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 그리는 마법사-176화 (176/197)

그림 그리는 마법사 - 17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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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목요일.

낙엽 진 북한산은 헐벗은 나목들이 스치는 겨울바람에 파르르 흔들리고 있었다. 멀리 인수봉. 백운대가 파란 겨울 하늘을 이고 가깝게 다가섰다.

개인전 준비로 마나회로 수련할 시간도 없이 바빴던 강수는 미뤄놨던 숙제를 하는 심정으로 며칠 만에 마나회로를 수련했다. 마법 쓸 일이 없어서 마나하트에는 마나가 가득 차 있었다. 마나회로 수련을 마치면 항상 느끼지만, 심신이 날아갈 듯이 가볍고 상쾌해진다. 비록 3서클 마나하트에 불과했지만 마나하트에 마나가 가득 차면 세상이 마치 발아래 놓인 것처럼 정신과 기분이 고양되었다.

깊게 심호흡하며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강수는 배낭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매너모드를 해제했다. 배낭을 멘 강수는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비탈길을 내려갔다.

산에서 내려온 강수는 인사동 선암갤러리에 가지 않고 돈암동 작업실로 차를 몰랐다. 이틀 동안 전시장을 지키며 지인과 많은 손님을 맞아 접대했고, 인사를 나눴다. 만나야 할 손님은 대부분 인사했기에 오늘은 작업한다고 장영봉에게 미리 얘기해 두었다. 오늘부터 안범진과 송다린이 완성해 놓은 ‘카카오나무의 요정들’을 자기의 뇌리에 형상화된 이미지로 수정할 계획이었다.

일성빌딩 작업실에 도착한 강수는 고원철과 서혁중의 인사를 받고 곧바로 옷을 갈아입은 후 ‘카카오나무의 요정들’이 놓인 이젤 앞에 섰다.

안범진과 송다린이 고생한 것을 옆에서 지켜본 강수는 두 후배에게 보너스를 따로 챙겨주었다.

‘다린이는 보기보다 엉뚱하고 고집도 세단 말이야.’

송다린에게 보너스가 든 봉투 건넬 때를 떠올리면 헛웃음이 나왔다. 저번 주 토요일, 송다린에게 보너스 주었을 때 송다린은 보너스 대신 다른 것을 원했다.

‘정말 대책 없는 녀석이라니까.’

송다린이 원한 보너스는 단 한 번의 입맞춤이었다. 장난인 줄 알았지만 송다린은 봉투를 끝내 거부하고, 입맞춤으로 받겠다며 보너스를 유예했다. 강수는 물론 송다린이 원한 보너스를 거부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강수는 캔버스로 시선을 주었다. 두 후배가 사진을 보고 그대로 그려놓은 ‘카카오나무의 요정들’을 자기가 원하는 이미지로 바꾸려면 적지 않은 덧칠이 필요했다. 가장 많이 손봐야 할 부분은 카카오나무 사이에 있는 요정 같은 아이들이다.

나무 뒤에 숨어서 고개를 내민 아이, 나무를 타는 아이, 나뭇잎 위에 누워있는 아이, 나뭇잎에서 태어나는 아이, 카카오 열매처럼 매달려 있는 아이, 나무와 합쳐지는 아이 등 카카오나무 사이사이에 있는 7명 아이의 질감, 명암, 양감을 손봐야 단색조의 깊은 색채와 어우러져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살아나고, 그림은 보는 이를 환상의 세계로 이끌 것이다.

‘작업하자.’

강수는 아크릴 물감이 잘 마르지 않는 밀폐형 팔레트에 번트 엄버, 번트 시엔나, 로우 엄버, 티타늄 화이트, 블랙 등 사용할 물감을 적당량 덜었다.

붓에 물감을 묻힌 강수가 캔버스에 새로운 색깔을 입히기 시작했다.

강수의 팔 움직임이 조금씩 빨라졌다. 잠시 후 강수의 팔이 2배속 비디오 영상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카카오나무 뒤에 숨은 아이 얼굴에 질감과 명암의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향노루 스케치 작업을 끝낸 서혁중이 의자에서 일어나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옆 작업실로 다가갔다. 작업실로 들어가지 않고 책장 옆에서 기웃거렸다.

