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96화 (196/204)

196화 마법 왕국 침식지 공략 (2)

현실과 게임 속 세상.

지구와 듀플렉스 대륙.

둘이 섞인 지는 꽤 오래됐다.

그 결과 지구의 문명이 변화했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고.

그렇다면 게임 속 세상 듀플렉스는?

마찬가지였다.

지구 문명이 안으로 스며들었다.

예를 들어 데우스칩이 지구 무기를 본떠 만든 마력포 궤도 골렘, 마력 포탄, 미사일 등등.

뿐인가?

어느 왕국에선 골프장이 만들어졌다.

공과 골프채도 생산, 서핑 보드도, 심지어 자전거까지.

예전엔 서로의 고유한 문명에 대한 NPC와 플레이어 간의 대화 자체가 이해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많이 풀렸다.

NPC들이 플레이어가 말하는 지구 문명의 개념을 일정 부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듀플렉스, 세상 안이 이렇게 변화한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당연히 주신(主神), 시스템이 허락한 덕분. 지구 문명의 개념을 세상 안에 맞게 변화시켜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反)시스템은?

역시 신(神)적인 권능을 가진 시스템.

반(反)시스템도 세상 안에서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시스템이 하면 반(反)시스템도 가능하다.

침식된 마도 공학자가, 침식된 마정석을 가지고 만든, 침식된 무기 아이템. 가고일이 미사일을 발사했고, 지금은 초대구경의 마력 대포까지 등장했다.

‘설마 그때 침식 안테나도 무트 엑자일이 만들었나?’

그럴 것이다.

베이징 동물원과 열대우림 침식지에서 등장했던 침식의 안테나, 마도 공학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데우스칩이 그걸 베껴서 포스 안테나를 발명해 냈고.

무트 엑자일.

5백 년 전, 그러니까 팩토리가 침식되기 전, 마키나 최고의 마도 공학자.

그러나 지금은 침식된 괴물일 뿐.

찬웅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음에도 그저 초대구경 마력 대포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무튼 생각은 나중에 하고.

‘일단 저 대포부터.’

침식 마력 포탄의 위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저게 발사되면 공중도시가 위험하다.

팟팟팟팟!

순간 가속으로 이동하는 찬웅.

그의 앞길을 막는 가고일 무리.

파슛! 파슈슛!

가고일의 소형 미사일이 발사됐다.

쾅쾅! 콰콰쾅!

허공에서 터지는 폭발.

“윽!”

하지만 명중은 되지 않았다.

아직 유도 시스템까진 적용하지 못한 듯.

‘됐어. 이 정도 거리면…….’

하지만.

“이런!”

찌이이이이이!

파츄츄츄츄츗!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초대구경 마력포가 번쩍였다.

화악!

가까이 다가가던 찬웅의 머리카락이 위로 올라갈 정도로 강력한 발사.

‘…저건 못 막아.’

한 대 맞고 버틸 수밖에 없다.

마탑의 방어력과 플레이어들의 포스 배리어를 믿어야지.

콰콰콰콰콰콰…….

쩌저찌지지직…….

배리어가 깨어지는 소리.

마탑의 회피 기동으로 정면이 아닌 측면을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공중도시가 뒤로 저만치 밀려났다.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마치 낙화처럼 밑으로 떨어지는 플레이어들도 보이고.

하지만 다시.

우우우우웅!

재생성되는 포스 배리어.

‘더 이상 허용하면 안 돼!’

찬웅은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웅!

루인의 앙증맞은 머리 따개가 포스로 그 몸집을 키웠다.

츠피리리릿!

가공할 포스 강기 덩어리가 대포를 향해 날아갔다.

콰콰콰콰콰!

공기를 가르고, 경로 앞을 막아서는 가고일과 헬하운드 등을 찢어발기면서.

순간!

찌이이잉!

채앵! 콰앙!

경로를 벗어나 옆쪽 건물 하나를 통째로 부수며 박히는 찬웅의 도끼.

“…무슨?”

누군가 찬웅의 도끼를 튕겨 냈다.

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또 하나의 인간.

이자는 또 누구?

투구를 쓰지 않은, 갑옷 차림의 대검을 든 기사.

물론 침식됐고.

얼굴이 자세하게 눈에 들어왔다.

낯이 익었다.

