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20화 (20/183)

< 3. 적과 친구는 모두 타인이다 (4) >

***

얼굴이 상처투성이가 된 자이칸은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독방에 갇혔다. 독방의 푸른 조명과 푸른 벽지는 난동자의 심신을 안정시켜준다고 한다.

그는 한 손으로 팔굽혀펴기를 하며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

‘내가 갇혔는데 면회도 없고 전화 한 통도 없고 씨발···.’

턱밑으로 흘러 떨어지는 땀방울을 보며 지난날을 되새겼다. 서열 3위로 레드샤크에서 차별받던 날, 로페즈가 온 날, 조직 전쟁을 시작한 날, 직접 큰형님을 묻은 날, 경찰들이 구역에 찾아온 날, 개조인들에게 납치당한 날, 자백제를 맞고 심문당하던 날.

상대가 경찰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찰 뒤에 화이트홀이 있었다. 로페즈가 조직의 이익을 가져오는가 싶었는데 더 큰 적대 세력까지 끌고 온 것이다.

감옥에 들어와서는 다른 녀석들과 시비가 붙었다. 신참이라며 온갖 허드렛일을 시키려는 놈들을 제압했다. 수감자 중에 자이칸을 싸움으로 이길 수 있는 자는 없었다.

“후우···.”

하지만 폭력을 휘두른 대가는 이렇듯 독방이다.

쾅쾅!

교도관이 문을 두드렸다.

“깜짝이야.”

“1666호. 나와라.”

그는 일정에 따라 교도관이 왔겠거니 하면서 독방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독방 밖에는 교도관뿐만 아니라 교도소장까지 있었다.

“···뭡니까? 소장님까지 나와서는.”

“너 같은 쓰레기도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다니 놀랍군.”

교도소장이 턱짓하자 옆에 있던 교도관이 다가왔다. 교도관의 손에 들린 것은 바구니에 담긴 자이칸의 압수품이었다. 교도소에 들어오기 전 입었던 옷, 썼던 휴대전화, 지갑 등이다.

“이게 무슨 꿍꿍이인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내 뒤를 누가 봐주기라도 했다는 말입니까?”

“갈아입고 나와라.”

“···?”

“석방이다.”

자이칸은 그대로 교도소를 빠져나왔다. 바다 위에 건설된 교도소 부지에서 사회로 돌아가려면 육지로 이어지는 하나뿐인 긴 다리를 통과해야 한다.

- 사회에 가서는 괜히 시끄럽게 굴지 마라. 네놈 하나 때문에 여럿 귀찮아지는 건 사절이니까.

‘아무리 내가 꼴 보기 싫어도 그렇지, 저 긴 다리를 걸어서 통과하라고?’

육지로 이어지는 다리의 길이만 10㎞다. 그래서 보통은, 사회 전체를 등진 흉악범이 아니라면 누군가의 마중을 기대하게 되는 순간이다.

“아하하! 존나 쓸쓸하네! 아무도 없···”

- 형님!

다리로 들어가는 길 한쪽에 바퀴 없는 승합차가 서 있었다. 승합차에서 몇 사람이 내려 이쪽으로 달려오는 모습은 자이칸에게 작은 트라우마를 유발했다.

“···!”

자이칸은 자기도 모르게 도망치려다 멈칫했다. 다들 아는 얼굴들이었기 때문이다.

“너희들···. 아니, 로노?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로노까지 포함하면 마중 나온 사람이 여섯 명이다.

“모셔드리겠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형님···!”

“이 새끼들아! 왜 전화 한 통도 없었어?!”

서운한 감정이 있었지만, 앞에서 눈물을 흘려대는 로노를 보니 다 풀렸다. 설마 이런 모습이 연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럴 머리가 있는 녀석들도 아니고.

‘···뭔가 사정이 있었겠지.’

그들은 서로 진하게 포옹한 후 승합차로 이동했다. 자이칸은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로노를 통해 전해 들을 수 있었다.

***

로페즈는 클레릭과 통화 중이다.

“네. 의원님. 적절한 시기에 내부인과 접촉했습니다.”

- 정말 솜씨가 좋군요. 그게 누구죠? 내부인이라는 자는.

“일리노이 리탄입니다. 누군지 아시나요?”

- 모를 리가. 일리노이 집안의 첫째 아들이죠. 화이트컨스트럭트의 대표. 그놈이 뭐···. 회사를 배신하겠다는 말이라도 했어요?

