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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71화 (171/204)

171화 마탑 리모델링 (1)

찬웅은 데우스칩과 함께 공중도시에 도착했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브랜달도 유령마에 실어 왔다. 괜히 내버려 뒀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니.

진짜 아무도 없었다.

그 많던 마법사들이 싹 사라져 유령도시가 된 듯한 느낌, 도시에 사람이라곤 단 3명뿐.

그러나 쾌적하다.

널찍하니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사실 주인은 찬웅인데 정작 제일 신난 사람은 데우스칩. 도착하자마자 이쪽저쪽을 뛰어다니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상상이나 했을까?

공중도시 마탑에 발을 디디게 될 줄을.

“허허, 정말이지 오랜만에 보는 마탑이군. 이게 얼마 만이야?”

“당시 마탑 공사에 참여하셨어요?”

“아니, 그땐 초짜 엔지니어라 구경만 했지.”

데우스칩은 마탑에 새겨진 문양들을 꼼꼼하게 살피며 말했다.

“실전된 마법 문양도 많지만 비효율적인 것도 꽤 있네. 이건 수정해야 하고, 으흠, 요건 아예 새로 그리는 게 좋겠군.”

그렇게 한참을 살피다가.

“마탑이 자네에게 완전하게 넘어온 것이 맞나?”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제 겁니다.”

“다시 돌려줄 생각은 없지?”

“전혀요. 그리고 돌려준다 해도 마법사들한테는 절대 안 줘요.”

“흐음.”

잠시 골똘히 생각하는 데우스칩.

“좋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해야겠어.”

“…리모델링요?”

“그래, 싹 뜯어고쳐야지. 인테리어도 다시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데우스칩은 그게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인력을 갈아 넣으면 돼. 이참에 미사일과 마력포도 도시 가장자리에다 올려놓고, 그럼 완벽한 공중 요새가 되는 거지.”

“아…….”

“내가 일전에 구상한 포스 방어막 실험이 성공하면 마탑을 몰고 침식지 안으로도 진입할 수 있을 거네.”

순간 머릿속에 펼쳐지는 마탑의 모습.

생각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동하는 공중도시, 마탑이 가진 자체 방어력과 포스 방어막, 그리고 미사일과 마력포, 침식지를 가로지르며 몬스터를 폭격하는…….

‘완전 우주 전함이네.’

갑자기 장르가 SF.

“속도만 빠르면 더할 나위가 없겠는데요.”

“맞아. 그것이 유일한 단점이야.”

“마법 문양으로 보강하면 빨라지지 않을까요?”

“약간의 도움은 되겠지만 한계가 있어. 부유석만 더 있었어도…….”

“부유석?”

“그래, 그럼 부양력이 강해지고 속력도 엄청 빨라질 거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부유석이라.

이걸 얻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잠시만요.”

“응? 뭘 하려고?”

“상자 몇 개만 까 볼게요.”

나올 때까지 까 보자.

코인도 흘러넘친다.

진(眞) 아이템도 아닌데.

‘부유석이 필요합니다. 아시죠?’

시스템에 미리 언질도 주고.

랜덤 D박스 오픈에 집중하는 찬웅.

반면 데우스칩은 미심쩍어하는 표정.

아무리 케이라고 하지만 그 귀한 부유석을 마음대로 뽑아 낸다고?

‘어림도 없…….’

순간!

“여기 하나 떴네요.”

“…뭐?”

[축복받은 부유석]

[등급 : 신화]

[종류 : 소모품]

[귀속 여부 : 거래 가능]

데우스칩은 제 눈을 의심했다.

부유석이라니, 그것도 축복받은 최고 등급의 부유석?

“아, 아니, 무슨 자판기 콜라 뽑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또 나왔네요.”

“엉?”

2개째.

“오! 하나 더, 이것도 축복받은 부유석.”

“미, 미친!”

3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기, 4개째인가?”

“…….”

데우스칩은 할 말이 없었다.

“오! 잘 나오네. 5개… 6개째.”

“…….”

지금 이 순간, 데우스칩이 한 생각은.

‘나도 상자나 까 볼까?’

