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 그리는 마법사-151화 (151/197)

그림 그리는 마법사 - 151회

마치 120*165cm 크기 캔버스처럼 카카오닙스를 펼친 강수는 그림 그릴 때 형태와 질감, 명암을 참고하기 위해 카메라로 카카오닙스 바탕을 몇 컷 찍었다. 카메라를 옆에 놓은 강수는 카카오닙스 조각을 배열해 형상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카카오닙스 조각들은 서서히 큼지막한 카카오 열매가 달린 카카오나무로 변해갔다. 부조처럼 평면에서 돌출된 카카오나무가 한 그루씩 늘어나더니 종국에는 십여 그루의 카카오나무가 반 입체의 형상을 드러냈다.

진하고 연한 커피색 카카오닙스 조각이 모여 형상화된 십여 그루의 카카오나무들.

카카오나무 만들기를 끝낸 강수가 허리를 펴고 일어나 벽시계를 보았다.

벽시계는 오후 7시를 가리켰다.

‘헉!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작업했다.

강수는 카메라를 들고 카카오닙스로 완성해 놓은 형상을 찍기 위해 의자에 올라섰다. 광량이 충분해야 제 색깔이 발현된다. 강수는 노출을 길게 해서 몇 컷의 사진을 찍었다.

강수의 움직임을 들었는지 서혁중이 옆 작업실에서 건너와 강수가 작업해 놓은 카카오나무를 훑어보았다.

“헐, 카카오닙스로 나무를 만들었네요? 근데 이게 무슨 나무죠?”

“카카오나무다.”

“네? 카카오닙스로 왜 카카오나무를 만들어요? 작품만 봐서는 의도를 모르겠는데 이게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건가요?”

“아직 완성된 거 아냐.”

“아, 사진 찍기에 완성했는지 알았네요. 저기, 선배님, 형수님은 오늘 안 오는 건가요?”

“그래. 약속 있다고 했어. 나도 출출하다. 뭐 좀 시켜라.”

배가 고픈지 기운이 없어 보였던 서혁중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뭐 시킬까요?”

“어제는 한식이었으니까 오늘은 중식 어떠냐?”

“중식 좋죠.”

“난 삼선짬뽕. 요리는 먹고 싶은 거 알아서 시키고.”

“옛! 알겠습니다.”

서혁중이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건너편에 대고 외쳤다.

“원철아, 중국집에서 저녁시킬 건데 뭐 먹을래?”

“잡채밥.”

“알았다.”

카메라를 제자리에 놓은 강수는 다시 카카오닙스 봉지를 뜯어 작업하기 시작했다.

‘어휴, 기계도 아닌데 쉬질 않네. 한번 작업하면 아주 끝장을 보는구나. 젊으니까 견디지 나이먹으면 금방 몸 상할 텐데....’

다시 작업하기 시작하는 강수를 지켜본 서혁중이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중국음식점에 전화 걸어 식사와 요리를 주문했다.

*

압구정동 한 아파트 단지 입구로 육중한 자태의 랜드로버가 들어왔다. 랜드로버는 103동 앞 주차장에 정차했고, 차 안에서 늘씬한 몸매의 임해영과 김주하가 내렸다. 두 사람은 103동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김주하가 7층에서 내려 왼편의 5호 초인종을 눌렀다.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는지 앞치마를 두른 최경화 여사가 현관문을 열고 두 사람을 맞이했다.

“어서오너라.”

“엄마,”

주하가 환하게 웃으며 최경화 여사의 품에 뛰어들었다.

“얘가. 얼른 들어오기나 해.”

쏘아붙이듯 말했지만 최경화 여사의 눈에는 사랑의 빛이 가득했다. 실내로 들어선 김주하가 거실로 가는 최경화 여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엄마는 어떻게 얼굴에 주름도 없어? 매끄럽고 탱탱한 피부 좀 봐. 엄마는 나이를 거꾸로 먹네. 비법이 뭐야?”

“비법이 어딨어. 그냥 운동하고 관리 좀 하는 것뿐이지. 이 서방은 어떻게 지내니?”

“작품 하죠.”

“그림은 잘 팔리고?”

“엄마! 예비 사위인데 관심 좀 가지세요. 강수오빠 인터넷 기사에 많이 났는데 안 봤어요?”

“인터넷 기사라니?”

“잉, 강수오빠 그림이 홍콩경매에서 칠억에 낙찰된 기사요. 그거 안 봤어요?”

주방으로 걸어가던 최경화 여사가 흠칫 놀라 멈춰 서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하에게 되물었다.

“그림 한 점에 칠억? 정말이야? 그런 일이 있었어?

“‘졸업반 아이들’이란 그림이 칠억에 낙찰됐다고 저번 주에 인터넷에서 한창 떠들어댔잖아요. 엄마는 인터넷에서 뉴스도 안 봐요?”

