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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91화 (191/204)

191화 본격적인 마정석 유통 시작 (2)

플렉스.

돈 자랑, 돈지랄.

건물도 사 보고, 땅도 사 보고, 게임 속에선 코인도 펑펑 써 봤지만, 백화점 쇼핑은 몇 번 해 보지 않았다.

솔직히 남자 혼자 가서 뭘 하겠나?

그냥 촌놈처럼 구경만 하다 아무거나 집어서 결제하고 나오는 거지.

이번엔 제대로!

쇼핑은 정신력.

침식지 공략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그래서 찬웅은 이 분야에서 전문가인 민도연에게 부탁했다.

물론 그녀도 흔쾌히 수락했고.

혼자 쓰면 재미가 없다.

일명 소원 들어주기.

딸기도 부르고, 에루인, 데우스칩도 부르고, 이참에 아예 APS 소속 각성 플레이어를 모두 데리고 와 각자 원하는 물건들을 사 주기로 마음먹었다.

빌런 대응, 지구에 닥친 침식지 공략, 위험한 일에 목숨을 걸고 헌신해 온 각성 플레이어들이다. 얼마나 고생이 많았나?

이왕 돈 쓸 거 시원하게 써 보자.

그 과정에서 최기병 팀장과 이필동 과장은 정중하게 사양했다.

공무원으로서 고가의 선물을 받는 건 법에 저촉된다나?

각성 플레이어들은 상관없지만.

생전 구경도 못 해 본 VIP 명품관.

민도연은 자신이 여기 회원이라며 큰소리를 떵떵 치고는 사람들을 안내했다.

하지만 입구 커트 당할 위기.

찬웅은 직원을 이해한다.

규정이 그렇다는데.

일행 중 그녀 말고 VIP 회원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또 사람이 많은 만큼 시끌벅적했던 것도 이유가 된 것 같았다.

뭐, 다른 곳으로 가면 되지.

문제 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냥 넘어가지 않고 한마디씩 하는 사람은 꼭 있다.

먼저 포문을 연 데우스칩.

“쯧쯧, 알고 보면 우리 도연이도 허당이군. 그렇게 큰소리를 치더니만.”

“…….”

이죽거리며 한마디 거드는 에루인.

“실망이야. 너 한류 스타라면서? 그 정도 끗발도 안 되니?”

“…죄송해요.”

“맨날 게임만 하지 말고 영화나 드라마, 작품 활동도 좀 해.”

“네.”

물론 위로의 말이 더 많다.

“아니! 왜 그게 우리 도연 누님 잘못입니까?”

“맞아요. 우릴 위해서 여기까지 데려와 주신 건데.”

“내가 더러워서 VIP 회원 가입하고 만다.”

“낄낄낄, 네가? 턱도 없지. 도연 씨나 되니까 가입시켜 주는 거지.”

사실 민도연에게 이런 경우는 처음이 아니다.

전에도 회원이 아닌 사람들을 몇 번 데리고 온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고 있고.

하지만 3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왔고, 그들 중 회원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자신 혼자라는 게 문제.

그래서 커트당하고도 달리 항의할 구석이 없었다.

여기 계속 있어 봐야 뭐 할까?

찬웅이 나서서 정리했다.

“이러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죠. 별 차이 없을 것 같은데.”

그러자 에루인이 찬웅에게 핀잔하듯 말했다.

“제자야, 너 가난하니? 이참에 백화점을 하나 사.”

데우스칩도.

“내 말이 그 말이야. 자네도 품격에 맞추면서 살아야지. 이 가게는 화정 그룹 정규광이가 운영하는 상단 중 하나인데, 그놈보다 못할 게 뭐 있나?”

“응? 골렘, 너 이 가게 주인하고 잘 알아?”

“이름은 들어 봤어. 맨날 최 팀장을 통해 한번 만나자고 간곡하게 부탁해 오더라고. 물론 만날 생각은 없지만, 내가 그깟 놈하고 말 섞을 위치인가?”

피식하면서 비웃는 에루인.

