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80화 (180/204)

180화 혁명이다! (1)

미국 백악관.

조셉 라이든 미국 대통령은 참모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하는 중.

“진짜 예상도 못 했어. 필드 몬스터 출현이라니.”

“기사회생이죠.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들을 구제해 줄 줄이야…….”

“허허, 사실 이 시점에서 용병 플레이어들은 그다지 필요치 않은데도 말이지.”

“…케이가 의도한 걸까요?”

이번 콘텐츠 개방에 대한 여러 의견이 쏟아졌다.

“퀘스트가 분명합니다. 하루에도 5개씩 처리하는 강행군 공략인 걸 보면.”

“그보다는 직접 개입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케이 그리고 데우스칩, 에루인은 게임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저기가 단순한 게임 세상이 아니듯 단순한 게임 지분일 리 없습니다. 저쪽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 혹은 지배력 같습니다만.”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용병 플레이어들은 존속을 유지했다.

안 해 줘도 그만이었다.

듀플렉스 스페이스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는 인구는 약 20억, 실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숫자. 하지만 그중에 용병 플레이어 숫자는?

겨우 5백만 정도.

그것도 코인 폭등과 리얼(real) 아이템이 알려진 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숫자, 퍼센트로 따지면 약 0.25%.

절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힐링을 위해 게임을 즐긴다.

침식지 공략은 어떡하느냐고?

케이와 일부 용병 플레이어 그리고 테라퓨타 마탑이면 끝.

“그럼 우리 대응 방향은? 국가 소속의 플레이어들을 계속 유지할 필요성이 존재하는지 모르겠군.”

“네, 천천히 해체해야죠. 또한 침식지가 완전하게 정화되었을 때를 가정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는 각성 플레이어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지구가 침식에서 안전해진다면?

남은 위협은 각성 플레이어.

“얼마 전에도 미스터 케이가 테라퓨타 게이트 건으로 한국 청와대를 방문한 정황이 있습니다.”

“그래, 나도 알고 있어. 그다음 날, 청와대의 대응이 확 달라졌다는 것도.”

“케이는… 위험합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그를 통제할 방법을 마련해야…….”

하지만 마이클 피트의 의견은 달랐다.

“뭐, 우려는 이해합니다만… 통제는 안 됩니다.”

“자넨 다른 의견이라도 있나?”

“애초에 가능하지 않으니까요. 누가 그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끄응.”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진실.

케이를 통제한다?

까딱하다간 일본이나 중국 꼴이 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가 가진 힘이 각성 플레이어인 것뿐일까요?”

“흐음.”

“어쩌면 각성의 힘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

잠시 고민에 빠진 조셉 라이든 미국 대통령.

케이가 각성 플레이어임을 걷어 내 보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리얼(real) 마정석 공급자라는 것. 또한 그의 휘하에 마도 공학의 대가인 데우스칩이 있다.

더불어 게임 회사의 지분도, 지분 전체가 케이에게 넘어가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있었다.

“조금 전에 누가 케이의 게임 속 지배력에 대해 언급했는데 그게 핵심이죠.”

마이클 피트의 발언에 집중하는 백악관 사람들.

“우린 변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변화?”

“침식지를 공략하고 난 뒤 가끔씩 들리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메시지?

“플레이어와 NPC 간의 호감도가 상승했다는 내용입니다.”

“아하!”

이번 공략에서도 꽤 많이 들려왔다.

[플레이어와 대륙 주민들 간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근데 그게 왜?”

“자료를 보십시오.”

미리 준비한 건지 노트북을 대형 모니터에 연결해 띄운 마이클 피트.

“지금까지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부동산이나 실물 자산을 소유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거야 알고 있는 내용.

물론 가능한 부분도 있다.

부동산을 따져 보자.

건물이나 농사를 위한 좁은 땅 정도는 소유할 수 있다.

실제로 자기 땅을 가진 상인 직업, 농부나 농장 플레이어들도 있고, 그러나 대부분은 월세나 임시 허가로 땅이나 건물을 빌려서 사업을 한다.

