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 그리는 마법사-120화 (120/197)

# 120

그림 그리는 마법사 - 120회

강수는 염진구가 기획한 단체전 기획서를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기획서는 단체전 개최 취지와 목적, 개최 장소, 참가 예술가의 자격 기준과 선정, 작가 모집 요강, 홍보 및 보도자료, 예산, 일정 등 전시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자세하게 담고 있었다. 마지막에는 참고 자료로 300여 명의 신진 청년 예술가를 정리해 놓았다.

기획서를 살펴본 강수가 말했다.

“진구야, 출품작 수는 10점 이상으로 바꾸자.”

“10점 이상으로?”

“굳이 출품작 수에 제한을 둘 필요가 없겠어. 나도 30점 이상 출품할 생각이거든.”

“그거야 너 편한 대로 하면 되니까 바꾸면 되지.”

“전시장은 한가람미술관으로 정했네? 한가람미술관이 코엑스보다 낫나?”

“유동 인구나 접근성은 코엑스보다 못하지만, 한가람미술관이 전시장 임대료도 싸고, 품격도 있으니까 미술품 전시에는 적당하지. 특히 작품 디스플레이하려면 전시 공간도 무시 못 해. 코엑스는 중앙에도 부스를 설치해서 디스플레이해야 하니까 손이 많이 가서 한가람미술관에 비해 비효율적이야. 전시 날짜는 추워지기 전에 해야 할 것 같아서 11월 초로 잡았고.”

“전시장 대관은 문제없고?”

“글쎄? 1,500점 전시하려면 한가람미술관 1, 2층 4개 전시장은 대관해야 하는데 월요일에 직접 찾아가서 문의해 봐야지.”

“전시 공간은 4개 전시장이면 충분한 거야?”

“전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4개 전시장이면 1,500점 정도는 전시할 수 있을 거다.”

“진구야, 처음엔 작가를 100명쯤으로 한정하려고 했는데 이것도 생각이 바꿨다.”

“설마 참여 인원을 늘리겠다는 거냐?”

“그래. 150명이든 200명이든 가능하면 많은 젊은 작가가 참여해서 단체전을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되면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아예 3층 5, 6관도 대관하면 어떨까 싶어.”

“전시 일정만 비어 있으면 대관은 어렵지 않을 거야. 문제는 비용이 더 는다는 거지.”

“돈은 있어. 비용은 걱정하지 마라. 문제는 대관이구나?”

“그렇지. 1, 2, 3층에 위치한 6개 전시장 전부 비어 있어야 하니까.”

“그럼 6개 전시장을 전부 대관하자. 기왕에 하는 거 확실하게 해보자.”

염진구가 고개를 절레절레 졌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너 배포도 크다. 그럼 참여 작가 선정은 어떻게 할래?”

300여 명이나 되는 신진작가 리스트를 한차례 훑어본 강수가 고개를 저었다.

“전국에 퍼져 있는 300명이나 되는 작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면담은 못 하니까 기획서대로 광고 내서 참가 신청 받고, 포트폴리오 심사해서 선정해야겠다.”

“잘 생각했다. 그럼 이대로 진행하면 되나?”

“그래. 당장 시작하자. 일 진행하려면 돈이 필요하겠지?”

“뭐, 그렇지.”

빙긋 웃은 강수가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갔다. 서랍에서 통장과 현금카드를 가지고 와 염진구 앞으로 밀었다. 강수는 며칠 전 구청에 들러 영업 신고하고, 사업자용 업무 통장을 개설해 놓았다.

“통장에 천만 원 들어 있다. 업무비로 쓰고, 영수증만 챙겨서 주면 돼. 쓰다 모자랄 것 같으면 미리 얘기하고. 입금해 줄 테니까.”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 단체전을, 그것도 애초에 계획했던 규모보다 더 큰 규모로 열려는 강수를 쳐다보며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런 대규모 단체전을 개최하면 신진작가들에겐 좋은 기회지만, 이 녀석은 무슨 생각으로 제 돈 들여서 단체전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네? 어쨌든 대단하다.’

염진구는 통장과 캐시 카드를 챙겼다.

“알았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한번 해보자.”

삑, 삑, 삑, 삑!

이때, 현관에서 디지털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났다.

“누구 왔나본데?”

염진구가 고개를 돌려 출입문를 바라보았다. 염진구가 앉은 자리에서는 출입문이 보였다.

염진구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두 여인을 볼 수 있었다.

