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바타의 재능으로 동화율 돌파-165화 (165/204)

165화 황도 폴른스타 폭격 (2)

핵배낭의 구현율 100% 그리고 동화율 190%.

핵배낭의 위력이야 말해 뭘 할까?

그렇다면 동화율 190%는 어떤 효과지? 180%대와 구별되는 다른 점은?

찬웅은 천천히 침식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사자 머리의 전갈, 일명 변이 만티코어라고 불리는 침식지 몬스터.

일반 용병 플레이어들은 최소한 10명 이상의 파티 혹은 공격대가 나서야 피해 없이 잡을 수 있는 몬스터지만.

츠피릿!

서걱!

선명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도끼에 피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반으로 갈라져 버렸다.

“흐음, 잘 모르겠네.”

그냥 한 방, 190%의 효과가 뭔지 알아볼 새도 없었다.

침식의 기운이 너무 적어서 느낌도 오지 않았다.

동화율 200%에 올랐을 때, 세상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섰던 그 기분을 다시 느낄 수는 없었다.

‘그럼…….’

보스나 잡아 보자.

강한 놈과 드잡이하다 보면 변화를 알 수 있겠지.

그럼 어떤 놈을?

대신전 주변에 가장 많이 보이는 침식지 몬스터 만티코어와 독혈의 히드라, 석화 광선 바실리스크.

놈들의 보스는 옛 헤스티아 성국의 동쪽 침식지를 지배하는 군주, 썩어 버린 레비아탄.

팟팟!

찬웅은 감각을 끌어올리면서 동쪽으로 이동했다.

자잘한 포스 덩어리들은 놔두고.

레비아탄, 일명 지룡. 드래곤에 버금갈 정도로 강하지만 지혜는 다소 떨어지는, 물리력만큼은 최강인 거대 마물.

대신전 동쪽의 황량한 평야 지대.

수없이 많은 마물이 가득 채우고 있는 침식지.

찬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오직 보스.

그리고.

‘저기 있네.’

평야 한가운데 뻥 뚫린 큼지막한 싱크홀.

그 안에서 풍기는 진득한 기의 덩어리.

파팟! 파파파파팟!

찬웅은 포스의 발판을 만들어 허공으로 밟고 올라갔다.

우우우우웅!

진동하는 찬웅의 도끼.

츠피릿!

진한 강기를 겹겹이 두른 토마호크가 하늘에서 떨어져 싱크홀을 직격했다.

콰아앙!

잠시 후.

쿠쿠쿵!

싱크홀 안에서 들리는 소리.

휘리리릭!

도끼가 싱크홀을 빠져나와 다시 찬웅의 손으로 돌아오는 동시에.

“쿠오오오오!”

콰콰콰콰콰!

화산 폭발인가?

용암이 분출하듯 도끼를 따라 거대한 지렁이 한 마리가 싱크홀에서 솟구쳐 올라왔다.

허공에 떠 있는 찬웅을 한 번에 삼키려는 듯 입을 크게 벌린 침식지 보스 레비아탄.

“크롸라라라라!”

입가에 흐르는 끈적끈적한 침 그리고 날카롭게 돋아난 이빨, 깊이를 알 수 없는 목구멍.

파팟! 팟팟!

찬웅은 이미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눈에 보인다.

지룡, 썩어 버린 레비아탄의 몸 전체를 흐르는 기운, 어떻게 보면 오러와 비슷하고, 마나와 별반 다를 바 없으며, 심지어 포스라고 해도 무방한.

그러나 섞여 있었다.

레비아탄의 머리 부분에서 시작되는 가느다란 침식의 흐름, 어떻게 보면 놈이 몸통에 품고 있는 기운에 비해 턱없이 작은 티끌이 전체를 장악하고 있었다.

‘저게 침식의 본질이구나.’

콰콰콰콰!

허공에서 몸을 피하는 찬웅을 집요하게 쫓아오는 레비아탄.

그 큰 몸집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바람길 산책 순간 가속이 아니라면 벌써 배 속에 들어가 소화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팟팟팟!

츠피릿!

도끼가 날았다.

콰직!

