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마법사 - 181회
-‘기억이 들려주는 이야기’ 전의 주인공 이강수 화가 인터뷰
-117억 원의 사나이, 이강수는 누구인가?
-혜성처럼 빛나는 신인화가, 이강수
-올해 세 번의 개인전에서 215점의 작품을 전부 팔아치운 화가가 신인?
-이강수 그림의 마력을 해부한다
-이강수 화가의 다음 목표는 크리스티 홍콩 경매!
강수의 세 번째 개인전은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인터넷과 SNS상에서 엄청난 화제를 뿌렸다. 21일 이강수의 개인전이 폐막했고, ‘기억이 들려주는 이야기’ 전과 매출액, 그림에 관한 기사가 인터넷 매체에서 쏟아졌다. 기사뿐만 아니라 네티즌도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강수 개인전 인증샷을 올리며 홍보대열에 합류했다.
-크리스티 홍콩경매 준비하는 이강수, 새로운 신화 쓸까?
<이강수 화가의 세 번째 개인전 ‘기억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21일 끝났다. 이강수 개인전은 연일 수많은 관람객을 동원하며 인기를 끌었는데 주최 측은 2주의 전시 동안 갤러리를 찾은 관람객 수가 약 15,000명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개인전 역사상 가장 많은 관람객을 동원한 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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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희망을 던져라’ 단체전과 세 번의 개인전을 통해 거대한 성공을 거둔 이강수는 내년에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내년 봄 홍콩 바젤 아트페어 기간에 열리는 크리스티 홍콩경매에 ‘눈물’, ‘카카오나무의 요정들’, ‘커피 열매 따는 소녀’ 등 세 작품을 출품할 예정이다.
홍콩은 이강수에게 성공의 키를 선사한 행운의 도시다.
이강수는 와이옥션 홍콩경매를 통해 ‘졸업반 아이들’이 7억에 낙찰되며 단숨에 스타작가로 부상했다. 내년 봄 세계적인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개최하는 홍콩 경매에서 세 작품이 얼마에 낙찰될지 지켜보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만약 출품한 세 작품이 ‘졸업반 아이들’의 낙찰가에 미치지 못하면 수직 상승해 온 이강수 그림값은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 9월에는 세계 미술의 심장부 뉴욕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이룬 성공을 발판으로 세계 미술 시장에서도 인기를 이어갈지 아니면 세계 예술가들이 운집해 있는 뉴욕 미술의 높은 벽에 가로막힐지 귀추가 주목된다. 내년은 이강수에게 운명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이강수의 행보를 지켜보자.>
탑뉴스 손예연 기자
-magsa77: 캬~ 22년은 이강수에게 천국과 지옥으로 갈리는 운명의 한 해가 되는 건가? 괜히 내가 흥분되네.
-bodykil: 키키. 이강수가 세계에서 놀려고 하네? 이강수 그림이 과연 세계에서도 먹힐까?
┗pokerface: 이강수 그림은 세계에서도 통할 것으로 본다. 무명이었을 때 이미 홍콩 경매에서 인정받았으니까.
┗soda808: 내년 봄에 열리는 크리스티 홍콩경매가 관건일 듯. 내년 경매에서 죽 쑤면 뉴욕 진출은 오히려 독배가 된다. 홍콩 경매에서 실패하면 뉴욕은 접는 것이 낫다.
┗coma: 경매에서 실패한다고 뉴욕 전시를 접냐? 이강수가 세계적인 작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실패를 두려워할 것 없이 뉴욕에 진출해야 한다. 뉴욕에서 인정받아야 그림 한 점에 수십, 수백억씩 하는 진정한 대가가 될 테니까.
┗석준: 크하하. 듣보잡 화가가 어느새 대가? 황당해서 웃음밖에 안 나오네.
┗세모의꿈: 헐, 중국은 묻지마 투자로 띄워줄 자본이라도 있지. 우리나라 출신 화가는 불가함.
┗mumohan: 그림 한 점에 수십억, 수백억 하려면 수십 년 동안 작품 활동하면서 작품의 가치를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강수는 고작 작년에 미술계에 진출한 화가인데 무슨 수십억을 논하냐? 나가도 너무 앞서 나갔다.
-봉추: 이강수 그림을 원화로 보면 마치 인간계를 초월한 듯이 신비하다. 그의 그림은 일반적인 잣대로 평가할 작품이 아니다. 마치 모차르트가 천부적으로 음의 본질을 알고 있듯이 이강수는 그림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볼 때 이강수는 언젠가 세계적인 작가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고모라: 이강수 그림이 그렇게 극찬할 정도입니까? 이강수 전시회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는데 원화를 한번 보고 싶네요.
┗봉추: 이강수 그림을 볼 수 있는 곳은 두 군데 있음. 성수동 카페 ‘빈이네 이야기’에 가면 핑크티티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고, 다른 한 곳은 강남 퍼스트타워 로비. 특히 퍼스트타워에 있는 ‘향유고래의 꿈’은 800호짜리 대작인데 신이 내린 걸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음.
