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Prolog. 결실을 품고 도주하다 (5) >
***
“···여러분께 제안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로페즈의 말이 갑작스러웠는지, 양아치들은 좀 전의 태도를 싹 바꾸고는 귀를 기울였다.
“제안? 무슨 제안인데···요?”
“제가 제 머리를 빌려드릴 테니, 여러분은 손을 좀 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수익은 공평하게 나누겠습니다. 어떠세요?”
“그러니까···. 우리랑 어떤 사업을 해보자는 말이에요, 지금?”
‘단세포 같은 놈들.’
로페즈에겐 공공의 영역에서 벗어난 손발이 필요했다. 그리고 상식을 갖춘 평범한 시민이라면 로페즈를 수상하게 여겼으리라.
그리고 예상대로 ‘돈’에 흥미를 보였던 깡마른 양아치는 제안을 곧장 거부하지는 않았다.
이를 포착한 로페즈는 계속 밀어붙인다.
“네. 제게는 능력이 있습니다.”
양아치들은 잠시 자기들끼리 욕설을 섞으며 속닥거리더니 금방 결론을 내렸다.
“따라와요. 아무래도 이건 큰형님이랑 얘기를 해봐야겠어. 돈 문제니까.”
“감사합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
그런 흐름으로 세 양아치를 따라 장소를 바꿨다. ‘큰형님’이라는 사람을 만나러가는 길은 가면 갈수록 험악해졌다. 건물 벽에 총알 자국이 있거나 스프레이로 낙서된 폐차가 눈에 들어오는 거리였다. 상가라고 할 만한 건물은 블록마다 한 채가 있으면 많은 수준이었다. 낙후되다 못해 세상과 고립된 동네까지 들어왔다는 느낌이다.
‘···여긴 무법지대다. 정신 바짝 차리자.’
그리고 빨간색.
빨간색으로 복장을 통일한 몇 무리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필시 어느 폭력조직의 조직원들일 것이다. 그들은 양아치 셋과 약쟁이 한 명으로 보이는 무리를 노골적으로 쳐다보며, 경고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로페즈와 세 양아치가 도착한 곳은 폐쇄적인 연립주택이었다. 근처를 지키는 듯한 모양새의 빨간 무리가 득실대는 곳이다.
그 연립주택의 꼭대기, 가장 넓은 방에 이들의 우두머리가 있었다.
“나보고 그걸 믿으라고?”
“예, 형님! 정말이라니까요! 그 신분증 뒷면 좀 보세요!”
빨간 복장의 무리, 그들 모두가 서 있는 가운데 한 남자만이 가죽 소파에 앉아있다. 두꺼운 담배를 입에 문 채 로페즈의 신분증을 들여다보는 남자는 상당한 근육질 체형이며 나이는 40대 정도로 보인다.
“화이트맨스터···. 연구팀 팀장? 잠깐만, 화이트홀이라고?”
그는 그러면서 로페즈를 곁눈질했다.
“저 초라한 양반이?”
로페즈는 이쯤에서 발언하기로 한다.
“베네다 씨, 처음 뵙겠습니다. 로페즈입니다. 사업 계획은 있는데 막상 움직일 인력이 없어서 곤란하던 참에 이분들로부터 ‘레드샤크’를 소개받았습니다.”
레드샤크(Redshark)란 이 동네를 휘어잡고 있는 폭력조직의 명칭이었다. 로페즈를 끌고 온 양아치들은 조직의 말단으로 길거리 운반책이나 심부름꾼 정도고, 진짜 조직원들은 다들 이 근처에 있던 것이다. 그리고 레드샤크의 우두머리가 눈앞의 베네다(Beneda)라는 남자였다.
“이거, 우리 막내들이 황금알을 낳는 오리를 데려왔네.”
‘오리가 아니라 거위······.’
“그런데 말이야.”
로페즈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태클을 도로 집어삼켰다. 베네다가 소파 앞 낮은 탁자에 꽂혀있던 식칼을 뽑아들었기 때문이다.
그 작은 행동에 등골이 서늘했다.
“그런데, 우리 막내들이 허락도 없이 본거지에 외부인을 끌고 들어왔네? 이 씨발새끼들은 기본적인 절차도 몰라. 안 그러냐? 켈빈.”
소파의 바로 뒤에서 뒷짐 지고 있던 젊은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상당히 중대한 실수를 범한 것 같네요.”
베네다는 천천히 일어섰다. 덩치 탓인지 살벌한 분위기 탓인지 베네다가 일어서는 모든 과정이 여러 단계로 나뉘어 보였다.
