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적과 친구는 모두 타인이다 (1) >
***
괴한이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로페즈는 상반신을 크게 굽혔다. 이어서 그는 허리를 굽힌 채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방에 뛰어들다시피 숨었다.
- 급격한 맥박 상승이 감지됩니다. 총상을 입으셨습니까?
‘허벅지에 한 발 맞았어···!’
너무 아파서 비명도 나오질 않는다. 다리 관절이 서 있으려고 중력을 감당할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야기된다. 허벅지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손으로 틀어막아 보지만 손가락 사이로 줄줄 흐른다.
- 대답하실 수 없는 상태임을 인지했습니다.
- 5초 전 관리자님의 안구로 확인된 신원을 검색해보려 했으나 마스크를 쓰고 있어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사건들의 집합을 논리적으로 추론한 결과, 침입자는 매우 높은 확률로 화이트홀과 연관성이 있습니다.
‘그딴 건 나도 알아···!’
‘날 죽일 셈인가? 날 납치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전기충격기나 신경마비계 도구를 썼을 거야···.’
‘그럼 트랜센던서 회수에 내가 필요 없어졌다는 건가? 어쩌지? 어떻게 해야···.’‘
작업자는 로페즈가 도망친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다. 팔을 굽힌 지향사격 자세로 나아가며, 바닥에 점선처럼 이어진 핏방울을 쫓았다.
“어떻게 반응했어요? 내가 뒤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데?”
작업자의 뒤로는 소파, 소파의 뒤로는 현관문이 있다. 또한 그의 앞으로는 거실이 끝나는 지점과 왼쪽으로 꺾이는 짧은 복도가 있다.
“저항하면 더 아파집니다? 힘 빼지 말고 나오세요.”
작업자는 짧은 복도에 들어섰다. 오른쪽으로 이어진 문들이 모두 닫혀있다. 그리고 가장 첫 번째 문 밑으로 핏방울이 이어져있다.
그는 첫 번째 문에 주저 없이 총구를 겨눴다.
퍼걱! 퍼걱! 퍼걱!
세 발을 쏜 뒤 문고리를 잡아서 여는 그 순간이었다.
“···!”
얇은 담요를 든 로페즈가 튀어나와 그를 덮쳤다. 담요에 덮쳐져 순간적으로 시야를 상실한 작업자는 이리저리 방아쇠를 당겼으나, 로페즈의 발길질에 총을 떨구고 말았다.
이어서 로페즈가 바닥에 떨어진 총으로 몸을 날림과 동시에 작업자도 몸을 날렸다.
“으으윽···!”
“씨발···!”
퍽! 퍽!
간단한 육탄전이 오간 뒤에는 로페즈의 패배였다. 작업자는 총상 입은 로페즈를 가볍게 밀쳐낸 뒤 권총을 붙잡았다. 그러나 진작 육탄전의 패배를 예상한 로페즈는 쏜살같이 거실로 도망쳐버렸다.
“저 쥐새끼가···! 이리 와!!!”
작업자는 시야에서 사라진 로페즈를 찾기 위해 거실로 뛰어왔다.
툭툭!
그 순간, 작업자의 두 눈에 날벌레 같은 것이 부딪혔다.
“아악!!”
그는 바닥에 떨어진 것을 신경질적으로 밟아 부쉈다. 로보버그였다.
“이런 건 또 언제 만들어서···.”
거실의 중심에는 소파, 소파 앞에는 긴 테이블, 테이블 옆에는 도시 전경이 보이는 넓은 유리창, 유리창을 따라 이어진 벽에는 현관문이 있다. 그리고 방금 도망친 로페즈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나랑 숨바꼭질이라도 하자는 거냐?”
작업자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로페즈도 소파 뒤에 숨어있겠거니 하며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
이윽고 소파 뒤를 확인했지만 로페즈는 그곳에 없었다.
“이 새끼 어디로 숨은···”
고개를 돌려서 다시 거실 전체를 보는 순간 발견했다. 로페즈는 컴퓨터 화면을 출력하는 벽면에 바짝 붙어 서 있었다. 바보처럼 담요 여러 장을 껴안은 채로.
