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 그리는 마법사-113화 (113/197)

# 113

그림 그리는 마법사 - 113회

하산하던 강수는 등산로 옆으로 빠져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갔다. 욱신거리는 코를 치료하고 피 묻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다.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적당한 장소를 찾은 강수는 편편한 바위에 앉아 코를 만져보았다.

코안의 뼈가 주저앉지는 않았지만, 옆으로 꺾여 있었다.

‘나중에도 기습은 막을 수가 없다는 건데? 어쩔 수 없는 건가?’

전장에 있는 군인도 아닌데 기습이 두렵다고 항상 실드를 유지하며 다닐 수 없는 노릇이다. 마법은 만능에 가까운 능력이지만 자신은 육체적으로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다. 누군가의 타깃이 되면 암수를 피할 도리는 없었다.

그런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오늘 일로 절감했다.

‘이번 일을 마무리할 때까지 낯선 사람의 접근을 조심해야겠구나.’

경각심을 곤두세우고 있으면 오늘처럼 맥없이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코가 어떻게 됐는지 보자.’

가부좌한 강수는 마나수련할 때의 관조 상태에서 코뼈 상태를 확인했다.

‘심하진 않구나.’

코뼈가 조각조각 으스러지진 않았다.

‘코뼈를 맞춰놓아야 치유가 수월한데....’

코뼈가 맞춰 있으면 마나 소비가 적다. 병원 가서 뼈를 맞추는 것이 낫겠지만 고통만 조금 참으면 스스로 해도 된다. 어차피 치유마법이 원상태로 치료해 놓을 것이다.

강수는 숨을 참고 어긋난 코뼈를 똑바로 맞추었다.

“으윽!”

밀려난 뼈가 제자리를 찾으면서 바늘로 쑤시는 것 같은 통증이 뇌리를 후벼 팠고, 멈추었던 코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후아.”

고통을 참으며 숨을 내쉰 강수는 코를 손으로 감싸고 치유마법을 캐스팅했다.

“치유.”

강수의 손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나타나 코에 스며들었다.

푸르스름한 기운은 강수가 맞춰놓은 코뼈를 원상태와 똑같이 치료했다. 찢긴 코안의 속살도 세포가 재생하며 상처가 아물었고, 흐르던 피도 멈추었다.

치유가 끝나자 급격하게 줄어들던 마나가 더 이상 줄지 않았다. 약 1분 동안 마나는 삼분지 이가 소모되었다.

마나가 고갈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로 마나가 빠르게 소진되었다.

‘마나의 효율이 극악이군.’

상위 마법인 치유마법은 마나 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다. 마나 고갈 걱정 없이 치유마법을 쓰려면 3서클 마나하트를 완성해야 한다. 부러진 코뼈는 3서클 마나하트를 완성할 때까지 마나회로 수련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코를 치료한 강수는 피에 젖은 등산복을 벗고 산에 오를 때 입은 땀내 나는 등산복으로 갈아입었다. 수건으로 얼굴을 한 번 더 닦은 강수는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 후문에 도착해 동 입구 현관으로 들어선 강수는 무심코 우편함을 보았다. 우편함에는 편지 하나가 꽂혀 있었다.

편지를 집어 발신자를 살피던 강수는 문득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언젠가 우편함에 꽂혀 있던 발신자 없는 하얀 편지 봉투가 떠오른 것이다.

‘전인규를 조심하라고 적혀 있지 않았나?’

기분이 이상해진 강수는 집으로 올라가자마자 책상 서랍을 뒤졌다.

‘그때 버리지 않고 서랍에 둔 것 같은데. 여깃군!’

서랍 안에서 흰 봉투를 찾을 수 있었다.

-이강수 씨에게.

발신자는 없고 봉투에는 자신의 이름만 적혀 있었다.

강수는 봉투를 열어 편지지를 꺼냈다.

A4 용지에는 단 두 줄의 문구만 프린트되어 있었다.

-전인규를 알고 있는가?

-설사 전인규를 몰라도 전인규를 조심하시오.

“음....”

단순한 메시지였지만 글을 읽는 순간 약간 소름이 돋았다.

‘설희의 애인 전인규? 설마 그자가?’

