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28화 (28/183)

< 5. 차오르는 환멸감 (2) >

***

- 역추적 완료했습니다.

“누군데?”

- 접속 위치는 타르시스 고지 올림푸스 UN의 3번 산업지역 델타포워드 구역 용오름 건물 지하 24층입니다. 접속자의 신원은 특정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단서는?”

- 접속자는 다섯 명입니다. 접속 컴퓨터 다섯 대의 MAC 주소는 최장 일주일 전에 생산된 제품의 주소입니다. 또한 용오름 건물은 건설 당시 통합공화당 의원들의 합동 투자가 있었습니다.

“단순한 화풀이인가? 해체된 당 의원이 해커 다섯 명을 고용해서 급하게 일을 진행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 서버 침투 외 정확한 의도는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쪽 건물 감시카메라는?”

- 격리된 네트워크라 물리적인 접촉 없이는 확보할 수 없습니다. 휴머노이드나 로보버그를 가용할 수 있습니다.

“늦었어. 이미 그놈들은 그쪽에서 발 뺐을 거야. 사용한 장비도 전부 처분했을 거고.”

상대는 해체된 통합공화당의 세력인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그게 개인적인 행동이었냐는 건데···.’

의도를 모르겠다. 아직 상대 세력의 규모를 파악할 수 없다.

‘개인적인 행동이었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안 된다는 걸 깨달았겠지만···.’

‘그 위에 어떤 오더가 있었다면···. 그런 세력에게 명령을 내릴만한 위치는 역시···.’

여당이었던 행성대통령, 혹은 그 아래에서 권력을 쥔 불특정 다수다.

로페즈는 그런 생각을 머릿속 한구석에 밀어두고 일단 출근했다.

물건 배치를 끝낸 회사는 제법 그럴듯한 사무공간을 갖추었다.

경호 휴머노이드 두 기와 함께 회사를 돌아보던 로페즈는 말했다.

“일할 공간은 준비됐어. 사람을 고용할 차례야.”

- 채용공고를 홈페이지에 업로드했습니다. 지난 29시간 사이에 47건의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일자리를 구하는 방법이라면 많다. 따라서 고용자의 입장에서도 사원을 구하는 방법이 많다. 아르바이트나 정식입사 등 채용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 하나가 화성의 일자리 시장을 모두 한곳에 모아 독점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페즈는 그런 편리한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자신의 홈페이지에 채용공고를 올렸다.

로페즈와 로페즈 학습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 로페즈에게 우호적인 마음이 있는 사람을 1차적으로 선별하기 위한 조치였다.

컴퓨터로 확인한 신청리스트에는 취업에 나선 젊은 새싹이나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경력자까지 다양했다.

“열 명을 뽑을 거니까. 신입과 경력의 비율은 8대 2 정도가 좋겠어.”

- 학습 보조를 위해 이유를 알려주시겠습니까?

“경력자는 페이를 많이 줘야 해. 대신 일에 금방 적응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겠지. 반대로 신입은 통상적인 기본급여로 시작하면 돼. 대신 일을 누군가 가르쳐줘야 하지. 대학에서 전부 배우고 나오는 경우는 절대 없으니까.”

-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신청받은 경력자 중에 신입 때부터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은 인재가 소수 있습니다.

“그래. 내가 실수했네. 절대는 아니지. 재능이나 노력으로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어딘가에는 있는 법이니까.”

로페즈는 47명의 지원자 중에 몇 명을 고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예외적인 경우야. 일반적으로 생각해야 해. 노력해서 처음부터 잘할 수 있다는 가정으로 신입사원을 대하면,  그렇게 배운 신입사원이 경력사원이 돼. 그렇게 된 경력사원이 나중의 신입사원에게 같은 가르침을 반복하겠지.”

- 그것이 이유입니까?

“문화가 되는 거야. 그런 문화는 장기적으로 회사 전체에 손해가 된다고.”

- 적은 금액으로 최대의 일을 시키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이상적인 상태를 각인하며 교육하는 것은 가장 일반적인 교육방침으로 굳어졌습니다.

“그럴 거면 기계를 뽑았지, 사람을 왜 뽑겠어?”

- 관리자님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괜찮아. 나보다 훨씬 위에 있던 사람들도 이해 못한 거야. ···아무튼 네가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자발적으로 일하고 싶은 환경이 되어야 좋은 변수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지. 결과를 내는 건 제품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 관리자님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트랜센던서는 인간사 분야에 약하다. 이럴 땐 트랜센던서의 입장에서 설명해줘야 한다.