머리 따개가 놈의 머리 부분을 파고들었다.

치르릇!

갑자기 요동치는 침식의 흐름.

“아!”

순간적으로 문자열의 흐름이 보인다.

낯설지 않았다.

성녀를 지키고 있던 성기사들에게서 보였던 그 문자열.

하지만 군데군데 비어서 완성되지 못한 엉성한 조합. 저기서 몇 개의 코드를 더 추가하면 아마 성기사들의 힘과 비슷해질 터.

‘그런 식이군.’

한마디로 침식은 미완성. 그래서 부작용으로 몸과 영혼을 갉아먹지만, 성녀가 가진 기운은 완성형. 아무런 위화감 없이 NPC들에게 스며들었다.

다시 사라지는 문자열.

동화율 190%로는 한계가 있는 모양.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럼 이제…….’

죽이자.

파팟! 파파팟!

찬웅의 신형이 레비아탄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콰직!

포스가 강물처럼 흐른다.

침식의 기운이 막아 보려고 애를 썼지만 포스의 격류에 지푸라기처럼 쓸려 나갈 뿐.

“꾸에에에엑!”

찬웅을 자신의 몸에서 털어 내려고 몸부림치는 레비아탄.

그러나 도끼는 무자비하게 머리를 갈랐다.

콱콱! 콰직! 콱!

결국.

쿠쿵!

레비아탄의 머리가 너른 평야에 떨어졌다.

[듀플렉스 전 대륙에 공지합니다.]

[헤스티아 성국 동쪽 침식지 보스, 썩어 버린 레비아탄이 현 시간부로 소멸했습니다.]

깔끔했다.

이제 군주급 보스도 더 이상 찬웅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화아아악!

빛기둥이 떨어지고, 천천히 정화되는 땅.

‘…동화율은 꿈쩍도 안 하네.’

단 1%도 오르지 않았다.

조금만 올랐어도 나머지 침식지 또한 정화해 보는 건데…….

나머지 보스들은 그냥 둬야겠다.

다른 용병 플레이어들의 동화율 돌파를 위해.

* * *

핵배낭 구현율이 100%가 되었다고 작전이 곧바로 실행되는 건 아니다.

폴른스타 폭격을 위한 계획에 참여한 세력은 4군데. 먼저 찬웅을 비롯한 APS 소속 플레이어, 마키나 공화국, 스톤포지 드워프, 그리고 로그드라실 엘프.

모두 각각의 역할이 있었다.

[상큼한 딸기] 신여은은 게이트를 통해 카시우스 황도 폴른스타로 갔다.

‘빈민가라고 했지?’

10년이 지나 도시가 많이 바뀌었나 걱정했는데, 찬웅이 일러 준 모습 그대로인 허름한 술집으로 들어가.

삐걱!

문을 여니 딸기에게 쏠리는 시선.

하지만 술집 같은 곳은 플레이어들도 많이 드나드는 장소, 그래서 관심은 곧 사라졌다.

술 한 잔을 시키고 홀짝거리다가 화장실 가는 척하며 주방으로 들어가는 딸기, 벽면에 걸린 선반을 건드리자 덜컥! 하고 통로가 나타났다.

딸기는 통로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 끝에 위치한 작은 방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나…….’

순간!

스으윽!

자신의 목덜미에 느껴지는 차가운 금속 날.

“누구야? 이방인이 여길 어떻게 알고 있지?”

그러나 딸기는 당황하지 않았다.

일단 들리는 목소리로 보아 여자 NPC.

그렇다면?

“플로라?”

“…어떻게?”

“놀라지 말아요. 그리고 제 이름표를 봐요.”

“뭐? 네 이름이 뭐라고… 아!”

플로라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상큼한 딸기라… 케이 님께서 보냈나?”

“그래요.”

스윽, 목덜미의 칼이 치워졌다.

“그렇지 않아도 10년 만에 이방인이 왔다길래 언제 그분이 오실까, 폐기된 안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보 길드 엘프의 나무.

길드장이었던 루트에 이어 새로운 길드장 자리에 오른 플로라는 천천히 자리에 앉으며 딸기에게 물었다.