그 이상한 행색에 작업자는 조소를 터뜨렸다.
“하하! 하긴, 숨을 시간도 없었지.”
“···.”
로페즈는 지금도 총상의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그 기색이 곧 죽을 사람 같다.
“이보세요, 로페즈 팀장. 죽이기 전에 하나만 물어보자.”
“뭔데···?”
“너 숨어있던 방에 세 발이나 쐈는데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그 권총······.”
“이거?”
작업자는 로페즈에게 총구를 향했다.
“패널드 사에서 만든 P2800···. 9㎜ 화약 총탄을 쓰잖아···. 총기소지가 허용된 일부 행성에서 즐겨 쓰는 민수품이지···.”
“그게 어쨌다고?”
“회전하는 9㎜구경 정도는···. 이 섬유질 담요 여러 장으로 막을 수 있어···. 이 정도는 상식 아닌가···?”
“그깟 천으로 총알을 막았다고? 그게 어떻게 상식이야? 누가 그런 걸 상식으로 알고 있냐고 이 쥐새끼야.”
“······그럼 그쪽이 남의 집에 들어와서 총부터 쏘는 건 상식이고?”
빨갛게 물든 담요로 몸을 감싼 채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모습으로 언쟁을 걸어봤자 작업자에겐 별다른 감흥이 생기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상부에서 네 주둥이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상부? 네 상부가 어딘데···?”
“죽기 직전에도 잔머리를 굴리네. 그걸 내 입으로 말하겠냐? 아무튼 잘 가라. 나는 너 죽인 다음 홧김에 그랬다고 자수할 거니까.”
“···아니.”
왼쪽 뺨에 멍이 든 로페즈는 애써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네 상부가 어디냐고 물었어.”
“미친놈인가.”
“말 안 하면 네가 죽는다.”
누가 봐도 로페즈가 곧 죽을 상황에 그는 도리어 협박을 가하고 있다.
“뭐라는 거야?”
“···살려둘 이유가 없으니까. 네가 화이트홀을 잡는데 용의자가 되어주지 않으면···.”
“무슨 허세를···. 아, 알겠다. 너 지금 경찰에 신고해놓고 시간 끌려고 이러는 거지?”
로페즈는 피 묻은 이빨을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들켰네.”
“하하하하! 이 병신아! 신고해봤자 네 편 들어주는 경찰은 안 올 거다! 어차피 이쪽 관할 신고를 우리가······. 아니 됐다. 그냥 죽어라. 이제.”
곧이어 작업자가 방아쇠를 당겼다.
로페즈는 담요 속에 상반신 전체를 가렸다.
그래도 작업자는 앞으로 걸으며 연신 방아쇠를 당겼다.
담요 속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그래도 작업자는 계속 방아쇠를 당겼다.
로페즈는 쓰러졌다.
삐리릭···.
현관문이 열렸다.
담요를 뒤집어쓴 채 쓰러진 로페즈는 그 자리에서 미동도 없다. 담요 아래로 빨간 핏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작업자는 자신만만하게 현관문을 돌아보며 말했다.
“수고가 많습니다. 경찰 아저씨들. 대충 얘기는 들으셨······ 죠······?”
말끝에 의문이 붙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화이트홀의 비리 경찰이 아니었다.
키잉! 키잉! 키잉! 키잉!
그것들은 인간을 죽일 기세로 달려오는 휴머노이드 세 기였다.
“씨발···! 뭐야?!”
팅! 팅! 팅! 팅!
작업자는 곧바로 휴머노이드를 향해 총을 쐈지만 먹히지 않았다.
가장 앞서 달려든 휴머노이드 한 기가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키이잉!
기계의 엄청난 완력에 작업자는 공중에 들렸다. 그러나,
키이잉!
작업자 또한 기계의 완력을 갖추고 있었다.
쾅! 콰직!