“그러니까···. 행동을 다루는 산술급수적 이익보다 마음을 다루는 기하급수적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거야. 그래야 중견기업, 대기업, 거대기업으로 쭉쭉 성장할 수 있어.”

화이트홀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초창기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화이트홀은 대기업이 되면서 성장이 멈췄다.

몸집이 커지면서, 몸집을 유지하는 것에만 치중한 탓이다. 그런 딱딱한 문화와 방침이 화이트홀의 성장을 멈추게 했다. 손에 쥔 것이 너무 많아서, 안정성이라는 제동을 걸어버린 것이다. 그들은 조직개혁으로 실장, 팀장, 사장, 부사장과 같은 구세대 관료제를 일부 채택하고 있다.

‘페이치 회장이라는 사람의 실물도 한번 못 봤었지···. 보고에 답변을 기다리는 것도 한참 걸리는 경직된 곳이었어. 내 회사는 절대 그딴 식으론 안 한다. 절대.’

가축을 기르듯 정해진 사고의 울타리에 가두어놓고 빛나는 성과를 거두라고 하면, 어느 가축이 성과를 내겠는가. 어느 가축이 자발적으로 회사에 공헌하겠는가.

‘모든 인간은 예외 없이 상상력을 실현하려는 욕구를 가진 동물이다.’

현존하는 거대기업들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문화와 방침을 가지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주장한다. 유연하게, 자유롭게, 따뜻하게, 때로는 엄격하게 말이다. 그것이 성공의 원동력이라며 대놓고 제시하는데, 이를 본받아 직접 이행하려는 기업은 화성에 별로 없다.

그러니 로페즈는 앞장설 자신이 있었다. 적어도 화성이라는 구시대적인 울타리 안에서는 말이다.

- 돌발적인 변수로 창출되는 기하급수적 이익이란, 아이디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이디어든 뭐든.”

모든 지식을 이해하는 트랜센던서는 사람과 관련된 지식만 나오면 질문이 많아졌다. 그만큼 사람이 과학적으로 탐구하기 힘든 복잡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냥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하는지 잘 보고 분석해봐.”

- 알겠습니다.

로페즈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지하연구소에서 젊은 팀원들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하나씩 시도해보지 않았더라면, 트랜센던서라는 걸작은 탄생하지 못했으리라고.

팀장인 자신과 생각이 다른 팀원들의 제안을 최대한 수용했다.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든 이유를 찾으며 수용했다. 그렇게 여러 번의 실패를 용납한 끝에 단 한번 성공했다. 결국 트랜센던서는 만들어졌다.

연구소에서 나온 그 한 번의 성공이 화이트홀을 거대기업으로 성장시켜줄 수도 있었다.

그들이 문자 그대로 새싹들을 짓밟아 죽이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최소한 직업학교 이상 학력으로 여기 스무 명 추려놨어. 너는 이 사람들 과거를 조사해서 더 나은 인물을 뽑아줘. 학점이 평균 이하면 안 되고, 전과기록이 있어서도 안 되고, 학창 시절 성적까진 상관없지만 학생기록부에 벌점이 5점을 넘기면 안 돼.”

로페즈는 화면에 스무 명의 지원자 목록을 띄웠다. 그가 손에서 마우스를 놓자, 트랜센던서가 멋대로 화면을 넘기기 시작한다.

“웹 엔지니어로 신입 한 명, 데이터베이스 관리로 경력자 한 명. 나머지는 전부 프로그램 개발자로 뽑아. 신입 일곱에 경력자 한 명으로. 면접 일정은 내가 알아서 잡을게.”

- 알겠습니다. 인터넷에 공개된 개개인의 언행, 사고, 이념, 성과를 복합적으로 판단하여 통념상 더 올바르다고 판단되는 자를 특정하겠습니다.

***

트랜센던서라는 해괴한 인공지능에게 참패를 당한 뒤 나흘이 지났다. 1년 365일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는 프녹스는 무슨 일인지 짧게 정리한 머리에 깔끔한 정장까지 차려입고는 대로변에 나왔다.

곧이어 대로변의 한쪽, 지하로 이어진 길에서 차량이 한 대 빠져나와 그의 앞에 멈췄다. 차량에 탑승자는 없었다.

