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 그리는 마법사-136화 (136/197)

# 136

그림 그리는 마법사 - 136회

-선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강수 화가의 ‘열다섯 개의 시선’전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이강수 화가의 ‘열다섯 개의 시선’전의 특별한 이벤트

강수의 ‘열다섯 개의 시선’ 전은 네티즌의 관심을 넘어 인터넷 매체에서 다루기 시작했고, 포털사이트에는 링크된 기사가 하나둘 등장했다. 네티즌의 관심을 반영이라도 하듯 기사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선암갤러리 캐리커처 사인회에 신인화가가 대거 참여해 화제 집중

<인사동 선암갤러리에서 이강수 화가의 특별한 전시회 ‘열다섯 개의 시선’ 전이 열리고 있다.

홍우대를 졸업한 이강수 화가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활동한 전력을 가진 신인화가다. 그는 올해 3월에 열린 첫 번째 개인전에서 관람객에게 캐리커처를 그려주었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강수 화가는 두 번째 개인전에서도 캐리커처 사인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데 그의 캐리커처 사인회에 수많은 관람객이 몰리고, 혼자서는 감당 못 할 지경에 이르자 동료 화가들이 캐리커처 사인회에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김종대, 이동석, 박해나, 김이연, 박보람, 고원철, 서혁중 등 캐리커처 사인회에 참여한 신인화가는 7명에 이른다.

1층 전시장은 몰려온 관람객과 캐리커처 받으려는 사람이 뒤섞여 혼잡했다. 캐리커처 받으려는 관람객은 전시장뿐만 아니라 전시장 밖에까지 줄을 섰다. 8명이나 되는 화가가 초상화를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행사가 끝나는 오후 6시까지 줄이 줄지 않았다.

미술계의 신진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려주는 이번 행사는 이강수 화가의 ‘열다섯 개의 시선’ 전시가 끝나는 다음 주 14일까지 선암갤러리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 미술계를 이끌어나갈 촉망받는 신진화가들이 그려주는 초상화를 무료로 받고 싶으면 서둘러 전시장으로 가보자.>

김경섭 기자 [email protected]

-sonnix: 이강수? 이강수란 화가도 있었나?

-486Com: 그러게.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인데 촉망받는 신진화가라고? 울 나라는 대충 개인전 하면 유망한 신진화가가 되는군. 기레기야, 취재 좀 하고 써라.

┗임진효: 스스로 무식하다고 선전하지 말고 모르면 주둥아리 닥쳐. 이강수 촉망받는 신진화가 맞거든. 첫 번째 개인전 완판, 지금 열리는 ‘열다섯 개의 시선’전도 75개 작품 완판이야. 총 판매금액 자그마치 15억이고. 너 따위가 거론할 분이 아니다. 동료작가 7명이나 자발적으로 캐리커처 행사에 참여할 정도로 인간성도 좋은 작가란다.

┗파르디안: 욕 얻어먹고 싶어서 ㅈㄹ하네.

┗Luana: 왜 사니, 왜?

┗탱그리: 욕먹으면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어서 속으로 좋아할 듯.

-성테: 으악! 그림 팔아서 15억을 벌었다고! 한국 미술 판에서 15억? 이거 실화냐?

┗monstory: 팩트 사살. 두 번째 개인전 완판. 매출 15억 맞음. 단 갤러리 측과 반반 나눔. 이강수의 수익은 세전 7억 5천만 원.

┗레알엘프: 어머! 사진 보면 젊은 화가던데. 사귀는 사람 있을까? 없으면 좋겠다.

┗fredy pak: 오크가? 김칫국 마시지 말고 일찌감치 꿈 깨셔. 네가 넘볼 사람이 아니잖니?

-통라인: 15억이면 로또 맞은 거네. 앞으로 이강수는 개인전 할 때마다 로또 맞는 거냐?

-seya05: 와, 강수 아저씨다! 초상화 받으러 가야지.