거기까지가 한계.

일정 범위 이상의 큰 땅은 절대 가지지 못한다.

귀족이 되면 가능하겠지만.

“그런데 특이점이 생겼습니다.”

“뭔가?”

클릭.

순간 화면에 띄워진 매우 낯익은 인물.

“이 사람 다 아시죠? 아바타명, [타워보이],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너 타람핏.”

조셉 라이든의 표정이 살짝 경직됐다.

도너 타람핏을 어떻게 모를까?

부동산 재벌이기도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기도 한 인물.

“그자도 게임을 하고 있었나? 진짜 개나 소나…….”

물론 자신도 하고 있지만 말이다.

“도너 타람핏이 얼마 전 토리노 왕국에서 약 100만 제곱미터 규모의 거대한 초지를 매입했습니다.”

“…음?”

100만㎡면 약 30만 평.

플레이어가 가질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귀족 작위라도 받았나?”

“전혀요.”

“그런데 토리노 왕국 국왕이 소유권을 승인했다고?”

“네, 확실합니다.”

“아니, 그놈은 그 땅을 사서 뭘 하겠다고?”

클릭.

그러자 공사 중인 현장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국왕과 협의하에 골프장 건설에 들어갔습니다. 대형 리조트도, 원래 토리노 왕국이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라.”

“뭐? 골프장? 그, 그게 가능해? NPC들은 골프가 뭔지도 모를 텐데.”

기존 플레이어와 NPC 간 문명 교류에 대한 소통은 막혀 있었다.

이를테면 골프가 어떤 스포츠인지 아무리 설명해 봐도 이해를 못 한다.

심지어 스포츠 자체를 모른다.

“토리노 국왕에게 설명이 통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토리노 왕국의 대장장이가 골프채 제작에도 성공했고요.”

“아아…….”

“심지어 어제 SNS에 올린 내용도 있는데, 골프장 이름이 토리노타람핏으로 결정됐고, 시스템이 직통 게이트 설치도 해 줬답니다.”

대체 왜?

순간 조셉 라이든 대통령의 뇌리에 좀 전 마이클 피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설마 이게 플레이어와 NPC 간의 호감도 상승 때문인가?”

“네. 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호감도 상승으로 인해 막혔던 소통이 뚫리고 있다?

게다가 시스템도 협조하고 있다면…….

“허허, 자네 말이 맞는다면 이건 시작이겠군.”

듀플렉스 스페이스가 평범한 게임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안다.

거긴 하나의 완성된 세상, 실제 현실인 지구까지 치면 인류는 두 개의 세상에서 살아간다.

더불어 D코인.

저쪽의 화폐가 이쪽에서도 통용이 된다.

한마디로 지구와 듀플렉스는 경제 공동체.

왜?

캡슐이라는 매개를 통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이쪽과 저쪽 세상이 망하지 않는 한 연결은 끊기지 않을 것이다.

골프장이 건설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골프 치고 싶으면 캡슐에 들어가 누우면 된다.

대기실에서 토리노타람핏 골프장 게이트를 이용하면 바로 직행.

현실 세계와 다름없는 가상의 세계.

등산, 골프, 낚시, 캠핑, 서핑…….

지구에서 하든, 게임에서 하든, 받는 느낌과 즐거움은 똑같다.

“디지털 자산이 현실화됐군.”

“호감도가 계속 상승하면 이제 플레이어는 이방인이 아닙니다. 원주민이 되는 거죠.”

“맙소사! 원주민과 같은 권리를 인정받게 된다는 말 아닌가?”

그뿐인가?

덧붙여 생계를 위한 활동, 즉 창업과 취업, 금융, 투자…….

모든 것이 제한 없이 가능해진다.

앞으로 듀플렉스는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게임 회사는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통로나 마찬가지입니다. 나중에 케이에게 지분이 모두 넘어간다면…….”

웅성웅성.

회의장이 난리가 났다.

케이의 가치.

어쩌면 지구보다 더 큰 게임 속에서의 영향력.