프녹스는 바퀴 없는 스포츠카의 운전석에 앉았다. 그는 차량을 자율주행으로 전환한 후 어딘가로 향했다.

도로를 나아가는 도중에도 그는 힐끔힐끔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행인이나 도로의 감시카메라가 자꾸만 눈에 걸린다.

‘어차피 다 끝난 일인데 지들이 어쩔 거야?’

최대한 사람이 많은 도로만 골라서 주행했다. 머지않아 자율주행 시스템의 음성이 그에게 알렸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12번 사무지역 세타우리 구역 인터스타 빌딩입니다.”

차에서 내린 그는 120층 빌딩을 올려다보며 심호흡했다. 빌딩 앞에는 제자리를 부양하는 안내판이 있었다.

「비상 대피실 119F~120F」

「임대 중 112F~118F」

「스타파이프 110F~112F」

「마키온 43F~110F」

「옵시디아몬 42F」

「···더 보기···」

프녹스는 빌딩으로 들어왔다. 이어서 엘리베이터에 올라 42층을 선택했다.

42층에 도착하기까지 기다리는 과정이 몇 배로 길게 느껴졌다. 하나씩 올라가는 숫자가 앞으로 시작될 불안정한 만남을 예고했다.

프녹스는 불안과 기대로 복잡하게 들뜬 마음을 추슬렀다. 거울을 보면서 옷매무새나 머리를 만지기도 했다.

마침내 엘리베이터 문이 좌우로 열리며 나타난 것은 복도와 사무공간이다. 한 걸음 앞에는 비서가 일할법한 빈 카운터가 있다. 그 뒤의 벽면에는 옵시디아몬의 상표와 상호가 큼지막하게 박혀있다.

그리고 복도 저편에서 어떤 남자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프녹스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하다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반갑습니다. 로페즈입니다.”

“네······?”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다. ‘누구세요?’가 아니라 ‘반갑습니다’라고 했다. 만남의 첫 단추부터 다르게 시작되자 프녹스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꼬여버렸다. 머릿속에 범람하는 생각들을 주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로페즈는 태연하게 말했다.

“들어오세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한 그의 태도에 프녹스는 섣불리 입을 열 수가 없었다.

“···.”

프녹스는 일단 휴머노이드가 가져온 커피로 마른 입안을 적셨다.

“4일 전이었나요. 델타포워드 구역 용오름 건물 지하 24층에서···. 재밌는 일을 벌이신 분이죠? 스포츠카로 자택에 돌아가셨다가 굳이 절 만나러 오신 이유가 궁금하네요.”

“아······. 저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생전 처음으로 마음에 품은, 이 복잡한 것을 어떻게 말로 꺼내야 할까.

“맞습니다···. 저는 저번에 이쪽 서버를 공격한 해커입니다. 이름은···”

“프녹스 씨.”

“···.”

다 알고 있다.

지금 눈앞의 로페즈라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정보보안전문가로 프리랜서라는 데이터가 나왔는데···. 사실은 블랙해커였군요.”

프녹스는 자기도 모르게 내뱉었다.

“저는···! 로페즈 님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네?”

***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찾아온 줄 알았다. 하지만 이 프녹스라는 자는 사람을 대하는 것이 서툴다는 느낌이다.

- 거짓은 없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절 존경하신다고요?”

프녹스의 눈빛은 연예인을 만난 팬이라도 보는 것 같았다.

“네! 그게, 정말 진심입니다. 평생토록 이런 건···. 누군가를 존경한다는 마음은 품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무작정 찾아왔습니다. 죄송합니다. 로페즈 님께 그런 실례를 저지르고도···.”

- 이번에도 거짓은 없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트랜센던서의 분석력을 속일 정도로 연기에 출중한 사람일까. 아니면 그저 순수한 사람일까.

“저번에 프녹스 씨가 상대하신 것은 제가 아닙니다. 그 부분은 인지하고 계셨나요?”

“알고 있습니다. 트랜센던서라고 들었습니다. 네트워크 속에 존재하는 인공지능이라고···. 그래도 그걸 만드신 건 로페즈 님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잘 안 보는 뉴스나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네.”

“화이트홀의 비밀연구소에서 그···. 돌아가신 팀원분들과 만드셨다고···. 로페즈 님이 그 프로젝트의 팀장이셨다고 해서, 그래서 지난 사건들이 전부 납득이 됐습니다. 트랜센던서를 활용하여 그런 엄청난 반격에 성공하셔서 이렇게 멋진 회사까지 차리시고. 당당히 프로그램 판매까지 시작하시는 모습에 감명받았습니다.”