┗고모라: 아, 감사합니다. 정말 인간계를 초월한 그림인지 가서 보겠습니다.
-강안man: 아, 딴 거 다 필요 없고 개인전만 열면 돈벼락 맞는 이강수가 너무 부럽다. 1년에 얼마를 번 거냐? 돌겠네.
┗haljjag: 크, 격하게 동감한다.
이강수를 취재한 기사와 각종 글에는 댓글이 달렸는데, 댓글에는 이강수 그림값에 대해 여전히 거품이라는 주장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전시 작품이 완판한 팩트 앞에서 동조하는 네티즌이 거의 없었고, 거품이라는 주장은 이강수의 성공을 시기, 질투하는 사람의 공허한 외침으로 치부되었다.
특히 내년부터 해외 진출을 모색한다는 소식은 새로운 이슈가 되었고, 네티즌은 해외 진출의 성공과 실패에 관해 갑론을박 댓글 전쟁을 벌였다. 그런 속에서 내년 봄 홍콩에서 개최하는 크리스티 경매의 결과가 뉴욕 진출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대체로 결론 내렸다. 이제 네티즌과 갤러리스트, 이강수 작품을 소장한 컬렉터 등 많은 사람의 관심은 3개월 뒤로 다가온 크리스티 홍콩경매로 모아졌다.
*
후끈한 열기가 방안에 가득했다.
퍽퍽퍽!
이재순 위에서 격렬하게 피스톤 운동하던 박진수가 한순간 부르르 몸을 떨더니 이재순을 으스러지라 껴안았다. 이재순과 박진수가 가쁜 숨을 내쉬며 서로 부둥켜안았다.
땀에 젖어 매끈매끈한 아내의 상체를 껴안은 박진수는 아내가 오르가즘에 오른 것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정신적인 승리감에 젖어 있었다.
‘이게 얼마 만이지?’
아내를 만족시켜준 지 얼마 만인지 기억조차 없다. 아마 5년도 넘을 것이다.
그동안 먹고 살기 바쁘기도 했지만, 허리에 문제가 생기고 발기력이 약해지면서 아내와 잠자리를 점차 멀리했었다. 그 모든 죄책감과 미안함을 오늘에서야 약간 덜어낼 수 있었다.
‘이게 다 이강수 때문이군.’
이강수를 떠올리면 그저 놀랍고 경탄스러울 뿐이었다.
‘지압으로 허리를 고친다고 했지만 믿지 않았는데 정말로 치료했어?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기치료사 같긴 한데 말이지.’
이강수가 지압한다고 했지만, 박진수가 판단하기에는 기치료사라고 하는 것이 타당했다. 지압 받을 때 느꼈지만 어느 순간 이강수의 손에서 서늘한 기운이 척추로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박진수는 그 기운을 기라고 판단했다. 생명 에너지가 소진된다는 말이나 기가 빠져나간다는 말이나 단어만 다를 뿐 결국 같은 말이나 다름없었다.
이강수가 기치료사라고 하지 않고 지압사라고 한 이유는 의료행위와 관련 있을 것 같았다.
촉촉하게 물기 머금은 이재순의 목소리에 박진수는 상념에서 깼다.
“당신 오늘따라 한창때처럼 기운이 넘치네요? 허리가 좋아진 거예요?”
“응? 하하. 그러게? 힘이 넘치네. 마치 쌩쌩했던 20대 허리로 돌아간 것 같은데?”
“20대 때 허리로요? 어머, 허리가 완전히 나은 거예요?”
“지금 기분은 무슨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소. 아마 완전히 나은 것 같소.”
“어떻게 지압으로 허리를 고칠 수 있는 거예요? 정말 신기하다.”
“나도 내가 겪지 않았으면 허튼소리라고 했을 거요.”
“경화 씨 말이 진짠가 봐요. 괴사한 자기 아빠 뇌세포가 신기하게 재생됐다길래 당신도 그냥 지압 한 번 받는 셈치고 해보라고 한 건데 정말 허리가 나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이강수라는 사람, 보통 사람이 아닌가 봐요.”
“내가 생각하기에도 단순한 지압사가 아니라 기를 이용하는 기치료사 같아요. 우리한테 지압사라고 한 건 섣부르게 치료행위 하면 법망에 걸릴 여지가 있으니까 지압사라고 한 것 같고.”
“아, 그럴 수도 있겠어요. 한데 여보. 허리가 좋아진 게 확실하면 21억 기부하기로 했잖아요. 그 생각은 변함없나요?”
“치료 결과를 보고 기부할지 말지 결정한다고 했는데 허리가 좋아진 건 확실해요. 그건 당신도 느끼지 않았소?”
“아이, 이이가. 그런 소리 하면 창피하잖아요.”
“하하. 뭐가 부끄럽단 말이오.”
이재순이 눈을 흘기더니 약간 정색해서 말했다.
“여보, 지금은 당신 허리가 좋아진 것 같긴 하지만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아요? 게다가 허리 좀 지압해 주고 21억이나 기부하라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수긍할 수 없어요. 적당히 기부하면 안 돼요?”