서혁중은 작업에 몰두해 있는 강수를 보고 입맛을 다셨다.

‘쩝, 한번 작업하면 아주 끝장을 본다니까. 거의 네 시간 동안 꼼짝하질 않네.’

뒤돌아 돌아가려는데 강수의 목소리가 서혁중의 걸음을 붙잡았다.

“혁중아, 볼 일 있냐?”

강수의 목소리에 반색한 서혁중이 재빨리 강수 앞으로 걸어갔다.

“어, 선배님, 이제 쉴 겁니까?”

“그래. 스트레칭하고 좀 쉬어야지. 할 말이 뭐냐?”

“사향노루 스케치 작업 끝냈거든요. 편집기획팀에서는 오케이 사인 떨어졌고요.”

“나만 검토하면 되겠군.”

서혁중이 실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헤헤. 그렇죠, 뭐. 지금까지 작업했는데 쉬었다 천천히 해줘도 됩니다.”

“잠깐 스트레칭하고 검토하자.”

강수는 몇 가지 동작으로 어깨와 허리, 뭉친 근육을 푼 후 책상에 앉았고, 기다리고 있던 서혁중이 스케치한 그림을 강수에게 주었다.

서혁중이 준 스케치는 동화까지 배치한 완성작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자기가 컨펌 하면 바로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강수는 스케치의 빈 곳에 배치한 이야기를 읽고, 서혁중이 스케치한 그림을 머릿속에서 형상화하며 검토했다. 마지막 한 장까지 머릿속에서 형상화 작업을 해본 강수는 절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자기가 형상화한 그림과 다른 곳이라고 해봐야 고작 열 군데에 불과했다.

‘이 정도면 굳이 수정할 필요가 없을지도.’

작품의 최종 단계에서 검토만 하고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강수는 두 후배와 편집기획팀에게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가 원하고 두 후배가 동의해서 하는 일이지만, 실제로 자기는 거의 하는 일 없이 25%의 인세를 챙긴다.

비록 공동 저자 이름값이긴 했지만, 그래도 25% 인세는 너무 과했고 내키지 않았다.

계약했으니 자기 이름 빼달라고 말하기 곤란한 일이었다. 강수는 계약서에 별도 항목을 추가해서 후배에게 8%, 편집기획팀에 8%씩 나눠주고 자기는 9%만 받기로 내심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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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수의 세 번째 개인전은 여러 인터넷 매체에서 기사로 내보냈다. 무엇보다 예사롭지 않은 그림 가격이 이슈로 떠올랐고, 핑크티티의 선암갤러리 방문도 인터넷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올해만 개인전 세 번 열며 혼자 질주하는 이강수

-핑크티티 인사동 회화 전시회에 깜짝 등장

<핑크티티 다섯 멤버가 인사동에 나들이했다. 새 앨범 발표 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핑크티티가 금일 오후 5시경 회화 전시가 열리고 있는 인사동 선암갤러리에 편안한 일상복 차림으로 들어섰다. 선암갤러리에서는 이강수 화가의 세 번째 개인전 ‘기억이 들려주는 이야기’ 전이 열리고 있다.

핑크티티 다섯 멤버는 팬과 기자의 눈을 피해 인사동에 홀연히 나타났으며 비교적 조용하게 이강수 화가와 함께 작품을 감상했다. 우연히 핑크티티를 만난 기자는 핑크티티와 이강수에게 인터뷰 요청했고, 몇 가지 질문에 답변 받을 수 있었다. 아래는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질문: 이강수 씨는 핑크티티가 무명 시절 핑크티티의 초상화를 그렸다. 서로 아는 사이였습니까?

이강수: 모르는 사이인데 우연한 인연으로 친분을 맺게 됐습니다.

질문: 우연한 인연을 얘기해 줄 수 있나요?