‘···제법 분석력이 있는 사람이다.’

사실 그가 해커였다는 것부터 그의 실력을 충분히 증명한 셈이다. 오늘날 해커를 할 수 있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뭐···. 제 사인이라도 받으려고 오셨나요? 뭔가 목적이 있으신 것 같은데요.”

프녹스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실은···. 홈페이지에 올라온 채용공고를 봤습니다.”

“네. 그렇죠.”

“모집분야는 IT. 사실 트랜센던서가 다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 굳이 직원을 채용하신다는 건···. 트랜센던서의 작업량을 덜어내시려는 의도이거나 사업 규모가 커졌을 때 직원이 없으면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아서···. 그렇게 판단하시고 직원을 구하시려는 게 아닌가, 그렇게 추측했습니다만···.”

‘···매우 정확하다.’

로페즈는 내심 놀랐지만 표정으론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요?”

“이왕 직원을 구하실 거라면 저도 이곳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아, 아니, 로페즈 님의 밑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프리랜서 아니셨어요? 아주 높은 분들의 의뢰를 받으시는.”

“네! 그래서 제가 정규직을 가지는데 누군가의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로페즈의 질문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 역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서툴러 보인다. 결국 로페즈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화이트홀이나 해체된 통합공화당의 의뢰를 받으셨죠? 그쪽의 허락은 구하지 않아도 되냐는 질문입니다. 프녹스 씨.”

그러자 프녹스는 눈을 커다랗게 뜨며 놀란 기색을 잔뜩 표출했다. 그는 손사래까지 치며 강하게 부정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전혀요! 저는 1억 크레트의 의뢰를 받았으나, 아시다시피 거창하게 실패했습니다. 저를 포함해 다섯 명이 전력으로 달려들었는데 로페즈 님의 인공지능에 깔끔히 졌습니다. 그래서 그 의뢰는 없던 것이 되었습니다. 그런 얕은, 일시적인 계약뿐인 관계입니다.”

“1억 크레트라고요? 누가 시켰는데요?”

프녹스는 로페즈가 물어보는 족족 솔직하게 대답했다.

“전 통합공화당 의원, 플로리다 진 샤리트(Florida Jin Sharytt)입니다. 원래 1번 거주지역의 지역대표였는데, 통합공화당 놈들 전부 목이 떨어진 지금은 그냥 중견기업들 대주주 겸 바지사장입니다.”

“확실히 그 사람이 시킨 거예요? 그 사람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 시킨 건 아니고요?”

그 예리한 질문에 프녹스는 곰곰이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그 노인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무슨 말이요?”

“이 나라의 꼭대기에 떨어지는 오더라고···. 제가 의뢰를 자꾸 거부하니깐 그렇게 말했었습니다. 중요한 일이니 거부권은 없다고, 좋은 말로 할 때 돈 받고 하라고···.”

로페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이제야 좀 알겠네요.”

그는 무언가를 확신했다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에 프녹스도 얼떨결에 일어났다.

“나머지 이야기는 내일 합시다.”

“저···. 그럼 저는···. 이제 돌아가면 되는 건가요···?”

로페즈는 등을 보이며 말했다.

“면접은 끝났습니다. 내일부터 나오세요.”

그 순간, 프녹스의 가슴 속에는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전율이 차올랐다.

그리고 같은 순간, 로페즈의 가슴 속에는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환멸감이 차올랐다.

“감사합니다! 대, 대표님! 저 진짜 잘하겠습니다! 제 실력을 보시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예. 조심히 들어가세요.”

로페즈는 도저히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급히 등을 보이고 말았다. 너무도 가증스럽고 억울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꼭대기···. 페이치 회장의 오더가 거기서부터···.’

진작에 칼은 갈았다. 사실은 지금도 칼을 갈고 있다.

단지, 칼을 겨눠야 할 대상을 특정하지 못했을 뿐이다.

‘행성대통령이 진짜 흑막이었어···.’

이번 일로 확신이 생겼다.

‘씨발, 진짜 단단히 미친 새끼들···! 어떻게 나라 전체가 썩을 수가 있지?’

이 정도면 현대(Modern)라는 장르도 필요 없겠다.

그야말로 현실이 판타지였으니까.

- 관리자님. 잠재적 위협은 모조리 배제해야 합니다.

< 5. 차오르는 환멸감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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