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대 인공지능 키우기-6화 (6/183)

< 0. Prolog. 결실을 품고 도주하다 (6) >

***

“실장이라는 놈이 일처리를 이딴 식으로 해?!”

“죄송합니다.”

화이트맨스터의 공동사업추진부서, 프레드릭 실장은 화이트맨스터의 사장 앞에 고개를 숙였다.

“하수도만 3일을 뒤졌는데 트랜센던서도 없고! 시체도 없고! 이게 말이 되는 보고야? 이 한심한 새끼야!”

“···.”

“애초에 트랜센던서부터 확실하게 받고 나서 죽였어야지! 왜 처음부터 총을 갈기면서 들어가?!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

“···죄송합니다.”

“자네는 그렇게 대충대충 해서 잘 마무리될 줄 알았나?! 내 윗사람들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는 일을···. 믿고 맡겼더니 이게 뭐야, 위에다 어떻게 설명할 건데?”

인멸 작업을 책임졌던 프레드릭은 사장의 질타를 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정작 화를 내는 사장보다 더 분한 사람은 프레드릭이었다.

‘어디로 사라진 거지···? 어떻게···.’

그는 어금니를 갈며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그의 그런 모습이 사장의 눈에는 도리어 성을 내는 것처럼 보였다.

“······회장님께서 찾고 계신다. 그 빌어먹을 트랜센던서에 3년 동안 투자한 금액이 자그마치 80억 크레트야. 80억 크레트. 그리고 그 돈 흘러가는 거 숨기느라 먹인 돈까지 합치면, 시발···. 100억은 찍겠네. 게다가 별다른 투자자도 없이 회장님이 단독으로 진행한 비밀프로젝트라고.”

사장은 목소리를 낮췄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어. 회장님조차 신경쓰지 않게 될 정도로,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지. 그러던 중에 갑자기 좋은 소식이 들려와서 회장님이 얼마나 들떴는지···. 알고는 있나?”

“···.”

조용한 분노였다.

“회장님의 상상력을 현실로 이뤄내려고 별짓을 다 했지. 그리고 끝내 이론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인공지능이 완성되고 말았어···. 트랜센던서. 그것만 있으면 우리 화이트홀은 무서울 게 없어진다고. 화이트홀이 정부까지 씹어먹는, 화성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는 말이야. 우리 화이트홀이라는 대기업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사장의 긴말에 프레드릭은 귀를 닫았다.

‘그깟 인공지능이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다고···.’

자꾸만 트랜센던서의 잠재력과 가치를 강조하는데 프레드릭에겐 크게 와닿지 않았다.

“예. 확실히 알아들었습니다.”

“반드시, 반드시 찾아와. 이거 제대로 해결 못하면 너나 나나 끝장이야. 네 실수는 네가 만회하라고. 제발.”

“명심하겠습니다.”

이후 프레드릭은 사장실을 나오자마자 전화부터 걸었다.

- 네, 실장님.

“로페즈는 살아서 도주 중이야.”

- 역시 그랬던 건가요?

“···그것 말고는 설명이 안 돼.”

프레드릭은 문자 그대로 혈안이 되었다.

“하수도는 그만 뒤져보고. 하수도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수색해.”

- 그렇게 말씀하셔도···. 올림푸스의 하수도는 워낙 방대한 시설이라 인력이 부족합니다.

“도심지는 우리 시스템이 널렸으니까 됐고. 인력을 외진 곳으로 보내. 포위망을 바깥에서부터 좁히라고. 경로가 닿는 곳이라면 산이든 숲이든 촌동네든 다 뒤져봐.”

트랜센던서를 되찾지 못하면 실직할 것이다. 3년째 트랜센던서, 트랜센던서, 위에서도 회장님도 트랜센던서, 트랜센던서. 여기저기서 그 이야기만 내려오는 탓에 진절머리가 난다.

‘그깟 게 뭐라고 단체로 지랄이야?’

***

베네다는 로페즈가 보는 앞에서 슈트케이스를 열어보았다.

“해독은 잘했나 보네.”

“재래식 기관단총과 총알의 설계도였습니다.”

“이제 이거 가지고 우리 공장으로 가라.”

“네?”

“말끝마다 씨발, 네? 네? 뭘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 내가 시키면 해, 그냥.”

베네다는 로페즈에게 자신의 오른팔과 부하 몇 명을 붙여주었고, 로페즈는 그대로 레드샤크의 공장까지 끌려오게 되었다.

산업지역의 폐공장을 그들만의 작업장으로 개조한 공간이었다.

“오셨습니까! 형님!”

녹슨 천장의 깨진 유리창으로 햇빛이 들어와 커다란 기계를 비춘다.

그것은 산업용 프린터였다.

