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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79화 (179/204)

179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방합니다

게리 스탁턴은 말한 적 있다.

어차피 반(反)시스템의 기반은 침식지라고, 거기에 집중할 거라고. 또한 앞으로 공략이 매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고.

확실히 어려워지긴 했다.

하지만 이쪽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플레이어의 포스를 기반으로 하늘을 질주하듯 날아가는, 게다가 스텔스 투명화 장치까지 갖춘 테라퓨타 마탑.

이 공중전함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기동성.

침식지 초입부터 보스가 있는 곳까지 가기 위해선 일일이 몬스터를 처리하면서 길을 뚫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된다.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이, 침식 탐지 마법을 이용해 보스가 있는 장소로 직행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직행해서 가도 보스를 호위하는 잡다한 몬스터가 그득그득했다.

공략의 시작은 역시 마력포 포격.

파슛! 파슛! 파슛!

콰콰콰쾅! 쾅! 쾅!

9서클 대마법사 브랜달도 한몫했다.

포스 배리어 안에서, 침식될 위험 없이,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광역 마법.

“멀티 워터 밤! 블리자드! 일렉트릭 스톰…….”

물을 부어, 꽁꽁 얼리고, 전격 마법으로 지지고.

잡몹들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나서 지면에 낮게 떠서 비행, 그러자 보스가 눈에 들어온다.

“자! 드가자!”

어느새 돌격 대장이 된 에루인의 아바타 [이세계 초미녀].

“아니, 간부터 먼저 봐야지 그렇게 막 들이대시면…….”

“제자야, 날 몰라? 걱정 마. 안 죽여. 찍먹 해 보는 거야.”

휘릭!

찬웅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서슴없이 뛰어내리더니.

“돼지 새끼야! 삼겹살 내놔!”

침식지 보스 외뿔 멧돼지의 머리를 다짜고짜 마체테로 후려쳤다.

퍼억!

뒤를 이어 찬웅의 도끼도.

콰직!

함께 뛰어내린 플레이어들도 보스에게 붙었다.

“꾸에에엑!”

보스라 그런지 집채만큼 크다.

비명을 질러 댔지만 좀처럼 쓰러지지 않았다.

‘작은 침식지 보스치고는 꽤 강한데?’

심지어 광폭화까지.

미친 듯이 날뛰는 외뿔 멧돼지.

퍼퍽! 퍼퍼퍼퍼퍽!

“으아!”

“씨, 시이발!”

“큭!”

뿔에 받혀 마네킹처럼 휙휙 나가떨어지는 APS 소속 플레이어들, 애널서커도, 방패를 든 딸기도 상대하기 힘들 지경.

‘이 정도면 됐어.’

어느 정도 강해진지 알겠다.

“스승님, 처리하죠.”

“이제 끝낼까?”

“네.”

우웅!

에루인의 쌍마체테에 어리는 강대한 자연력의 포스. 그대로 두 팔을 쫙 벌린 채 외뿔 멧돼지의 배 밑으로 미끄러지더니.

서거거걱!

“꾸엑! 꾸엑! 꾸에엑!”

육중한 몸체를 지탱하는 다리가 다 잘려 나갔다.

스웅!

마지막으로 찬웅의 도끼.

거대한 강기가 외뿔 멧돼지의 두개골을 파고들었다.

“꾸이익…….”

[듀플렉스 전 대륙에 공지합니다.]

[헤이트론 구릉지 침식지 보스, 냄새나는 외뿔 멧돼지가 현 시간부로 소멸했습니다.]

[플레이어와 대륙 주민들 간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세상 안의 기운이 점점 깨끗해집니다.]

찬웅과 에루인 덕분에 공략은 쉽게 했지만 우려를 표하는 데우스칩.

“다음부터는 미사일 한 대 박고 시작하지. 그거 맞아도 안 죽을 것 같으니까. 힘을 빼놓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그렇게 해요.”

찬웅과 에루인은 충분히 강하다.

그보다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강해져야 한다.

막타는 이들에게 양보할 생각.

다음 침식지.

데우스칩의 조언대로 미사일 한 대 박고 시작하는 공략.

