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87화 (187/204)

187화 미궁 속 전투 (3)

베이징의 호화 식당.

공산당 후기지수 연찬회장은 현재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조용하게 홀로 빠져나온 브랜달.

인류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다.

지구도 그랬고 듀플렉스 대륙도 마찬가지.

하지만 싸우다가도 인류 공동의 적에 대해선 모두 합심해서 한마음 한뜻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물론 세상이 상식대로 흘러가면 이럴 일도 없겠지.

언제나 내부의 적이 문제.

그래서 브랜달은 계획을 수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원래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중국을 장악하려 했지만…….

‘그냥 막 나가면 돼. 그게 훨씬 편하기도 하고.’

케이 형님에게 방해가 되는 것들은 빠르게 치운다.

최소한 현실에선 위험 요소가 없게 만들어야지.

식당 종업원들과 경호원들은 모두 안전하게 피신했다.

물론 속박 마법에 당한 2세 정치인들은 한 명도 빠져나오지 못했고.

죄책감?

오히려 이들이 죽는 것이 중국에겐 더 좋은 일일지도.

태어나자마자 주어진 특권을 이용해 인민을 착취하고 호사를 누려 왔던 자들이다.

뭐, 그래 봐야 더없이 나약한 인간.

권력을 등에 업고 14억 인구를 좌지우지했던 자들도 그저 모닥불에 날아든 하루살이 인생이나 마찬가지.

소방차들이 도착했지만 불은 절대 꺼지지 않았다.

나중에 본격적으로 화재 원인을 조사하면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될 터.

그 전에 상하이 종합 병원 화재 사건도 있었으니까.

그럼 어쩌라고?

밝혀져도 상관없다.

중국 내에 자신을 어찌할 수 있는 자가 있을까?

브랜달은 화재 현장에서 벗어나, 그길로 숙소로 정해 뒀던 5성급 호텔 스위트룸으로 들어갔다.

당분간 베이징에 머무를 예정.

2세 정치인 연찬회 화재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라 밝혀지면 중국 정부의 행동은?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면 목숨은 살려 줄 것이고, 아니면… 몰살로 간다.’

그런 브랜달의 눈에 들어온 가상현실 게임 접속용 캡슐.

고급 호텔 스위트룸쯤 되면 무조건 캡슐이 비치되어 있다.

‘아바타가 만들어지려나?’

지금까지 매일매일 계속 시도는 해 왔다.

그때마다 뇌파 어쩌고 하면서 아바타 생성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고.

‘오늘도 해 보자.’

될 때까지 한다.

먼저 호텔 룸 안에 경보 마법과 환영 마법을 설치해 두고.

브랜달은 캡슐 안으로 들어가 접속 버튼을 눌렀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듀플렉스 스페이스의 세상으로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기까지는 전과 다름없고.

[고객님은 시스템에 의해 공식적으로 해방된 영혼입니다.]

뭔가 달라졌다.

[현재 고객님의 아바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바타 생성을 위해 고객님의 정보를 확인합니다.]

[확인되었습니다.]

‘생성 가능?’

[아바타 생성이 가능합니다.]

“오!”

[아바타 성별과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뭘로 할까?

성별은 남자, 이름은…….

‘난 공식적으로 중화영웅 덩차오니까.’

그대로 가는 게 좋겠다.

게임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야 할 수도 있다.

의심받을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지.

또한 향후 중국을 장악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이름은 중화영웅. 그리고 커스터마이징, 아바타 외모도 덩차오의 기억을 더듬어 그대로 만들고.

[아바타 ‘중화영웅’이 생성되었습니다.]

[고객님의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아바타 보정을 실행합니다.]

[고객님의 직업이 ‘8서클 마도사’로 결정되었습니다.]

[고객님의 상태창 스탯에 포스(마나)가 추가되었습니다.]

[고객님의 동화율이 189%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흐음.”

게임 안에서 8서클밖에 안 되나?

현실에서 브랜달은 이미 9서클.

보통의 플레이어들은 게임 속 아바타가 더 강하고 현실의 육신은 더 약한 법인데, 브랜달은 거꾸로 됐다.