“페이치 회장을 작업해서 자기가 회장직을 차지하겠다고 합니다. 페이치 회장을 자살로 처리하려고 하는데, 그럴 만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그런 집안에서 아들이 아버지 작업하는 건 흔한 일이지. 그래서 무슨 도움이요?”

‘트랜센던서를 이용한···.’

“···화이트홀과 관련해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제가 입을 열어주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화이트홀을 고발해서 페이치 회장을 사회적으로 매장하겠다는 계획이에요.”

- 아, 그래서 그 녀석이 로페즈 씨와 접촉했군. 일리가 있어요.

로페즈는 목소리에 어두운 감정을 가득 실어서 낮게 호응했다.

“예······. 듣기에 일리는 있죠.”

- ···.

잠시 침묵이 있었다.

- 어쨌든 그 아비에 그 아들이라고, 그놈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어선 안 돼요. 로페즈 씨 타고 회장 친 다음에, 로페즈 씨까지 쳐낼지도 모르잖아요? 중대한 비밀을 아는 사람은 없는 편이 깔끔하니까.

로페즈는 이때다 싶어 말했다.

“역시 클레릭 의원님께서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네요. 맞습니다. 저도 리탄이 제안한 거래를 신뢰하고 있지 않습니다.”

- 페이치 회장을 작업하기 위해 화이트홀 고발은 필수적이니, 고발이 끝난 직후에 로페즈 씨를 같이 묶어서 없애버릴 수도 있겠군요.

“상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반대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화이트홀을 고발하기 전까지는 리탄이 절 해칠 수 없습니다. 제가 무슨 계획을 시도하든 일단은 지켜봐줄 가능성이 높죠.”

로페즈가 말한 것은 추측된 ‘가능성’이 아니라 예측된 ‘확률’이지만. 의미는 비슷하게 전달됐으리라.

- 가능성이 높다라···. 자기 목숨은 최대한 안전하게 진행하는 편이 좋지 않겠어요?

“의원님. 저는 이미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제게 이 정도 리스크는 리스크도 아닙니다.”

- 오···. 허허허···.

이어서 로페즈는 클레릭에게 계획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정말 대담한 계획이었다.

***

통화를 종료한 클레릭은 허허 웃으며 무릎을 쳤다.

“대단한 놈이야. 진짜 대단해.”

늘 클레릭에게 그림자처럼 붙어있는 보좌관이 물었다.

“로페즈 님께서 계획이 있다고 하십니까?”

“우리 자유지구당이 화이트홀에 목줄을 채울 수도 있겠어.”

그 엄청난 발언에 보좌관은 화들짝 놀랐다.

“정말요?!”

“장래에 내가 당 대표나 행성대통령이 되면 너한테 자리 하나 내어주지. 허허! 이거야 참, 3선 의원이면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는데 일이 잘 풀리는군.”

“무, 무슨 계획인지 저도 듣고 싶습니다!”

클레릭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싹 지우고는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이건 앞으로 더 큰 일 하라고 알려주는 거야. 알겠어?”

“네! 명심하겠습니다! 의원님!”

“일리노이 리탄과 로페즈가 협력 스텐스를 취했어.”

“네.”

“언론의 주목을 받는 로페즈가 화이트홀을 고발한다. 이어서 나도 화이트홀을 고발한다. 그러면 아무것도 해명할 수가 없는 페이치 회장은 입을 닫아버리겠지.”

“오오오···.”

“회장은 똥줄이 탈거야. 함선 여행 상품이 아무리 잘 팔려도, 대외적인 이미지 타격 때문에 주가가 폭락할 테니까. 나와 로페즈가 고발할 사안이 보통 사안이 아니거든. 아주 몇 년은 구설수에 오를 핵폭탄급 이슈야.”

“그, 그래서요? 그다음은요···?”

“나와 로페즈의 고발 이후, 일리노이 리탄이 나선다. 리탄이 고발···. 아니, 실토하는 거야. 조용해질 때까지 숨어있던 자기 아버지 뒤통수를 냅따 후려치는 거지. 우리의 고발이 사실이었다고. 그다음엔 뻔해. 언론을 못이긴 사법부가 화이트홀을 수색하고. 그러는 사이에 리탄이 회장을 자살로 작업하고. 마지막으로 리탄이 화이트홀의 회장 자리에 오른다.”

보좌관은 솔직히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대충 무슨 계획인지는 알겠는데,

“그게 의원님께 무슨 이득이죠···?”