또한 갑옷에 새겨진 가문의 장식.

‘…카라카스 공작가.’

누군지 알 것 같다.

5백 년 전 사라졌던 영혼은 무트 엑자일 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다.

대륙 최고의 검사.

검신(劍神) 그랜드 마스터 롤랑 카라카스.

찬웅에게 죽은 카라카스 황제의 조상.

휘릭!

찬웅은 다시 돌아온 도끼를 손에 꽉 부여잡았다.

뿌득!

어차피 대화가 통할 것 같지도 않다.

무트 엑자일, 롤랑 카라카스.

둘 다 이지를 잃어버린 자들.

느껴진다.

영혼의 오염도도 극심했다.

침식에 찌들고 찌든 영혼.

그때였다.

띠링!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음?’

- 침식의 씨앗 파괴

- 완료 조건 : 씨앗을 지키고 있는 파수꾼 처치(0/3)

- 보상 : 세상의 완전한 정화 / 차원 창고 획득.

‘…씨앗?’

게리 스탁턴에게 들은 바 있다.

새로운 차원이 창조될 때 섞여 들어온 침식의 근원.

‘단순한 정화만으론 안 된다는 거네?’

맞긴 하다.

뿌리를 뽑아야지.

‘먼저 파수꾼 1부터.’

파팟!

찬웅의 신형이 롤랑에게 쇄도했다.

* * *

콰콰콰콰콰콰…….

쩌저찌지지직…….

도시 측면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마력 폭발. 10m쯤 뒤로 밀려나는 공중도시.

빗맞았지만 단단한 포스 배리어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

“뜨아아!”

“켁!”

“어이쿠!”

“자, 잡아 줘. 떨어진다아아아!”

도시 가장자리에 서 있던 플레이어들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기다렸다는 듯 달려드는 마물들.

“정신 차리고 안테나 잡아! 자원 재생 물약 마시고 포스를 쏟아 내!”

최기병은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다시 포스 안테나를 잡았다.

우우우우우…….

다행히 포스 배리어는 재생성됐다.

‘떨어진 사람들은 별일 없겠지?’

무조건 죽는 건 당연.

다만 현실 페널티가 문제.

‘괜찮을 거야.’

동화율이 높은 자들로만 뽑았다.

보스에게 죽는 게 아니니 현실 페널티가 가해진다 해도 경미한 수준일 터.

문제는 마탑이다.

공중도시 밑부분에서 지상으로 이어진 길다란 줄.

다 몬스터들이다.

놈들이 땅에서 여기까지 몸체로 구성된 사다리를 만들어 버렸다.

공중도시가 거대 마력 포탄에 피격당해 몬스터들도 소멸당하고 사다리도 끊겼지만 금방 복구됐다.

그만큼 숫자가 많다.

지상을 까맣게 뒤덮은 몬스터 무리.

게다가 점점 더 늘어났다.

임프에, 헬하운드, 리빙아머, 키메라, 켈베로스… 일반형도 있고 개조형도 있고, 다그닥! 다다닥! 서로의 몸을 발판 삼아 도시에 올라오는 놈들.

더 높이 부상을 시도했지만 좀 전의 타격으로 문양 몇 개가 손상된 듯했다.

움직임마저 느려졌다.

“캬오오!”

“크르릉…….”

“끼에엑!”

플레이어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여기가 장악당하면 끝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었기에.

일부는 안테나에 포스를 불어넣어 배리어를 생성하고, 일부는 몬스터를 처리하는 플레이어들.

그 와중에 에루인은 고민하고 있었다.

케이를 도울 것이냐, 아니면 마탑을 지킬 것이냐.

“장로님! 마탑을 지켜야 합니다. 저쪽은 케이에게 맡기고.”

최기병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또 홀로 분전하는 브랜달의 모습도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대마도사급의 강렬한 마법의 화력이 공중도시에 침입한 몬스터들을 녹이고 있었지만 워낙에 숫자가 많아 역시 중과부적.

보통 몬스터들이 아니다.

몇몇 놈은 마법 저항 문양을 그렸는지 좀처럼 쉽게 죽지도 않았다.

“X발!”

그녀도 안다.

여길 지켜야 한다.

마탑이 침식당하면 아군이 적군으로 돌변할 터.