그래서인지 상태창을 보니 반영률은 없었다.

하긴! 각성하지도 않았는데!

아니, 각성할 필요도 없지.

아바타와 합일해서 대기실 문도 달아 보고 마법 능력도 시험해 본 후, 브랜달은 다시 로그아웃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호텔 방에 비치된 컴퓨터로 이것저것 검색한 후, 한 통의 메일을 작성했다.

수신자는 한국 APS 본부.

발신자는 테라퓨타의 마법사 브랜달.

스마트폰 전화번호도 넣고.

답장이 오기까진 꽤 오래 걸렸다.

* * *

테라퓨타 공중도시.

케이가 침식지 건축물 안으로 들어간 지 3일이 지난 시점.

데우스칩은 벽을 뚫어 낼 수 있는 드릴 골렘 조립을 끝냈다.

모두 2기.

위력을 강화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다들 뒤로 물러나게.”

그의 지시에 무기로 벽을 두드려 대던 APS 소속 플레이어들이 하던 일을 멈췄다.

쿵쿵쿵쿵!

한 대의 드릴 골렘이 건축물 벽으로 접근했다.

아다만타이트로 만들어진 드릴.

콰악!

드릴로 골렘의 머리가 벽에 박혔다.

위이잉! 뚜두두둑!

회전하면서 한참을 파고 들어가더니.

콰쾅!

순식간에 터져 버렸다.

“됐어!”

“뚫렸다.”

사람 하나 들어갈 구멍이 생겨났다.

하지만.

스우우웅!

급속하게 줄어드는 구멍.

“이런!”

엄청난 자체 복원력.

케이를 지원하기 위해 플레이어들을 진입시킬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겨우 1명 정도 들여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남은 드릴 골렘은 하나.

‘에루인을 불러와야 하나?’

한 명뿐이라면 가장 강한 사람이 가야지.

순간!

“박사님!”

“응? 최 팀장이군. 바깥엔 별일 없나?”

“네, 아무 일도 없습니다만… 지금 당장 폴른스타로 가셔서 플레이어 하나를 만나 주십시오.”

“누구?”

“아바타명 중화영웅, 친구 추가하셔서 테라퓨타 게이트 설치 권한을 부여해 주세요.”

“중화영웅? 어디서 많이 들어 봤는데… 혹시 중국인?”

“겉으로 보면 그런데, 사실은 브랜달입니다.”

“아!”

드디어 왔다.

대마법사 브랜달이.

왜 아바타 이름이 그 모양인지 알 순 없지만.

* * *

찌이이잉!

도끼에서 솟아난 강기.

꽈드드드드드…….

좀비 뱀파이어와 미친 다크엘프들이 녹아내렸다.

팟팟팟팟!

그리고 순간 가속.

찬웅은 슬슬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 중.

입안에서 단내가 풀풀 풍겨 온다.

‘3일은 충분히 지난 것 같아.’

바깥에서 자신의 육체를 케어하고는 있겠지만, 로그아웃하지 못하고 여기 계속 묶여 있다가는 심각한 문제가 생질지도 모른다.

빨리 보스를 처리하고 나가야 한다.

하지만 미궁은 너무나 넓었으며, 몬스터들은 끝도 없이 나왔고, 간간이 사도 플레이어들의 공격도 계속 이어졌다.

얼마나 많이 죽였나?

또한 얼마나 많이 미니맵을 밝혔나?

이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

파워 스틱 밤이 없다.

자원 재생 물약도 떨어졌고.

아무리 드래곤 하트 절반을 흡수했다 해도 포스는 무한하지 않았다.

‘말라 죽겠네. 이걸 의도했나?’

이제야 느껴지는 위기감.

‘하아.’

대체 보스들은 어디 있지?

그때였다.

띠링!

[한 명의 플레이어가 짙은 어둠의 미궁에 입장했습니다.]

‘응? …누구지?’

[플레이어 아바타명은 ‘중화영웅’입니다.]

[미니맵에 ‘중화영웅’의 위치를 표시합니다.]