“인터넷에서 뉴스를 뭐 하러 봐? 그나저나 이 서방 능력 있구나. 이번에 꽤 큰돈 벌었네. 주하야, 이 서방은 딴짓 안 하니?”

“아휴, 안 해요. 오빠는 나 말고 딴 여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요.”

“흥, 남자들은 여자가 꼬리치면 다 넘어가게 돼 있어. 열 여자도 싫다고 하지 않거든. 게다가 돈 있으면 뭔 짓을 할지 몰라. 이 서방은 믿을 만해 보인다만 너도 자신하지 말고 감시 잘해라. 어떤 년이 채갈지 몰라.”

엄마와 남자에 대해 논쟁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김주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재를 바꿨다.

“감시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그보다 엄마 친구들 가운데 그림에 투자하는 분 있잖아요. 성자, 춘자, 옥희 아줌마요.”

“그래. 걔들하고 윤주가 그림에 투자하지.”

“강수오빠가 참여하는 단체전이 다음달 10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거든요. 개막하면 전시장 가서 그림 좀 사라고 좀 하세요.”

“저번에 얘기했던 희망을 던져라인가 하는 단체전?”

“네.”

“걔들은 이름 없는 초짜 그림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이 서방 그림은 칠억에 낙찰됐다고 했으니 또 모르겠다.”

“그럼 강수오빠 그림이라도 사라고 하세요. 이번 전시회에는 그림값을 낮게 책정해서 출품하기 때문에 이 기회에 사 놓으면 엄청 이익 날거예요.”

“호당 얼만데?”

“호당 이백팔십만 원이요.”

뭔가 계산해보더니 여사가 고개를 꺄웃했다.

“그럼 100호짜리 그림이 이억 팔천? 그래도 싼 그림은 아니구나.”

“100호짜리 그림은 출품하지 않아요. 30호 이하 그림만 출품한대요. 그래서 일억 넘는 그림은 없어요.”

“알았어. 얘기는 해보마. 한데 넌 엄마한테 와서 이 서방 얘기만 하니?”

“헤헷, 미안해요. 새 아빠는요?”

“그 양반은 돈은 쥐꼬리만큼 벌면서 뭐가 그렇게 바쁜지. 직원하고 저녁 먹고 온다더라.”

문득, 최경화 여사가 인상을 썼다. 그녀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

“이 인간이 요즘 회식이다, 미팅이다, 단합대회다, 접대다 하면서 늦게 들어오는 게 뭔가 수상해. 진짜 그런지 조사좀 해야겠어.”

“엄마, 새 아빠는 엄마를 끔찍하게 위할 뿐만 아니라 착실한 분인데 왜 그런 생각해요?”

“흥, 그 속마음을 누가 알겠니. 젊고 싱싱한 것들이 꼬리치고 알랑거리면 정신 못 차리는 게 수컷이란 족속인데. 그렇지, 해영아?”

최경화가 조용히 경청하고 있는 임해영에게 동의를 구했다.

“옳은 말씀이죠. 대부분 남자들이 여성을 그저 욕구 배설할 대상으로 여기거나 자기 과시할 트로피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일부 그렇지 않은 남자도 있겠지만 그런 남자만나긴 어려운 일이죠.”

“호호. 역시 해영이는 나랑 생각이 비슷해.”

“됐어요.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고 살아야지 남자를 의심하고, 옭아매고 적대시하려고 해요?”

주하의 말은 한 귀로 흘려들으며 최경화 여사가 살벌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양반 딴 짓하기만 해봐. 알몸으로 내쫓아버려야지.”

결국 남자를 매도하는 분위기가 되자 김주하가 또 화제를 돌렸다.

“외할아버지는 건강은 어때요? 몸은 좋아지셨어요?”

최경화의 얼굴에 살짝 그늘이 드리웠다.

“연세가 있어서 원래대로 회복은 안 되지. 그렇지 않아도 외할아버지가 너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하시니까 언제 시간 내서 찾아가 인사드려라. 돌아가시면 못 보잖니.”

“외할아버지 못 본지 몇 년 됐네. 알았어요. 인사하러 가볼게요.”

어렸을 때는 어머니와 목천 외할아버지댁에 자주 놀러가서 며칠씩 놀고 지냈었다. 삼 년 전 마지막 보았던 외할아버지의 수척한 모습을 떠올린 김주하는 가슴에 밀려드는 애잔함에 가슴이 아렸다.

김주하는 조만간 목천 외할아버지댁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

-7억원의 사나이 이강수, ‘한국청년예술가들이여, 희망을 던져라’ 전에 참가

<지난 10월 17일 와이옥션 홍경경매에서 ‘졸업반 아이들’이 7억에 낙찰되며 세간에 화재를 뿌렸던 이변의 주인공 이강수 화가가 ‘희망을 던져라’ 전에 참가한다.