“에이, 멍청한 것. 나랑 로페즈랑 리탄이 연달아 입을 열면, 화이트홀에서 구린 것들이 줄줄이 딸려 나올 거라고. 거기에 통합공화당과 화이트홀 사이의 청탁, 유착관계 등이 메스컴에 밝혀지겠지. 그럼 통합공화당 새끼들 지지율이 어떻게 되겠나?”

“아······.”

“통합공화당만 재치면, 우리 자유지구당이 화성의 최고가 되는 거야. 게다가 현 대통령이 통합공화당 출신이지. 야당이 여당을 이겨버리는 거야. 다음 대선에서 자유지구당의 승리는 확정적, 그러면 대선에는 누가 나가겠나? 당연히 사회적으로 인기몰이를 해서 인지도가 높은 의원이 공천으로 출마하겠지. 사람들은 대개 노련한 대통령을 원하니, 적어도 2선은 되어야 할 거야. 자, 그렇다면 그게 누구지? 누가 다음 대선에 나가게 될까?”

“그, 그, 그, 그건···.”

“나잖아.”

“의원님···. 저···.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보좌관의 안구가 바들바들 떨렸다. 그의 눈에는 클레릭 의원이 곧 천사로 승천할 계시자처럼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야.”

“거기서 뭐가 더 있습니까···?!”

“말했잖아. 화이트홀에 목줄을 채울 거라고. 최대한 많은 대기업에 목줄을 채워놔야, 우리 당 식구들 배부르게 먹고 구름보다 높은 곳에서 잠자는 것 아니겠어?”

“설마 리탄을···.”

“내일 일리노이 리탄과 밀약을 하러 간다.”

“로페즈 님은 아십니까?”

“모르지. 미안하지만 로페즈는 버리는 카드야.”

“어째서요?”

“토로스 구역에서 나와 로페즈는 이미 관계가 형성되었어. 그 관계성을 기자와 경찰들이 모를 리가 없지. 그러니 의심을 피하기 위해선, 일말의 작은 싹수조차 없애기 위해선, 로페즈도 영원히 입을 닫아야 해.”

“정말···. 저로선 의원님의 사고를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허허. 난 화성의 행성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몸이잖아? 뒤처리는 확실하게 해야지. 로페즈 그놈 살려둬봤자, 두고두고 내 약점이 돼.”

***

화이트컨스트럭트.

타르시스 고지의 남쪽. 즉, 올림푸스 UN의 남쪽에 위치한 화이트홀의 건설계열사다.

리탄은 대표실로 들어온 비서실장에게 말했다.

“문 닫아. 이 방과 외부통신 차단하고. 존나 중대한 이야기가 있어. 너 치마 주머니에 있는 휴대전화 전원도 꺼버리고.”

“네. 대표님.”

잠시 후, 비서실장이 손에 들고 있던 전자기기를 조작하자 문이 저절로 닫혔다. 그뿐만 아니라 대표실의 유리창을 커튼이 가렸으며, 구리로 만든 차단막이 유리창과 모든 벽을 가리면서 전자적인 방화벽이 되었다.

“자유지구당의 클레릭 2선 의원이 암호화 회선으로 내게 문자를 보냈다.”

“자유지구당이요?”

“그래. 26번 산업지역이나 관리하는 촌동네 지역대표가 내게 무슨 볼일이 있나 했는데, 이거 참 흥미로워.”

리탄은 자기 입술을 어루만지며 시선을 오른쪽 위로 향했다.

“이 노망난 늙은이가 나더러 회장을 작업하는 김에 로페즈도 같이 작업하자고 하네.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면서.”

“대표님은 그 수상한 요청에 응하실 건지요?”

“서로 믿을 수 없는 협력에 먼저 배신하자고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면 가봐야지. 내일 오후 11시에 페낙스 타워 405층 스타파이프 카페. 일정 없지?”

“그 시간에 대표님께선 아무런 일정이 없으십니다.”

“좋아. 이 일정은 기록하지 말고 네 머리에만 담아둬.”

“네. 대표님. ···그런데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뭔데?”

“로페즈 씨보다는, 정치권에 있는 클레릭 의원이 대표님을 배신할 가능성이 더 크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정치인인데···.”

“난 두 사람 다 배신때릴 거야.”

“······아.”

“네 말대로 로페즈 그 인간은 사람이 너무 착해. 대기업 지분 5%보다 자기네 뒈진 연구팀의 장례식이 더 중요하다는 놈이니까. 아마 먼저 배신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을 거야.”

비서실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리탄의 뜻을 조용히 들었다.