-성국전: 이강수 화가 실검에도 등장했다! 완전히 뜨는구나. 이거 그림 한 점 사야 할 듯.

┗솔라빔: 그림 한 점에 2천만 원인데 살 능력 되니?

┗성국전: 캑! 신인화가라며? 무슨 놈에 그림이 그렇게 비싸?

┗저는요: 이유가 있으니까 비싸겠지?

-규남강: 15억? 씨바, 나도 그림이나 그려야겠다.

┗David jo: 크크. 화가 우습게 여기네. 넌 굶어 죽을걸?

┗moon4989: 부럽냐? 세상이 본래 잘나가는 놈만 잘나가.

┗구진수: 그냥 하소연할 뿐인데 댓글하곤 참나. 세상이 살기 각박하다는 거겠지.

-박해나 화가, 선암갤러리에서 진행하는 초상화 그리기에 동참.

<한국 화단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화가 박해나가 인사동 선암갤러리 ‘열다섯 개의 시선’ 전시회에서 초상화 그리기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서한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박해나는 다양한 소재를 신표현주의 기법으로 묘사,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등장했다. 그녀는 화단에서 ‘신낭만주의 화풍의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최근에 혈맥시리즈로 주가를 한층 높이고 있다.

신진화가의 선두에 있는 박해나가 무명이나 다름없는 이강수 개인전의 이벤트 행사에 참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초상화 그리기 이벤트에는 박해나 말고도 김이연, 김종대, 박보람 등 한국 미술계의 유망주로 손꼽히는 신진화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박해나의 초상화를 공짜로 받을 기회는 흔치 않다. 이런 좋은 기회는 놓치지 말자.>

탑뉴스 손예연 기자

-상미: 박해나가 초상화 그려준다고요? 이렇게 좋은 정보를 알려주어서 감사해요.

┗이엽진: 박해나가 유명한 화가입니까?

┗bobbybob: 유명하지 않아요. 그냥 좀 알려진 젊은 여성 화가일 뿐이지.

┗빛홍민: 크크 예술 하는 젊은 여성화가 아는 사람 몇이나 될까? 미술계 종사하는 사람이나 알겠지.

┗따무현: 야구, 축구, 골프, 농구 등 각종 스포츠 스타는 허구한 날 미디어에서 도배하잖아. 기레기는 흥미위주 자극적인 기사가 필요하거든. 어쩔 수 없는 현실이야.

-김현태: 박해나 혈맥시리즈 유명하지. 여자가 그렸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원시적인 힘이 넘치는 거친 그림이다. 크게 될 여류화가.

-비타민남자: 박해나 그림은 워낙 충격적이라 호불호가 갈린다. 아무나 살 수 없는 그림이지.

-라쿤이: 혈맥시리즈는 호불호를 떠나서 자연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표현한 대단한 작품이다. 한 점 소장하고 싶어도 사천만 원대라 일반인에겐 그림의 떡이다.

‘열다섯 개의 시선’ 전시회 폐막을 며칠 앞둔 11일 토요일.

이강수 개인전이 인터넷상에서 이슈가 되고, 네티즌의 관심을 끌며 선암갤러리로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특히 캐리커처 사인회가 진행되는 오후에는 수백 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가득 메워 그림 관람이 불편할 지경이었다. 결국 장영봉은 오후 3시 40분쯤 캐리커처 행사 줄이 갤러리 밖까지 길게 서자 출입통제하기에 이르렀다.

캐주얼한 옷을 입고 어깨에 카메라 가방을 멘 30대 중반의 사내가 선암갤러리 골목길에 나타났다.

사내는 갤러리 밖까지 늘어선 두 개의 줄을 보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저 줄은 뭐야?”

사내는 줄을 무시하고 출입문으로 걸어갔다. 출입문 앞에서 20대 중반의 알바 청년이 관람객을 통제하고 있었다.

알바 청년이 미소 띤 얼굴로 관람을 안내했다.