10개를 마지막으로 부유석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이걸로 충분할까요?”

“…추, 충분하지. 오히려 남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면 도시가 대기권을 돌파해 버릴지도 몰라.”

부유석은 됐고.

“부유석 말고 필요한 것은 없나요?”

“어어… 빠르게 리모델링 하려면 인력과 장비가 있어야 해. 우리 엔지니어들도 데려오고, 인벤토리를 이용해 물자를 날라 줄 플레이어들도.”

자유로운 왕래가 필요하다는 의미.

하지만 테라퓨타에 직통 게이트가 없다.

‘흐음, 게이트라.’

물론 워프 포인트를 설치하면 되지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출입하려면 그라운드 테라처럼 지상을 거쳐야 하고, 아무나 막 출입할 수 없는 노릇이라 허가증 같은 것도 발급해야 하고.

‘내가 관리를 도맡으면 귀찮은데… 오랜만에 허리띠 에고 시스템에게 물어볼까?’

성녀, 즉 악성 코드를 제거해서 시스템이 어느 정도 정상화되었을 테니.

‘테라퓨타로 통하는 게이트 설치 가능해?’

그러자.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지정된 대상자에 한해 게이트 사용이 가능합니다.]

‘오!’

진짜 간만에 들어 보는 시스템 메시지.

‘대상자 지정?’

어디까지 허용해 줄까?

찬웅은 친구 목록을 띄워 봤다.

딸기를 비롯한 APS 소속 플레이어, 미국 각성 플레이어… 별 필요 없는 사람들은 목록에서 삭제하고, 깔끔하게 정리한 후에.

‘일단 친구 목록에 있는 사람은 다 게이트 설치가 가능하도록 해 줘.’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플레이어 케이의 친구들은 대기실에서 직통 게이트 설치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더불어.

“박사님.”

“응? 왜, 왜 그러나?”

“리모델링에 필요한 물자와 엔지니어들도 이곳에 들어와야 하니까, 제가 마탑 제어 권한 부여해 드릴게요.”

“…헉! 제, 제어 권한? 나야 좋지만.”

부관리자가 있어야 자신도 편하다.

‘플레이어 데우스칩에게 한시적으로 마탑 제어 권한 일부 양도.’

[플레이어 데우스칩에게 마탑 제어 권한 일부 양도 실행.]

[플레이어 데우스칩에게 마탑 활용 매뉴얼 주입.]

“여, 열심히 하겠네!”

그래요. 일하세요.

뼈 빠지게.

그때였다.

“으윽, 으으으으…….”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신음하는 브랜달, 찬웅이 다가가자 울먹이는 목소리로.

“혀, 형…….”

“정신은 좀 차렸냐?”

“아아, 으음, 제, 제가 무슨 짓을 했죠?”

브랜달에게 느꼈던 위화감이 사라졌다.

확실히 그 9번째의 서클이 문제였던 모양.

데우스칩도 다가와 띠꺼운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쯧쯧, 저 가증스러운 표정 좀 보게나. 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 뻔히 알면서도 저렇게 딱 잡아떼?”

데우스칩의 비난에 번뜩 정신이 든 브랜달.

그간의 행적이 떠오른다. 생생하게 기억난다. 다만 당시 자신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모를 뿐.

‘내가 왜……?’

현혹인 세뇌 같은 정신계 마법은 절대 아니다.

그런 거라면 벌써 알아챘지.

그렇다면?

‘성녀를 만난 후부터야.’

확실하다.

그 망할 년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했다.

그래서 결국 마탑의 은인, 케이를 배신한 것이고.

“혀엉, 케이 형!”

울부짖는 브랜달.

찬웅은 마음이 착잡하다.

원래 순박한 놈이다.

10년이 지났지만 나이가 몇 살이나 되겠나?

잘해야 20대 초반.

“제, 제가 형을 실망하게 해 드렸어… 어어, 아, 으으.”

그러더니 갑자기!

“커헉! 컥! 크어어억!”

바닥을 구르면서 부르르 경련했다.

이놈 또 왜 이래?

“브랜달!”

브랜달은 스스로 자신의 가슴을 쥐어뜯으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으아아아아악!”