공장에 있던 조직원들은 베네다의 오른팔에게 상체를 숙였다.

그의 이름은 켈빈(kelvin)이다.

“이 로페즈 씨는 앞으로 우리 조직에 아주 중요한 일을 해줄 사람이다. 이 사람이 털끝하나 다치지 않도록 잘 보호해드려라.”

‘감시······.’

호의로 포장되었으나 강제 노역이라는 소리다. 부하 조직원들이 입을 모아 대답하자 켈빈은 그대로 자리를 비웠다.

“···.”

묘한 분위기 속에서 로페즈는 묵묵히 작업을 시작했다. 기관단총의 설계도를 프린터 패널에 상세히 입력한 후 프린터에 저장된 재료를 확인했다.

‘형상기억합금, 구리, 플라스틱, 알루미늄, 화약까지···. 규모도 작은 폭력조직이 이런 건 다 어디서 구한 거야?’

궁금해도 질문에 대답해줄 사람은 없어 보인다. 로페즈는 자신을 감시하는 시선 속에서 출력을 시작했다.

위이이이잉···

산업용 프린터가 소음을 내며 부품을 하나씩 하나씩 컨베이어 벨트 위로 뱉어냈다.

부품을 만드는 일은 프린터가 자동으로 해주지만 부품을 조립하는 것은 온전히 로페즈의 수공업에 의지했다.

장갑도 없이 금속 부품 조립을 반복한 끝에 기관단총 한 정이 완성되었다. 지켜보던 조직원들은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저마다 총기를 만져보았다.

“이 아저씨 솜씨가 좋은데?”

그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대화의 물꼬를 틀 기회다.

“제가 미처 전달받지를 못해서요···. 얼마나 많이 만들면 될까요?”

“거기 있는 재료 다 쓰면 됩니다. 만들 수 있는 만큼 만드세요.”

‘재료의 무게만 합쳐도 350킬로그램인데?’

이 짓거리를 온종일 해야 재료를 다 쓸 수 있다. 아무런 보상도, 성취감도 없이 고역에 시달릴 것이다.

“아···. 그럼 120자루 정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총알은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고···.”

“120자루?!”

양어깨를 염소 문신으로 채운 남자가 호들갑을 떨었다.

“야, 그러면 몇 개 팔아치워도 되겠다.”

“아니지. 몽땅 우리 애들한테 나눠줘서 조만간 그라이아이한테 갈겨야지.”

“아 그것도 그러네.”

‘···그라이아이. 조만간.’

쓸만한 정보가 흘러들어온다.

로페즈는 은근슬쩍 물었다.

“총을 쓸 일이 곧 생기나 보네요?”

“골칫거리들. 그 새끼들이 귀한 기술자를 죽여버렸으니까. 아니 그보다 아저씨가 죽은 기술자 대타로 온 거 아니었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라이아이가 비열하게 기술자분을 골라서 해쳤나 보군요.”

“그러니까 말이야! 싸울 줄도 모르는 우리 할아버지를 아주 난도질을 해놨더라고. 아주 그 인간말종 새끼들은 싹 다 조져버려야 해.”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봐야지. 아저씨가 힘 좀 내줘요. 총이 많이 필요해.”

“예, 물론이죠.”

단순한 반복 작업을 하고 있으니 로페즈의 머릿속으로 차근차근 정리가 되었다.

베네다. 레드샤크의 우두머리.

켈빈. 베네다의 오른팔이자 서열 2위.

칼 자이칸(Kal Gikan). 아마도 서열 3위.

그라이아이(Graieye). 레드샤크의 적대 조직. 그들이 레드샤크의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기술자를 얼마 전에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레드샤크와 그라이아이는 높은 확률로 무력 충돌을 앞두고 있다. 아마도 계기는 그라이아이가 살해했다는 레드샤크의 기술자다. 확실하다.

‘그런 상황에 내가 얻어걸린 거구나.’

그렇게 몇 시간을 작업하던 중, 간혹 몇 조직원들이 화장실이나 흡연 등으로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로페즈는 자신을 감시하는 인원수를 끊임없이 곁눈질했다.

‘감시가 느슨해졌다.’

프린터가 부품을 출력하면 그걸 조립한다. 그리고 완성된 기관단총을 상자에 담는다. 그런 작업을 몇 시간째 반복하고 있으니 지루해서 자리를 비울 만도 하다.

로페즈는 프린터에 꽂힌 메모리 카드를 뽑아냈다. 그리고 미리 가져온 메모리 칩을 은근슬쩍 프린터에 꽂았다. 메모리 칩은 기존에 트랜센던서가 들어있던 칩을 재활용한 것이며, 칩에 저장된 데이터는 어제 새벽에 직접 준비한 로보버그의 설계도였다.