양아치 셋은 로페즈의 코앞에서 벌벌 떨었다. 그리고 식칼을 든 베네다가 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자,
“죄···! 죄송합니다! 형님!”
셋은 무릎을 꿇었다.
그러는 바람에 멀뚱멀뚱 서 있던 로페즈의 시선이 베네다와 정면으로 교차했다.
또다시 목숨에 위기를 느낀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대며 전신이 질병에라도 노출된 것처럼 식은땀을 흘려댔다.
“······.”
베네다는 겁에 질린 로페즈와 시선을 마주하며 눈으로 웃었다.
“죄송합니다! 외부인이지만 우리 식구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해서 허락도 없이 데려왔습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겠습니다!”
“이 새끼들이, 난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매듭지으려고 하네. 자이칸, 이것들 어떻게 교육하지?”
그러자 이번에는 소파 옆에서 뒷짐 지고 있던 또 다른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꼴을 보십시오. 역시 골목 양아치들은 제대로 대우해주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촤아악!!!
눈앞에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가장 왼쪽에 무릎 꿇고 있던 양아치가 쓰러진 것이다. 베네다의 식칼에는 피가 흥건하게 묻어있고,
“커···. 커걱···. 그윽···.”
쓰러진 양아치는 목에서 피를 쏟아내며 떨고 있다.
“한 번만···. 요, 용서해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혀, 형님! 제발···!”
촤악!
또 한 사람이 쓰러진다.
로페즈의 동공이 흔들렸다.
죽어가는 사람 앞에 지난 기억들이 떠오른다. 뇌리에 각인된 공포라는 감각이 다시금 신경을 얼어붙게 한다.
촤악!
또 한 사람이 쓰러진다.
더는 이런 것을 보고 싶지 않다. 사람이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벗어나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
시체 세 구.
피 웅덩이.
온기를 잃어가는 사람 같은 살덩이가.
조금 전까지 살아있던 것들이.
정신을 마모시키고 인식을 휘어잡는다.
몇 번을 다시 보아도 비현실적이다.
“잔챙이들은 죽여도 감흥이 없어, 감흥이.”
베네다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시체의 귓구멍에 짓눌러 껐다. 그리고 다시 소파로 돌아가 앉더니, 제자리에 경직된 로페즈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방금 세 사람을 죽여놓고선 오라고 하는 태연한 얼굴에 소름이 끼친다.
로페즈는 쭈뼛거리며 피 웅덩이를 밟고는 베네다의 앞에 섰다.
‘자기가 위라는 걸 보여주려는 퍼포먼스다. 겁먹지 마. 날 위협해서, 언제든 나도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고로 우위를 점하려는··· 그러니까 폭력을 이용한 일종의··· 그런 거니까···.’
“로페즈라고 했나?”
“마, 맞습니다.”
“가상화폐 세탁, 마약제조, 마약운반, 무기제조, 사기, 유령 카드 양산, 살인청부, 사채, 매춘, 잡다한 심부름이나 뭐 이런 것들 있잖아?”
듣기만 해도 경찰병력이 들이닥칠 것 같은 범죄의 나열이다. 좀비 컴퓨터로 다른 사람의 컴퓨터 자원이나 가상화폐를 훔치는 것 정도는 차라리 귀여운 수준이었다. 로페즈는 고작 그런 것으로 ‘자신이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네.”
“대답은 빠르게 하고.”
“네.”
“내가 말한 것들 중에 넌 뭘 할 수 있지? 네 전문이 뭐야?”
‘이게 아닌데···.’
상황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건 너무 본격적이다. 그리고 전혀 대등하지 않은 일이다. 동업이 아니라 명령인 것 같다. 사실상 폭력을 내세운 협박이다.
“뭐라도 시켜만 주신다면···.”
살려만 주신다면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사람이 눈앞에서 셋이나 죽었다. 로페즈는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려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그럼 다 할 수 있다는 말이야? 사람은 죽여봤어? 아, 하긴 대기업에서 일했으니 뭐라고 못하겠나. 그렇지?”
“아, 아니요. 살인은···. 사람 죽이는 건 경험이 없습니다.”
베네다의 눈빛에 살기가 어렸다. 로페즈는 심장의 위쪽에 있던 혈류가 순간적으로 압축된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대신···! 대신 다른 것들, 그러니까, 머리 쓰는 일이나 컴퓨터로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평소 본인이 가지고 있던 능력과 트랜센던서의 활용성까지 고려해보면 기술적으로 못할 일이 없다.
이에 베네다는 자기 부하에게 손짓하더니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다. 로페즈는 그런 베네다의 앞에서 겁에 질린 사냥감처럼 미동도 없이 굳었다.