강수는 전인규와 일면식도 없었다.

전인규와 연관성을 찾는다면 설희가 매개체다. 자신은 설희의 옛 애인이고 전인규는 현재 애인일 것이다.

‘설희와 끝난 지 일 년이 넘었는데 이 자가 날 해코지할 이유가 없잖아?’

문득 섹시하고 반항적인 분위기를 풍겼던 전시장의 설희가 뇌리를 스쳤다.

“아!”

얼마 전 설희가 자신의 개인전 전시장에 찾아오지 않았던가?

강수는 컴퓨터를 켜고 설희를 검색했다. 설희에 관한 기사가 모니터에 주르륵 나열되었다.

-생얼 설희, 인사동 갤러리에 모습 드러내다.

강수는 기사를 더블 클릭했다.

<몬스터를 막아라 개봉 며칠 전, 설희가 인사동 한 갤러리에서 화장하지 않은 얼굴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캐리커처 사인회에도 참석해 이강수 화가의 모델이 되어 초상화를 받았다.......>

기사를 끝까지 읽은 강수는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A4 용지의 두 줄의 경고 메시지.

그리고 설희가 자기의 개인전 전시장에서 캐리커처 사인회에 참석한 모습의 사진.

자기는 도시의 소시민으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았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한 자기를 누군가가 폭력배를 사주해 해코지한 것부터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이었고 의문이었다. 한데 경고 문구와 설희의 기사를 놓고 보니 의문이 약간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전인규. 설마 너냐?’

폭력을 사주한 배후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근데 이 경고장은 누가 보낸 거지?’

과거에도 경고장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그때는 전인규를 조심하라는 경고 문구도 황당해서 무시했었고, 지금까지 아무 일 없었다. 하지만 만약 전인규가 폭력배를 사주했다면 경고장이 맞은 셈이 된다.

아무리 염두를 굴려도 자신에게 경고장을 보낼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문득,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하, 이거 재밌는데? 이 문구를 보낸 사람은 전인규와 설희, 나의 관계를 알고 있다는 말이고, 특히 전인규의 성품을 잘 아는 사람이란 말. 그렇지 않으면 경고장을 보낼 수 없지.”

자기가 모르는 뭔가가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뭔가를 알아낸 방도가 없었다.

‘좋아. 모르는 건 어쩔 수 없지. 어쨌든 박일모가 배후를 알아준다고 했으니까 작업하면서 기다려보자.’

강수는 컴퓨터를 끄고, 경고장은 편지 봉투에 넣어 서랍에 두었다.

‘따뜻한 물로 몸 좀 풀자.’

산에서 두 사내와 투닥거린 탓에 몸이 찌뿌둥했다. 등산복을 벗고 욕실로 들어간 강수는 온수를 틀었다.

쏴아!

“웃, 차거.”

샤워기에서 아직 따듯해지지 않은 차가운 물줄기가 쏟아졌다. 전신 세포가 깜짝 놀라서 아우성을 치듯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차가운 물줄기가 서서히 따뜻해졌다. 물의 온도를 적당히 조절한 강수는 따뜻한 물줄기에 찌뿌둥한 몸을 맡기고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쏴아아!

졸졸, 졸졸!

욕실은 물줄기가 쏟아지는 소리와 욕조 구멍으로 내려가는 물소리가 리드미컬하게 화음을 이뤄 강수의 심신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마음이 편안해졌고, 끊임없이 뭔가를 사고하고, 주변의 상황에 반응하던 뇌 신경이 서서히 침묵했다.

어느 순간 강수는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한 방울, 한 방울 물방울이 되어 쏟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육신이 쏟아지는 물방울처럼 한 방울, 한 방울 물방울이 되어 분해되고 있었다. 놀라운 감각이었고, 현상이었지만 강수는 의식과 감정이 분리된 것처럼 그 변화를 관조하고 있었다. 강수는 의식마저 물방울처럼 방울방울 분리되어 허공으로 흩어지고 있는 것을 관조하며 자신의 육신과 의식이 자연의 일부분으로 동화되고 있음을 알았다.

망아지경.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었다.