부품을 만들어서 조립할 필요도 없다. 제대로 입력해서 출력만 시키면 그걸로 로보버그는 완성된다.

틱. 티티틱.

입력을 마친 후 출력을 시작했다. 가까이서 패널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면 로페즈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턱이 없다.

위이이잉···

그는 프린터의 컨베이어 벨트 앞에 미리 섰다. 자연스럽게 부품을 조립하면서, 로보버그가 완성되기만을 기다리던 그때였다.

“오셨습니까! 형님!”

“···!”

하필이면 지금 켈빈이 돌아왔다.

“일은 잘되고 있겠지?”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로페즈를 향해 걸어왔다. 아직 로보버그가 출력되지 않았다. 지금은 로보버그가 출력되기 직전의 상황이다.

“네. 계속 만들고 있어요. 저쪽 상자에 쌓아놨는데 확인해보시겠어요?”

그를 다른 쪽으로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켈빈은 계속 이쪽으로 걸어왔다.

위이잉······.

프린터가 잠잠해졌다.

내부에서 로보버그가 완성된 것이다.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구경이나 해보려고.”

로보버그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프린터 바깥으로 출력될 것이다. 앞으로 몇 초 안에.

“부품을 프린팅해서 정해진 방법으로 조립할 뿐입니다. 저기 상자에 보시면···”

“왜 자꾸 상자로 가래? 당신 일하는 거 보러 왔다니깐.”

보인다.

프린터의 배출구에서 천천히 빠져나오고 있는 조그마한 로보버그가.

“아, 이런 식으로 부품이 나오고 있는 거야? 신기하네. 내가 이 커다란 기계 구하겠다고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기억도 안 나.”

“네···. 산업용 프린터는 구하기 힘든 장비인데 고생 많으셨겠어요.”

로보버그가 나오기 직전, 로페즈는 컨베이어 벨트와 이어진 프린터의 배출구에 손을 올렸다. 자연히 켈빈의 시선이 느껴진다. 곧 나오려는 부품을 주우려는 오른손에 켈빈의 시선이 닿고 있다.

“···.”

왼손으로 아무 부품이나 집었다. 그러자 켈빈의 시선도 왼손으로 옮겨졌다.

오른손에 로보버그가 잡혔다. 그대로 손아귀를 오므렸다. 하나뿐인 눈동자만 돌려서, 왼쪽의 부품을 확인하는 척하며 켈빈의 시선 방향을 확인한다.

그는 아직 왼손을 보고 있다.

그 순간, 로보버그를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뭐야?”

“이건···”

심장이 절벽으로 떨어지는 감각. 그래도 태연하게 오른손으로 오른쪽 허벅지를 소리 나게 긁으며 대답한다.

“일종의 격발 장치가 되는 부품입니다. 이게 방아쇠 쪽에 들어가서···”

“됐어. 난 그런 거 설명해줘도 못 알아먹어. 아무튼 별 탈 없이 되고 있다는 거지?”

“아, 네.”

켈빈은 로페즈가 부품을 조립하는 모습을 잠깐 지켜보더니 이내 완성된 기관단총을 살펴보러 갔다.

***

아침에 일어나서 공장으로 가고, 공장에서 총알을 만들었다. 또 어떤 날은 베네다가 시키는 대로 유령 카드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로페즈가 마냥 이용당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그는 프린터 앞에서 슬금슬금 눈치를 봐가며 몰래 만들어낸 로보버그 다섯 기를 베네다가 있는 레드샤크의 본거지에 잠입시켜두었다.

해가 떨어지고 방에 들어와서는 트랜센던서를 학습시켰다. 한쪽만 멀쩡한 눈으로 화면을 보며 손가락을 바삐 놀렸다.

「지금까지 2289건의 공개된 기술을 학습했습니다.」

「트랜센던서 진화 프로세스 진행률: 0.72235%」

그러면서 귀로는 도청된 내용을 들었다. 레드샤크의 정보를 조금씩 알아내는 것이다.

- 그냥 그 사람도 우리 조직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 굳이?

-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형님, 이대로 계속 부려먹기만 하면 그 사람도 뭔가 수를 생각할 게 뻔합니다. 대기업 팀장이나 됐던 사람이 병신처럼 당해주기만 할 것도 아니고···.

베네다와 자이칸의 음성이었다.

이어서 켈빈의 음성이 들려온다.

- 어차피 쓰다가 버릴 거 아니냐? 이번 전쟁만 잘 끝난다면 돈이 저절로 굴러들어올 텐데.

- 켈빈. 조금만 더 멀리 보자고. 우리 조직을 위해서라면 유능한 사람을 데리고 있어야지. 저번에 그 할아버지처럼 성의 없이 대하지 말자는 거야. 무력보다 기술이 중요한 시대라고. 무조건 기술자가 최우선이야. 안 그렇습니까? 형님.

