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한 이레귤러의 커브가 드러남-17화 (17/200)

17화. 내 잘못은 무엇일까

『현 야구 국대 고하라 감독 구속··· 전일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던 고하라 감독에게 구속 영장이 청구되었다. 그는 수년 전부터 XX대 야구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대학 입학을 미끼로 학부모들로부터 학교 발전 기금 명목으로 거액을 편취하고··· 사회의 공정성을 해치고··· 수사는 협회와 대학 관계자들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

스포츠 섹션 가장 상단 윗줄이 이런 류의 글로 장식되어 있다.

‘이거 예전 기자에게 연락 왔을 때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한 거였잖아. 그 뒤로 또 연락이 없어서 잘 정리된 줄 알고 있었더니···’

『부정 입학의 그림자··· 현 대표팀의 진면목은 이번 베이스볼 클래식을 통해 잘 드러났다. 자랑스러워야 할 국가의 대표가··· 선발의 공정성부터 재고되어야··· 불공정의 연결 고리가 대표팀까지 이어져··· 독단을 넘어선 끼리끼리 밀어주기의 결과가 무자격 선수의 선발로까지 이어졌고··· 이러한 불공정 행위는 전체 선수단의 단합과 사기에···』

‘헐! 이거 이름만 안 나왔다뿐이지 특정인을 바로 지목한 거잖아.’

제목부터 부정 입학이라는 아주 부정적 단어가 등장하고 대표팀 부진의 근본적 원인으로 그것이 작용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기사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답답해진다. 기사에서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특정 학교 출신 선수를 지목하고 있다.

‘어휴! 차라리 대놓고 나라고 하지. 이게 뭐야. 그나마 스포츠 기사에 댓글이 안 달려 다행이지. 예전 같으면 내 이름도 바로 나왔겠네.’

따라라라 따라라-

전화가 왔다. 태경이다. 받지 말까 하다가 그냥 연결했다. 어제 공항에서 경황이 없어 제대로 인사도 못 나누고 헤어졌었다.

“형. 봤어요?”

태경이도 마음이 급한지 바로 본론부터 나왔다.

“응. 봤어. 감독님에게 연락도 안 되고 해서 혹시나 해서 뉴스 검색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좀 그러네.”

“그러게 말이에요. 감독님도 걱정이긴 하지만 낼모레가 드래프트인데··· 이 분위기면··· 형도 이런 일이 생겨서···”

당연히 걱정스럽겠지만 그건 너무 오버한 것 아닌가 싶다.

“우리야 별일 있겠어? 감독님이 걱정이지. 만에 하나 불법적인 부분이 있어 밝혀진다고 해도 우리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일이잖아. 그리고 너는 걱정할 거리가···”

“하아! 형. 형이야말로 태평하게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어? 이게 아닌가? 반응이 왜 이러지?’

기사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어제 들은 대로 상황을 객관화시켜 신중하게 생각해보니 큰일이긴 해도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게까지 심각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야! 우리 감독이 말을 좀 독하게 해서 그렇지 따져 보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잖아. 발전 기금 문제도 감독이 중간에 가로챈 게 아니고 학교로 들어간 거잖아. 별로 떳떳한 일은 아니지만 관례가 그랬고 지금이야 나쁜 놈 소리 들어도 조금 지나면 잠잠해지지 않겠어?”

“어휴! 정말 순진한 형이라니까.”

사실 야구뿐만 아니라 각 운동부에 잘하는 선수로 스카우트되면 장학금 명목으로 돈을 받는다. 일시불도 있고 나눠서 받는 조건들도 있는데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오겠는가? 사실 업혀서 들어간 선수들이 그 부분을 부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부분에 모순이 있다는 건 나도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굳이 문제점을 들춰내자면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집 애들은 그런 형태의 입학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내가 그걸 어쩌겠어. 불합리한 제도에 실망해 내가 중간에 야구를 그만두는 게 옳은 선택이었을까?’

피해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서 공정하지 않다는 말이 간혹 나오기도 하는데 좀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전문적인 운동을 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엘리트 스포츠란 그렇다.

그 비용을 누가 댔을까? 국가에서? 학교에서?

고등학교 운동부가 겨울에 해외 전지 훈련을 가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그런 경우 상당한 부분 아니, 대부분이 학부모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현실에서 엘리트 스포츠를 고등학교까지 했다면 경제력이 모자라는 집 아이들이 있을 리가 없다.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그런 일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서로 갖춘 조건은 비슷하다. 결국은 실력이다. 실력이 모자라면 그런 식의 대학 입학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누가 피해자가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이게 내가 아는 상식이었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이 드는 불편한 진실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일에 관련된 사람들은 야구 관계자라 불릴만한 사람들이다. 진실이 밝혀진다면 감독이 크게 처벌받지는 않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뭘 그렇게 비틀어서 이야기를 하냐. 마음에 썩 드는 건 아니지만 현실이 그런걸. 우리가 어쩌겠어.”

순진하다는 태경이 말에 울컥했지만, 얘한테 화를 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데 그럴 이유가 없다.

“형은 별로 심각성을 못 느끼나 봐요. 이대로는 대화가 안 될 거 같네. 내가 메시지로 주소 하나 찍어줄 테니까 거기 들어가서 좀 보세요. 그리고 다시 이야기하죠.”

갑자기 전화가 끊어진다. 그리고 곧 새로운 메시지 알림이 들어왔다.

‘정말··· 뭔데 그러는 거야? 내가 사회생활 경험이 좀 없기는 해도 그렇게 둔한 사람이 아닌데··· 응? 이름이 뭐 이래? 불판?’

