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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66화 (166/204)

166화 황도 폴른스타 폭격(3)

딸기와 플로라가 만난 그날 이후.

카시우스 제국 황도 폴른스타에 곧 전쟁이 일어날 거란 소문이 쫙 퍼졌다.

정보 길드 엘프의 나무.

이방인이 사라진 10년 동안 차곡차곡 내실을 다져 온 조직이었다.

심리전과 여론전, 정보전은 그들의 특기 중의 특기.

“곧 마키나 공화국이 황도로 쳐들어올 거래.”

“에이, 기름쟁이 새끼들이야 제국 기사단이 나서면 모조리 썰릴걸?”

“그런데 그 케이 있잖아, 마키나와 손잡았다던데.”

“그럼 제국과 마탑을 동시에 상대하겠다고?”

“그런데 왜 케이가 우릴 적대시하지?”

“참누리 교단이 침식의 배후라는 소문이 있어.”

“설마!”

폴른스타 시민들에게 있어 케이의 존재는 영웅 그 자체, 망령의 침식지를 정화하고 카시우스를 구해 낸 이방인이 누군가?

심지어 10년 만에 이방인들이 다시 대륙에 방문한 직후에 들려오는 소식, 스톤 포지와 지금은 사라진 헤스티아 성국의 침식지가 정화되었다.

케이는 영웅이었다.

하지만 그가 적으로 돌변하면?

또 참누리 교단이 침식의 배후라는 소문도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황도 시민들의 불안감이 나날이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즈음 황도 남쪽 성벽이 폭격에 휩싸였다.

콰쾅! 콰콰콰쾅! 쾅! 쾅! 콰쾅!

시민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스, 습격이다!”

“소문이 맞았어.”

“어떡하지?”

폭격은 황궁 안에서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피골이 상접했다 싶을 정도로 바짝 마른 몸의 카라카스 황제. 눈빛에도 번들번들한 광기가 엿보였다.

“그분이 말씀이 맞았군.”

“비천한 이방인이 선을 넘었습니다.”

“이제 우매한 백성들도 놈의 실체를 깨닫게 될 거라 믿사옵니다.”

카라카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

솔직히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귀족인 자신을 너무나 불손하게 대했고, 그로 인해 칼을 맞댄 기억만 남아 있을 뿐.

제국민들이 놈을 영웅이라고 떠받들고 있지만 대체 뭘 했는데?

망령의 침식지 정화?

이방인이라면 응당 해야 할 의무가 아니었나.

그 대가로 이방인들이 자유롭게 대륙을 나돌아 다닐 수 있는 것이고.

아무튼 근본 없는 마키나 공화국 놈들이 먼저 쳐들어왔다.

패배는 꿈에도 생각지 않는다.

어디 제국만 있나?

연합국인 테라퓨타, 실제로 마탑에서 제국으로 파견 나온 마법사들도 많다.

이제 슬슬 반격 준비를…….

순간!

벌컥, 대전 문이 열리면서 급하게 들어오는 황궁 기사단 단장.

“폐하!”

“그래, 전황은 어떤가? 놈들의 병력 규모는?”

“그, 그게…….”

“말하라!”

“성벽 밖엔 개미 한 마리 찾아볼 수 없나이다.”

“…뭐라고?”

이게 무슨 소리.

“그럼 이 폭발음은?”

“공격이 어디서 들어오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옵니다.”

“병력은 없는데, 공격은 있다?”

케이와 마키나가 공격해 올 거라는 첩보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다.

그래서 제국의 병력을 황도로 총집결해서 대응에 나섰는데.

“골렘 한 마리 없단 말이더냐?”

“그렇사옵니다. 그리고 성벽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자칫하다가는…….”

카라카스는 즉시 황궁 테라스로 나가 현재 공격받고 있는 성벽을 바라보았다.

슈우웃, 콰쾅!

