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새로운 삶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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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크래프트5(Stellacraft5)」
스텔라크래프트는 옛 지구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파생된 오픈 월드 판타지 게임이다. 단연 화성에서 가장 유명한 온라인 게임이며, 매일 100만 명 이상의 유저가 접속해 필드의 몬스터를 잡거나 캐릭터를 육성하고 있다.
게임머니를 내고 접속할 수 있는 파티 사냥터에 오늘도 다섯 유저가 접속했다.
다섯 캐릭터의 머리 위에 표시되는 닉네임은 차례대로 HG, MN, TS, SS, OP였다. 닉네임 옆에는 길드명이 표시되고 있다.
「MN[황금연합]: PC님의 RT가 길드 수락을 끝까지 거부하네요. 이거 PK하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는데 어쩌죠?」
「TS[황금연합]: 그냥 내버려두세요. RT가 LZ랑 만났다는 정보가 들어왔어요.」
「MN[황금연합]: 아 역시 그렇군요.」
「TS[황금연합]: 건드려서 좋을 것 없죠.」
「HG[황금연합]: 혹시 이번 PP랑 친구 맺으신 분?」
「SS[황금연합]: PP는 LZ랑 친구를 맺지 않았을까요? 서로서로 관계가 형성된 것 같던데요. 간접적으로.」
「HG[황금연합]: 그럼 이번 PP는 포기? 저번 PP는 무서워서 못 건드리고 이번 PP는 너무 착해서 못 건드리는 거예요?」
「SS[황금연합]: 어차피 이번 PP는 길드 규모가 작아요. 친구 맺어서 얻어먹을 아이템은 없을 듯.」
「TS[황금연합]: 그럼 PP도 없이 저희끼리 가게 되는 것 같은데. RT가 수작 부리지는 않을까요? LZ쪽 길드가 무시무시하게 성장하고 있던데요.」
「SS[황금연합]: 불안하긴 하네요. 길드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OP[황금연합][길드장]: 그래도 지켜봅시다. RT는 쓸모가 없어졌지만 LZ는 다를지도 모르니까요.」
「HG[황금연합]: LZ는 너무 하얀 색이에요. 저희랑은 성향이 다른 것 같던데요. 차라리 길드 규모가 작을 때 친구를 맺어야죠. 아니면 당장 PK해버리거나.」
「OP[황금연합]: PK는 아직 이릅니다. 혹시 알아요? LZ가 까맣게 변해서, 먼저 친구 요청을 해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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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차별 검색 결과, 골든체인이라는 단어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아레스 시스템은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며 없어졌지만, 트랜센던서는 아레스 시스템이 관리하던 시스템들의 접속 권한을 얻은 채다.
모든 이들의 문자, 전화, 메일, 서버 등 네트워크와 한번이라도 연결된 것이 있다면 모조리 트랜센던서가 열람할 수 있다.
그래도 골든체인이라는 단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이 정말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현실에서의 만남도 없었다는 거야?”
- 카메라 기록이 말소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인물들이 같은 시간대에서 같은 장소의 서비스를 결제한 흔적이 있습니다.
“자기들끼리 어딘가에서 만나긴 했다는 거네? 만나는 장소의 기록을 통제하면서.”
- 그렇습니다.
화성의 대기업이라면 화이트홀을 제외하고 다섯 군데가 있다. 이는 트랜센던서가 대표실 컴퓨터 화면으로 정리해서 띄워주었다.
「하이게이트(Highgate): 무인 택시, 드론, 휴머노이드, 하이퍼루프 등 교통 및 운송에 관련된 서비스를 화성 전역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은 31조, 화성 시가총액 6위입니다.」
로페즈가 간혹 이용했던 무인 택시나, 물건을 주문했을 때 배달해주는 드론이 모두 하이게이트의 서비스였다.
함선 여행 서비스 및 우주선 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화이트홀은 5위다.
「밀라노이(Milanoy): 첩보 활동, 병참지원, 군사 훈련, 무기 개발 등 군수와 병력 활동에 관련된 대규모 사업을 정부와 연계하고 있는 민간군사기업입니다. 시가총액은 47조, 화성 시가총액 4위입니다.」
기업이 나라를 이끄는 시대. 화성의 군사력과 외교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대판 용병 기업이다.
「타이시(Taishi): 화성의 식자재 생산, 요리, 레스토랑 서비스 등 음식에 관련된 분야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은 55조, 화성 시가총액 3위입니다.」
매일 먹는 음식의 대부분이 타이시를 통해 수입되거나, 유통되거나, 생산된 것들이다.