“…무슨?”

뜬금없이 중화영웅이라고?

참 가지가지 한다.

‘그놈 뇌사 상태 아니었나?’

기적적으로 회생한 모양.

‘이 새끼도 사도?’

전에 봤을 땐 사도가 아니었다.

아마 생명을 대가로 사도 플레이어로 전향했을 터.

‘너부터 죽여 줄게.’

뒤치기의 위험성이 있다.

사도가 아닐 때도 강한 놈이었는데.

위협 요소는 빨리 제거하자.

파파파팟! 팟팟!

점점 가까워지는 중화영웅과의 위치.

놈도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거의 다 왔다.

팟팟팟!

이제 얼굴과 이름표를 확인할 수 있는 거리.

확실하다.

그놈이다.

중화영웅.

츠피릿!

도끼가 날았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놈.

“으아!”

핏핏!

‘…블링크?’

그것도 익혔어?

파팟!

찬웅은 손을 내저으며 다급하게 몸을 피하는 중화영웅을 향해 순간 가속으로 다가갔다.

“자, 잠깐! 혀엉, 형! 저예요, 저!”

형은 무슨!

“뒈져! 이 새끼야!”

콰콱!

피핏!

또 블링크.

“으아아아! 저, 저 브랜달이라고요, 형!”

멈칫.

“뭐?”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었어요. 밖으로 나왔더니 빙의된 상태여서.”

“어…….”

이건 또 무슨 일?

그래서 잠시 대화를 통해 확인해 보니.

“…정말이구나.”

“와! 죽는 줄 알았네.”

“자업자득이잖아. 멍청아, 그 몸에 들어갔어도 아바타는 네 이름으로 했어야지.”

“그게, 사정이 있어서… 참!”

브랜달은 인벤토리에서 물건을 주섬주섬 꺼냈다.

“최기병 팀장이 자원 재생 물약하고 치유 물약 등 이것저것 챙겨 줬어요. 여기.”

“잘됐네. 마침 필요했는데.”

“자! 이제 가 볼까요? 끝내야죠.”

“괜찮겠어?”

“절 뭘로 보시고. 포스를 습득한 이상 침식지 몬스터는 장난감 수준입니다.”

“그래, 같이 해 보자.”

그런데 갑자기 인벤토리에서 투명한 수정구를 꺼내 허공으로 둥실 띄우는 브랜달.

“저건 뭐야?”

“영상 촬영용 수정구요.”

“찍어서 어디다 쓰려고?”

“흐흐, 다 쓸데가 있어요. 찍어도 되죠?”

“마음대로 해.”

솔플에서 2인 파티.

더구나 브랜달이다.

광역 공격에 있어서 따라올 자가 없다는 마법사.

꽈르르르릉!

쿠쿠쿠쿠쿵!

파지지지직!

침식지 몬스터가 그냥 쓸려 나갔다.

브랜달은 만족했다.

침식지 몬스터와 마주하다니.

포스가 존재하는 아바타로 접속하기 전엔 꿈도 꾸지 못했던 일.

침식의 위험은 사라졌다.

그럼?

시원하게 풀어야지.

* * *

북쪽 침식지 지배자, 진혈의 군주 렐리스는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미궁은 10개 구역으로 나뉘었다.

그녀와 셀라핌이 있는 곳이 바로 10구역.

고작 5구역에서 머물던 케이가 순식간에 6구역을 돌파하더니, 7구역, 8구역까지 도착했다.

미궁에 케이의 조력자가 나타난 것.

그것도 한꺼번에 종복들을 쓸어버릴 수 있는 실력자가.

“봐! 내, 내가 말했지? 애초에 미궁을 무너뜨려야 했어.”

“닥쳐! 렐리스! 어차피 달라지는 건 없어. 놈은 여기서 죽을 거야.”

“하, 한 명이 더 늘었잖아.”

서쪽 지배자 다크엘프 군주 셀라핌도 알고 있다.

종복들이 무참하게 살해당하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광역기로.

누구지? 설마.

‘…마법사?’

그럴 리가!

