게 전파자와 전파자가 이어진 끝에 최초의 전파자에게 도달하면, 놀라운 접촉과 깨달음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로페즈의 시야를 통해 문제를 확인한 트랜센던서는 1초 만에 단언했다.
- 관리자님. 이 문제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모르겠어.”
또한 로페즈는 모르고 있다.
- 불안감 해소를 위해 이번 사건의 실체를 알아내시는 것이 관리자님의 현재 목적이라면, 금성의 비밀종교 단체. 뉴소사이어티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는 알면서도 모르고 있다.
어리석은 집단행동의 반복 끝에 지구를 파멸로 몰아넣은 인간의 역사가, 지금 이 순간에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을.
< 10. 무력집행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