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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95화 (195/204)

195화 마법 왕국 침식지 공략 (1)

게리 스탁턴과 엘리는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

“크아! 한강 뷰가 기가 막히네. 이렇게 큰 강이 한복판을 흐르는 도시도 드물 거야.”

“50평 겨우 넘는 아파트가 왜 이렇게 비싸나 했더니, 확실히 강을 보니 기분이 좋아져요.”

“그렇지? 여기 오길 잘했지?”

“그래도 이 가격은 너무해. 더 싼 곳도 있잖아요.”

“아니, 서울이 제일 적당해.”

그들이 서울에 온 이유는 간단하다.

케이도 있지만 치안이 좋은 나라.

더구나 경제력도 뒷받침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지.

곧 세상 안 침식지가 완전하게 소멸하면 자신들은 평범한 인간이 된다.

인간으로서 남은 생을 마치게 될 터. 무탈하게 인생을 즐기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나머지 영혼들도 마찬가지.

마도 공학을 전파하기 위해 나온 데우스칩, 케이의 경호원 자격으로 온 에루인 그리고 조력자 역할을 부여받은 대마법사 브랜달.

모두 안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들은 여기 있어선 안 된다.

현실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존재들.

힘이 허용된 이는 오로지 케이뿐.

그는 원래부터 지구의 영혼이었으니까.

“케이는 어디쯤 있을까?”

“이제 막 시작했으니 최소한 한 달은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금방이네. 우린 인테리어나 마저 하자.”

이제 다 왔다.

플레이어들에게 허락되었던 지상도시 그라운드 테라와 공중도시 테라퓨타의 전신(前身)인 옛 마법 왕국의 수도 테라.

마법 왕국 침식지 보스는 데몬이라고 알려졌다.

한마디로 마족, 마계에서 출현한 존재.

“이번에도 무리 없이 공략하겠지?”

“침식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공중을 활보하는 우주 전함 테라퓨타를 감당할 존재가 있긴 할까요? 드래곤도 한 방 컷이에요.”

“무슨! 나도 명색이 드래곤이었는데…….”

“그럼 해 보시든가!”

“흐음.”

가만히 고민해 보는 게리 스탁턴.

본체인 상태에서 테리퓨타 마탑과 맞선다고 가정해 보자.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가상 시뮬레이션.

드래곤과 테라퓨타와의 전투.

“…정면 대결은 턱도 없겠어.”

“그쵸?”

침식지 공략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보스가 제아무리 마족, 아니 마왕이라도.

“물론 놈들도 정면으로 들이박지는 않을 테지만.”

단단히 준비했을 것이다.

침식의 씨앗이 본 시스템을 오염시켜 탄생한 반(反)시스템.

그것도 시스템이다.

적어도 이 세상 안에선 신에 버금가는 권능을 가진, 그래서 만만할 거라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 * *

듀플렉스 대륙의 평범한 산속.

20명으로 구성된 용병 플레이어들의 사냥이 진행되고 있었다.

사냥 목표는 트윈 헤드가 보스로 있는 트롤 패거리.

트롤이야 많이 잡아 봤다.

로그드라실 침식지에서 신물이 나도록 사냥한 몬스터.

비록 트윈 헤드지만 20명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10명으로도 어찌어찌 잡아 본 경험이 있으니까.

그러나.

콰직!

“끄아아아악! 씨이바알!”

“멍청한 새끼야!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라고 몇 번을… 으히힉!”

“으아아! 사, 살려… 꾸엑!”

일반 필드 몬스터 트윈 헤드 트롤.

침식의 기운을 가진 놈이 아니다.

그래서 쉬울까 생각했지만 정반대.

침식과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포스의 어드밴티지가 일반 필드몹에겐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발목 하나 잘렸다!”

“재생하기 전에 불로 지져.”

“이야압!”

털썩.

기어코 쓰러지는 트윈 헤드 트롤.

“휴우, 잡긴 잡았네.”

“코인 얼마나 들어왔지? 일단 다 모아. 죽은 애들 몫도 챙겨 줘야 해.”

“20명으론 부족해. 손해가 막심해. 최소 40명은 있어야 안정적으로 잡겠다.”