남색 투피스 정장을 입은 여인은 모델을 해도 좋을 정도로 큰 키에 늘씬했고, 다른 한 명은 모델 투피스 여인에 비교하면 키가 조금 작았지만 여배우급 외모에 몸매마저 쭉 빠졌다.

‘헉! 여, 연예인인가?’

“강수오빠, 손님 있었네요?”

김주하가 생글생글 웃으며 소파로 다가왔다.

소파에서 일어난 염진구가 강수를 슬쩍 쳐다보며 어떤 관계냐고 입술을 달싹여 물었다. 염진구는 강수 개인전 오프닝에 참석하지 못해 김주하를 알지 못했다. 오빠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둘이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는 짐작은 했지만 강수 입으로 들어야 정확하다.

염진구의 눈빛을 받은 강수가 주하를 보며 입가에 미소 지었다.

“그야 여자친구지. 당연한 걸 묻고 그러냐.”

“아, 역시.”

“주하야, 이쪽은 저번에 얘기한 단체전 기획, 추진하고 있는 학교 동기. 이름은 염진구, 서한대 미대 대학원 박사과정 다니고 있어.”

“와, 좋은 대학교 다니시네요. 안녕하세요? 김주하예요. 강수오빠 많이 도와주실 거죠?”

“아, 예. 예. 물론입니다. 염진구입니다.”

김주하가 임해영을 소개했다.

“이쪽은 저하고 친한 언니, 이름은 임해영이에요.”

“반갑습니다. 염진구라고 합니다.”

“임해영이에요.”

임해영은 남자치고는 왜소한 체격의 염진구에게 사무적인 표정으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인사했다.

염진구가 가방을 챙겨 들었다.

“강수야, 얘기 끝났으니까 난 이만 가볼게.”

“왜? 벌써 가게?”

“어. 카네이션 사서 부모님께 드리러 가야지. 넌 양구까지 가야겠다?”

“그렇지.”

“주말이라 막히겠다. 얼른 출발해라.”

“그래. 들어가라.”

“단체전 맡아서 하면 앞으로 자주 보겠네요? 진구오빠, 다음에 또 봐요.”

캐주얼한 옷차림의 주하가 애교스럽게 무릎을 살짝 굽혀 인사했고, 임해영은 가만히 묵례했다.

주하의 깜찍한 인사를 받은 염진구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네. 다음에 봐요.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염진구가 밖으로 나가자 주하가 강수 옆으로 다가갔다.

“헤헤. 오빠, 옷 갈아입어요. 우리도 얼른 가요.”

“그럴까? 옷 갈아입게 옆으로 가 있을래?”

“넹.”

주하와 임해영이 칸막이 옆 작업실로 갔고, 강수는 일전에 산 고급 슈트로 갈아입었다.

“주하야, 가자.”

준비를 마친 강수는 출입문으로 나가며 주하를 불렀다. 작업실에서 나온 세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온 주하가 강수에게 말했다.

“오빠, 잠깐만요. 차에서 선물 가져올게요.”

“선물 샀구나. 난 미처 준비 못 했는데 다행이다.”

주하가 강수 차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랜드로버로 갔다. 임해영이 뒷문을 열었고, 주하는 카네이션 꽃다발과 커다란 쇼핑백을 꺼냈다.

“해영언니, 주말 재밌게 보내요.”

“네. 아가씨도 잘 보내고 오세요.”

임해영은 행복한 얼굴로 이강수 차를 향해 걸어가는 주하에게 차마 자정까지 돌아오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미성년자도 아니고, 성인인 걸 뭐. 어떡하겠어....’

김대풍 어르신은 주하가 외박하지 못하게 통제하라고 했지만, 여행가는 것도 아니고 이강수 부모님 집에 가는데 외박하지 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성인의 행동을 규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지만 막대한 유산이 걸려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유산을 상속받으려면 김대풍 어르신 눈 밖에 나서는 안되니까 말이다.

시쳇말로 돈이 깡패고, 권력이다.

임해영은 주하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거두고 운전석에 올라탔다.

선물이 든 쇼핑백과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뒷좌석에 놓은 김주하가 조수석에 앉았다.

“오빠, 이제 가요.”

강수가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무슨 산물 샀어?”

“어머님 선물은 샤넬 핸드백이랑 화장품이요.”

“샤넬! 와, 어머니가 좋아하시겠다.”