하늘에서 날아온 무언가에 의해 성벽이 파괴되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원거리 마법인가?

그럴 리가.

마법을 시전하는 주체도 보이지 않는데.

‘…공성 병기?’

카라카스는 테라스 아래로 뛰어내렸다.

타닥, 타다닥!

빠르게 성벽 위로 뛰어 올라가.

“하아,”

진짜 아무것도 없다.

골렘도, 인간 병력도, 그리고 공성 차도.

순간!

슈우우우우우…….

반짝이는 물체가 성벽으로 날아왔다.

“감히!”

소드 마스터 카라카스 황제.

재빨리 검을 꺼내.

지이잉!

서걱!

오러가 짙게 서린 검으로 물체를 단번에 잘라 버렸다.

그러나.

콰콰쾅!

“크헉!”

아무리 오러가 보호하는 신체라고 하지만 정면에서 터져 버린 포탄의 충격에 그만 뒤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폐하!”

“괜찮으시옵니까?”

“어서 빨리 치유 물약을 가지고 와라!”

볼썽사납게 찢어진 갑옷, 마력 폭발의 충격으로 진탕된 내부.

카라카스 황제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비, 비켜라!”

그 와중에서 포탄은 계속 날아왔다.

슈우웃, 슈우웃, 슈우웃.

콰쾅! 쾅! 쾅! 쾅!

“이런…….”

“피해야 합니다.”

황급하게 성벽 공격 범위에서 물러난 카라카스와 귀족들.

“대략 방향은 남쪽이군. 그쪽으로 전 병력을 모두 보내라!”

“아, 알겠사옵니다. 기사단을 보내겠습니다.”

명을 받은 기사단장이 성벽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잠시 뜸해지는 공격.

그때였다.

웅웅, 우우웅, 웅웅웅웅!

갑자기 들리는 날벌레 소리.

어디서?

황제와 귀족들은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다.

저 하늘 저편.

폴른스타를 향해 까맣게 몰려오는 먹구름.

‘…메뚜기 떼?’

안력을 돋우어 살펴보니 메뚜기보다는 훨씬 크다.

새는 확실히 아니다.

생전 처음 보는 생명체.

아니, 살아 있는 것 같지 않다.

“저건 또 무슨?”

푸스스스스스.

하늘에서 가루가 내려왔다.

밀가루 같은 분말.

마치 한겨울 함박눈처럼 도시 전체에 내렸다.

“쿨럭, 쿨럭!”

“…독인가? 이런 망할 놈들이.”

“독은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귀족들의 마음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여기 있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바로 그 순간!

쐐애액!

멀리서 들리는 파공음.

카라카스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불꽃 꼬리를 단 거대한 막대기 하나가 성벽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아!”

심상치 않다.

게다가 너무 빠르다.

피해야 하지만 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콰콰콰콰콰콰쾅!

강렬한 대폭발.

남쪽 성벽이 통째로 사라졌다.

남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이 카라카스 황제의 마지막이었다.

* * *

폴른스타에서 약 40km 떨어진 고지대.

제법 높은 언덕 위에 마력포 궤도 골렘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파슛! 파슛! 파슛!

쉴 새 없이 날아가는 포탄.

마력포 궤도 골렘의 정확성은 단 1m의 오차도 없다.

찬웅과 데우스칩은 햇빛을 막아 주는 캠핑용 천막을 치고 푹신한 의자에 앉아 시원한 맥주 캔을 땄다.

치익!

“핵전쟁에, 화학전에… 해서는 안 될 전쟁을 이 세상 안에서 할 줄이야.”

“뭐, 핵이야 배낭 하나밖에 없고, 또 분말 살포 정도를 화학전이라 할 수 있나? 꺼억!”

맥주를 들이마시며 연신 트럼을 해대는 데우스칩, 아바타로 접속한 이후 가장 좋은 점이 있다면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

골렘 상태에선 그러지 못했다.