자동축적마나하트의 공능에 의해 미세하지만 공간에 흩어져 있는 마나가 호흡을 통해 강수의 심장으로 흘러들었다. 미약한 마나의 흐름이 하나씩 강수를 향해 형성되었다. 실개천이 모여 거대한 강줄기를 이루듯이 거미줄처럼 가는 마나의 흐름이 한 가닥씩 모여 커다란 줄기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마나의 흐름은 거센 소용돌이가 되어 강수의 전신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강수는 눈을 떴다.

쏴아아!

샤워기에서는 아직도 따듯한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강수는 물을 잠그며 속으로 크게 놀랐다.

‘이럴 수가!!’

마나하트에 새로운 서클이 자리하고 있었다. 비록 외곽 테두리가 선명하지 않아 완성된 서클은 아니었지만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른 서클이었다.

작년 북한산에서 경험했던 마나 폭증 현상이 다시 벌어졌다.

‘또 이런 현상이!’

강수는 자기에게 일어난 축복과도 같은 이상 현상의 원인을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무아지경에 든 것이 원인 같았지만 확실하지 않았고, 어떻게 해야 그런 단계에 이를 수 있는지도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원인은 파악할 수 없었지만 벅찬 희열이 가슴으로 솟구쳐 올라왔고, 통쾌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

몸이 아득한 창공 꼭대기까지 날아오를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지극한 기쁨을 만끽한 강수는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후후.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처음 마나 폭증 현상이 생겼을 때는 하루 반나절이 지나 있었다. 강수는 욕실에서 나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날짜는 21일 11시.

약 22시간이 지났다.

부재중 전화 5통, 문자 7개가 와 있었다.

주하 전화는 2통, 문자는 3통이었다. 친구들과 만나러 간다는 문자와 집으로 들어간다는 문자, 작업 중이구나? 내일 연락할게요. 라는 문자였다. 작업할 때 전화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주하라 하룻밤 정도의 연락 불통은 걱정하지 않는다.

나머지는 광고와 고원철, 서혁중의 연락이었다.

똑같은 일상의 하루가 지나가 있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강수는 아직도 알몸으로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실소를 지었다.

‘저번에도 알몸으로 있을 때 마나 폭증 현상이 생겼는데? 알몸하고 연관 있나?’

두 번 다 알몸 상태에서 마나 폭증 현상이 일어났다. 연관 있다고 봐야 한다.

‘후후. 우습지만 어쩌면 하나의 단서일지도 몰라. 음, 배가 고프군. 작업실 가는 길에 밥 좀 사먹어야겠다.’

강수는 검정 바지에 회색 콤비 자켓을 입고 외출을 서둘렀다.

*

삑삑삑삑!

강수는 작업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작업실에 먼저 와 작업 중인 서혁중과 고원철이 얼굴에 희색을 띠며 다가와 강수에게 인사했다.

“선배님, 어제는 전화도 안 받고 작업실에 출근도 하지 않고 무슨 일 있었습니까? 걱정했잖아요.”

“어서 오세요. 선배님.”

“어, 그래. 어제는 폰을 집에 놓고 사람 만나러 나가는 바람에 연락 못 받았다. 별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라.”

사실대로 얘기할 수 없어 간단하게 둘러댔다.

“그런가요?”

“별일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연락이 안 되니까 답답하더라고요.”

“그래? 걱정했구나. 고맙다.”

옷장으로 간 강수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이젤 앞으로 갔다. 두 번째 작품 ‘DNA 남녀’의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오늘이 27일. 30일까지 두 점을 완성하면 총 다섯 점이 끝나는구나.’

두 번째 개인전은 9월 8일 수요일이라 본래는 한 달에 15점을 완성하면 된다. 이틀에 한 점을 끝내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지만 두 후배 덕분에 여유가 있었다.

작업 준비를 하는 강수 옆으로 서혁중과 고원철이 다가왔다.

“선배님.”

서혁중이 강수를 불렀다.

“응? 왜?”

“그전부터 궁금했는데 선배님은 항상 한 시 넘어서 출근하잖아요. 오전에 따로 하는 일이 있나 싶어서요. 투잡을 한다든지?”

“투잡? 투잡은 아니고 운동하는데.”