“아니, 동화율 160% 돌파하기 전까진 무리야. 그때까진 오크나 사냥하자.”

20인 공격대 중 생존자는 겨우 8명. 나름 동화율 150% 초중반대 용병으로만 구성한 공격대인데.

필드 몹이 이렇게나 어렵다.

그래도 충분히 만족한다.

필드 몹이지만 코인이 쏠쏠하게 들어온다.

침식지 사냥의 현실 페널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그때였다.

[듀플렉스 전 대륙에 공지합니다.]

[드램퍼 협곡 침식지 보스, 변덕스러운 핏빛 카멜레온이 현 시간부로 소멸했습니다.]

[정화된 지역에 1분 동안 주신의 축복이 내립니다.]

“어?”

“시작했구나.”

“SNS에서 보니까 마지막 원정이라던데.”

“…마탑 타고 싶다.”

“그것도 중노동이란다. 오죽하면 인간 배터리라는 말까지 들리겠냐?”

전체 공지는 하루에 4번, 많게는 5번까지도 울렸다.

[듀플렉스 전 대륙에 공지합니다.]

[파슨 절벽 침식지 보스, 썩어 가는 철갑뿔 염소가 현 시간부로 소멸했습니다.]

하도 많이 듣다 보니 무덤덤하다.

놀랄 일도, 특별할 일도 없었다.

[듀플렉스 전 대륙에 공지합니다.]

[알란티라 평원 침식지 보스…….]

일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지나고.

[듀플렉스 전 대륙에 공지합니다.]

[듀플렉스 전 대륙에 공지합니다.]

[듀플렉스 전 대륙에 공지합니다.]

.

.

.

그러다가.

[듀플렉스 전 대륙에 공지합니다.]

[랑호이 분지 침식지 보스, 미끌거리는 점액 민달팽이가 현 시간부로 소멸했습니다.]

[현재 듀플렉스 대륙 침식 정화도는 99%, 이제 남은 침식지는 하나입니다.]

거의 다 왔다.

‘아!’

‘오!’

‘…이제 곧.’

‘끝이구나.’

‘언제 하지? 오늘? 아니면 내일?’

‘기분이 묘하네.’

게임이 출시되고 나서,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지구가 다른 타 차원과 연결되고 나서,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진(眞) 아이템에, 각성 플레이어에, 사도 빌런에, 침식에… 길게 설명하면 입이 아플 정도.

그런데 곧 끝난다.

정화 이후의 세상.

과연 어떻게 달라질까?

설마 게임이 없어지는 건 아니겠지?

* * *

마법 왕국 침식지 공략.

지구도, 저쪽 세상도, 한꺼번에 침식의 위협에서 벗어날 마지막 결전.

찬웅은 될 수 있으면 거창하게 의미 부여를 하고 싶다.

침식지 정화를 위해 노력한 모두에게.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전설 플레이어 연합’

이 정도 표현쯤은 괜찮지 않나!

뭐, 손가락이 오그라들지라도.

이제 침식지를 하나만 남겨 둔 시점에서 찬웅은 이틀 정도 쉬었다.

마지막 결전을 위한 재충전.

천천히, 서두르면 좋지 않다.

찬웅은 호텔 라운지 하나를 빌려 지인들만 데리고 조촐하게 술을 한잔했다.

어디서 들었는지 브랜달도 중국에서 날아와 참석했고.

“흑막이 왔다! 모두 긴장해!”

“…장로님, 저 브랜달입니다.”

“어, 그래, 흑막.”

“…….”

브랜달이 이름표와 모습을 숨기고 침식지 정화에 참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극소수.

당장 에루인만 해도 모른다.

사실 그녀는 공략에 참가하지 않았다.

에루인에게 부여된 임무.

그것은 바로 플레이어들이 캡슐에 접속해서 무방비한 상태에 놓여 있을 때 APS 센터를 지키는 역할이었기에.

술자리가 무르익었다.

오고 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들.

주로 침식지 정화가 끝나고 난 뒤 일어날 변화들에 대한 내용.

“그럼 회사는 찬웅이, 네가 관리하게 되는 거야?”

“네, 스승님.”

“혼자서?”

“아뇨. 도와줄 사람들이 있어요.”