슈우우우, 콰콰콰쾅!

혹시나 몰라 한 방 더.

콰콰쾅!

충분히 힘을 빼놓았다.

마무리는 플레이어들이.

[듀플렉스 전 대륙에 공지합니다.]

[고드릭 산맥 침식지 보스, 간교한 번개 오소리가 현 시간부로 소멸했습니다.]

[앞으로 랜덤 D박스의 고급 아이템 획득 확률이 영구적으로 소폭 상승합니다.]

[세상 안의 기운이 더더욱 깨끗해집니다.]

헤이트론 구릉지에 이어 고드릭 산맥 침식지까지.

연속적인 마탑의 보스 공략 성공.

더없이 축하할 일이지만 용병 플레이어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사실로 밝혀진 침식지 사냥의 리스크, 게임 속에서 사망하면 현실에서도 죽을 수 있다.

실제로 곳곳에서 사고 사례가 발생했다.

작게는 근육통, 어지럼증, 크게는 쇼크로 인한 호흡곤란, 졸도, 뇌전증, 기억상실, 부정맥 증상…….

이제 게임은 위험하다.

때문에 용병 플레이어들의 접속은 크게 줄었다.

접속한 이들도 마을에서 죽치고 앉아 용병 전용 대화창을 통해 수다나 떨고 있었고.

[꼬북스나이퍼] : 오! 또 성공? 보상이 확률 상승이다.

[타코타코] : 그래 봤자 우리하고 무슨 상관?

[왓더헬] : 그들만의 리그야.

[아프니까 틀딱이다] : 왜들 이래? 침식지 정화하면 지구도 안전해지고, 좋은 게 좋은 거지.

[냉동고기] : 네! 다음 틀딱.

물론 어떻게든 침식지는 정화되어야 한다는 것엔 다들 동의한다.

하지만 테라퓨타 마탑에 탄 인원을 제외하면 다른 용병 플레이어들은 사냥에서 소외된 상황.

어쨌거나 게임 아닌가?

게임을 못 하는데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나?

지금도 사냥은커녕 노가리나 까고 있는 판에.

[데얀 호수 침식지 보스, 속임수의 철갑악어가 현 시간부로 소멸했습니다.]

[플레이어와 NPC 간의 우호도가 급속도로 증가합니다.]

[세상 안의 기운이 더더욱 깨끗해집니다.]

계속 울리는 공략 성공 메시지.

[스파게티 파이터] : 뭐! 세상이 더더욱 깨끗해지면 어쩌라고!

[저주 날리는 천사] : 에휴, 지금이라도 전직해야 하나?

[골뎅뎅] : 난 존버 하련다. 케이를 믿으니까.

[플라잉 펭귄] : 그래, 케이가 일부러 그러겠냐? 다 우리를 위한 거지.

아직은 케이에 대한 지지가 우세한 상황.

[에일드라송 폐허 침식지 보스, 방황하는 강철 갈기 사자가 현 시간부로 소멸했습니다.]

[세상 안의 기운이 갈수록 깨끗해집니다.]

그러나 참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똥싸는 누나] : 씨발, 다 해 먹어라.

[명란전 코난] : 대출받아서 기껏 장비 맞췄는데.

[왓더헬] : 나 거지 됐다.

[냉동고기] : 더러워서 못 하겠네. 계정 삭제하고 말지.

하루에도 네다섯 개씩 정화되는 침식지.

[카라드릴 분지 침식지 보스, 더러운 발톱 독고슴도치가 현 시간부로 소멸했습니다.]

[앞으로 모든 잡화점에서 향상된 스킬 구슬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세상 안의 기운이 비약적으로 깨끗해집니다.]

어쩐지 섭섭한 마음.

[케이는 내꺼] : 어머? 스킬 구슬이다. 그라운드 테라가 폐쇄되어서 어디서 사나 했는데.

[꼬북스나이퍼] : 스킬 배워서 뭐 하게?

[저주 날리는 천사] : 맞아. 우린 비약적으로 끝났어.

[롤로누아 조루] : 나 지금 전직하러 간다. 안녕!

그때였다.