곧 어느 조직원이 작은 슈트케이스를 베네다의 앞, 책상 위에 올렸다.
“마침 좋은 물건을 얻었는데 이걸 열어볼 사람이 없더라고.”
“네?”
“이걸 열어줄 사람이 뒈져버렸거든. 그라이아이 새끼들한테.”
‘그라이아이···. 경쟁 조직인가?’
베네다가 슈트케이스를 열어 보여준 물건은 수북하게 쌓인 메모리 카드였다.
“좀 봐봐.”
로페즈는 단종된 모델의 메모리 카드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런다고 맨눈으로 뭘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근데 너, 진짜 화이트홀에서 일하던 사람 맞냐?”
“화이트맨스터입니다. 화이트홀 그룹의 계열사로···”
“신분증으로 뻥카치는 거 아니야?”
로페즈는 깨달았다.
지금 자신이 이 장소에서 살아있을 수 있는 이유는, 대기업의 구성원이었다는 사실이 자신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구골에 화이트맨스터 설립이라고 검색하셔서 가장 상단에 뜨는 기사 사진을 보시겠어요?”
베네다는 거만하게 앉은 채 자기 뒤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의 심복으로 보이는 조직원이 잽싸게 휴대전화를 두드리고는 베네다에게 넘겼다.
“오···.”
기사에는 화이트맨스터가 처음 설립되었을 당시 촬영된 단체사진이 있었다. 그 사진에 나온 사람들 중 가장 앞줄에는 딱 보기에도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사람들 사이에 로페즈 또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그럴듯하네. 믿어주지.”
“감사합니다.”
무엇이 감사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거기 저장된 것들은 아주 중요한 거야. 암호화된 데이터를 내일 아침까지 해독해와.”
“어떤 데이터가 저장된 건가요?”
“묻지 말고 그냥 해와.”
“···.”
이 일을 하면 어떤 이득이 있다는 말인가. 정당하게 일하고 돈을 받을 권리는 지금의 로페즈에게 없어 보인다.
“로페즈. 네 출신, 이름, 얼굴. 다 알고 있어. 도망칠 생각은 하지도 말고 제대로 해독해와. 안 그러면 죽여버린다.”
평소에 사람들이 무심코 내뱉는 죽여버린다는 말은 이곳에서 무게감을 담고 있었다. 죽이겠다는 말은 진심이다. 평탄한 어조에 별다른 감정도 없는 얼굴이지만, 그래서 더 실감이 난다. 베네다라면 정말로 죽일 것이다.
아무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지금, 로페즈는 자신부터 지켜야 했다. 그리고 혹시 아는가. 이 일을 잘 해결했을 때 어떤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게 될지.
일단 이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선택권이 없다.
“집까지 모셔드려라. 귀하신 분 다칠라.”
현재 살고 있는 집 주소까지 그에게 노출될 예정이다.
베네다는 흡족하게 웃었고,
로페즈는 억지로 웃어 보였다.
***
다시 비좁은 방이다. 노숙자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인생이다.
로페즈는 슈트케이스를 컴퓨터 옆에 내려놓고 모니터부터 켰다.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감염된 컴퓨터: 68」
「무차별 연산으로 채굴한 가상화폐: 12.~」
「가치 총합: 31220.655」
반올림해서 대략 3만 크레트를 벌었다.
‘좀비 컴퓨터가 많아질수록 수익은 배로 증가하겠지.’
> cls
「모든 작업을 중단합니다.」
‘하지만 좀비 컴퓨터가 많아질수록 꼬리를 밟힐 위험성도 배로 증가한다.’
이 방은 3만 크레트의 월세를 필요로 한다. 이미 다음 달 방세를 하룻밤 만에 벌어들인 셈이니 이쯤에서 발을 빼는 것이 안전하다.
로페즈는 손가락을 바삐 놀렸다. 좀비 컴퓨터들의 프로세스에 심어두었던 바이러스를 자동으로 삭제하고, 남겨진 로그에는 더미를 씌워서 혹여나 있을 수 있는 추적에 대비한다. 누군가 밟을 꼬리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가상화폐를 전부 매도하고 3만 1220크레트를 익명의 전자지갑에 담았다. 유령 카드를 컴퓨터에 연동시켜 전자지갑에 담긴 금액을 옮겼다. 가상화폐 매도에 사용했던 익명의 계정은 곧바로 탈퇴시켰다.