“여기 있어, 에루인.”

데우스칩이 자신이 몸소 제작한 이동용 드론에 올라타면서 말했다.

“넌 어디 가려고?”

“저기, 교수님이 계시잖아. 가서 인사라도 해야지.”

“미친 새끼! 싸움도 못하면서.”

위잉!

이동용 드론이 살짝 떠올랐다.

“그거 알아? 에루인?”

“뭘?”

“모든 대학원생 조교들의 꿈 말이야.”

“으음… 교수 되는 거?”

“천만에! 자신의 지도 교수를 죽이는 거야.”

데우스칩은 씨익 웃었다.

“오늘 그 꿈을 실현할 때가 왔네.”

쐐애애액!

데우스칩의 이동용 드론이 초대구경 대포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그래, 가라! 데우스!”

팟팟팟팟!

순간 가속과 쌍마체테의 에루인이 미친 듯이 도시를 누볐다.

* * *

찬웅이 가진 힘.

전설급 아이템에, 누구도 가지지 못한 고유한 스킬 그리고 막대한 포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지금 현재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가 가진 진정한 힘.

바로 동화율 198%를 기반으로 발현하는 본질 해독 능력.

문자열과 코드가 눈에 들어오면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 끊어 버린다.

그런데 롤랑 카라카스는 만만치 않았다.

먼저 그의 극심한 영혼 오염도.

허상이 주를 이루는 이 세상에서 진실한 것이 하나 있다면 오직 영혼일 터인데, 롤랑의 영혼은 그야말로 침식 그 자체.

그래서인지 코드와 문자열마저 변질되어서 좀처럼 해독이 되지 않았다.

또 하나.

침식당하기 전 롤랑이 가지고 있던 무위.

무려 그랜드 마스터.

더욱이 이지를 상실해 거의 기계적으로 대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진짜 골 때리네.’

그랬다.

놀람, 두려움, 당황, 자만… 이런 인간의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인공지능으로 자동 사냥을 돌려 놓은 듯한 느낌.

그저 공격이 오면 막고, 빈틈이 생기면 찌르고.

하지만 목적만은 분명했다.

찬웅을 초대구경 대포에서 멀리 떨어뜨려 접근을 막는 동시에, 가능하다면 죽여 버리는 것.

덕분에 침식 마도 공학자 무트 엑자일은 자유로웠다.

느긋하게 대포를 움직여 공중도시를 조준하고는.

찌이이이이이!

파츄츄츄츄츗!

또 한 발!

쩌저저저저저…….

침식 마력 포탄에 맞아 요동치는 공중도시.

‘어우야!’

크기라도 작았으면 피하기나 하지.

이래선 답이 없다.

다 죽는다.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

‘힘으로 짓누르는 수밖에.’

서걱! 서거걱!

생각할 여유도 주지 않고 찔러 들어오는 롤랑의 대검.

파팟! 파팟!

순간 가속으로 피한 후, 찬웅은 도핑을 시작했다.

먼저 자원 재생 물약을 입에 물고.

우우우우우우웅!

[동화율 : 198%]

[드래곤 하트 : 흡수율 55%]

[포스 : 731,856]

70만의 포스를 쌍도끼에 나누어 담으면서.

찌이이이잉!

뜨끔!

허리띠에 부착된 가속 물약 앰플 주사기가 허리에 박혔다.

유지 시간 30초.

팟!

순간 가속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빨라졌다.

찬웅이 바로 앞에 나타났음에도 롤랑은 눈도 끔쩍하지 않았다.

츠핏!

쐑!

위에서 밑으로 떨어지는 도끼 한 자루.

이지를 상실했다지만 롤랑의 판단은 정확했다.

피하기엔 늦었다.

대검을 위로 들어 도끼를 막는 롤랑.

강기의 도끼와 강기의 대검이 충돌했다.

쩌엉!

엄청난 마력의 파장.

때문에 잡몹들은 접근하지도 못했다.

‘그랜드 마스터면 어쩌라고!’

드래곤보다 강해?

동화율은?

전설 등급의 도끼는?

침식에 천적인 포스는?

츠핏! 츠핏! 츠핏…….

찬웅은 도끼 든 양손을 번갈아 가며 무지막지하게 찍어 눌렀다.

쩌엉! 째앵! 카강! 카카캉… 캉캉캉캉!