서클이 한꺼번에 두 개나 깨어진 후유증인가?

그 모습에 데우스칩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흐음, 마나 와해 현상인데, 서클도 위태위태한 것 같고.”

역시 부작용 때문에?

“내가 너무 과하게 힘을 써서…….”

“아니야. 이건 마법사들이 스스로에게 한 마나의 맹세를 어겼을 때 보이는 현상이야.”

마나의 맹세?

그제야 기억난다.

과거 브랜달에게 마탑 제어 권한을 넘겨줬을 때 그가 했던 말을.

- 케이 형님의 신뢰에 보답하겠습니다. 만약 케이 님을 실망하게 하는 일을 하면 제 온몸의 마나는 공중으로 흩어지고 모든 서클이 부서질 겁니다. -

이런 미친 바보 새끼가.

“그동안은 옳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믿었을 거네. 그러니 마나의 맹세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지. 하지만 장막이 걷히고 믿음을 저버렸다는 걸 깨달은 순간…….”

브랜달은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이거 어떻게…….”

제약을 풀어 줘야 한다.

“금제는 본인 스스로 만들어 낸 거야. 이건 자네도 어쩔 수 없어. 그만 보내 주게.”

그러나 찬웅에겐 방법이 있다.

브랜달의 몸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문자열 코드로 확인할 수 있다.

찬웅의 몸에서 일어나는 포스의 기운.

우우웅.

그러자.

스슷!

코드가 보인다.

문자열로 이루어진, 아직 남아 있는 7개 서클. 그리고 그 서클을 마치 구렁이처럼 휘감고 파괴하려고 하는 기운, 저것이 브랜달이 스스로 걸어 둔 마나의 맹세일 터.

‘이걸 없애야 해.’

그러면 끝난다.

어떻게 부숴?

당연히 포스지.

스우웅웅!

브랜달의 가슴으로 스며드는 찬웅의 포스.

서클은 건들면 안 된다.

그걸 감고 있는 금제의 구렁이만.

한마디로 표적 치료. 정밀하게, 세기를 조절해서.

파삭, 파사사삭!

서클을 파괴하려던 구렁이가 천천히 부서져 내린다.

그러자 떨림도 잠잠해지면서 브랜달은 다시 평온한 표정으로 쌔근쌔근 잠들었다.

“어…….”

찬웅의 행동을 옆에서 똑똑히 지켜보던 데우스칩.

“대,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마나의 맹세는 절대 되돌릴 수 없는 법칙과도 같은데, 어떻게?”

“다 방법이 있습니다.”

“허허.”

설명하자면 길다.

아무튼.

‘이제 감 잡았어.’

높아진 동화율, 그로 인한 문자열 코드 식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전에 경험했던 동화율 200%의 세계는 체험판이었다.

만약 제대로 밟아 올라가 200%에 도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세상 전체를 재구성할 수 있을지도.’

…그건 너무 나갔나?

* * *

각성 플레이어의 취약점을 노린 습격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경기도 과천의 APS 접속 센터.

놈들은 알고 왔다.

케이의 정체와 접속하고 있는 시간과 장소.

당연히 조사가 진행됐다.

니나 페레즈, 에루인과 대화를 나누는 APS 정보 과장 이필동.

“필동아, 그러니까 이 APS에도 첩자들이 많다는 말이잖아.”

“네.”

“못 잡니?”

“그, 그게 잡기가 매우 힘듭니다. 몇 번 색출해서 정리했지만 바퀴벌레처럼 계속 튀어나와서, 또 놈들이 APS에만 첩자를 심어 둔 것이 아니라.”

사실 힘들긴 하다.

중국과 일본은 바로 옆 나라.

그동안 쌓아 온 관계를 감안하면 알게 모르게 협조하는 인간이 얼마나 많겠나?

“그래? 흐음, 그럼 지금도 우리 제자의 동향을 누설하는 쥐새끼가 있다는 거지?”

“…아, 아마도요.”

사랑하는 애제자 케이가 게임 속에서 성녀라는 년을 상대하고 있을 때, 바깥에선 플레이어들의 캡슐이 존재하는 APS 접속 센터가 공격을 받았다.