“저번 오빠 개인전에 오셨을 때 보니까 구식 핸드백이더라고요. 그래서 하나 사드리고 싶었어요. 아버님 건 지갑, 벨트, 시계요.”

“아버지 선물은 완전 세트네? 내가 사드려야 했는데 주하가 샀구나. 고마워. 이제 간다.”

“네. 출발~”

강수는 차를 몰아 어두컴컴한 지하주차장에서 지상으로 빠져나왔다. 햇살이 쨍하고 눈부시게 비추었다. 맑게 갠 하늘은 푸르렀고, 기온은 는 화창했다. 강수는 천천히 골목길을 벗어나 대로로 들어섰다.

“벌써 초여름 날씨다. 금방 더워지겠어요.”

“요즘은 봄이 봄 같지 않아.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로 변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세상이 이상해지고 있는 것 같아.”

“이상기온이 다 지구온난화 때문이잖아요? 오빠는 사계절이 뚜렷한 게 좋아요? 아니면 지금처럼 아열대성 기후가 좋아요?”

“그야 사계절 뚜렷한 게 좋지?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24절기. 자연의 질서가 느껴지지 않니? 주하는 뭐가 좋아?”

“난 둘 다 괜찮아요. 무엇보다 지구온난화가 멈췄으면 좋겠어요. 뉴스를 보면 기상이변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강수가 회의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삼십 년 안에는 어려울걸.”

“왜요?”

“전 지구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거든. 늘어나는 인구가 살아가려면 공장 지어서 더 많은 물건을 생산해야 하고, 식량 증산을 위해 농지를 더 만들어야 하니까 자연을 파괴할 수밖에 없어. 자연이 파괴되면 될수록 지구온난화는 멈출 수가 없는 거지.”

주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휴, 그럼 안 되는데. 인류가 얼마나 더 늘어날까요?”

“어떤 기사에서 읽었는데 미래 인구 전망에 대한 보고서 중 가장 대표적인 건 유엔 인구국이 산정한 것이래. 그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이면 전 세계 인구가 96억 명쯤 된다고 전망했지. 올해보다 약 18억 명이 늘어난 수치야. 그리고 2050년 이후 인구증가율은 예측하긴 어렵지만, 21세기 후반기엔 세계 인구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정점을 찍으면 그 이후엔 하락 한다는 거네요?”

“예측일 뿐이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그 자료에는 2100년 이후 90억 명을 기준으로 2300년까지 세계 인구 변화 추이를 출산율을 바탕으로 3가지 시나리오로 추정한 게 있어.”

“출산율을 바탕으로요?”

“응. 고출산율, 저출산율, 중간 수준 출산율.”

“으음, 고출산율은 인구 증가, 저출산율은 인구 감소, 중간 출산율은 평균을 유지할 것 같은데요?”

“어, 정확한데? 어떻게 알았어?”

“아이, 그 정도는 중딩도 짐작할 수 있잖아요. 자세한 수치를 몰라서 그렇지.”

“하하. 그런가?”

“구체적으로 얘기해 줘요.”

“인구 증가 시나리오는 전 세계 여성 1인당 출산율을 2.35명으로 했을 때 2300년이 되면 세계 인구는 약 360억 명이 된대. 엄청나지?”

김주하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360억! 우와, 놀래라. 360억 명이 살면 지구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나도 상상이 안 돼. 그때가 돼봐야 알겠지?”

“360역 명이 지구에 산다고 생각하니까 좀 끔찍해요. 그럼 인구 감소는요?”

“인구 감소 시나리오는 출산율을 1.85명으로 정해 추계했는데 세계 인구가 2300년이면 23억 명으로 급감해.”

“예? 23억이요? 출산율이 1.85명인데 고작 23억밖에 안 남아요?”

“세계적인 두뇌들이 낸 통계니까 틀릴 리가 없겠지?”

“엄청나게 차이 나는구나. 그럼 중간 출산율은요?”

“중간 출산율은 2명 정도인데 90억 명 수준을 유지할 거래. 제일 적당하지.”

뭘 생각했는지 주하의 미간이 좁혀졌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1명도 안 되잖아요.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문제가 심각하지. 최악의 경우 국가가 소멸할 수도 있을걸. 근데 지금이야 헬조선이라고 부를 정도로 사는 게 워낙 각박하고, 사회적 여건이 안 좋아서 출산율이 낮지만, 복지가 늘고 사회가 안정되면 출산율이 조금씩 올라가지 않을까?”

“그렇게 되길 바라야겠어요. 저기, 오빠.”