「신디사이트(Synthesite):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드론, 휴머노이드, 각종 전자제품 등 화성의 전자산업 전반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시가총액은 72조, 화성 시가총액 2위입니다.」
단위가 너무 커져서 더는 읽히지도 않는다.
「오비탈플래닛(Orbitalplanet): 조립식 도시, 하이퍼타워, 메가타워, 궤도정거장, 궤도조선소, 우주정거장, 함선 등 대규모 구조물을 건설하여 반영구적으로 관리하는 화성 최대의 건설업체입니다. 시가총액은 95조, 화성 시가총액 1위입니다.」
여담이지만, 대기업이 시가총액을 300조 이상으로 넘기면 각 행성의 동의에 의해 ‘거대기업’으로 인정받는다.
거대기업은 활동 영역이 화성이나 태양계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항성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거대기업은 국가의 법이나 세금에 종속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너무 커진 나머지, 모행성에서 독립해버리는 것이다. 이런 독립적 거대기업은 인류의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항성계에 신흥국가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들만의 문화와 법과 기술로써 말이다.
그런 건 마치 딴 세상의 이야기 같다. 너무 높은 세상의 이야기다.
“···우리 옵시디아몬은 완전 병아리나 다름없네.”
다시금 대기업들 사이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화이트홀이 얼마나 커다란 기업인지 깨닫게 된다.
- 관리자님. 리탄의 비서실에서 전자계약서가 수신되었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보자.”
***
공장 부지는 옵시디아몬이 소유하게 되었다.
로페즈는 바로 다음 날, 자이칸과 휴머노이드 두 기를 데리고 공장 부지에 방문했다. 이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전부 화이트홀이 데려갔으니, 주변에 자이칸을 제외하면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이곳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겠습니다. 너무 휑한 것 같습니다.”
“네. 한 명만 있으면 되겠어요.”
“···한 명만 있으면 되는 겁니까?”
“완전 무인화, 자동화를 추구하고 있거든요. 저희는 인공지능이 주력이잖아요.”
“그렇구나···. 아무튼 대단하십니다. 그 리탄 회장을 이용해서 이렇게나 많은 공장을 한 번에 거머쥐시다니. 사원이 스무 명밖에 없는 기업이라고 하면 아무도 안 믿겠습니다.”
“이걸 손에 넣는 대신 로열티에서 1퍼센트를 빼줬어요. 화이트홀 정도 규모면 1퍼센트의 차이는 무시 못 할 수치겠죠.”
“그래도 이득 아니겠습니까. 공장도 얻고, 화이트홀이 옵시디아몬의 인공지능을 사용하겠다고 나섰으니 말입니다.”
“네. 어차피 제 입장에선 무조건 이득이었어요.”
로페즈는 이날 곧바로 공장 개편에 착수했다.
수평으로 확장된 공장은 최대 층수가 2층, 공장을 관리하는 센터건물은 5층 높이였다. 센터건물은 공장의 자동화를 관리할 컨트롤센터로 만들었다.
그리고 공장들은 모조리 4층 이상으로 높였다. 프린터 기반의 시설인 덕분에 내부 설비들을 뜯어고칠 필요는 없었다.
개발팀에 맡겨서 이 공장을 자동으로 돌릴 인공지능을 만들었다. 공장 관리직 한 명을 고용한 다음 여러 복잡한 상품화 절차를 통과한 후, 공장은 정상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옵시디아몬 인공지능 모듈을 직접 생산해서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 총 1억 1680만 6000크레트를 지출하셨습니다. 옵시디아몬 계좌 잔액은 3억 3565만 5000크레트입니다.
다음은 사무실 확장이다. 현재 옵시디아몬은 12번 사무지역 세타우리 구역 인터스타 빌딩의 41층 쓰고 있다.
이왕이면 같은 건물의 다른 층을 빌리려고 했는데, 영업사원을 시켜 연락을 돌려보니 뜻대로 되진 않았다. 임대 중이었던 112층부터 118층까지 다 나갔다.
임대로 계약한 기간은 올해 11월까지다. 로페즈는 그렇게 계약한 기간을 번복하기 위해 건물주와 만났다.
건물주는 예상외로 대학생이었다. 부모님이 몇 세대에 걸쳐 가업으로 건물주를 하고 있는데, 성인이 되자마자 이 120층짜리 빌딩을 통째로 물려주었다고 한다.