“하지만 난 장차 회장이 될 그릇이야. 지금의 아버지를 봐.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해놓고 목숨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탓에, 이런 암약에 작업당하고 있잖아. ···난 다르지. 절대로 세상에 알릴 수 없는 비밀을 생판 타인인 로페즈가 알고 있다···? 그럼 로페즈도 이 일이 끝나면 죽어줘야겠어. 회장 작업은 자살로, 로페즈 작업은 대주주나 회장 측근의 살인 청부로.”

“그럼 클레릭 의원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요?”

“클레릭? 푸하하! 그 새끼는 정치인이라 더 잘 보여! 대기업 회장이 될 나에게 미리 목줄 채우려는 생각이나 하고 있겠지. 내가 그 새까만 속을 모를 것 같아?”

리탄은 사악하게 미소지었다.

“일단 암약으로 같은 편인 척, 함께 로페즈를 작업하는 척하다가, 일이 끝나면 그 노망난 정치인도 함께 없애버린다.”

“아.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약속을···”

“그래서 내일 일정 잡아놓으라고 한 거야. 그 더러운 바닥에 있는 놈 신뢰를 얻으려면, 함께 더러운 짓을 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 없지. 내가 씨발, 다 아버지한테 처맞으면서 배운 거야. 절대 안 당하지.”

***

로페즈는 샤워 도중에도 트랜센던서를 통해 일을 처리했다.

- 비트 단위로 보낸 바이러스가 프로세스에 침투했습니다.

“클레릭 의원이 그 사실을 알아차릴 확률은 얼마나 될까?”

- 클레릭의 개인 휴대전화는 연구소 최고 등급으로 개조된 기기입니다.

애당초 해킹이라는 기술이 도태된 현대다. 강력한 보안정책과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있어 해킹 피해 소식은 수십 년간 전무했다. 해커의 존재는 도시전설 정도로 여겨진다.

그런 가운데 개인의 구매, 판매, 정보관리, 계정관리, 집 열쇠, 차 키 등 일상의 가장 중요한 기기로 거듭난 휴대전화는 보안 수준이 아득히 높다.

그래서 로페즈도 감히 클레릭 의원의 최고 등급 휴대전화를 해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걸 트랜센던서가 해냈다.

보안장치에 걸리지 않도록, 0과 1로 이루어진 비트 단위의 바이러스 조각을 꾸준히 보낸 것이다.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던 0과 1이라는 쓰레기 데이터는 클레릭의 휴대전화에 모여서 바이러스가 되었다.

그것도 사전에 클레릭과 주고받은 암호화 회선을 이용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꿈에도 모를 거라는 말이지?”

- 그렇습니다. 클레릭의 인간 심리와 사고에 대한 정확한 확률은 계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통념과 클레릭의 성장 배경상, 개인 휴대전화 해킹은 주변 인물이나 시스템의 경고 없이는 절대 인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알겠어. 그 정도 대답이면 충분해.”

샤워를 끝내고 나온 로페즈는 편안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러고 있으니 현관문 쪽에서 휴머노이드가 배달요리를 부엌으로 들고 왔다.

- 관리자님.

“왜?”

- 하메네스 클레릭의 개인 휴대전화에서 발신된 문자가 일리노이 리탄의 개인 휴대전화로 전송됨을 확인했습니다. 도중 하이재킹한 패킷을 열어보시겠습니까?

“···열어.”

그런 직후, 로페즈의 눈앞에 문자 내용이 홀로그램으로 띄워졌다.

- 관리자님께 이로운 내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로페즈는 회의감과 환멸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간 온갖 고생을 다하며 아군이 생겼다고 여겼는데,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는 먹고 있던 음식을 대충 삼킨 후 포크를 내려놓았다. 뭔가를 먹을 기분이 아니게 되었다.

“···내가 리탄은 몰라도 클레릭 의원님은 신뢰했는데······.”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는 이유는,

누군가를 믿었던 사람은 그들 같은 위치에 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괜히 외롭네.’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는 이유는,

믿었던 사람이 다 죽었기 때문이다.

‘다시는···. 다시는 사람을 믿지 않을 거야.’

그렇게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렸다. 적과 친구라는 개념은 처음부터 없었다. 자신을 제외하면 어차피 모두가 타인이니까.

한편, 로페즈가 어떤 상황에 어떤 감정을 느끼든 트랜센던서는 늘 평탄하게 말해온다.

- 배신에 대응할 계획을 구성하셔야 합니다.

“할 거야. 할 거라고···.”

배신당하기 전에 먼저 배신해버릴 것이다.

< 3. 적과 친구는 모두 타인이다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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