‘한국청년예술가들이여, 희망을 던져라’ 전은 강하아트에서 주최한 청년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단체전이다.

주최 측 강하하트의 염진구 디렉터는 이강수 화가가 10호나 20호 내외 소품 위주로 호당 280만 원 선에서 약 50점의 작품을 출품한다고 밝혔다. 홍콩에서 낙찰된 가격보다 그림값을 낮게 책정한 만큼 이강수 화가의 그림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홍콩경매에서 시작가 2천만 원짜리 그림이 7억까지 치솟으며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가격에 낙찰된 이후 이강수의 그림값은 거품 논란을 불러일으킨바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 출품하는 50여 점의 작품은 호당 280만 원 선에서 출품하기 때문에 ‘졸업반 아이들’이나 ’산골마을의 만추‘의 낙찰가에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가격이다. 하지만 10호짜리 그림이 2800만원이나 하는 고가이기 때문에 몇 작품이나 팔릴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 때문에 이강수의 ‘희망을 던져라’ 전 참가는 많은 컬렉터와 일반 대중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 청년예술가들이여, 희망을 던져라’전은 11월 10일 예술의 전당에서 개막한다.>

탑뉴스 손예연 기자

-wirebund: 단체전에 50점이나 출품해? 개인전하냐? 이 치는 염치도 없네.

-빛홍민: 물들어오니 노 젓는 건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림을 쏟아내는 걸 보면 작품성을 떠나서 돈은 잘 벌겠어.

-mongk: 20호 캔버스면 72.7*53cm 사이즈인데 그림값은 5600만 원이라. 비싸긴 하지만 홍콩 낙찰가에 비교하면 싼 거 맞네. 돈 있는 사람은 한 점 사도 될 듯하다.

-네모: 이강수면 초짜 신인화가 아닌가? 홍콩에서 떴다고 호당 280만 원? 이야, 돈 벌기 쉽다.

-창수: 이번 전시회의 결과에 의해 이강수의 그림값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runrun: 가늠 같은 소리하네. 9월에 있었던 이강수 개인전에서는 100호가 2천만 원이었다. 호당 280만원이면 열배가 넘게 뻥튀기 된 가격이다. 그 돈 주고 사면 호갱이지.

-bobbybob: 주식이나 집값만 폭등하는 줄 알았더니 그림값도 단기간에 폭등하는구나.

-나르나바: 쯧쯧. 홍콩경매를 통해 과대평가된 대표적인 케이스. 7억 낙찰가에 현혹해서 쪽박 차지 말고 관망할 것.

┗pokerface: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판단은 개인이 하는 것.

-coma: 장기적인 안목에서 판단하면 이강수의 작품을 구매할 만하다. 시간이 흐르면 그림값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질 일은 없을 것 같다. 10호, 2800백 짜리 한 점 사볼까 진지하게 고민 중.

-파란해: 진짜 적금 깨서 이강수 그림 한 점 사야 하는 건가? 그림 잘 아는 사람 조언 좀 해주죠?

┗jimchu: 이강수는 이미 떴음. 그림 사도 손해 보지 않을 것 같다.

┗허일수: 남의 말 믿고 투자하게요? 그림 투자에 관심 있으면 그림 공부하고 스스로 판단하세요. 그림이나 에술품은 살 때는 현금 박치기지만 팔려고 하면 언제 팔릴지 대중없습니다. 투자금 그대로 묶여요.

┗동트기: 화가 입장에서 보면 이강수는 홍경택에 버금가는 역대급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강수가 희망을 던저라전에 소품 위주로 출품하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작품 한 점 살 수 있는 좋은 기회죠. 호당 280만원이면 굉장히 비싸지만 10호의 경우 2800백만 원으로 그림값은 비싸지 않습니다. 나는 돈 없어 못 사지만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파란해: 고맙습니다. 살지 말지 결정하는데 도움 되는 조언이네요.

-sasko; 흐흐. 이번 전시회에서 이강수의 그림값이 거품인지 아닌지 판가름 나겠구나.

-안개길: 홍보 영상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젊은 친구들이 총집결해서 그런지 개성적이고 파격적인 작품이 많다. 전시회는 볼만할 듯.

┗bluelee: 격하게 동감합니다. 작품에서 패기와 젊은 혈기가 느껴지죠. 희망을 던져라 전시회는 꼭 관람한다.

이강수가 ‘한국청년예술가들이여, 희망을 던져라’ 전에 참여해 50여 작품을 출품한다는 기사에는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7억 낙찰가를 들먹이기도 하고, 거품 논란에 대한 의견, 작품 구매에 대한 고뇌까지 의견이 분분했다. 예술에 관심 있는 네티즌과 이강수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컬렉터, 갤러리스트 등 적지 않은 사람이 ‘한국청년예술가들이여, 희망을 던져라’ 전이 개막하기를 기다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