조셉 라이든은 나이가 많지만 멍청한 사람은 아니다.

“통제고 뭐고, 그따위 전략은 다 집어치워! 케이는 위협의 대상이 아니야. 무조건 지속적으로 우호 관계를 유지해야 해.”

당장 중국과 일본만 봐도 안다.

케이에게 밉보인 그들의 말로가 어떠한지.

“마이클, 계속 마탑에 출근하고 있나?”

“네, 조금 전까지도 있었습니다. 마탑이 카시우스 제국에 들른다고 해서 잠시 로그아웃하고 나왔고요.”

“자네 책임이 막중해. 어떻게든 케이와 끈을 만들어 둬.”

“알겠습니다.”

듀플렉스 스페이스 세상은 지구 면적만큼이나 넓은 곳.

반면 그곳에서 살아가는 NPC의 숫자는 매우 적다.

게임이 계속 유지되는 동안 그곳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는 얼마인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 * *

올해 나이 30살인 임민혁은 용병 플레이어이자 100인 길드를 책임지는 길드장, 아바타명은 [맨발의 청춘], 주로 활동하는 곳은 카시우스 제국의 폴른스타.

임민혁은 가상현실 게임에서 미래를 봤다.

그래서 마음이 맞는 지인들과 함께 현실 자산을 정리하고 게임에다 투자를 했다.

용병 플레이어만 끌어들인 것이 아니다.

각 직업의 플레이어들도 함께 1만 D코인을 들여 길드를 만들었다.

현실로 따지면 길드는 일종의 스타트업 회사.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특히 10년의 스킵은 임민혁에게 크나큰 타격.

열심히 노력해서 이룩한 자산이 한꺼번에 날아갔다.

거기에 폴른스타에 닥친 위기.

황제가 사망하고 지배 권력이 붕 떠 버린 것.

자칫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위기.

물론 임민혁은 포기하지 않았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

이 혼란의 상황에서 재기의 발판을 만들어 보자.

현재 폴른스타의 지배권을 두고 투쟁하고 있는 세력은 크게 세 개.

지방에 거대한 세력을 둔 대영주 베일우드 후작, 군권을 장악한 변경백 헥토르 백작 그리고 황도 시민과 엘프의 나무 길드를 중심으로 한 공화파.

이들 중 하나와 손을 잡는다.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애초에 제국의 귀족들은 선택지에 포함될 수 없다.

놈들은 이방인들을 무시하고 경멸한다.

특히 케이가 과거 황권 투쟁에 개입한 이후로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은 극도로 높아졌다.

그럼?

당연히 공화파.

마음에 든다.

공화파의 목적이 뭔가?

신분 해방.

당연히 이방인에 대한 차별도 줄어들 터. 정치체제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신분제 사회보단 훨씬 낫다.

누군가는 중세 배경의 게임 세상에서 무슨 공화국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이미 마키나 공화국도 존재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엘프의 나무 길드원들과 비밀리에 접촉했다.

플레이어 길드와 NPC 길드의 연합.

그들과 뜻을 같이하는 동지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도박.

3개의 세력 중 가장 약한 공화파.

그러나 시민의 편이라는 명분이 있다.

거기에 임민혁이 도박을 감행한 가장 큰 이유.

케이.

엘프의 나무 길드와 케이는 서로 관련이 있다.

길드장 플로라에게 확인도 했고.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현재 케이가 침식지를 공략하고 다니느라 바쁘다는 것.

무조건 여기에 올인한다.

집도 팔고, 적금도 깨고, 대출도 풀로 당기고,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았다.

잘되는 듯싶었다.

시민들을 등에 업은 공화파.

세력 균형이 팽팽해졌다.

그런데 누가 알았겠나?

“잡아라!”

퍼펑! 퍼퍼펑!

채챙! 채채채챙!

빌어먹을 마법사 새끼들이 난데없이 나타날 줄을.

“일단 우리 플레이어가 운영하는 식당에 숨어요.”

“괜찮을까요? 당신들도 위험해져요.”

“우리야 죽은들 무슨 상관입니까? 여러분들이 살아야 합니다.”