도끼의 움직임은 워낙에 빨라서 그저 잔상으로만 보였다.

놈은 피하지도, 반격하지도 못했다.

포스가 메말라 간다.

콰직!

이빨로 깨뜨려 자원 재생 물약을 마시고.

찬웅으로서도 모험.

포스가 먼저 마르냐, 아니면 제때 놈을 죽이느냐?

죽이기 전에 포스가 마르면 자신은 끝.

롤랑은 그렇다 쳐도 저 멀리서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잡몹들에게 죽을지도.

광포한 도끼질.

그저 찍고 또 찍고.

이 얼마나 단순한 폭력인가?

캉! 카캉! 카아아앙! 찌직……!

롤랑의 대검에 가느다란 균열이 새겨졌다.

푹푹!

옥상 바닥에 발목까지 박힌 롤랑의 하체.

그러더니.

쨍그랑!

유리 조각처럼 깨어지는 대검

동시에 도끼가 롤랑의 몸에 박혔다.

츠핏! 츠핏! 츠핏…….

콰직! 콰직! 콰지지지직!

도끼가 찍힐 때마다 몸뚱어리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살점 조각.

저것도 그래픽일 테지만…….

“킥!”

마침내 롤랑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신음 한 조각.

콱! 콰콱! 콱!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프스스스스…….

- 완료 조건 : 씨앗을 지키고 있는 파수꾼 처치(1/3)

“별거 아니네.”

물론 포스가 마르기 직전이었지만.

이제 남은 건 침식 마도 공학자 무트 엑자일.

그런데?

“어?”

* * *

찬웅이 싸우는 동안.

데우스칩은 이동용 드론을 타고 자신의 지도 교수였던 무트 엑자일을 향해 날아갔다.

콰콰콰콰콰쾅!

이동용 드론에서 떨어지는 파워 스틱 밤 Ⅱ.

주변의 몬스터들을 깨끗하게 정리한 후, 대포가 놓인 옥상에 착륙한 데우스칩. 드디어 자신의 옛 지도 교수와 마주했다.

“교수님.”

무트 엑자일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몰두하고 있을 뿐.

데우스칩의 마음은 복잡했다.

최고의 마도 공학자가 침식의 저주를 피하지 못하고 이런 신세가 되었다니.

“교수님!”

“크엑?”

순간!

찌지직!

무트 엑자일에게서 쏘아져 나오는 섬광!

찌잉!

자동 실드가 발동되었지만.

“끅!”

아프다.

육체적 고통보다 마음이 아프다.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해?

하지만 빨리 끝내야 한다.

이미 발사 준비를 끝마친 초대구경 마력 대포.

데우스칩은 빠르게 돌진해 서슴없이 무트 엑자일을 끌어안았다.

파직! 파지지직!

끊임없이 가해지는 전격 공격.

그러나 데우스칩은 포옹을 위해 깍지 낀 손을 풀지 않았다.

“교수님, 제가 조교였을 때 절 얼마나 부려 먹었는지 기억하시나요?”

“캬악!”

“그 결과 제가 이렇게 컸습니다. 이제… 보내드릴게요.”

“그르륵?”

스승을 죽이는 짓이다.

혼자 보내 드릴 수 있나?

데우스칩 아바타의 온몸에 주렁주렁 매달린 파워 스틱 밤 Ⅱ.

한 번에 터져 나갔다.

콰콰콰콰콰콰쾅!

옥상을 휩쓸어 버린 엄청난 마력의 폭풍.

찬웅은 순간 가속으로 몬스터 무리를 피하며 옥상에 당도했다.

팟팟팟!

“이런!”

뒤늦게 도착했다.

“쯧!”

지도 교수와 함께 자폭한 데우스칩.

조금만 기다려 줬으면.

‘…괜찮겠지?’

현실 사망 페널티가 걱정되긴 하지만, 데우스칩의 본체는 골렘. 손상을 입을 턱이 없다.

또한 그의 영혼은 누구보다 단단하다.

- 완료 조건 : 씨앗을 지키고 있는 파수꾼 처치(2/3)

남은 파수꾼은 단 하나.

분명 폐허 도시 안에 있을 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몬스터들이 보인다.

까마득하다.

어쩌겠나?

뚫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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