BEST [레벨:1] 슈스케 2027. 10. 12 05:41

선수 선발 공정성이 가장 중요하지. 금수저만 야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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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레벨:32] 류류류 2027. 10. 12 06:17

그 선생에 그 제자일 것 같지만 아직 정확한 뭐는 없으니 전 일단 입꾹닫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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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레벨:21] ASibal 2027. 10. 12 06:23

제도보다는 악용하는 인간들이 문제. 걔들은 뒤에서 히히 웃고 있을 듯.

“개돼지가 떠들어 봤자지” 딱 이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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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레벨:32] MoM1258 2027. 10. 12 06:40

대표팀 XX대는 두 명임, 투수 소영수 포수 김태경. 2년 전 군대 갔다 복귀한 백수1과 낼모레 드래프트에 나올 물빠다1 딱 뭐가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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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6] 해태가해태 2027. 10. 12 07:40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비리 구덩이 협회는 해체하라. 어디 선수 같지도 않은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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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 한번에하자 2027. 10. 12 07:41

엔트리부터 개병신 같이 뽑아 놓고 징징대는 게 문제. 돈 먹은 놈이 뽑으니 오죽했겠어?

ㅅㅂ 뭐 누가 뭐라고 한 사람이 어딨어? 선수 없어 성적 못낸다고 징징거리고 뽑은 게 지 제자. 그러고 3전 전패 개병신처럼 운영. 돈 마이 묵었으면 돈값은 좀 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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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 슈스케 2027. 10. 12 07:45

한번에하자 그니까요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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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 졸업생 2027. 10. 12 07:48

소영수 강남 XX빌딩 외동아들임. 입학 때부터 포르셰 타고 다님. 완존히 취미생활처럼 야구를 함. 대학 입학했으니 곧 그만두고 미국 갈 거라는 소문이 무성했음. 머리가 안 돼서 대학 입학하려고 운동한 대표적인 케이스. 그것도 단체운동 덕에 대학물 먹은 금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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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저히 못 보겠다. 그리고 너무 억울하다. 대표 선발이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건 나도 충분히 잘 안다. 그래서 실력으로 보여주지 않았냐고. 내 7이닝 역투를 언급조차 안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경기나 보고 욕하는 거야? 내가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냐고. 태경이는 이걸 왜 보라는 거야?’

게시판 글들을 잠시만 읽었는데도 몹시 짜증스럽다.

“그런데 뭐 어쩌라구. 일반인들이 떠들어봐야··· 냄비 근성이니 하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지. 곧 식을 거야.”

화풀이 삼아 떠들어 봤지만 아주 많이 찜찜하다. 태경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봤다.”

“보고 나니까 뭐 느껴지는 거 없어요?”

“느끼긴 뭘 느껴. 내가 그거 보고 감상문이라도 써야 하니?”

“우린 망했어요. 지금 보신 그 게시판은 상당히 점잖은 곳이에요. 험한 곳들은 어휴! 말로 하는 것보다 직접 보시고···”

안 봐도 된다.

“아니 아니, 지금으로도 충분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저는 어떻게 드래프트 후순위라도 선택을 받긴 할 거 같아요. 미리 이야기가 오고 가던 팀이 있었는데 계약금 요구액을 좀 낮춰 달라고 하더군요. 그런 말이라도 하는 걸 보면···”

“치사하게 상황이 좀 바뀌었다고 주기로 했던 돈을 깎자고 해? 이렇게 된 지 딱 하루 만에 그딴 소리를 한단 말이야? 어느 팀인지 정말 양XX네? 정말 상종 못할···”

말을 뱉으면서도 지금 내가 너무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같이 맴돈다.

“자본주의잖아요. 수요 공급 사정이 바뀌었는데 가격이 그대로일 리가 있겠어요? 드래프트가 당장 낼모레예요. 그쪽도 급하고 나도 급하죠. 차라리 이렇게 빨리 이야기라도 해주니 속 시원해요. 아무튼 그렇게 되었고 이야기를 하다가 형 이야기가 잠깐 나왔는데···”

“어? 그게 혹시 바닷가에 있는 팀이니?”

“맞아요. 형도 알고 있는 걸 보니 감독님과···”

“알긴 뭘··· 감독이 그 팀 레전드였잖아. 그래서 넘겨짚어 본 거지.”

다 알고 있었던 일이지만 지금 입 밖에 내기엔 왠지 부끄러웠다.

“형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거 같아요. 프로팀들은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요. 대개 모기업의 광고판 역할로 운영되는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비난을 받고 있는 선수를 뽑기는 어렵다고 하더군요.”

갑자기 느낌이 쎄하다.

“그거 네 생각 아니지? 나한테 연락을 해서 그렇게 전달하라고 해서 하는 말 아냐?”

“형 짐작이 맞을 거예요. 그쪽 이야기는 자중하고 있다 보면 분위기가 변할 때가 올 거다. 이 파도가 지나가면 나중에 다시 보자라고···”

참 많이 곤란한 이야기다. 이 말을 풀이하자면 당장 뽑지는 못한다. 약속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기다리고 싶으면 기다려 봐라. 혹시 기회가 되면··· 이런 말이다. 굳이 태경이를 통해 말을 전한 건 관계자 누군가가 내게 개인적인 끈을 하나 이어 놓고 싶었던 것 같다.

‘정말 말도 안 돼. 어떻게 하루 만에 일이 이렇게 일그러질 수가 있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어쩌면 이 일의 시작과 결말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얼핏 든다. 감독은 쉽게 나오지 못할 것 같다.

‘아!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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