“교류가 계속될까? 침식지가 정화되면 더 이상 지구와 세상을 연결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세요. 계속될 겁니다.”

물론 달라지는 건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각성 플레이어.

상태창 반영률 항목 삭제가 이루어지면 그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으로 되돌아간다.

그 사실을 알려 주니.

“그럼 케이 형님도?”

“나도 각성 플레이어니까, 그렇게 되겠지.”

“…네? 저, 정말요?”

거짓말은 아니다.

찬웅의 반영률도 반드시 삭제될 테니까.

하지만 진(眞) 드래곤 하트와 엘릭서의 존재는 말하지 않았다.

아직은 밝힐 때가 아닌 것 같고.

찬웅이 힘을 잃을 거란 말에 심각해지는 사람들.

여기 모인 사람들도 안다.

그의 적이 사방에 널렸다는 걸.

만약 각성의 힘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가장 먼저 찬웅을 물어뜯으려고 할 터.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데우스칩과 에루인.

“일이 끝나면 세상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뭐, 할 수 없네. 찬웅이가 늙어 죽을 때까지 함께해야지.”

“쯧쯧, 넌 엘프가 왜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

“뭐? 이 새끼가…….”

“주신께서 각성의 힘을 사라지게 만들려는 의도를 모르겠어? 질서에 어긋난 존재이기 때문이야. 당연히 우리도 포함돼.”

“어음, 우, 우리도 돌아갈 거라는 말이지? 그럼 나가린데…….”

브랜달은 특히 심각한 표정.

케이 형이 힘을 잃는다?

‘안 돼!’

형은 적이 많다.

중국만 해도 그렇다.

게다가 일본은?

당장 국내만 해도…….

“형님!”

“왜?”

“오늘부터 제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뭘?”

“마법요. 1서클부터 차근차근, 아예 제가 책으로 정리해 드리죠. 어렵긴 해도 형님이라면 최소 5년 안에 3서클 정도는 익힐 수 있을 겁니다.”

데우스칩도.

“마정석으로 작동하는 아이템을 많이 만들어 둬야겠군. 포스가 사라져도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최기병을 비롯한 APS 플레이어들도 서로 의견이 분분했다.

“염려 마세요. 지구에서 가장 강한 힘은 바로 재력입니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어요, 그리고 케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고.”

“팀장님,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돈! 가진 것이 많아도 지킬 힘이 없으면 끝이죠.”

“…아무리 그래도 법이 있잖아요. 무법천지도 아니고.”

“법? 딸기 씨, 너무 순진하시네. 여긴 헬조선입니다.”

“아, 아니, 우리 아빠가 변호사인데.”

이쯤에서 알려 줄까?

질서에 어긋난 존재에서 자신은 제외된다는 사실을.

‘으흠, 뭐 굳이…….’

그냥 가만히 있자.

사람들이 우려하는 일이 진짜로 생기면?

그건 그때 가서 대처하고.

또 데우스칩과 에루인, 브랜달이 돌아간다고 해도 영영 헤어지는 건 아니다.

게임이 유지되는 한 언제든지 만나 교분을 나눌 수 있다.

* * *

휴식은 끝났다.

마지막이니만큼 테라퓨타에 고용된 플레이어들이 총집결했다.

경호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던 에루인도 참가, 경비 임무는 딸기와 APS 소속 플레이어들이 대신했다.

옛 마법 왕국 침식지로 천천히 접근하는 테라퓨타 공중도시.

“저기 보이네요.”

한때 대륙에서 가장 번성했던 마법 왕국의 수도 테라, 침식이 된 이후에도 과거의 성세를 짐작할 수 있었다.

길게 뻗은 도로.

곳곳에 세워진 건물.

군데군데 무너져 내린 곳도 있었지만, 그때의 영광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저기 중앙에 움푹 파인 곳이 마탑이 있던 장소였나?”

“맞아요. 통째로 들어 올려진 흔적이네요.”

“이 도시가 저곳에 착륙하면 마치 퍼즐처럼 딱 들어맞는 거지?”

“한 번쯤 해 보고 싶긴 하다.”

가까이 접근할수록 찐득하게 느껴지는 침식의 기운.

“그나저나 몬스터들은 어디 있지?”