마법사 클래스는 이방인들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제한된 스킬만을 사용할 수 있을 뿐.

‘대륙인은 아닐 테고.’

진짜 마법사라면 참신의 권능을 버티지 못한다.

과거 대마법사 브랜데인도 그랬듯.

“오, 온다! 오고 있어.”

무서운 기세였다.

8구역 돌파, 지금은 9구역.

이제 참신의 종복들은 거의 남지 않았다.

그래서 미궁 안에서 말려 죽이려던 계획은 실패했고.

“렐리스!”

“으응?”

“더 이상 추잡한 꼴을 보이면 너부터 죽여 버린다.”

“…네가 날?”

스윽.

갑자기 돌변한 렐리스.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같잖다는 표정이었다.

케이가 무섭지, 네까짓 게 무섭겠냐는 비웃음.

“그래, 그거야. 렐리스, 투쟁심을 드러내!”

“…….”

“케이는 내가 맡는다. 넌 다른 놈을 죽여. 그리고 바로 합류해.”

“…좋아! 그렇게 하지.”

렐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만 아니라면 된다.

죽어도 케이에게만 안 죽으면 된다.

* * *

확실히 한 명과 두 명은 엄청난 차이.

브랜달은 아바타가 8서클밖에 안 된다며 툴툴거렸지만 그것만 해도 어디인가?

잡몬스터들은 브랜달의 광역 마법에 맥을 쓰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침식에 천적인 포스의 기운이 섞인 마나.

8서클 마법이지만 9서클 위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빠른 속도로 밝혀지는 미니맵.

결국은.

“찾았다.”

“보스? 어디?”

“저 앞에.”

이제야 느껴지는 농밀한 침식의 덩어리.

“몇 놈인가요?”

“으흠, 한 놈.”

여긴 두 개의 침식지가 합쳐진 곳.

따라서 보스도 둘이어야 하는데 일단 느껴지는 것은 하나.

나머지 한 놈은 다른 곳에 있겠지.

“가자! 브랜달.”

“네! 형.”

모퉁이를 돌자 보이는 광경.

넓은 공간이었다.

폴른스타에서도 봤던 익숙한 제단이 중앙에 놓여 있었고, 그 위에서 늘씬한 다리를 뽐내며 기묘한 자세로 몸을 늘어뜨리고 있는 여인.

“왔어? 생각보다 빠르네.”

나른한 목소리.

들은 적 있다.

“렐리스?”

“그래, 나야.”

결판을 낼 시간.

“그동안 늘 아쉬웠어. 렐리스, 지구에 방문했을 때 대접이 충분치 못해서 마음이 불편했잖아.”

“…아니, 아쉬울 것 없어. 케이, 대접은 충분히 받았으니까. 그래서 나도 진심으로 상대해 줄게.”

“그래? 기대해도 돼?”

“당연하지.”

찬웅은 도끼로 렐리스를 겨눴다.

“시작하자.”

그때였다.

섬찟!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예기.

‘음?’

파숫!

어둠 속에서 누군가 솟아올랐다.

츠칵!

지이잉!

자동 발동되는 실드.

째앵!

그러나 맥없이 깨어져 나가고.

츠피릿!

이어지는 찬웅의 반격.

그런데?

‘이것 봐라?’

사라지고 없다.

그제야 찬웅은 깨달았다.

여기 하나가 더 있다.

침식의 기운마저 지울 수 있는 존재가.

‘나하고 동류.’

누구겠나?

암살에 특화된 기술을 지닌 서쪽 침식지 보스 다크엘프 여왕 셀라핌.

진혈의 군주 렐리스도 기다렸다는 듯 손을 뻗어 공격을 해 왔다.

찬웅이 아닌 브랜달에게.

“네 상대는 나야!”

“와!”

렐리스는 브랜달에게 맡겨 두고.

‘흐음.’

찬웅은 움직이지 않았다.

암살자와 암살자의 대결.

고도로 발휘되는 집중력, 동화율 195%, 자신에게만 허락된 주신의 권능.

움찔!

찬웅의 도끼가 허공을 갈랐다.

카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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