맥주도 마시고 안주로 가져온 육포도 먹고.

“아직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네요.”

커다란 통신용 수정구.

드론에 쌍으로 연결된 또 다른 수정구에서 전해 오는 폴른스타의 상황을 똑똑히 살펴볼 수 있었다.

시민들이 대피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도시 안.

그저 공격이 가해지는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뿐.

“앱쉬엔의 약효가 돌려면 시간이 필요해.”

드론이 살포한 분말은 로그드라실에서 제공한 약초를 마키나 공화국 연금술사의 정제를 거쳐 제조한 것이다.

로그드라실엔 ‘앱쉬엔’이라는 약초가 있다.

그 식물은 생존을 위해 특유의 물질을 만들어 낸다.

그로 인해 앱쉬엔을 섭취한 동물들은 마음속 불안감이 극대화되는 것.

효과는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불안을 조성한다는 것만 빼면 인체에 무해하다.

현재 폴른스타 전역에 앱쉬엔 분말이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있었다.

소형 마탑이 제아무리 방어에 특화됐다 한들, 하늘에서 내리는 분말 가루를 어떻게 막아?

순간! 통신용 수정구에 나타난 화면.

성벽 위에 황제의 관을 쓴 기사 하나가 나타났다.

카라카스였다.

“황제군요.”

“어떡할까?”

찬웅은 잠시 침묵했다.

황위 계승전 당시 그와 함께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꽤 교분을 쌓았다고 여겼는데.

“후우, 어쩔 수 없겠죠?”

“안타깝지만 전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찬웅도 알고 있다.

황제는 여기서 죽어야 한다.

씨익, 웃음 짓는 공화국민 데우스칩.

“혁명의 때가 왔어.”

혁명이 따로 있나?

황제가 죽으면 그게 혁명이지.

데우스칩은 번쩍 손을 들었다.

그러자 마력포 발사가 멈췄다.

순간 후미에서 날아오르는 거대한 미사일 한 기.

쐐애애액!

목표물까진 금방이다.

떨어지는 미사일.

콰콰쾅!

성벽이 녹아내렸다.

그 위에선 사람들도 마찬가지.

“기가 막히는군.”

정말 편한 전쟁이다.

얼굴 맞댈 필요 없이 고정된 표적을 멀리서 때리기만 해도 되는 전투.

* * *

패닉 상태에 접어든 폴른스타의 시민들, 포탄이 넘어와 신전을 때리기 시작하자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사실 일반 시민들에 대한 참누리 교단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

물론 시민들도 신앙심은 가지고 있지만 그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릴 만큼 강하지 못하다는 의미.

그래서 막을 수도 없는 공격이 계속 끊이지 않고 날아오자 슬슬 피난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문제는 반대편 북쪽 성벽이 막혔다는 것.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성문이 봉쇄됐다.

플로라를 위시한 엘프의 나무 길드 길드원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있는 APS 소속 용병 플레이어.

플로라가 [와치맨] 최기병에게 말했다.

“이방인 와치맨, 대규모 기사단 병력과 마법사들이 성을 빠져나갔어.”

“목적지는 어딥니까?”

“포탄이 날아오는 남쪽, 그들도 눈이라는 게 달려 있으니까.”

“그럼 그쪽은 케이 님께 맡기면 되고 우린……,”

시민들이 피난할 수 있는 길을 터 줘야 한다.

“지키는 병력은요?”

“성문을 제외하면 별로 없어.”

“그럼 바로 시작합시다. 총 4개 조로 나눠서.”

성문을 열 생각은 없다.

성벽을 뚫어 버리면 그만.

최기병은 인벤토리에서 작은 골렘 하나를 꺼냈다.

“각각 50개씩 나누죠.”

크기는 그리 크지 않다.

다리가 여러 개 달린 거미형, 머리는 뾰족한 드릴 모양, 올드팩토리 침식지를 공략했을 때 성벽을 부수기 위해 생산했던 자폭 골렘의 개량형.