그는 개조된 사지로 휴머노이드의 팔을 부순 후 거실 한쪽의 넓은 유리창으로 몸을 던졌다.
콰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고층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동시에 유리 파편이 휘날렸다. 작업자는 80층 높이에서 창문을 깨고 일직선 앞에 있는 70층 건물의 옥상으로 도약했다.
쿵···.
휴머노이드 세 기는 유유히 도망가는 작업자를 잠시 지켜보다가, 바닥에 쓰러진 로페즈를 도왔다.
휴머노이드는 트랜센던서의 기계적인 목소리를 출력했다.
“관리자님. 의식을 잃으셨을 경우를 대비하여 명령 수칙을 허가받겠습니다.”
“···날 살려···. 일일이 허락받지 마···.”
“외부에 추가적인 적대 인원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여, 집에 있는 가용한 모든 자원을 이용해 상처를 치료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이에 두 휴머노이드가 집 안을 뛰어다니더니 치료에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왔다. 가위, 칼, 집게, 붕대, 소독약, 뭔지 모를 알약 바구니 등이다.
“지금부터 허벅지에 한 발, 하복부에 두 발, 상복부에 두 발, 어깨에 두 발 박힌 총탄을 제거하겠습니다.”
휴머노이드 세 기가 로페즈에게 옹기종기 붙어 마치 한 몸처럼 협력했다.
“총탄을 제거한 후, 소독제와 함께 급속 세포재생제를 도포하겠습니다.”
통증조차 희미해진 의식 속에서 안도감이 몰려왔다. 가까스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이제 이 치료만 무사히 마친다면.
“상처 부위에 멸균 스프레이를 뿌리겠습니다.”
“내 집에 있을 건 다 있었네···.”
“마취제가 없습니다.”
“···아, 씨발.”
“시작하겠습니다.”
이후 로페즈는 두 시간 동안 마취도 없이 일곱 발을 제거하며 연신 비명을 질러댔다.
***
상대를 숙련된 작업자라고 가정해, 상황이 시작된 순간 고개부터 숙인 게 정답이었다. 작업자는 배후에서 로페즈의 머리를 노렸으니, 즉각 허리를 숙이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즉사했으리라.
로페즈의 몸에서 빼낸 총알이나 바닥의 탄피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애당초 의사나 간호 휴머노이드도 없는 상황에 스스로 치료를 했다는 부분부터가 수상하니까. 까딱 잘못하면 로페즈 스스로 불법 총기소지 의혹에 대해 해명까지 해야 한다.
“담요를 이용하겠다는 관리자님의 발상 덕분에 내장 손상은 거의 없었습니다. 경호 휴머노이드 세 기의 권한자를 관리자님으로 입력하여 긴급구출 프로토콜을 실행했습니다.”
“배달된 기계들이 스스로 박스 뜯고 나오는 장면을 누가 보기라고 했으면 무서웠겠는데.”
“다행히 구출과정에 목격자는 없었습니다.”
로페즈는 초췌해진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다. 그런 그의 옆에 휴머노이드 한 기가 인형처럼 서서 트랜센던서의 기계적인 음성만 발하고 있다.
“흉터는?”
“없습니다. 치료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단, 당장의 과격한 활동을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출혈 때문에? 현기증이 있긴 한데.”
“그렇습니다. 인공 혈액팩이나 철분이 풍부한 음식을 주문하시겠습니까?”
“그 정도는 아니니까 괜찮아. 그보다 아까, 그 인간은 어떻게 집 안까지 들어온 거야?”
“현관문을 해킹당한 흔적이 있습니다.”
해킹당한 흔적이 있다는 때늦은 발언에 로페즈는 다소 짜증을 섞어 물었다.
“그거 해킹당할 때 왜 말 안 해줬어?”
“8600호의 사설 네트워크 서버와 현관문에 장치된 단말기 서버 사이의 제어 프로토콜에서 강제적인 더블 인캡슐레이션으로 헤더 및 프레임의 전송 딜레이를 조작했습니다. 인피니티 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이 있어야만 가능한 고도의 물리적 해킹 기술로, 해킹당했다는 흔적과 알림은 반드시 전달되지만, 표적 시스템이 침입을 감지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반드시 길다는 점에서 치명적입니다.”