이강수: 물론이죠. 제가 무명 때 어떤 여성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연습 삼아 세나 씨를 그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성 두 분이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내 작업실을 방문했죠. 두 여성 가운데 한 분이 세나 씨의 사촌 언니인데 연습 삼아 그려 놓은 세나 씨 초상화를 보고 핑크티티 팬카페에 게시했습니다. 세나 초상화가 팬카페에서 널리 알려졌고, 덕분에 다른 멤버의 초상화도 그리게 되었습니다. 핑크티티와 인연은 그렇게 맺게 됐습니다.

옆에 있던 진하 씨가 초상화가 있는 곳의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진하: 성수동 ‘빈이네 이야기’ 카페에 우리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어요. 아직도 못 본 사람 있으면 당장 가서 구경하셔야 해요. 정말 아름다운 초상화거든요, 히히(개구쟁이 웃음)

질문: 그때 핑크티티 초상화는 티셔츠와 사은품 디자인에 사용되었습니다. 한데 핑크티티 초상화가 왜 ‘빈이네 이야기’라는 카페에 전시되어 있나요?

이강수: 핑크티티 초상화는 아는 형님이 카페 오픈했을 때 대여해 주었습니다. 몇 달 전 그 형님이 핑크티티 초상화를 카페에 계속 전시하고자 구매하고 싶다고 해서 판매했습니다.

질문: 핑크티티 초상화를 판매했군요! 얼마 전 ‘DNA 남녀’가 온라인 경매에서 약 3억 2천만 원에 팔렸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핑크티티 초상화는 ‘DNA 남녀’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진 그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얼마에 매매했는지 알려줄 수 있습니까?

이강수(웃으며): 그림 구매하신 분 입장도 있는데 내 맘대로 밝힐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DNA 남녀’보다 저렴하게 판매했다는 점만 밝히겠습니다.

질문: GT엔터테인먼트나 핑크티티 본인들이 초상화를 소장할 기회가 있었을 것 같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유가 있었나요?

진하: 당연히 있죠. 우리가 그때는 무명이었고, 해체 직전까지 몰렸거든요. 그림 살 돈이 어디 있겠어요.

세나: 진하가 말한 것도 맞지만, ‘웃어봐’가 차트 역주행을 시작하면서 갑자기 너무 바빠져서 초상화를 사야 한다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아쉽네요.

지영: 흑흑, 그때 왜 내 초상화를 사지 않았는지 마음 아파요.

오태근: 제 잘못입니다. 진하 말처럼 회사 사정이 쪼들리기도 했지만, 초상화를 홍보물로 활용하는데 신경 썼지 소장해야 한다는 개념이 없었으니까요. 더구나 이 작가님이 지금처럼 대작가님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렇다. 작년 미술계에 진출한 이강수 화가가 고작 작품 활동 2년 차에 국내 정상급 화가의 한 명으로 우뚝 설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질문: 이강수 씨, 핑크티티 공연에 참석한 적 있습니까?

이강수: 핑크티티 멤버에게 미안한데 한 번도 가보지 못했네요. 내년에는 꼭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핑크티티 여러분은 이 작가 작품 구매할 의향 있나요?

진하: 강수오빠 그림 사려고 왔거든요. 당연히 사야죠.

세나: 강수오빠는 우리를 이 자리에 서게 해준 분이나 다름없어요.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헤헷(귀여운 미소) 우리 모두 한 작품씩 살 거예요.

질문: 정말 그림값은 ‘억’ 소리 나게 비싸죠. 각자 구매할 작품은 결정했나요?

진하: 마음에 드는 그림이 많아서 고르기 어려웠지만 ‘동녘 하늘에도 노을이 피는가’요.

세나: ‘계절이 바뀌는 풍경’이요.

지영: ‘별 헤는 밤’이요.

이때 그림을 빨리 사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먼저 살 수 있다는 오태근 매니저의 발언으로 인터뷰는 갑작스럽게 끝났다. 다급해진 핑크티티 멤버는 그림을 구매하기 위해 서둘러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림을 구매하기 위해 사무실로 올라가는 핑크티티 멤버에게서 보은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느낄 수 있었다.>

김화영([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예술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강수 화가를 주목하라.

<이강수 화가의 세 번째 개인전 ‘기억이 들려주는 이야기’ 전이 선암갤러리서 열리고 있다.