“케이 님의 전언을 가지고 왔어?”

“네, 그런데 그 전에 확인할 것이 있어서요.”

“확인?”

“저어, 참누리 사이비! 성녀 개쌍년! …이라고 해 보세요.”

“…….”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설마 케이 님께서 시키신 건 아니겠지?”

“이렇게 하라고 한 건 아니지만, 참누리 교단을 섬기고 있는지만 확인해 보라고 해서…….”

“하아.”

결국 플로라는 말할 수밖에 없었다.

“참누리 사이비, 도둑놈들 소굴, 성녀 개쌍년, 믿을 수 없는 구라쟁이. 사상 검증 완료……?”

“넵! 됐어요.”

“아무튼 다행이군. 오시자마자 사교의 심각성을 알아차리신 모양이야. 그래서 그분에게 필요한 건?”

“우린 폴른스타를 공격할 거예요.”

“뭐?”

“지금부터 이야기해 드릴게요. 계획이 어떤 것이냐 하면…….”

딸기는 플로라에게 자신이 찾아온 용건을 설명했다.

폴른스타 폭격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그러려면 시민들이 도시에 머물러 있게 만들면 안 된다.

“아! 무슨 말인지 알겠네. 심리전과 여론전이 필요하단 말이지?”

“바로 그거예요. 공격 사실을 미리 약간 흘려서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주세요. 무슨 일이 일어나면 즉시 도망칠 수 있게.”

“그래, 황궁은 한통속이라 그 역할을 해 주지 못할 테니까.”

플로라의 말에 딸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황제도…….”

“성녀가 여기 처음 나타나서 누굴 먼저 작업했을 것 같아? 황제와 귀족 새끼들이지.”

“그럴 줄 알았어요.”

“참! 케이 님께 알려 드릴 것이 있어. 이거 가지고 가.”

“…이건?”

“그동안 참누리 교단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이방인들의 명단이야. 최소 3회 이상 방문했던 자들만.”

목록에 적힌 이름들.

[북경 수호자], [노부나가의 아들], [대국88], [후지산1호], [대중화 무림맹], [관동 무사시]…….

이름만 봐도 알겠다.

이들이 누군지.

* * *

데우스칩이 아무리 천재 공학자라고 해도 지구의 대량 생산 체제를 그대로 세상 안에 가져오는 건 쉽지 않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APS 플레이어들은 인벤토리와 게이트를 이용해 스톤포지, 로그드라실, 팩토리를 오가며 무기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배송했다.

그 재료를 바탕으로 마키나 공화국의 엔지니어들은 야근을 생활화하면서 물량을 찍어냈고.

하지만 데우스칩의 우려는 여전했다.

“화력이 너무 달려. 소형 드론 생산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강한 화력의 미사일과 로켓의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단 말이지.”

“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가짜 마탑이 원형의 성능 일부라도 발현한다 가정하면 지구 열대 우림에 퍼부었던 화력의 10배는 있어야 하네.”

적당한 시점이 됐다.

스슷!

찬웅은 인벤토리에서 구현율 100%의 핵배낭을 꺼냈다.

“이건 뭔가? 크기가 꽤 큰데?”

“핵배낭이요.”

“그래, 배낭. 그런데 왜 핵이란 이름을 붙인 거지?”

“핵이니까요.”

“…….”

데우스칩은 천연덕스러운 찬웅의 말에 농담하냐는 듯 어벙벙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핵이란 것이 설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핵 맞나?”

“네.”

“저, 정말?”

“맞습니다. 위력은 조금 약해요. 약 2kt.”

떨리는 표정으로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는 데우스칩.

“…미친!”

찬웅은 핵배낭 패널을 조작해서 시한장치를 작동했다.

딸깍.

[00:08:05.38]

“진짜 작동되는군. 이, 이게 왜 세상 안에?”

“제 인벤토리의 특징입니다. 세상 밖의 물건과 세상 안의 물건이 공유되는.”

스슷!

찬웅은 인벤토리에서 지구에서만 볼 수 있는 유명한 브랜드의 콜라 캔 하나를 꺼냈다.