공화파들을 이끄는 핵심 세력은 엘프의 나무 전(前) 길드장 루트. 그리고 현 길드장 플로라, 리프와 스템, 브랜치 등 중간 간부들.

마법사들에 의해 습격을 받고 쫓기는 중.

임민혁은 이들을 보호하고 있었고.

NPC들이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야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리로!”

무조건 살린다.

플레이어와 달리 NPC들은 죽으면 끝.

하지만.

화르르륵!

콰콰쾅!

“이, 이런!”

식당 지붕에 떨어지는 무수한 불덩어리.

나무로 지어진 건물이 삽시간에 불타올랐다.

“제기랄! 마법사야.”

“무조건 막아! 뒈져도 막아. 요리사도 식칼 들고 달려들어!”

“씨발! 파워 스틱 밤 없어? 그냥 자폭 공격 하면 되는데.”

임민혁과 용병 플레이어들은 엘프의 나무 길드 간부들을 호위하면서 골목을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끄아아악!”

지척까지 추적해 온 마법사들의 공격이 날아온다.

[맨발의 청춘] 임민혁이 플로라에게 물었다.

“어디 피할 데 없어요?”

“황궁 안까지만 가면…….”

“황궁? 거기 뭐가 있습니까?”

“우리가 숨을 안전한 장소요.”

골드 드래곤 리스타리칸의 레어로 들어갈 수 있는 황금 열쇠를 꺼내 보이는 플로라.

“빨리 갑시다.”

황궁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바로 앞에 지금은 완전하게 사라져 버린, 지금은 거대한 구덩이로 남겨진 옛 참누리 신전의 폐허가 보인다.

‘저길 돌아가서 황궁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그 순간!

“쥐새끼 같은 놈들, 네놈들이 우리 이목을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마법사들이었다.

이글이글.

자신들을 막고 있는 화염구.

마법사들의 지도자 전직 부탑주 7서클 로미오가 앞으로 나섰다.

“천한 놈들이 감히 제국의 권력을 탐하겠다고? 크크크, 참, 적절한 조합이군. 벌레 같은 이방인에다, 정보나 주워 먹고 다니는 평민 쥐새끼라니.”

임민혁을 비롯한 플레이어들이 앞으로 나섰다.

혹시나 NPC들에게 공격이 가해질까 봐.

“우리 뒤에 숨어요.”

동시에 플로라에게.

“공격은 우리가 막을 테니까, 길드장님은 바로 황궁 안으로 뛰어 들어가요. 우린 죽어도 신경 쓰지 말고.”

“하지만 이방인들도 죽으면 크게 힘을 잃잖아요.”

“그게 비교가 됩니까? 끝까지 살아남아요.”

“…아, 알았어요.”

하지만!

스윽, 스윽, 스윽!

어느새 나타난 기사들과 병사들.

“누구도 여길 벗어날 수 없다. 모조리 죽여 버릴 것이다. 네놈들도, 네놈들에게 협조한 시민들도!”

비릿하게 미소 짓는 지방의 대영주 베일우드 후작.

“넘볼 걸 넘봐야지. 공화파? 간이 배 밖에 나왔구나. 내 너희들을 본보기 삼겠다. 분수도 모르고 날뛴 천한 놈들이 욕심을 부리면 어떻게 되는지.”

완전하게 포위당했다.

여기서 끝인가?

‘…까짓거 망해도 상관없어.’

돈이 문제인가?

그러나 엘프의 나무 NPC들이 안타깝다.

함께하면서 정(情)도 많이 들었는데.

‘이들을 살릴 방법이 없나?’

그때였다.

츠츠츳, 츠츠츠츠츠…….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황도.

무언가 햇빛을 가리고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임민혁과 플레이어, NPC들.

“어?”

“헉!”

“저, 저건?”

“오!”

투명화를 풀고 서서히 나타나는 거대한 공중도시.

테라퓨타였다.

혼란의 소용돌이에 놓인 폴른스타.

이곳에 드디어 마탑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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