“지랄한다. 네가 뭔데? 리얼 돌처럼 실리콘 피부 덕지덕지 붙인 새끼가.”

“아, 아니, 그래도 내 사회적 위치 정도면… 그런데 정말 실리콘 피부인 거 티 나?”

“티 확 나!”

옆에서 황당한 표정으로 듣고 있는 백화점 직원.

이 사람들 뭐지?

대기업 재벌 회장을 그깟 놈으로 불러?

심지어 너무나 태연하다.

진짜 그런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잘 짜인 연극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

여기 다른 VIP 고객들도 직원과 비슷한 생각.

물론 저 여자가 민도연이라는 건 안다.

그녀가 충분히 회원이 될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누군지 도통 모르겠다.

유명인이라면 얼굴 정도는 알아봤을 텐데.

그래서 내린 결론.

쫓겨난 것이 부끄러워서 허세 부리는 거 아니면…….

‘그냥 미쳤구나.’

그게 가장 적당한 표현일 터.

관심 두지 말자.

눈 마주치지도 말고.

괜히 해코지당할라.

미친놈은 피하는 것이 상책.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자,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다다다다닥!

멀리서 맹렬하게 달려오는 한 명의 여자.

달리다가 하이힐이 벗겨졌는지 아예 양손에 들고 단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달려왔다.

“가, 가지 마세요! 제, 제가 처리, 제가 처리할게요.”

백화점 보안 직원은 깜짝 놀랐다.

현재 이쪽으로 달려오는 그녀, 화정 그룹 미래전략실 본부장, 재벌가 로열패밀리 일원인 정지은 아닌가!

각성 플레이어라 그런지 매우 빨랐다.

* * *

정지은은 뛰는 와중에도 민도연의 얼굴을 다시 확인했다.

‘그녀가 맞아.’

이리저리 굴러가는 눈동자.

그녀 옆에서 선 남자도.

사람 같지만 자세하게 살펴보면 인조 느낌이 나는 듯한 피부.

누군지 알겠다.

인간처럼 움직이며 사유하는 로봇.

진(眞) 아이템인 골렘을 이용해 세상 밖으로 넘어온 영혼.

게임 속 마키나 공화국의 실질적인 지배자이며 마도 공학의 대가.

‘…대우석 박사.’

확실하다.

미국 대통령이라도 만나 보기 힘든, 거물 중의 거물이 백화점에 나타났다.

‘아빠가 아시면 당장이라도 뛰어올 거야.’

평소라면 기뻐서 환호성을 지르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이미 일은 벌어진 것 같고.

정지은은 기억하고 있었다.

각성했다고 세상 다 얻은 것처럼 까불다가 결국 케이의 눈 밖에 나서 미국으로 도망간 오빠 정지혁을.

아직 한국으로 돌아오지도 못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APS 소속 플레이어일 테고.’

APS는 만만한 조직이 아니다.

그들에게 재벌가라는 신분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스펙.

자신도 가입해 보려 했다가 면전에서 까이지 않았나?

누구한테 사과를 해야 하지?

정지은은 판단이 빠르다.

힘의 저울추가 어디로 기우는지 너무나 잘 안다.

“대, 대우석 박사님, 무례를 범해 죄송합니다. 제가 책임지고 사과를…….”

하지만 뚱한 표정의 데우스칩.

“사과를 왜 나한테? 내가 사과받을 일이 뭐가 있어?”

“…네?”

그럼.

“도연 씨, 죄송해요. 제가 알아봤다면…….”

“저한테 사과 안 해도 돼요. 뭐, 백화점 회원 탈퇴하고 화정 그룹과 관계를 끊어 버리면 그걸로 끝이니까. 그치, 딸기야?”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딸기라니!

상큼한 딸기, 세계적인 거물급 플레이어도 왔다.

“정말 미안해요.”

정지은은 연기도 잘한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데우스칩에게 눈을 맞추고 그리고 민도연에게도, 딸기에게도.

그러자.

“와! 이년 봐라! 처세술 작살이네. 사업 잘하겠어.”

이 여자는 누구?

남미계 혼혈인가?