다리를 이용해 성벽에 올라 몸체를 지탱한 다음, 머리를 깊숙이 박아 넣고 터뜨린다.

플레이어들은 이런 걸 200개나 인벤토리에 나누어 가지고 왔다.

“각자 흩어져서 동시에 터뜨려요.”

“알겠어.”

잠시 후.

네 번의 폭발음이 들리고.

콰콰쾅! 콰콰쾅! 콰콰쾅! 콰콰쾅!

네 군데의 뻥 뚫린 탈출로가 생겨났다.

* * *

테라퓨타 공중 도시.

마탑에도 폴른스타 폭격 소식이 전해졌다.

“탑주님, 교단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후우, 이렇게 나오시겠다는 건가?”

마탑주 브랜달은 케이가 원망스러웠다.

왜 자신의 마음을 이리도 몰라주나.

그를 위해서 공중 도시의 진격 속도까지 늦춰 주었는데.

‘형님, 형님, 정말 저하고 싸우길 원하십니까?’

하는 수 없다.

“폴른스타까지 얼마나 걸리지?”

“멀지 않습니다. 최대 속도로 가면 적어도 하루 안에 도착할 거라 예상됩니다.”

“당장 방향을 틀어. 최고 속도로 항진한다.”

비록 계획했던 전쟁터가 바뀌었지만 상관없다.

폴른스타에서 모든 걸 끝내 버린다.

우우웅.

브랜달의 심장에서 새로 만든 9번째의 고리가 회전했다.

브랜달이 8서클에 오른 건 5년 전이었다.

하지만 좀처럼 9서클로 가는 길은 열리지 않았었다.

그때 도움을 준 이가 바로 성녀, 그녀에게 세상에 관한 설교를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

덕분에 생성한 9번째의 서클.

그리고 알게 된 세계의 본질.

하지만 케이와의 관계는…….

‘어쨌든 형님은 이방인이니까.’

* * *

통신용 수정구를 통해 폴른스타의 상황을 지켜보는 찬웅과 데우스칩.

“시민들이 대피를 시작했어요.”

“곧 도시가 비워지겠어.”

공포라는 것이 그렇다.

한번 전염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거기에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은 폭격.

불안을 증대시키는 앱쉬엔 약초 분말.

황제가 죽은 터라 지휘 체계도 마비된 상황.

극소수의 광신도를 제외하고 일반 시민들은 거의 모두 짐을 싸고 뚫린 성벽으로 몰려들었다.

다시 수정구에 비치는 화면.

대규모 기사단 병력이 이쪽을 향해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약 1만 정도, 쯧쯧, 부나방처럼 몰려왔군.”

“여긴 박사님께 맡길게요.”

때가 됐다.

이제 찬웅이 움직일 차례.

“그래, 조심하게.”

모든 것이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히이잉!”

찬웅은 유령마 부키를 소환했다.

* * *

쿠쿵! 쿠쿠쿵!

솔직히 성녀 아멜리아는 황당한 마음뿐이었다.

이게 무슨 전쟁인가?

병력 충돌도 없는데 신전이 공격받고 있었다.

“이것이 세상 밖의 전쟁이군.”

성녀 아멜리아 옆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그래요. 치졸하죠.”

“흐흐, 치졸은 무슨! 데우스칩, 그놈은 확실히 난 놈이야.”

“이대로 가만히 있을 건가요?”

“조급해하지 마라. 이 정도 공격은 충분히 견딜 수 있어. 목표에 집중하도록!”

하긴!

목표는 단 하나.

케이만 사라지면 된다.

“바깥은 어떤가? 움직이고 있나?”

“기다리는 중이에요. 제가 지시만 내리면…….”

“그래, 여기서 죽여 봐야 아무 소용없지.”

놈은 현실에서 죽어야 한다.

순간!

“왔군.”

드디어 케이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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