이강수는 한 마디로 괴물급 신인화가다. 그의 작품 활동을 살펴보면 2년 전 전성기를 구가한 미국 MLB 다저스 구단 소속 류현진의 활약을 연상케 한다. 이강수는 올해만 세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한 번의 단체전에 참가했는데 기준 두 번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출품한 작품은 전부 완판됐다.

보통 개인전 전시 작품 수가 30점 내외인데 반해 이강수 화가가 이번 개인전에 출품한 작품 수는 115점으로 거의 4배에 달한다. 10일 현재 기자가 확인한 판매 작품 수는 자그마치 62점이며 완판까지 남은 작품 수는 53점이다. 남은 전시 기간을 보면 완판은 낙관적이다.

이강수 화가의 그림값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가 가장 최근에 참여한 지난 11월 10일에 열렸던 ‘한국 청년예술가들이여, 희망을 던져라’ 전에 출품한 그림값은 호당 280만 원이다. 또한 최근 온라인 옥션에 올라온 그의 그림 2점, ‘갈림길’과 ‘DNA 남녀’는 각각 2억9천3백만 원, 3억2천2백만 원에 낙찰됐다. 두 그림을 호당 가격으로 계산하면 ‘갈림길’은 호당 약 580만 원, ‘DNA 남녀’는 322만 원이다.

첫 개인전에서 호당 27만 원 선이었던 그림 가격이 이번 전시회에서 호당 6백만 원이다. 8개월 만에 약 22배가 올랐다. 첫 번째 개인전의 그림을 구매한 사람은 단기간에 2200%의 초고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렇듯 이강수의 그림값은 고공행진 중인데 그림값이 너무 올라서 거품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졸업반 아이들’ 낙찰 가격에 비교하면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

그림 재테크를 떠나서 주말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기분전환 삼아 인사동 문화의 거리를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이강수의 ‘기억이 들려주는 이야기’ 전은 12월 21일까지 선암갤러리에서 열린다.>

머니이코노미 이규오 기자([email protected]) 저작권자 ©머니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리우스z: 헐, 오픈 삼일 만에 절반 넘게 팔렸어? 그림값이 비싸서 완판을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판은 예약된 거나 다름없고 언제 완판될지가 포인트.

-센토리얼: 캬캬. 그림값 거품이라며? 이강수 그림 멀리하라느니, 두고 보라느니 떠들던 인간들 어디 갔어, 응? 뭐라고 말 좀 해보지?

┗마음창고: ㅋㅋ. 잠수 탔겠지??

┗Logan: 팩트 앞에서 깎아내릴 수 없는 거지. 한데 이 사람 그림에 금칠했나? 전시하는 족족 완판이지? 이젠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을 수 없어.

┗one2III: 어느새 넘사벽이 됐군. 이젠 지금 가격보다 더 올라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zupunk: 무슨 그림값이 이렇게 비싸. 나 같은 직장인은 언감생심 눈길조차 줄 수가 없다!!

┗bloodguy: 20호가 1억이 넘어. 손 좀 만지는 놈이나 사지 월급쟁이는 꿈도 꾸지 마라. 투자 실패하면 패가망신이다.

┗파란곰팅이: 이강수 그림에 투자해도 최소한 손해 보진 않을 것 같은데?

-혜주: 내가 봤을 땐 앞으로 더 오를 것 같습니다. 아마 이번 전시회가 일반인이 구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구매할 사람은 서둘러야 할 듯.

┗체리누스: 전시장 가서 봤는데 이강수는 천재 맞네요. 소재는 자연과 시골 마을, 꽃, 곤충, 아이들 등 단순하고 평범하고 서정적인데 그림은 대가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전부 걸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비싸도 값을 떠나 사 놓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듯.

┗UltraP: 지금은 올바른 분석이 불가한 군중심리에 휩쓸려 묻지 마 구매일 뿐이다. 15년 전, 미술판 호황일 때 묻지 마 구매로 피박 쓴 사람 많았지. 그 꼴 당하지 않기를.

┗DrHerLock: 모든 투자에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항상 이기는 안전한 투자는 없다. 그래서 투자가 어려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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