적들은 일본과 중국, 국가 소속 각성 플레이어들.

비겁하게 게임에 접속하는 순간을 노려?

이야기를 들어 보니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원흉은 중일 정치인들.

이게 다 제자가 너무 착해서 빚어진 일이다.

민간인들은 절대 건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나?

하지만 제자는 제자, 자신은 자신.

그따위 원칙 같은 것 지킬 생각 없다.

각성 플레이어나 일반인이나 나쁜 새끼들은 다 똑같다.

게다가 그놈들은 한 나라의 권력자들이 아닌가.

자신이 벌하지 않으면 누가 벌해?

“필동아.”

“넵! 장로님!”

“나 필요한 게 있는데.”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이필동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몸을 바로 세웠다.

현실에 강림한 엘프 장로 에루인.

남미계 젊은 여성의 몸이지만 영혼은 그렇지 않았다.

무려 500년을 살아온 전설의 NPC, 암살자 루인.

그녀의 손에 죽은 NPC가 만 명이 넘는다는 소문도 있었다.

보고만 있어도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판국에.

“여권이랑 비행기표 그리고…….”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그길로 에루인은 일본으로 넘어갔다.

물론 완전하게 새로운 신분으로.

일본 도쿄.

에루인은 은신막이 발현된 슈트와 폴리모프 복면을 착용하고 천천히 수상 관저 지하 1층으로 숨어들었다.

두 손에 들린 은빛 마체테와 은신막 슈트, 폴리모프 복면은 데우스칩이 에루인을 위해 현실에서 만들어 준 것.

이런 일은 에루인이 케이보다 훨씬 뛰어나다.

암살자 생활이 몇 년인데.

‘국가 위기관리 본부가 각성 플레이어를 관리한다고 했지?’

목적지에 도착하자 은신막은 해제했다.

착 달라붙는 타이즈로, 여성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몸매.

여기도 CCTV가 있을 터.

그냥 보여 줬다.

찍히면 어쩌라고?

천천히 위기관리 본부 회의실 안으로 접근하자 두런두런 들리는 소리.

“보복이 들어올까요?”

“…괜찮을 겁니다. 한국 정부에 통보했어요. 개인의 일탈, 우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그 말을 믿어 줄지 모르겠는데.”

“안 믿으면 어떡할 겁니까? 전쟁이라도 하겠대요?”

“아니, 그게 아니라 케이가 우릴 죽이러 오면.”

“걱정 마십시오.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리고 케이, 그놈은 아직 게임에 접속 중이에요.”

순간!

스슷!

“깜냥도 안 되는 개새끼들이, 하는 짓이라고는 숨어서 흉계나 꾸며 대는 것 말고는 없지?”

모습을 드러내는 에루인.

“헉!”

“누, 누구?”

“당신 뭐야?”

화들짝 놀라는 총리, 관방장관, 자위대 장성, 내각정보관, 각성 플레이어 출신의 관리 등 일본 정부 고위 관료들.

“뒈져! X발 놈들아!”

에루인의 마체테엔 자비가 없다.

츠핏! 츠피릿!

서걱, 서거거거걱!

“꺽!”

“커헉!”

“아악!”

“사, 살려…….”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한 위기관리 본부 회의실.

싹 죽여 버렸다.

에루인은 등에 메고 온 가방에서 폭탄 몇 개를 꺼냈다.

이필동이 구해 준 중국제 폭탄들.

휘잇, 휘릭!

모조리 까서 던져 넣고.

빠르게 발로 뛰어서 빠져나왔다.

잠시 후.

콰쾅! 콰콰콰콰쾅!

화염에 휩싸이는 수상 관저.

일본 총리가 죽었다.

내무 대신들도 다수 죽었다.

그야말로 대형 사고.

편의를 봐준 이필동도 이 정도까진 몰랐을 터.

그저 자위대 각성 플레이어 본부 습격 정도나 예상했을 건데.

‘이젠 어딜 갈까?’

당연히 중국 베이징.

제자가 큰일을 하고 있는데… 걸리적거리는 장애물은 치워 줘야지.

그게 스승 된 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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