“응?”

“우린 아이 몇 명 낳을까요?”

“글쎄? 중간 출산율은 되어야겠지? 주하 생각은 어떤데?”

“헤헤. 난 다다익선이요. 한 열 명은 낳고 싶다.”

“뭐어!”

강수가 놀라서 주하를 쳐다보고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출산율도 낮은데 주하가 열 명 낳으면 출산율이 조금 높아지려나?”

“호호. 아마 그럴걸요.”

두 사람의 쾌활한 웃음소리가 차 밖으로 퍼져나갔다.

강수의 차가 도심을 벗어나고 있었다. 황사에 흐렸던 하늘이 오랜만에 쾌청했고, 공기는 깨끗해 멀리까지 시야가 보였다. 서울을 빠져나온 강수의 차는 원활한 흐름을 보이는

도로를 달려갔다.

*

강수가 양구 부모님 집에 도착한 때는 작업실을 출발한 지 약 3시간이 지난 후였다. 강수가 미리 전화해서 시골집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차가 마당에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는지 이전일과 김순옥 여사가 마당에 나왔다.

차에서 내린 주하가 김옥순 여사를 부르며 달려가 김옥순 여사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 저희 왔어요. 잘 지내셨죠?”

“그럼. 어서 오렴. 기다리고 있었다. 차 타고 먼 길 오느라 욕봤지?”

김순옥 여사가 주하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도로가 좀 막혀서 그렇지 생각보다 멀지 않았어요. 강수오빠가 운전하느라 고생했지 전 조수석에서 편하게 온 걸요. 아버님, 안녕하세요?”

“어험, 그래. 김대풍 어른은 해외여행 잘 가셨고?”

“네. 지금 크루즈 타고 페루에 가셨어요. 아버님도 어머님이랑 크루즈 세계여행하세요. 강수오빠가 돈 잘 버니까 보내줄 거예요.”

주하가 강수 쪽으로 고개를 돌려 강수에게 큰소리로 물었다.

“글쵸, 강수오빠?”

주하의 말을 들은 강수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1년 전만 해도 부모님을 크루즈 세계 여행 보내준다는 것은 꿈조차 꿔보지 않았다. 강수는 1년 사이에 많은 것이 변했다는 사실을 피부로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크루즈 여행? 얼마든지 보내드릴 수 있지.’

올해 개인전 판매금과 판권을 영화에 투자해 정산받은 수익금까지 3억 넘는 돈이 통장에 들어왔다. 거기에 매달 핑크티티 초상화 대여료와 그림동화책 두 권의 인세까지 들어온다.

통장에 돈이 넘쳐나고 있는데 부모님 크루즈여행 못 보내드릴까?

강수가 쇼핑백과 카네이션 꽃다발을 챙겨 들고 주하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그럼. 아버지가 가시겠다고 하면 언제든지 보내드리지.”

크루즈 세계여행을 보내줄 수 있다고 해도 이전일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으나 김순옥 여사는 눈빛을 반짝반짝 빛냈다.

“정말이니? 크루즈 세계 여행하려면 비쌀 텐데 그럴 돈이 있어?”

“그럼요, 어머니. 돈 걱정은 하지 마세요. 이번에 개인전하고 영화에 투자해서 돈 많이 벌었거든요. 말씀만 하세요. 언제든지 티켓팅 해드릴게요.”

김순옥 여사가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호호, 우리 아들하고 주하 덕에 세계 여행을 다 해보겠구나. 네 아빠하고 상의해서 연락하마.”

가만히 듣고 있던 이전일이 미간을 찌푸렸다.

“임자는 배라곤 타보지도 않았으면서 무슨 세계 여행을 하겠다고 그런 말을 해?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들어오기나 해요.”

김순옥 여사는 남편이 무슨 얘기할 줄 빤히 알고 있다는 듯 가볍게 받아넘겼다.

“호호. 강수가 돈 많이 벌었다고 세계 여행 보내준다잖아요. 당신이 보내주는 것도 아닌데 뭘 그래요.”

“어머니, 받으세요. 주하가 산 카네이션이에요.”

“어머, 예쁘기도 해라. 고맙구나. 아가, 어기서 이럴 게 아니라 어여 들어가자.”

“네, 어머님.”

주하와 김순옥 여사는 만면에 가득 미소를 띠며 실내로 들어갔다. 뒤에서 강수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어머니와 주하를 바라보며 마루로 올라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