그러더니 자신을 가리키면서 옆에 있던 남자에게 말했다.

“제자야, 얘 한번 봐줘라.”

“봐주고 말 것이 있나요? 우리도 잘못한 것이 있는데.”

남미계 여인의 말을 받은 젊은 남자.

싱긋 웃으며 말을 건네 왔다.

“서로 오해가 있었나 보군요. 전 괜찮습니다. 이 직원분도 잘못하신 거 없고요. 오히려 정중하게 대해 주셨어요.”

“아, 네네, 근데 누, 누구시죠?”

“안녕하세요. 강찬웅입니다. 게임 속에서 한번 뵌 기억이 나네요.”

“…네?”

잘못 들었나?

강찬웅? 그 이름은…….

‘이, 이런!’

히끅!

부지불식간에 입에서 터져 나온 딸꾹질.

“오빠는 잘 계시죠? 전에 너무 과하게 손을 쓴 게 아닌가, 마음이 쓰였는데. 지난 일은 잊자고 전해 줘요.”

“어, 어어어어…….”

하얗게 비어 버린 정지은의 머리.

케이다.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케이가 눈앞에 있었다.

“저어, 그런데 이름이…….”

“저, 정지은입니다.”

“아! 지은 씨,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마, 말씀 하, 하세요. 뭐든!”

“VIP 회원 가입은 어디서 하나요? 웬만하면 자리 옮기지 않고 여기서 쇼핑하고 싶은데.”

정지은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아! 그래 주실래요?”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그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던 백화점 직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

‘내, 내가 실수한 게 있었나?’

다행히도 없었다.

나름대로 끝까지 공손한 태도를 유지한 것이 신의 한 수.

다른 VIP 고객들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

대체 저 사람들은 누구지?

누구기에 정지은이 저렇게 납작 엎드릴까?

적어도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정지은에게 저런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 * *

옛말 틀린 게 하나도 없다고.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

정지은 본부장이 직접 안내하는 쇼핑, 대접받으니까 기분이 좋다.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불편한 감정은 싹 사라졌다.

“어머? 이 가방, 전에 사려다가 1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못 샀는데.”

“지금 가지고 가세요. 매니저님? 이거 포장 부탁드려요.”

“너 정말 착한 아이구나.”

“아! 네네.”

“내가 찬웅이에게 잘 말해 둘게.”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남미계 여성.

말끝마다 반말이었지만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단 하나도 없다.

뭔가 있다.

그래서 정지은도 눈치껏 행동했다.

찬웅은 각성 플레이어들을 데리고 명품관을 휩쓸었다.

남자들은 주로 고급 시계와 전자 제품들, 몇 안 되는 여성들은 의류 및 액세서리.

자신을 위해서도 돈을 썼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다 바꿨다.

그러던 중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명품관.

저벅저벅, 수행원들을 떼로 몰고 나타난 건장한 노인.

“어디들 계시나?”

“저쪽에…….”

화정 그룹 정규광 회장이었다.

오자마자 데우스칩에게 다가가더니 대뜸 악수를 청했다.

“허허허. 처음 뵙겠습니다, 대우석 박사님. 화정의 정규광입니다. 그동안 어찌나 만나고 싶었던지.”

“참 나, 상단주 나부랭이가 건방지게, 감히 나보고 악수하자고? 저리 꺼…….”

순간!

팍!

데우스칩의 뒤통수를 갈겨 버린 에루인.

“억!”

“새끼야! 나이 처먹었으면 모범을 보여야지.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고 사람을 함부로 대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시끄럽고! 한 번만 더 그러면 너랑 같이 안 다닌다?”

“미, 미안하다.”

그러면서 정지은에게 샐쭉 웃으며 말했다.

“나 잘했지?”

“…아, 으음.”

정지은은 깨달았다.

이 남미 여자.

여기서 가장 힘이 세다.

그래서 냉큼 달려가.

“더 원하는 건 없으세요?”

“여긴 보석 같은 거 없어? 되도록 반짝이는 걸로.”

“제일 좋은 걸로 보여 드릴게요.”

“아니! 제일 비싼 걸로, 얘들아! 가자!”