「오프라인 카드 내역」
「2만 1200크레트」
「+ 3만 1220크레트」
「잔액: 5만 2420크레트」
로페즈는 자기 손에 들어온 금액을 보면서도 기뻐하지 못했다. 그가 화이트홀에서 일했을 시절 벌어들였던 금액에 비하면, 그의 계좌에 담긴 금액에 비하면, 너무나 푼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돈은 당장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돈이다.
그는 이어서 베네다가 넘긴 일을 처리하기 위해 트랜센던서를 학습시켰다.
「학습을 위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암호화 정책을 학습했습니다.」
「암호화 기술을 학습했습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학습했습니다.」
「420건의 공개된 해시 함수를 학습했습니다.」
「11건의 공개된 디지털 포렌식 절차를 학습했습니다.」
「15건의 공개된 프로그래밍 언어를 학습했습니다.」
어느덧 해가 떨어지고 새벽이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트랜센던서의 ‘네트워크 활보’ 기능을 허용해서 무차별적으로 학습하게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이 컴퓨터가 그럴 성능도 아니고 애초에 인터넷의 시스템을 그렇게 누빌 수 있는 능력이 지금의 트랜센던서에겐 없다. 따라서 로페즈는 트랜센던서가 필요로 하는 모든 데이터를 일일이 지정해줘야 했다.
그렇게 컴퓨터 앞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트랜센던서의 선생님이 되었다.
오전 5시.
로페즈는 아무런 맛도 없는 칼로리 공급팩을 짜 먹으며 의자에 늘어졌다.
「해독 완료.」
본체에 꽂았던 마지막 메모리 카드를 뽑아냈다.
‘해독해달라는 데이터가 이거였구나.’
베네다가 무턱대고 떠맡긴 암호화 데이터들을 모조리 해독했다.
그것은 베네다가 얻고자 하는 ‘무기’였다.
각 메모리 카드는 하나의 부품을 설명하는 설계도였다. 그런 메모리 카드가 21개였다.
메모리 카드 3개는 9㎜ 총탄의 설계도였으며, 나머지 메모리 카드 17개는 기관단총의 설계도였다.
총기의 설계도는 인터넷에 공개되지 않는다. 가정에서도 복합 프린터가 상용화된 오늘날이기 때문이다.
아마 베네다는 인터넷의 중범죄 영역인 다크웹에서 무기밀매 사이트를 찾았으리라.
그리고 화성은 개인의 총기소지를 금지하는 행성이다.
따라서 칼이나 둔기로 싸우는 조직 간의 무력다툼에 양산된 총기가 있다면 전세가 크게 기울 것이다.
‘내가 이걸 베네다에게 넘기면······.’
베네다의 조직, 레드샤크는 엄청난 무력을 얻게 된다.
- 이놈! 총 맞고 싶어?
허름한 가게의 노인이 툭하면 입에 올렸던 위협의 단어. 그것은 ‘총’이었다.
‘이곳에서 총기는 절대적인 무력을 상징한다.’
그리고 베네다는 총기의 설계도만 있다면 총을 만들 능력이 있다는 해석도 된다. 총기의 재료, 총기를 만들 프린터도 레드샤크에 있다는 것이다.
- 이걸 열어줄 사람이 뒈져버렸거든. 그라이아이 새끼들한테.
그라이아이가 레드샤크의 경쟁 조직이라면.
베네다가 전쟁이라도 하려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 설계도를 해독한 자신의 행동이, 결과적으로 이 지역에 피바람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건 아닐까.
‘정보가 더 필요해.’
베네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베네다는 이런 일을 명령해올 것이다.
계속 그렇게 끌려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폭력조직을 이용하면 이용했지, 자신보다 한참 수준 낮은 인간에게 이용당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필요한 건 정보다.
인터넷이 아니라, 현실의 사람들이 가진 정보를 현실에서 수집하기 위해선 눈과 귀가 필요하다.
‘······도청기.’
도청기를 구할 것이다. 아니, 만들 것이다.
일반적인 도청기로는 안 된다. 그런 작은 기기들을 베네다의 근처에 설치하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하고 어렵다.
스스로 가서 스스로 설치되고 스스로 도청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크기가 작고, 소음이 없고, 기민하게 인간의 눈길을 피할 수 있는 움직이는 물체가···.
‘로보버그. 이걸로 하자.’
로페즈는 모니터에 로보버그의 사진을 띄웠다. 로보버그는 주로 군대나 특수부대에서 운용되는 첩보병기로 작은 곤충의 모양을 하고선 비행할 수 있는 초소형 드론이다.
당연히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다.
인터넷에 설계도가 공개된 것도 아니다.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만들어야 한다.
‘우선은 프린터가 필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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