“뭐, 도시에 숨어 있거나, 아니면…….”

그때였다.

펄럭, 펄럭, 펄럭…….

“음? 뭔가 날아오는 소리가…….”

“새인가?”

“저, 저쪽에!”

뭔가 날아온다.

그것도 떼로 몰려온다.

하늘을 나는 비행체.

어림잡아도 수만 마리.

가까워지니 확실히 보인다.

“세, 세상에! 가고일이야?”

가고일.

원래는 마계에 살았던 비행 몬스터.

“…며, 몇 마리지?”

하늘을 가득 덮었다.

온 천지가 다 가고일.

모양은 좀 이상하다.

가고일 몸통에 섞인 금속, 갑옷으로 무장했나?

그런데 갑자기!

파슛!

가장 빠르게 날아온 가고일에게서 발사되는 원통형의 금속체.

“어…….”

콰콰콰쾅!

엄청난 폭발이 포스 배리어를 직격했다.

치지지직!

비록 뚫어 내진 못했지만

찬웅도 똑똑히 목격했다.

이건…….

‘미사일?’

틀림없다.

소형 미사일이다.

‘무슨 가고일이 미사일을 쏴?’

파슛! 파슛! 파슛!

콰쾅! 콰콰쾅! 콰콰콰콰콰쾅!

마탑의 능동 방어 시스템 작동.

가고일들에게 쏟아지는 형형색색의 마법 공격.

공중도시의 플레이어들도 바삐 움직였다.

“침식된 마정석으로 만든 폭탄이야.”

“당장 포스 배리어 주입기를 잡아! 포스를 모조리 불어넣어!”

“요격 드론 출동시켜!”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르르르…….”

“컹컹커엉!”

“캬오오오!”

어느새 지상에서도.

재빠른 뜀박질로 공중도시를 향해 달려드는 마물들.

“헬하운드?”

“켈베로스도 있어.”

“그런데 저게 뭐야?”

익히 알던 모습과 다르다.

마치 골렘과도 같은 모습.

데우스칩이 확인해 줬다.

“다리가 금속체로 만들어졌어. 몬스터에 골렘 기술을 접목했나? 끔찍한 혼종이군. 대체 누가?”

파앗!

쐐애액!

기계 다리로 이루어진 도움닫기.

헬하운드와 켈베로스가 지상에서 펄쩍 뛰어올라 저 위, 공중도시 밑부분에 달라붙었다.

“맙소사!”

“뛰어 올라왔다고? 이 높이를?”

“…도약력이, 이건 평범하지 않아. 마도 공학의 문양이 적용된 건가?”

다닥! 다다닥!

거미처럼 다리를 움직여 공중도시 밑에서 위로 기어 올라오는 혼종 골렘 마물들.

그 와중에 공중에선 미사일을 쏘며 공격하는 가고일.

“제기랄!”

“마탑을 보호해!”

“나머지 인원들은 몬스터가 기어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

순간!

폐허가 된 마법 왕국의 수도 테라에 있는 가장 높은 건물에서 한 명의 인간이 보란 듯이 나타났다.

“저, 저기, 사람입니다.”

“…누구지?”

“데몬인가?”

침식지 보스 데몬은 아니었다.

그냥 사람.

그를 보자마자 마치 신음처럼 흘러나오는 데우스칩의 음성.

“…교수님.”

교수님이라니?

찬웅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교수님이라면……?”

“내가 어떻게 잊을까? 그분이 맞아. 내 지도 교수.”

“아!”

찬웅도 알고 있다.

전에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데우스칩이 지도 교수라고 부르는 존재는 단 하나.

과거 마키나 공화국의 팩토리 중앙 마공학 연구소 최고 선임 연구원, 무트 엑자일.

“침식되어 사망하신 줄 알았는데…….”

무트 엑자일이 서 있던 건물의 옥상이 스르륵 열렸다.

그리고 천천히 튀어나오는 거대한 구경의 대포.

미사일이 있는데 대포는 없겠나?

목표는 당연히 공중도시.

찬웅의 신형이 침식된 무트 엑자일을 향해 빛살처럼 쏘아졌다.

파팟! 팟! 팟! 팟! 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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