마침내 데우스칩과의 악수에 성공한 정규광,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눈도장을 찍고 두리번거리더니 정확하게 찬웅을 향해 다가갔다.

“케이 님.”

어? 이 양반 봐라?

“어떻게 전 줄 아셨습니까? 게임 속에서 만난 게 전분데.”

“하하하, 이 나이 되면… 아, 아니 장사 오래 하면 사람 보는 눈쯤은 생기는 법이지요.”

“그래요? 그런데 우릴 만나러 오신 이유가?”

정규광은 잠시 헛기침을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흠흠, 다른 게 아니라…, 마정석 생산 규제를 풀어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아하! 규제 말씀이시구나.”

짐작은 했다.

재벌 회장이 할 일 없어서 여기까지 오나?

마정석 유통에 대한 건 전부 최기병에게 일임했다.

찬웅이 신경 쓰지 않게 하기 위해, 그 어떤 외부 개입도 허용하지 않았고.

그래서 찬웅이 백화점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온 것일 터.

“제가 왜 마정석 유통 규제를 한지 아시죠?”

“모를 리가 있겠소? 다 자업자득이지. 하지만 이것만 알아주시오. 우리 화정은 그 어떤 부정에도 관여하지 않았소.”

“네, 미꾸라지 몇 마리가 전체 연못을 흐리긴 했죠.”

“앞으로 조금만 더 연구하면 성과가 수두룩 나올 터인데, 여기서 발목을 잡혀 버렸으니, 우리로선 너무나 억울한 심정이오.”

어떡할까?

데우스칩이 가르친 건 마도 공학의 기초 부분.

찬웅도 그렇고, 데우스칩도 그렇고, 그 이상의 심화 이론은 퍼뜨릴 생각이 없다.

기초에서 응용 그리고 심화 과정으로 발전하는 건, 지구의 마도 공학자들이 할 일.

스스로 나아가야 한다.

맨날 떠먹어 줄 수만은 없는 노릇.

하지만 규제로 발전을 막고 있는 상황이니.

“이렇게 하죠.”

“말씀해 주시오. 듣겠소.”

“마정석 산업 연구 진척도 평가회 한번 가져 봅시다. 흐음, 거창하게 말고, 실무자 간담회 수준으로, 마정석 산업에 대한 비전도 들어 보고.”

“어, 어디까지? 비밀을 요하는 연구 내용도 있어서.”

“서류를 미리 보내세요. 데우스칩이 심사를 할 겁니다. 그 과정에서 절대 비밀이 새어 나갈 일은 없도록 할 테니까 안심하세요.”

이제야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하는 정규광.

찬웅도 긍정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요건이 충족되면 예전처럼, 아니 예전보다 더 많은 마정석이 공급될 겁니다.”

“오! 알겠소이다. 하루빨리 준비하겠소.”

그러나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화정 그룹이 마정석 수급을 위해 마도 공학 산업 진척도 평가를 받는다는 소문이 재계에 쫙 퍼졌다.

화정은 되고 우리는 안 돼?

APS 센터로 기업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하는 수 없다.

신청 기업들 모조리 참여시킬 수밖에.

간단한 간담회로 치르려고 했지만 규모가 꽤 커져 버렸다.

오성 그룹에서도.

“당장 프레젠테이션 준비해! 마도 공학의 거장에게 우리 연구 성과를 평가받을 기회야. 연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잖아.”

세경 그룹도.

“이번 간담회에 우리 기업의 사활이 걸려 있어. 대책 회의부터 시작하자고.”

GL 그룹.

“차별성이 중요합니다. 남들과 같으면 의미가 없어요. 시간이 걸려도 빈틈없이!”

마정석 유통 부정 사건에 관련되어 회장이 검찰 조사까지 받은 대현 그룹 또한.

“오명을 씻을 기회가 왔어. 우리가 마정석을 정당하게 공급받아야 하는 확실한 근거를 마련해서 설득해야 해.”

모두 필사적.

그리고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마정석 공급 재개를 위한 산업 연구 평가회, 이 사실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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