[세상 안 기운의 정화 수준이 임계점을 넘었습니다.]

[변화가 시작됩니다.]

무슨 변화?

동시에 새로운 전체 공지가 듀플렉스 전역에 내려졌다.

[듀플렉스 전 대륙에 공지합니다.]

[용병 플레이어를 위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방합니다.]

뭐?

새로운 콘텐츠?

[앞으로 침식되지 않은 몬스터를 일반 필드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출현 대상 몬스터는 슬라임, 랫맨, 코볼트, 고블린, 오크, 트롤, 미노타우루스, 오거, 코카트리스, 사막 스콜피온 등등이며 자세한 출현 장소는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용병 전용 대화창에 올라오던 채팅이 일순 멈췄다.

일반 필드에서, 침식되지 않은 몬스터?

그 말의 의미는…….

[이제 일반 필드에서도 동화율 돌파와 코인, 아이템 획득이 가능해졌습니다.]

[사망 시 ‘게임상 페널티’는 이전과 똑같지만, 의도치 않은 ‘현실 페널티’는 완전하게 수정되었습니다.]

[다만 침식지에선 여전히 현실 페널티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일반 필드에서의 의도치 않은 현실 페널티 수정.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대화창이 끓어올랐다.

[파이어 아이스] : 와와와! 세상 안 기운이 점점 깨끗해진다 어쩌고 하더니.

[아프니까 틀딱이다] : 봐! 내가 그랬지? 케이만 믿으면 된다니까.

[플라잉 펭귄] : 역시 케이는 다 계획이 있었어. 난 또 우릴 잊은 줄 알았네.

[바이바이킹] : 케이 만세!

[필라델피아 탕수육] : 난 믿고 있었다고!

[케이보다 게이] : 사랑한다, 케이야! 넌 날 가질 자격이 있어.

[프로페서 아르노] : 자! 모두 함께 외쳐! 케이!

[뚬양] : 케이!

[믹키막키] : 케이! 케이! 케이!

[롤로누아 조루] : 케이이이이이이이!

.

.

.

몬스터 사냥 재개.

마침내 용병 플레이어를 구속했던 족쇄가 풀렸다.

* * *

카리브해, 게리 스탁턴의 거처.

그도 새로운 콘텐츠 개방 소식을 들었다.

“이제 몬스터들의 영혼도 풀려났어요.”

“음, 슬슬 정상화되어 가는군.”

처음부터 대륙엔 몬스터가 존재했었다.

침식과 상관없는 토착 몬스터.

주신이 대륙 모든 생명체의 영혼을 새로 만든 차원으로 봉인할 때, 당연히 몬스터의 영혼도 함께 거두었다.

빛과 어둠, 선(善)과 악(惡), 천사와 악마처럼, 양지가 있으면 당연히 음지도 있어야 한다.

비록 몬스터가 인류 발전의 걸림돌이 되긴 했지만, 세상은 갈등과 투쟁으로 발전하기 마련.

하지만 침식이 모든 걸 망쳐 놓았다.

침식은 투쟁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항 불가능한 악몽, 거기에 일반 몬스터까지 발호한다면?

세상의 파멸은 더더욱 가속화될 것이 뻔했다.

그래서 주신은 침식이 일어나자마자 몬스터의 영혼이 윤회하지 않도록 제한했다.

때가 되자 풀린 것이고.

“너무 이른 판단 아닐까요? 침식지가 완전히 정화된 것이 아닌데.”

“아니, 전혀! 현재 침식지가 정화되는 속도를 봐. 완전히 정화되는 데 두 달도 채 걸리지 않을 거야.”

“하긴, 주신이 잘 알아서 하시겠죠.”

“관건은 침식된 군주 놈들인데…….”

반(反)시스템은 침식지를 강화하고 세상 안 사망이 현실에까지 연결되게끔 하는 데 모든 자원을 써 버렸다.

그렇게 한 목적은?

설마 일반 용병 플레이어들을 죽이려고 그랬을까?

당연히 케이를 겨냥한 것이다.

신(神)과 다름없는 권능을 가진 반(反)시스템.

놈이 정한 제재.