“허억!”

데우스칩은 기절초풍할 수밖에 없었다.

“무, 무슨…….”

“더 있습니다. 많이 챙겨 왔으니 직원들에게 나눠 주세요.”

캔 박스가 연구실 한쪽에 차곡차곡 쌓였다.

그러자 눈을 반짝 빛내는 데우스칩.

“혹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은? 그건 없나?”

“네. 전자 기기는 공유되지 않았어요.”

“허허, 안타깝군.”

“그거야 언젠간 이 안에서도 실현될 것 같은데.”

틀린 말은 아니다.

데우스칩이 세상을 왕래할 수 있는 한은 말이다.

“그런데 이건 그, 그냥 내버려 둘 건가?”

“뭘? 아하!”

딸깍딸깍.

[00:06:28.19]

여전히 작동하는 핵배낭 시한장치.

“전부터 궁금하던 게 있었어요.”

“…뭔가?”

“아바타가 핵폭발을 과연 견딜 수 있는지.”

“…….”

“물론 실드 주문을 중첩하고 방어력이 극대화된 장비를 착용한다고 가정해서.”

“굳이 그걸 왜?”

[00:04:07.54]

그 와중에도 패널을 힐끔 쳐다보는 데우스칩.

“게임 속이 아니라 현실에서 핵 공격을 받는다면?”

“흐음.”

“실험이 필요합니다. 진짜 죽지 않는 안전한 공간에서요.”

데우스칩은 이해했다.

핵 공격, 지구에서라면 그럴 여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00:03:33.27]

“핵이 터졌을 때 그 위력을 받아 낼 수 있는 장비들이 있어야겠군.”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어디까지나 실험이니까. 만들어 주실래요?”

“그건 문제없네만… 으흠, 시한장치는 언제 끄려고?”

[00:02:41.08]

“방어구 무게는 상관없고 움직임에 제한이 있어도 좋습니다. 그저 튼튼하게만 해 주세요.”

“지금 당장 해 주지.”

“아! 지구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최대한 비슷한 걸로.”

“뭐, 세상이 섞이고 있지 않나? 웬만한 건 지구에도 다 있어. 그, 그런데 시한장치는……?”

[00:01:13.55]

찬웅은 가만히 있었다.

“어, 지금 꺼야…….”

[00:00:31.43]

“…30초 나, 남았네.”

[00:00:25.04]

“…내가 뭘 잘못한 거라도 있나?”

“에이, 설마요?”

“그럼 왜?”

[00:00:10.04]

남은 시간 10초.

꿀꺽.

데우스칩이 침 넘기는 소리가 들린다.

8, 7, 6, 5…….

그제야.

스릇!

핵배낭을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는 찬웅.

“허어…….”

안도의 한숨을 푹 쉬는 데우스칩이었다.

이제 핵배낭은 인벤토리에서 꺼내는 순간, 3초 안에 터진다.

세팅 완료.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물량은 충분히 찍어 냈고.

이제 폭격 당일.

폴른스타와 가까운, 그리고 인적이 드문 적당한 장소에 출장 나온 마키나 공화국의 엔지니어들.

스슷! 스스슷! 슷! 슷!

엄청난 숫자의 전투형 골렘들이 소환되고.

동시에 부품들이 조립되기 시작했다.

데우스칩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조립식 마력포 궤도 골렘.

생김새는 K-9 자주포와 비슷하다.

그가 가장 좋아했던 한국 무기들 중 하나.

쿠르르르르.

궤도가 움직였다.

목적지는 폴른스타 성벽을 정밀하게 포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까지.

40km 떨어진 곳이라 파워 스틱 밤 포탄이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를 것이다.

이윽고.

파슛! 파슛! 파슛! 파슛!

총 10기의 마력포 궤도 골렘에서 발사된 포탄이 폴른스타 성벽에 날아가 꽂혔다.

콰쾅! 콰콰콰쾅! 쾅! 쾅! 콰쾅!

폴른스타 시민들에게 이 사건은 이렇게 기억되고 있었다.

잘못된 신을 섬긴 대가로 빚어진 주신의 심판이라고.

1