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 그리는 마법사-67화 (67/197)

# 67

번외편 - 읽지 않아도 됩니다.

자리에 남아 있던 연주가 생글생글 웃으며 강수에게 말을 걸었다.

“강수오빠, 마술 연습 열심히 하시는 거 같은데 잘 돼요?”

“어? 하하. 몇 가지 연습하긴 했는데 초보가 뭘 하겠어.”

“어떤 거 하실 줄 알아요? 제가 봐 볼 테니까 한번 보여주세요.”

“어? 그럴까? 그럼 내가 몇 가지 해 볼 테니까 평가 좀 해주라.”

강수는 초보가 할 수 있는 마술 몇 가지를 해보기로 마음먹고 캐비닛에서 마술에 쓸 포커 카드와 주사위, 컵 등을 챙긴 후 연주를 앞에서 섰다.

‘연기는 열심히 했는데 이상하지 않겠지?’

“자, 그럼 마술을 해 볼 테니 어디가 어색한지 이따 말해 줘.”

“헤헤. 알았어요.”

강수는 포커 카드와 주사위 등을 가지고 마술인양 마법을 이용한 일련의 마술 연기를 펼쳤다. 트릭과 기술은 쓰지 못하기 때문에 마법을 캐스팅하고, 그것을 마술처럼 보이게 하는 연기를 펼친 것이었다.

마술이 끝나자 연주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수를 올려다보았다.

“우와, 굉장하다. 진짜 감쪽같다. 강수오빠, 이건 거의 프로 마술사 수준인데요?”

강수는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후후, 당연하지. 네가 본 건 마술이 아니라 마법이거든.’

“아니, 언제 이렇게 스킬을 마스터했어요? 집에서 그림 안 그리고 마술만 연습한 거 아녜요?”

“맞아. 죽어라 연습했지. 내가 본래 필이 꽂히면 끝장을 봐야 하는 성미거든.”

이때, 강창호가 웃으며 탁자로 다가왔다.

“연주야, 왜 그렇게 놀란 얼굴을 하고 있냐?

“아, 창호야, 강수오빠 카드 마술이 장난 아니야. 거의 프로급이야.”

“뭐? 정말이냐?”

“그렇다니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나도 보는 눈은 있거든. 빈말이 아니라니까.”

고개를 갸웃하며 강수에게 말했다.

“강수 형, 마술 시작한 지 3, 4개월 정도 되지 않았어요?”

“그렇지.”

“원래 카드 마술 스킬은 익히기 어려워서 연습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저도 구경할 수 있어요?”

“그건 어렵지 않지.”

“아, 이럴 게 아니라 저쪽 무대에서 해보는 건 어때요. 우리를 관객이라고 여기고 해보세요.”

“아니, 그렇게까지 할 건 아닌데.”

“아녜요. 기왕에 하는 마술 시범인데 여러 사람 앞에서 하면 실감나죠. 이리 오세요.”

“창호가 강수의 손을 잡고 무대가 있는 곳으로 끌었다.”

“야, 창호야, 갑자기 이러면 곤란한데.”

“민석 형님, 강수형이 그동안 익힌 마술을 잠깐 구경해 보죠?”

공연을 준비하던 회원들이 무대로 걸어오는 창호와 강수를 쳐다보았다. 노민석이 박수를 치며 강수의 마술 공연을 환영했다.

짝짝짝!

“하하. 드디어 강수도 마술을 하네? 어디 보자. 의자 가져와서 앉자.”

사람들이 구석에 있는 접이 의자를 하나씩 가져와서 무대 앞에 앉았다.

졸지에 회원들 앞에서 마술을 공연하게 된 강수가 멋쩍게 웃었다.

‘하아, 이거 잘 할 수 있을까?’

결국 강수는 접이 의자에 앉은 회원들 앞에 섰다.

비록 동호회 회원들이지만 관객을 앞에 두고 마술 아닌 마법을 펼친다는 것이 묘하게 흥분되었다.

‘연주도 눈치채지 못했으니까 괜찮겠지?’

강수는 마법을 마술처럼 연기한다. 자신이 펼치는 연기가 얼마나 먹히는지 테스트해 보는 순간이다.

강수가 회원들을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제가 준비한 마술은 몇 가지 안 되니까 기대는 마시고 편하게 봐주세요.”

강수는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 빈손을 보여주고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투과마법으로.’

카드 한 장이 품속에서 오른손으로 이동했다. 강수는 오른손을 살짝 흔들어주는 액션과 함께 카드를 보여주었다. 처음엔 한 장, 다음엔 왼손에 두 장. 다음엔 오른손에 세 장.

간단한 시범인 것처럼 빈손을 보여준 후, 손을 깍지 끼고 쭉 뻗어보는 강수.

속으로 영창을 끝낸 강수는 왼손으로 오른손에 기를 불어넣는 액션을 하며 투과마법을 캐스팅했다.

가슴에 있는 포커 카드의 절반이 오른손으로 이동했고, 원 핸드 패닝으로 카드를 펼쳐 보여주고 버렸다. 그렇게 왼손, 오른손 번갈아 연속으로 투과마법을 캐스팅했다.

물론 마법을 연속으로 캐스팅하는데 0.7초쯤의 딜레이 타임이 필요하지만, 천천히 패닝하고 카드를 바닥에 버리기 때문에 캐스팅 시간은 충분했다.