만약 케이가 세상 안에서 사망한다면 현실에서도 죽을 터.

“마냥 안심할 수는 없어요. 분명 한 수를 마련해 두었을 거예요.”

“후우…….”

케이는 절대 죽어선 안 된다.

그가 사망하면?

침식지가 하나만 남는다고 해도, 그 순간 패배가 확정 지어질 터.

“어쩔 수 있나? 그저 믿어야지.”

“네, 믿어야죠.”

* * *

하루에 최소 5개 정도의 침식지 공략.

일주일 정도 지나자 40개 이상의 침식지가 정화됐다.

그 과정에서 순조롭게 이뤄지는 플레이어들의 동화율 돌파.

그럼 찬웅은?

침식지가 강화된 탓인지 경험치가 꽤 많이 들어왔다.

무려 3%나 더 올렸다.

[동화율 : 195%]

[반영률 : 75%]

앞으로 남은 침식지를 모조리 공략하면?

동화율 200%는 꿈도 아닐 터.

포스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포스 : 652,034]

동화율이 195%가 되자.

[드래곤 하트 : 흡수율 50%]

따라서 그만큼 포스도 증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물론 자신감도 따라서 붙었고.

그러던 중 테라퓨타 마탑에도 울려 퍼진 시스템 전체 공지.

“어?”

“…아.”

“오!”

“이, 일반 필드 몬스터?”

데우스칩과 에루인도 플레이어인지라 공지를 들었다.

“혹시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했나?”

“제가요? 그럴 리가.”

전혀 예상 못 했다.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지.

“그나저나 진짜 다행이네요.”

찬웅도 용병 플레이어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었다.

게임 속에서의 사망이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

분명 자신을 겨냥했다.

그래서 마음의 빚을 지고 있었다.

어쨌거나 자신 때문에 게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

얼마나 답답했을까?

열심히 동화율을 돌파해서 키워 온 아바타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졌으니.

최기병도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찬웅에게 다가와 말했다.

“사냥터가 이원화되었습니다. 현실 페널티 없는 일반 필드와 현실 페널티가 존재하는 침식지.”

“뭐, 바람직한 현상이긴 한데… 사냥터가 하나 더 생겼다고 해서 우리 쪽 용병 플레이어가 이탈하진 않겠죠?”

“설마요! 리스크가 있다고 해도 침식지 사냥 보상은 일반 필드와 비교도 안 될 정돈데.”

하긴, 일반 필드 공략엔 주신의 축복이 없다.

한마디씩 하는 데우스칩과 에루인.

“아무튼 5백 년 만인가? 침식되지 않은 몬스터를 보게 되다니.”

“그야 뭐, 당연한 거 아냐? 침식지가 정화되니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하나 피해가 걱정되는군.”

“이방인들이 있잖아. 그리고 침식이 아니니 우리 대륙민들도 같이 거들 수 있고. 우린 신경 쓰지 말고 침식지나 조지면 돼.”

그리하여 테라퓨타 마탑은 다음에 공략할 침식지로 나아갔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성벽.

“카시우스 제국의 황도 폴른스타가 보여. 어떡할 텐가?”

“잠시 들렀다가 가요.”

“사람들이 놀랄지도 모르니까 투명화 마법을 사용하겠네.”

“네.”

츠츠츠츳!

순식간에 사라지는 테라퓨타 공중도시, 천천히 폴른스타 성벽으로 접근했다.

그런데?

퍼펑! 펑펑펑펑!

찌지지직! 찌직!

채챙! 챙챙챙챙!

가까이 접근할수록 들려오는 폭발음과 병장기 소리.

전투가 벌어졌나?

순간.

스르르릇.

어느새 찬웅의 옆에 브랜달이 나타났다.

“어? 브랜달, 왜? 하고 싶은 말 있니?”

“마법이네요.”

“응?”

“폴른스타 안에서 테라퓨타 유파의 마나가 느껴져요.”

“그럼?”

“네. 여기 있었어요, 쫓겨난 마법사들이.”

자신을 배신한 테라퓨타의 마법사들.

브랜달의 표정은 무심했다.

드디어 결착을 지을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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