로페즈는 트랜센던서가 방금 한 말의 첫 문장부터 놓쳤다.
“미안. 물어봐서 미안하다. 네가 몰랐다면 모를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는 거겠지.”
“차후 주거지 안전을 위해 이 건물 카메라 서버를 확보하시겠습니까?”
이제 트랜센던서는 물어보지 않아도 능동적으로 나설 수 있는 단계다. 그리고 기분 탓인지 모르겠으나 말하는 것도 예전보다는 제법 유연해진 느낌이다.
“안 걸리게 확보할 수 있겠어?”
“페낙스 3차 스카이의 보안 수준상 가능합니다.”
“그럼 그렇게 해. 앞으로는 실시간으로 침입자를 경계해줘. 휴머노이드도 정비 끝나면 각자 자리로 복귀시켜.”
“알겠습니다.”
휴머노이드는 각진 머리에 알 수 없는 명령어를 주르륵 출력하더니, 그대로 안방을 나갔다.
로페즈는 침대에서 누운 채 휴대전화로 홀로그램을 띄웠다. 그대로 트랜센던서의 학습현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네트워크 활보를 준비해.”
「233건의 공개된 인터넷 기술을 학습했습니다.」
「지금까지 910건의 공개된 기술을 학습했습니다.」
「트랜센던서 진화 프로세스 진행률: 1.5%」
- 네트워크 활보를 전개하기에 적합한 시점입니다.
“좋아. 시작해.”
트랜센던서는 준비가 끝났다.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이 침입했을 때 걸릴 환경과 걸리지 않을 환경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이제 트랜센던서는 우선되는 학습을 진행하기 위해 ‘웹’이라는 수단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대로 ‘네트워크’라는 거대한 바다에 뛰어들 것이다. 당연히 이전과는 학습속도 면에서 차원이 달라지리라.
“그나저나 그 작업자 놈, 화이트홀이 시킨 거라고 대답했으면 대박인데. 대답도 없이 그냥 그렇게 가버렸네.”
- 그것이 왜 대박입니까?
“내가 시간 끄는 김에 유도 질문을 섞었잖아. ······너 설마 녹음도 안 하고 있었어?”
- 그렇습니다.
“···그럼 어차피 대답했어도 무용지물이었겠네. 이제부턴 내가 눈으로 보는 영상, 귀로 듣는 소리, 모든 것을 24시간 기록해. 그것도 가능하도록 신체를 개조했으니까.”
- 알겠습니다.
- 관리자님. 아파트 보안실에서 건물 외벽 손상이 감지되었다는 메일이 왔습니다.
로페즈는 보안실에 답변을 보냈다. 집에 개조인이 들어와서 자신을 죽이려다가 창문을 깨고 달아났다는 사실을 그대로 알린 것이다.
‘그 난리를 쳤는데 80층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이 여기저기에 찍혔겠지. 언질을 받은 놈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여기선 거짓말하면 안 된다.’
그래도 총에 맞았다는 사실과 총격 흔적은 깔끔이 없애야겠다.
- 관리자님. 있었던 일을 알리시면 나중에 경찰 조사에 협조해주셔야 합니다.
“나쁠 거 없어. 내 집에서 내가 피해 본 일을 그대로 말할 뿐이니까. 이 이야기가 누구 귀에 들어갔을 때 또 의심받는 건 화이트홀이야.”
‘그렇기 때문에, 경찰 조사가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쪽 관할을 화이트홀이 먹었다는 것 같으니까. 그리고 내가 경찰서로 움직이면 반드시 기자 몇 명이 따라붙는다.’
그들이 도시의 치안과 법률을 유지하는 시스템에 개입하고 있다. 부패한 기업이 문명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시스템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부터가 더럽다.