“안녕하세요? 캐리커처 사인회 줄은 첫 번째 둘이고, 작품 관람만 하시려면 두 번째 줄입니다.”

사내가 기자증을 내밀었다.

“난 전시회 취재 온 기자인데 들어가도 되겠지?”

'유어뉴스' 기자 유성길이라는 기자증을 확인한 알바 청년이 길을 내주었다.

“예. 들어가세요.”

안으로 들어간 유성길은 전시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을 마주하고 혀를 내둘렀다.

“도떼기시장도 아니고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아?”

실내를 둘러본 유성길은 앞을 막고 있는 사람을 헤치고 캐리커처 행사를 위해 책상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책상은 8개가 놓여 있었다. 책상 앞에는 가드 봉으로 사람의 접근을 막아 놓았고, 그 뒤로 관람객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대부분 관람객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짜증 내는 기색이 없이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곧 시작하는 행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차 있는 것이다.

행사용 책상은 비어 있었지만, 근처에서 몇 명의 젊은 남녀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 사진에서 본 이강수와 비슷한 생김새의 사내가 있었다.

유성길은 칼라가 있는 버튼 티셔츠를 입은 사네에게 다가갔다.

“혹시 이강수 씨 되십니까?”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사내가 고개를 돌려 유성길을 바라보았다. 옷차림과 어깨에 멘 카메라 가방이 기자 분위기를 냈다.

“맞습니다만 무슨 일이죠?”

“유어뉴스 기자 유성길입니다. 전시회와 관련하여 인터뷰하고 싶은데 잠시 시간 내줄 수 있습니까?”

예측대로 기자였다. 유어뉴스는 제법 규모가 있는 인터넷 신문이다. 강수는 진실을 호도하고, 왜곡 보도가 심한 언론 매체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문화예술 담당 기자에게는 호의적이었다.

강수가 시간을 보았다. 4시 10분 전이었다.

“보시다시피 줄이 길게 서 있어서 네 시 정각에 캐리커처 행사를 시작해야 합니다. 약 십 분도 괜찮다면 지금 하시고요.”

“시간이 좀 짧지만 괜찮습니다. 질문은 준비해 왔고, 인터뷰는 녹음하면 됩니다.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강수가 일행을 쳐다보았다.

“난 잠깐 인터뷰 좀 해야겠는데?”

“우와, 이젠 인터뷰 기사까지 나오는 거냐? 강수야, 내 얘기도 해줘야 한다?”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인터뷰해라. 우린 시간되면 알아서 행사 시작할게.”

“그래. 고맙다. 시작하죠?”

유성길이 녹음기를 켜 놓고 수첩을 꺼냈다.

“당신에게 그림이란 무엇인가요?”

“내 마음속 이야기를 현실에서 구체화하는 작업입니다. 그 과정이 재밌고, 어떤 일보다 만족스럽습니다. 그림은 초등학교 때부터 그렸고 오늘도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은 내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부이고 내가 존재하는 이유죠.”

“그렇군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경력이 있습니다. 작년에도 세 권의 그림동화책에 일러스트를 그렸죠? 일러스트에서 회화로 전향한 계기가 있습니까?”

회화하게 된 계기는 투팍탈과의 만남이다. 사실을 얘기할 수 없었던 강수는 그럴듯하게 둘러댔다.

“학부 시절, 그림은 사진처럼 잘 그렸지만, 채색은 평이했습니다. 교수님이나 동문은 내가 캔버스에 칠해 놓은 색깔을 보고 밋밋하다고 지적 하곤 했죠. 회화는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지지만 궁극적으로 채색의 예술입니다. 색깔에 대한 감각이 없으면 회화는 안 됩니다. 몇 년간 일러스트 작가로 매진하던 와중에 어느 순간 색깔에 대한 자신감과 깨달음을 얻었죠. 그것이 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깨달음을 얻다니 운이 좋았군요. 작품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습니까? 혹은 어떤 순간 떠오릅니까?”