물론 이 내용은 트랜센던서가 사전에 조사한 것이다.
“아, 그럼요! 9개월분만 지급해주시면 됩니다.”
화성의 젊은 층은 대개 로페즈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 건물주 대학생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 감사합니다. 그럼 계약대로 월세가 100만이었으니까 900만 크레트를 지불해드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보증금 1500만은 바로 주실 수 있나요?”
“네. 입금 확인되면 바로 보내드릴게요.”
“저희가 새 사무실을 구해야 해서요. 입금은 이번 주 내로 해드리겠습니다.”
“네, 네. 매우 괜찮습니다. 편하신 날짜에 보내주세요.”
협상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대학생과 로페즈의 생각이 일치한 덕분이다.
그 후 새로운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번에도 세타우리 구역의 어느 빌딩이다.
「비상 대피실 94F~95F」
「옵시디아몬 86F~93F」
셀라시에 빌딩이라고 한다. 넉넉하게 총 8층을 빌렸다. 꼭대기 층에는 로페즈의 대표실과 트랜센던서의 서버실을 두었다. 나머지 층은 모두 사무공간이다. 보증금은 7000만, 월세는 630만이다.
‘열심히 벌어서 건물주한테 다 퍼주는 것 같네···.’
건물 하나를 세우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은 업체의 권한 확대와 무인 건설 차량의 지원 등으로 과거에 비해 매우 간단해졌다. 초고층, 초심층, 궤도 구조물로 주인 없는 땅도 많은 화성이다. 자연히 건물을 빌리거나 구매하는 데 필요한 비용도 획기적으로 절감된 오늘날이지만, 역시 작은 단위는 아니다.
나중엔 자회사의 건물을 마련해야겠다. 교통 좋은 곳에 작은 건물 정도는 통째로 살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사무실이 넘치기 전까지는 일부 사원을 재택근무로 돌리면 된다.
***
옵시디아몬의 사무실 이전이 끝났다. 사원들은 다시 출근했으며, 로페즈는 전보다 넓어진 대표실에 앉아있다.
“세상엔 대단한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아. 난 내가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올라갈 길이 엄청 많이 남았어. 내 하찮은 눈금으로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 유토피아를 만드시겠다는 목표는 변함이 없습니까?
“유토피아를 만들기 전에 필요한 것들이 많더라고···. 그런 머나먼 꿈은 당분간 접어두고, 새로운 초점을 잡아야겠어.”
- 관리자님의 새로운 초점이란 무엇입니까?
생각을 많이 했다. 끝도 없이 높은 계단을 올려다보면서 고뇌했다. 결국 유토피아란 이루고 싶은 이상적인 꿈에 불가하다.
앞으로 옵시디아몬을 이끌어갈 경영자로서, 좀 더 명확한 초점을 잡아야 했다.
“우리는 인류의 과학기술을 앞당긴다.”
그것이 이제부터 옵시디아몬이 취할 궁극적인 행동방침이다.
“연구소가 필요해. 뛰어난 인재도 필요하고.”
-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본이 요구됩니다.
“그러니까 돌고 돌아서 결국 자본의 문제야. 돈을 아주 많이 벌어야 해. 회사도 아주 크게 성장해야겠지.”
-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높은 계단을 가장 빠르게 올라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
“골든체인···. 화이트홀을 제외한 다섯 대기업이 모두 연합을 이뤘다고 했지.”
- 정황을 분석하여 높은 확률로 얻어낸 잠정적 결론입니다. 불확실성이 다소 있습니다.
로페즈는 알고 있는 정보를 속으로 하나씩 더듬어보았다.
‘하이게이트, 밀라노이, 타이시, 신디사이트, 오비탈플래닛···.’
“그중에서 그나마 몸집이 작은 게 하이게이트라고?”
- 그렇습니다.
“그럼 먼저 하이게이트와 접촉할 방법을 찾아보자. 기업 대 기업으로 만나면 내가 고개를 못 들어. 그러니 개인 대 개인으로 만나서···. 잘 구슬려보자고.”
- 매우 효율적인 접근입니다.
“하이게이트 회장부터 조사해. 그 사람의 일정, 성격, 사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출생부터 현재까지 모든 것을 알아내.”
- 알겠습니다. 요청하신 작업을 실행하겠습니다.
단번에 꼭대기부터 치겠다.
일단은 평화적으로.
< 7. 새로운 삶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