그런 비상식적인 일이 일상에 녹아든 상식이 된 순간부터, 권력자 앞에 법은 힘을 잃은 지 오래다.
‘이런 비상식적인 전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나 스스로 권력자가 될 수밖에 없다.’
- 깨진 유리창 교체비는 보험 처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의 수리비로는 4만 크레트가 필요합니다. 지불하시겠습니까?
“들어오는 돈은 없고 나가는 돈만 있네. 결제해.”
돈을 벌기 위해 위험성 높은 투자를 하려고 했으나, 이제는 그런 생각도 말끔히 사라졌다.
로페즈는 휴머노이드를 대동하여 프린터를 설치하는 중에 말했다.
“오늘 현관문을 해킹한 것처럼, 저렇게 기술적인 능력을 갖춘 화이트홀이 내 투자 활동을 눈치챘을 때 리스크가 있어.”
- 발생 가능한 상황입니까?
“어떤 식으로든 작업을 가해올 거야. 최악의 경우엔 사기를 당해 돈을 잃거나, 금융 범죄자로 몰릴 수도 있을 것 같아. 인터넷은 현실보다 몇 배는 조작하기 쉬운 환경이니까.”
- 조작할 능력이 있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화이트홀은 세력이지. 이미 완성된 세력. 반면에 너는 아직 성장 중인 단일 개체고. 지금의 너는···. 내가 인터넷에서 투자 활동을 할 때 존재하는 변수를 모조리 통제할 능력이 있어?”
- 변수통제능력으로 100%를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장기적 관점에서도 불가능합니다.
“적어도 100%의 근삿값은 되어야지. 지금은 변수통제능력에 대해 질문했을 때 정확한 확률도 계산할 수 없는 수준이잖아.”
- 이해했습니다. 그렇다면 관리자님이 계산하시기에 현재 가장 적합한 결정사항은 무엇입니까?
“돈이 필요해. 아주 많이. 돈으로 만들어지는 관계가 곧 힘이니까. ···사업을 해야겠어.”
- 연관성을 설명해주시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대에서 힘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사업 전개는 가장 명확한 방법이야. 그건 과거에도 그랬고 오늘날도 그래. 게다가 나에겐 트랜센던서···. 네가 있으니 더욱 최적의 방법이지.”
- 관리자님. 사업을 위해선 다양한 준비작업이 요구됩니다. 초기금, 법적 허가, 이익을 창출할 상품이 있어야 합니다. 차후 직원을 고용하여 타 기업과 연대하면 이해관계가 형성되어 변수통제가 복잡해집니다. 특허뿐인 아이디어 및 상품이 우주 전역의 시장에 범람하고 있어 창업 절차도 매우 까다롭습니다.
이미 사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세상.
일상 속 아이디어가 실현되고, 일상 속 편의가 범람하면서 살기 좋아진 세상.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사업체를 세우기에는 그 어느 시대보다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특히나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오늘날이다.
아름다운 유토피아의 뒷면에 어두운 디스토피아가 존재하는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래서 네 뜻은, 결국 어렵다는 말이잖아. 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잖아.”
- 최근 5년간의 화성 통계상 창업자 10명 중 7명이 실패했습니다. 이후 창업에 성공한 10명 중 8명이 외압 혹은 내부적 문제로 파산하거나 해체되었습니다.
잘 성공한 회사도 갑자기 망하거나 사라지는 건, 오늘날 기업 간의 공격적인 약육강식이 심화되어서 그렇다.
- 그래도 하실 수 있겠습니까? 관리자님.
“할 수 있어. 내 머리랑 네 기술이 있는데.”
-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입니다.
트랜센던서는 사업이 어렵다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
그래도 로페즈에겐 확신이 있었다.
“난 사업이 뭔지도 모르는 초짜지만, 시작부터 치트키를 들고 있어. 그거면 충분해.”
당장은 아무것도 없지만, 이번 한 걸음은 장차 거대한 한 걸음으로 재평가될 것이다.
< 3. 적과 친구는 모두 타인이다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