“학부 때는 무엇을 그릴 것인가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럴듯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행도 다녔고, 서울 여러 곳을 답사하기도 했죠. 답사를 통해 좋은 작품을 얻기도 했지만, 영감은 나를 둘러싼 세상을 해석하는 세계관과 외부를 바라보는 정신 속에 있으며 내가 살아온 일상의 삶에 녹아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정신 속의 기억과 경험을 추출해 작품을 하고 있죠. 또한 다른 작가의 그림이나 영화, 다른 예술품을 통해서도 영감이 깨어나기도 합니다.”

“요즘 미술의 흐름은 설치미술이고, 젊은 작가들은 설치미술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설치미술을 할 계획은 있습니까?”

“예술 창작은 여러 방식이 있습니다. 그림 그리기가 예술의 최상의 길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겠죠. 그림을 그릴 것인가 설치를 할 것인가보다는 내가 왜 그리고 있는가, 혹은 나는 왜 설치를 하는가라는 작가의식이 중요합니다. 나중에 설치미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회화에 전념하고 싶습니다.”

“관객이 당신 작품에서 무엇을 느끼길 바랍니까?”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열다섯 개의 시선’입니다. 눈, 코, 입, 손발을 가진 사람의 형태는 비슷하지만 모두 다릅니다. 형태만 다르지 않고 생각이나 사고방식도 다르죠. 검은색 경찰봉을 책상 위에 세워놓고, 백 명의 사람에게 책상 위의 봉에서 느낀 이미지와 느낌을 표현하라고 하면 백 개의 작품이 나옵니다. 동일한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에 따라 표현 방식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캐리커처 사인회라고 해놓고 초상화를 그렸더군요. 캐리커처와 초상화는 그리는데 걸리는 시간만큼이나 상당한 간격이 있지 않나요? 캐리커처가 아니라 초상화를 그려주는 이유가 있습니까?”

“각기 다른 개성적인 얼굴을 그리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캐리커처로는 담아낼 수 없는 표정과 감정을 표현하려고 하니 초상화를 그리게 된 것뿐입니다.”

“인터넷 각종 매체를 통해 이강수 씨가 캐리커처 그리는 모습이 빠르게 퍼져나갔고, 그로 인해 네티즌에게 폭발적인 반응과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신인작가임에도 불구하고 75점이나 되는 전시 작품이 완판되어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죠? 그림에 무관심한 일반 대중도 15억이라는 그림값에 대해 호기심과 함께 부러운 시선으로 이 작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중적인 관심과 호응, 성공을 예상했나요?”

“점쟁이도 아닌데 무슨 수로 대중의 반응을 예상할 수 있나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많은 분이 전시장을 찾아와 주셔서 놀랐습니다. 고마운 분들이 많습니다. 캐리커처 행사를 위해 애쓰는 분들, 무엇보다 동료 화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이슈가 되지도 않았을 겁니다. 박해나, 김이연, 박보람, 김종대, 이동석, 고원철, 서혁중 등 소중한 시간을 내서 무료봉사해 주고 있는 동료 화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차기 전시회는 계획하고 있나요?”

“11월에 열리는 ‘한국 청년 예술가여, 희망을 던져라’ 단체전에 참가합니다. 그리고 12월에는 세 번째 개인전이 잡혀 있습니다.”

“일정이 굉장히 빡빡하군요. 단체전은 그렇다 쳐도 12월에 개인전 개최하려면 몇 달 남지 않았습니다. 작품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200개 넘게 스케치해 놓은 아이디어를 하나씩 그리고 있는 강수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구상해 놓은 그림에 전력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작업 중이죠. 11월 단체전과 세 번째 개인전 작품은 지금 작품과는 많이 다른 그림이 될 겁니다.”

“다음 개인전 기대해도 된다는 말씀인가요?”

이때, 캐리커처 행사를 통제하는 20대 초반의 알바 청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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