“아, 운동하는구나. 어쩐지 몸이 예사롭지 않다 했습니다.”

고원철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선배님은 무슨 운동 합니까? 헬스클럽 다니나요?”

“아니. 집이 북한산 근처라 난 등산해.”

“예? 등산이요? 설마 매일 등산하나요?”

“그래. 운동은 적당히 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난 습관이 돼서 매일 산에 올라가. 그리고 명상하면서 내면을 관조하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고 말지.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작품 활동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까 너희도 운동 좀 해라. 특히 혁중이 너. 처음엔 보기 좋았는데 살이 좀 찐 것 같다.”

서혁중이 멋쩍게 웃었다.

“하하. 저도 운동하고 싶은데 집 근처에 등산할 만한 산이 없어서요.”

“누가 등산하래? 헬스장에서 한두 시간만 운동해도 충분해.”

“하하. 알겠습니다.”

고원철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이번엔 화제를 바꿨다.

“참, 선배님, 혹시 ‘내 사랑’이라고 몇 년 전에 상영한 영화인데 봤습니까?”

“내 사랑? 안 봤는데. 무슨 영화인데?”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아 장애를 가진 캐나다 여성화가 모드 루이스를 소재로 한 영화죠. 이 자식이 감동 실화라고 해서 봤는데 감동은 있는데 알고 보니 모드의 삶을 왜곡한 영화더라구요.”

서혁중이 발끈해서 반박했다.

“얌마, 영화는 영화로 봐야지. 모드 루이스의 삶을 똑같이 재현하는 게 영화는 아니잖아.”

“그럼 실화라고 하지 말든지. 실화라고 해 놓고선 무지하고 폭력적인 남편에게 무시 받으며 산 모드의 삶을 왜곡하고, 미화해서 진실을 호도하고 있지 않냐? 그게 문제라는 거야.”

“영화 초반에 에버렛의 무식하고 폭력적인 성격이 잘 드러내고 있는데 자꾸 왜곡했다고 하냐? 더구나 모드와 에버렛이 살아온 삶을 넌 정확히 알지도 못하잖아.”

“그래서 인터넷 검색해 봤다. 모드가 에버렛을 정말 사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괴팍한 성격의 에버렛이 모드를 무시하고, 그림 판 돈을 착취한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영화에서는 에버렛의 폭력적인 성격이 변하지만, 실제는 돈 벌기 위해 모드가 죽기 전까지 그림만 그리게 할 정도로 돈에 눈이 먼 추악한 인간일 뿐이지. 영화는 그런 진실은 외면하고 아름답게 사랑으로 포장해 놓았을 뿐이다. 예들 하나 들어볼까?”

“무슨 말 하는지 모를까 봐 예를 드냐? 됐다.”

“하여튼 모드의 삶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으면 진실을 알 수 있게 모드의 삶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거야. 영화 속에서는 두 사람의 사랑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꾸며놓았지만, 진실을 알고 나면 뭔가 속고, 우롱당한 느낌이 든다고.”

“너랑 얘기하고 있으면 내가 받은 감동마저 희석되고 마는구먼. 난 작업이나 하련다.”

서혁중이 더 듣기 싫다는 듯 휑하니 자기 이젤 앞으로 가버렸다.

“큭큭, 자식. 할 말 없으니까 도망치네. 선배님도 내 사랑 봐보세요. 이것저것 떠나서 그림에 대한 한 단면을 모드라는 여성 화가를 통해 엿볼 수 있거든요.”

“그래. 장애라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림을 그린 여성화가 이야기라니 한번 봐야겠다. 근데 네가 얘기한 진실 때문에 영화에 몰입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고원철이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모드에 초점을 맞춰서 보세요. 그럼 볼 만할 겁니다.”

고원철도 작업한다며 자기 자리로 갔다.

‘내 사랑이라.’

학창시절 내 사랑이란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접한 기억은 났다. 아마도 대학 4학년 때였을 것이다.

‘그때는 영화에 관심 쓸 여유조차 없었지. 뭔가에 쫓기듯이 정신없이 살았으니까.’

그때의 황망했던 삶은 그저 오래된 그림의 한 장면처럼 아련하게 추억으로 남았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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