짝짝짝!

“와. 엄청나다.”

완벽하고 자연스러운 연기에 연주가 손뼉을 치며 탄성을 질렀다.

강수는 원 핸드 패닝을 끝내고 품에서 한 벌의 포커 카드를 꺼냈다. 연주에게 카드 한 장을 뽑아 사인하게 한 후 카드 사이에 끼워 넣고 섞었다. 그 사이 투시마법으로 어떤 카드인지 알아냈음은 물론이다.

강수는 카드를 허공에 뿌리고 사인한 카드를 홀드마법으로 정지시킨 후 재빨리 낚아챘다.

강수가 참고한 마술은 관객이 뽑은 카드를 섞은 후, 카드를 허공에 뿌리고 관객이 뽑은 카드를 발가락으로 잡아내는 난이도 높은 마술이다.

그것을 투시마법과 홀드마법으로 재현한 것이다. 또한 발가락으로 카드를 잡을 수는 없어서 손으로 잡았다.

“우와, 이거 최현욱 마술사가 발가락으로 잡았던 마술이잖아요. 이걸 하다니!”

‘엇, 이거 너무 고난이도였나?’

해법을 물어보면 대충 얘기해 줄 수는 있지만 안 물어보길 바랐다.

강수는 플라스틱 컵 세 개를 식탁보가 깔린 탁자에 엎어놓았다. 가끔 마술사들이 시도하는 야바위 마술이었다.

강수는 속으로 투과마법을 캐스팅한 후 가운데 컵에 기합을 넣었다.

“얍!”

기를 불어넣은 강수가 컵을 들었다. 주사위가 하나 들어가 있다.

“이야, 어느새 컵에 주사위를 넣었지? 보고 있어도 모르겠네.”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던 강창호가 감탄했다. 다른 회원들도 의외라는 눈빛을 띠었다.

주사위를 컵으로 덮고 천천히 몇 번 움직인 뒤 주사위가 든 컵을 알아 맞춰 보라고 했다. 천천히 움직였기 때문에 당연히 주사위가 든 컵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이건 보나 마나 왼쪽 컵인데요. 하지만 왼쪽 컵에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난 가운데.”

강창호가 대답했고 다른 회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왼쪽 컵을 지목했다.

“나는 왼쪽 컵.”

강수가 컵을 하나씩 들었다. 컵은 전부 비어 있었다.

투과마법으로 주사위는 주머니로 이동시켜 놓았다.

‘투과!’

강수는 마지막으로 투과마법을 캐스팅하고 왼쪽 컵을 들었다. 주사위는 그곳에서 나타났다.

“이상으로 마술 시범을 마칩니다.”

짝짝짝!

강수가 인사를 하자 회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열화와 같이 손뼉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 보통이 아니네요.”

“너무 잘 하잖아요? 초보자 맞아요?”

염진구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와, 놀랄 노자네. 몇 개월 됐다고 마술 고수가 다 됐어?”

“강수 형, 당장 공연해도 되겠어요.”

“공연은 무슨, 난 다른 건 못해. 이 몇 가지만 죽어라 한 거야. 이 정도로 어디 명함이나 내밀겠냐?”

“무슨 소리야. 너 정도 실력이면 충분하다. 여러 개를 엉성하게 아는 것보다 한 가지라도 완벽하게 펼칠 수 있는 게 중요해.”

“진구 씨 말이 맞습니다. 완벽한 트릭, 스킬이 중요하죠. 어차피 그 기술에서 다 가지치기하는 거니까요.”

“강수야, 너 마술에 엄청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몇 가지 마술을 보충해서 너만의 독창적인 스토리를 만들면 공연도 할 수 있겠는데?”

“하하. 고맙습니다. 공연하려면 아직 멀었죠. 저는 바닥 치울게요. 창호야, 떨어진 카드 좀 줍자.”

“네. 형님,”

연주가 강수를 도와 바닥에 떨어진 카드를 주우며 옆에 있는 창호에게 말했다.

“창호야, 강수오빠 마술 어때? 내 말이 맞지?”

“그래. 이렇게 잘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내가 눈을 크게 뜨고 봤는데 트릭을 어떻게 구사했는지 도저히 모르겠더라. 강수 형은 그림이 아니라 마술사를 해도 성공하겠다.”

강창호가 강수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강수 형, 마술사로 전직할 생각 없어요? 요즘 우리나라 마술사들이 전 세계 마술 대회인 피즘에서 좋은 성적 거두고 있거든요. 2년 뒤에 피즘이 열리니까 레퍼토리만 늘리면 얼마든지 나갈 수 있겠어요. 몇 개월 만에 이 정도 실력이니 최고 마술사가 되는 건 일도 아니겠어요.”

“하하. 마술은 취미로 하는 거야. 내 전공은 그림이다.”

“야, 아깝다. 강수 형이 마술하면 정말 볼만 할 텐데.”

강수도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니 생각보다 흥분이 되고 즐거웠다. 회원들은 자신의 마술 연기를 의심하지 않았다. 의심할 이유도 없지만, 마법과 마술을 접목한 연기가 자연스러웠다고 할 수 있었다.

‘관객 앞에서 마술을 공연하는 것도 재미있겠는데?’

강수는 기회가 되면 마술 공연을 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주변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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