- 넌 너무 이상적이야.

아무래도 베네다는 켈빈의 편인 것 같다.

- 외부인을 본거지에 들이고 있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고는 있나?

- ···그거야···.

- 그래. 행색은 노숙자처럼 보여도 머리가 좋은 놈이라는 말이지. 내 경험에 의하면, 그런 새끼는 나중에 꼭 탈이 나더라고.

- 그러니까 저번처럼 탈 나기 전에 우대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입니다. 켈빈은 그 분한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는데, 시작부터 총이며 유령 카드며 아무렇지도 않게 찍어내는 사람입니다. 그런 인재를 이번 전쟁에서만 쓰고 버리기엔 좀···.

- 야. 형님이 부드럽게 말씀해주시는데 억지 좀 그만 부려라. 고집불통 새끼야.

- 뭐? 무슨 새끼? 매번 현장에서 나서지도 않는 겁쟁이 새끼가···. 머리도 나쁜 게 주둥이만 털면 다···

- 그래 이 새끼야. 내가 열심히 조직을 위해 총을 뽑는 동안, 너는 지금처럼 약이나 만들고 손에 피나 묻히라고. 그게 네 역할이잖아. 왜 참견질인데?

- 나도 같은 조직원이니까 그렇지, 이 씨발새···

그 순간, 욕설을 내뱉으려던 자이칸의 음성이 끊겼다. 누군가 살을 때리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 자이칸.

- 죄, 죄송합니다.

- 네 주제를 알아라. 서열이 괜히 있는 건가?

- ······죄송합니다.

- 알아들었으면 켈빈한테도 사과해.

- ···.

- 하기 싫어?

- ···미안하다. 켈빈. 내가 좀 성급했다.

- 병신···. 자기 일이나 신경 쓸 것이지.

지금 로보버그가 있는 곳의 분위기는 험악하겠지만 로페즈는 이와 대비되는 미소를 지었다.

‘대충 알겠다. 그렇다는 말이지?’

며칠간 대화를 엿듣고 있으니 세 사람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베네다는 권위적이고 자만심이 넘친다. 조직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자기 욕심이 더 큰 사람이다.

켈빈은 서열 2위이자 베네다의 오른팔로 신뢰를 받고 있다. 험한 일보다는 중요한 작업장에서 자기 부하들을 관리하는 것이 주된 역할인 모양이다.

반면에 자이칸은 평소에 마약 제조시설을 관리하다가, 중요한 현장에서 온갖 더러운 일을 도맡는 사람이다. 듣자 하니 ‘작업’이라는 것을 대부분 자이칸에게 시키는 것 같다.

일단 자이칸은 조직의 이익부터 따지는 성격이었다. 그는 아마도 자신의 권위나 욕심보다는 조직 전체의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유능한 사람이 무시당하고 있다.’

사내정치 비슷한 것이 레드샤크의 조직에서도 나타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회사와 폭력조직은 성격이 다르다.

폭력조직은 형편이 맘에 안 들면 윗사람의 등에 칼을 꽂을 수도 있는 야만적인 집단이다.

「상황 판단 알고리즘을 학습했습니다.」

「통합언어를 학습했습니다.」

「자기결정 논리를 학습했습니다.」

「이제부터 명령어가 아닌 문장으로 간단한 명령을 내리실 수 있습니다.」

> 공개된 네트워크 기술을 계속 학습해.

「알겠습니다. 관리자님.」

그래서 로페즈가 오랜만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것이다.

어쩌면, 그들의 위태로운 관계를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구상한 계획이 잘 끝난다면 자신의 위치가 역전될 것이다.

내일도 총알을 뽑으러 레드샤크의 프린터 작업장에 나가봐야 한다. 그전에 준비할 것이 있다.

> 사제폭탄의 설계도를 구성할 거야. 니트로글리세린, 디니트로톨루엔, RDX 기반의 무연화약으로. 쓸 수 있는 부품은 프린터 전용 형상기억합금, 구리, 플라스틱, 알루미늄 정도.

「...명령을 해석하는 중입니다.」

「...가장 적합한 해답을 작성했습니다.」

「이미지 파일을 열람하시겠습니까?」

로페즈는 남을 위해 베풀 정도로 선인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동안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다. 보는 눈이 없어도 도덕적으로 하지 말라는 행동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하지 않았다. 늘 올바르게, 정직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무슨 짓이라도 해주마···. 무슨 짓이든···.’

내일 이 설계도를 가지고 가서,

상황을 설계할 것이다.

< 0. Prolog. 결실을 품고 도주하다 (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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