“응? 으음.”
박진수가 짧은 신음을 냈다. 아내의 반대를 예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막상 아내가 기부를 반대하자 난감했다. 박진수가 침대에서 일어났고, 이재순도 일어나 뽀얀 피부를 속옷으로 감췄다. 박진수가 부탁하듯 말했다.
“구두지만 기부하겠다고 약속했으니 기부해야 하지 않겠소? 당신이 넓은 아량으로 넘어가면 좋을 것 같소.”
이재순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불만이 묻어났다.
“21억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당신은 이강수란 청년이 터무니없이 과한 돈을 요구한다는 생각 안 들어요?”
박진수는 똑같은 말을 반복하기 싫었지만, 다시 얘기했다.
“21억 원은 ‘희망나무’라는 복지재단에 들어가지 않소? 이강수에겐 한 푼도 돌아가지 않아요. 내가 21억을 기부하려는 결정적인 이유도 이강수가 한 푼도 챙기지 않고 전부 희망나무에 기부하라고 했기 때문이오. 무슨 말인지 알겠소?”
“모르겠어요. 당신은 사람을 찰떡처럼 믿을지 몰라도 난 사람을 믿지 않아요. 복지재단 운영한다는 족속들 보면 사리사욕 채우기 바쁘지 시설을 올바로 운영하는 양심 있는 인간이 얼마나 있어요? 그런 더러운 작자들 뱃속을 귀한 우리 돈으로 불려줄 수는 없어요. 그래도 기부한다고 했으니까 기부는 3억 정도만 하세요. 3억도 적은 돈이 아니잖아요.”
박진수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아내의 고집을 잘 안다. 뭔가 결정을 내리면 웬만해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아내는 21억을 기부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불가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길게 얘기해봐야 입만 아프고 머리만 골치다.
박진수는 일단 아내를 설득해 보았다.
“여보, 내가 알아보니 희망나무를 설립한 양진태 교수는 자원봉사활동 하는 데 걸림돌이 될까 봐 결혼도 하지 않고 수십 년 동안 어려운 사람을 도와 봉사해온 사람이오. 게다가 버려진 아이를 열 명이 넘게 양자로 입양해서 훌륭하게 키우기도 했소. 요즘 세상에 남을 위해 자기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소? 모르긴 해도 손가락으로 꼽을 거요. 그런 사람이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이기 때문에 나도 기꺼이 기부할 마음이 생긴 것이오. 그러니까 당신도 이번은 그냥 넘어갑시다.”
미간을 찡그린 이재순이 한숨을 내쉬었다.
“휴- 복지시설 운영한답시고 하면서 아동을 억압하고, 지원금은 횡령하고, 독재자처럼 군림하는 쓰레기는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겠어요. 그러면 우선 5억만 기부하세요. 나중에 허리 상태 보고 또 기부할 수 있으니까요.”
“음....”
한두 달 뒤에 치료 효과가 사라져서 원래대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허리 상태를 보고 나머지를 기부하자는 아내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단지 아내는 나중에 기부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지금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제안일 뿐이다. 아내는 나중에 기부할 생각이 전혀 없을 테니까. 그나마 기부금이 3억에서 5억으로 늘어난 것은 아내가 상당히 양보한 셈이었다.
아내의 말이 분명히 일리 있었지만, 박진수는 다섯 번의 지압을 받은 후 허리가 완전히 나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지압 받을 때마다 달라지는 허리의 변화를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에게 허리가 완전히 나았다고 말해봐야 믿지 않을 것이다.
아내와 말다툼하기 싫은 박진수가 고개를 끄떡이며 이재순의 의견을 따랐다.
“당신 말이 일리 있는 것 같군. 그럼 5억을 기부하고, 허리 상태를 지켜보다 완전히 낫지 않으면 나머지는 기부하지 맙시다.”
박진수가 자기 의견에 따르자 이재순이 얼른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애교스럽게 대답했다.
“호호, 그렇게 해요. 정말 허리가 완전히 나은 건지 궁금하네요.”
아내에게 5억을 기부하겠다고 말했지만, 박진수는 이강수와 한 약속대로 21억 전부 기부할 마음을 먹고 있었다. 아내가 21억 기부 사실을 알게 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겠지만, 그때는 아내 말대로 허리가 완전히 나아서 나머지도 기부했다고 할 것이다.
‘시간 내서 희망나무라는 복지법인 찾아가야겠군.’
매끈하고 부드러운 살결을 마음껏 쓰다듬으며 박진수는 아내를 껴안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
며칠 뒤.
기부에 관한 서류를 전부 준비한 박진수가 선약한 시간에 맞게 연희동 외곽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희망나무’ 사무실을 찾아갔다.
사무실은 길가에 있는 7층짜리 건물의 5층에 자리해 있었다. 사무실 넓이는 20평 정도였고 새로 오픈한 사무실답게 실내는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일견하기에도 사무용 가구는 저렴한 일반 사무 가구여서 서민적인 소박한 분위기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